[경기 후 희비가 담긴 선수들의 표정. 그러나 이 표정은 승부 결과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 업계(?)에 들어선지 벌써 20여 년. 그러면서 선수들의 경기 후 모습을 자주 보게 됐다. 첫째로 한국 선수들… 이기면 세상을 다 얻은 듯 즐거워한다. 자기가 무슨 내용으로 이긴 건지 반성할 점이 없는지 되돌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마치 그 경기 자체가 인생이 걸린 듯이 좋아서 날뛴다. 그러나 반대로 졌다면 모든걸 다 잃은 듯이 상심에 빠진다. 그러다 보니 재기 하는 것도 늦어지고, 심할 경우 그 게임 하나만으로 은퇴를 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다음 일본의 선수들... 물론 이들도 이기면 좋아한다. 그렇지만 자신이 원하는 승리가 아니면 링 위에서도 기뻐하지 않는다. 그리고 졌으면 솔직하게 자기가 약했다고 시인하며 담담하게 ‘하나’부터 다시 시작한다. 우리 선수처럼 구차하게 상대가 반칙 했네, 설사 때문에 힘을 쓰지 못했네, 이런 핑계는 잘 대지 않는다.
킥복싱의 고향이자 무에타이의 총본산 태국은 어떨까. 이기면 좋아하는 것은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들은 그게 직업이다 보니 일상화 된 일처럼 빨리 흘려 넘긴다. 결코 오랫동안 승리의 쾌감에 빠져 있지 않는다. 1승은 1승, 1패는 1패일 뿐이라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겼든, 졌든 이전 승부 그 자체를 빨리 잊으려 한다. 왜냐하면 과거에 얽매이면 절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는 격투기 선진국인 태국과 일본 선수들의 공통점이다. 물론 우리 선수들로서는 국내 실정상 경기가 별로 없으니 그 다음 게임이 보장되지 못해 경기 하나하나가 소중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과연 어느 쪽이 빨리 일어설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
서울 청무체육관 총관장, 일 젠니혼킥 매치메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