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생선은 무엇일까? 단연 명태가 1위이다. 지난겨울처럼 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얼큰한 생태찌개나 동태찌개가 절로 생각난다. 매콤한 황태찜이나 코다리찜도 제격이고 깔끔하고 담백한 북어국이나 노가리국도 괜찮다. 생선 이야기를 하다보니 벌써 일곱 가지 이름이 나왔다. 그런데 이 일곱 가지는 모두 같은 생선이다. 명태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애정이 각별하다보니(쓰임새가 다양하다) 이름도 그만큼 많다. 어디 한 번 나열해보자. 명태·동(凍)태·생태·황태·코다리·북어·노가리·금태·조태·망태·춘태·추태·동(冬)태·먹태·무두태·파태·낙태·대태……. 이 많은 이름들 중에서 기본 이름은 명태다. 명태는 2008년 이후 우리나라 해역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명태는 러시아산이다). 동해의 수온이 상승한 탓에 한류성인 명태는 잡히지 않고 난류성인 오징어가 많이 잡힌다.
우리나라 나무들도 명태처럼 아주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자귀나무를 예로 들어보자. 자귀나무·짜구나무·자구나무·짜구대·자구대·소밥나무·소쌀나무·합환목·야합목·여설목 등 이름이 참 많다. 명태처럼 쓰임새가 많아서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보다도 각 지방마다 각기 다른 향명(鄕名, common name: 어느 한정된 지역에서 통할 수 있는 이름이며, 속명俗名이라고도 한다)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생강나무가 지방에 따라 산동박나무·산동백나무·동박나무·동백나무·올동백·개동백나무로, 청미래덩굴이 명감·맹감·망개·먼가·멍가나무로, 산딸나무가 박달나무로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무 하나가 가진 이름이 이처럼 많다보니 그 이름들 중에는 잘못된 것도 꽤나 많다. 오히려 표준명보다도 잘못된 이름이 더 많이 쓰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잘못된 나무 이름을 쓸 경우 많은 사람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으며, 그 이름을 오래 쓸 경우 그 쓰임이 굳어져버려 바로 고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때문에 현재 우리가 잘못 쓰고 있는 나무 이름들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우리나라 대표나무 소나무이다. ‘나무줄기가 붉다’고 하여 ‘적송(赤松)’, ‘주로 내륙지방에서 자란다’ 해서 ‘육송(陸松)’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이 소나무를 적송이나 육송으로 부르지는 않았다. 적송은 소나무의 일본 이름이다. 소나무와 굉장히 닮은 나무로 곰솔이 있다. ‘나무껍질이 검다’고 ‘검솔’이라고 한 것이 변해 ‘곰솔’이 되었는데, 한자 이름 그대로 ‘흑송(黑松)’이라 한다. 또한 이 나무는 바닷바람과 염분에 강하기 때문에 주로 바닷가에 많이 심어 키우므로 ‘해송(海松)’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적송과 마찬가지로 곰솔의 일본식 이름이다(박상진, 『궁궐의 우리 나무』). 소나무와 곰솔을 다음과 같이 부르는 경우도 더러 있다. 소나무는 진짜 소나무니까 ‘참솔’, 곰솔은 그보다 못한 소나무니까 ‘개솔’. 이와 같은 잘못된 이름은 다음과 같은 오류를 범하게 할 수도 있다. ‘육송=내륙지방, 해송=바닷가. 그러므로 바닷가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해송!’이라는 잘못된 등식이 성립된다. 하지만 바닷가에도 소나무가 자라는 곳이 많고 내륙지방에서도 곰솔은 잘 자란다.
두 번째는 섬잣나무이다. 몇 해 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진열되어 있는 분재들을 보았다. 분재마다 수목명찰이 꽂혀 있었는데 관심 분야라 하나하나 유심히 보았다. 그런데 섬잣나무에 ‘오엽송’이란 이름이 붙어 있었다. 조경 분야에서는 섬잣나무를 오엽송이라 부르는 경우가 아주 많다. 오엽송이라 표기하고 괄호 안에 ‘섬잣나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사실 오엽송이란 이름을 가진 나무는 없다(참나무·도토리나무란 이름을 가진 나무가 없는 것처럼). 잣나무 종류를 5개의 침엽이 속생한다 하여 오엽송류라 한다. 말 그대로 잣나무종류(잣나무, 섬잣나무, 눈잣나무, 스트로브잣나무 등)란 의미이지 하나의 나무 이름이 아니란 얘기다.
세 번째는 반송이다. 반송의 ‘반(槃)’ 자는 둥근 쟁반을 의미한다. 반송이란 이름이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불리는 이름이 타박솔·다박솔·다복솔·다행송·만지송·옥송이다. ‘타박’과 ‘다박’이란 말은 우리말 ‘다복’에서 온 듯하다. 다복솔은 ‘가지가 다보록하게 많이 퍼진 어린 소나무’란 말이며 ‘다보록하다’란 의미는 ‘풀이나 작은 나무 또는 머리털 등이 무성하여 위가 소복하다’라는 뜻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 소나무는 하나의 줄기가 나오지만 반송은 여러 줄기가 나온다. 그러다보니 수관의 표면이 ‘무성하여 위가 소복한’ 모습을 하고 있으니 다복솔이란 이름으로도 불리는 것이다.
네 번째는 리기다소나무다. 농산촌의 어르신들 중에는 리기다소나무를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부르시는 분들이 극히 드물다. 대체로 리끼따·리끼타·리키타·왜송·미송·삼엽송·미국삼엽송으로 불린다. 리끼따·리끼타·리키타·왜송 등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나무의 국적은 이미 일본으로 찍혔다. 그러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죽일(?) 나무가 되어버렸다. 어떤 분들은 ‘쓸모없는 왜송 다 뽑아버려야 해’라고까지 말씀하신다. 이름이 일본식 이름과 비슷한 탓에 죽일 나무가 되어버린 것이다.
다섯 번째는 배롱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 배롱나무의 인기는 계속 상한가이다. ‘2010년도 가로수 수종별 조성계획’에 배롱나무는 벚나무류(벚, 왕벚 등)·이팝나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심는 나무다. 배롱나무 식재 가능지가 한정(중부 이남 식재)되어 있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런 배롱나무는 백일홍·목백일홍으로 잘못 불리고 있다(백일홍·목백일홍이란 이름은 꽃이 오래 간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백일홍이라는 멕시코 원산의 국화과 초본식물이 따로 있기 때문에 ‘백일홍’이 붙은 이름은 지양해야겠다. 여섯 번째는 참죽나무와 가죽나무이다. 새순의 맛이 좋아 인기 있는 멀구슬나무과의 참죽나무는 진짜 죽나무라 하여 참죽나무고 이와 비슷한 소태나무과의 가죽나무는 가짜 죽나무라 하여 가죽나무다. 헌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참죽나무는 가죽나무로, 가죽나무는 개가죽나무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옻나무와 개옻나무처럼). 일부 지역에서는 참죽나무가 가죽나무로 굳어져버려 바로 고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걸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덩굴성 나무들이다. ‘길게 뻗어 나가면서 다른 물건을 감기도 하고 땅바닥에 퍼지기도 하는 식물의 줄기’를 덩굴 또는 넝쿨이라 한다. 비슷한 말로 ‘길게 뻗어 나가 늘어진 식물의 줄기’란 의미의 넌출이란 말도 있다(충남 태안군 안면도에 자생하는 먹넌출처럼). 관련 나무들을 보면 송악·머루·오미자·다래처럼 뒤에 ‘덩굴’이란 글자가 붙지 않는 나무들이 있는 반면 청미래덩굴·담쟁이덩굴·노박덩굴·으름덩굴 등 ‘덩굴’이 붙는 나무가 있다. 덩굴과 넝쿨은 같은 의미이지만 나무 이름에 청미래넝쿨·담쟁이넝쿨처럼 ‘넝쿨’이 붙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덩쿨’이란 말을 붙이기도 하는데(노박덩쿨, 인동덩쿨처럼) 이는 덩굴의 잘못된 표현(비표준어)이라 아예 쓰지 말아야 한다. 이외에도 잘못 쓰이는 나무 이름(일본목련을 후박나무로, 일본산 잎갈나무에 한하여 낙엽송이라고 부르는 경우 등)이 많지만 지면의 한계로 이만 줄이기로 한다. 추자나무를 호두나무로 알고 심었다가 10년 후 수확하고 나서 가래임을 알고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한다(하용식, ‘국가표준 수목명 정립의 필요성’, <산림>지 2008년 5월호). 추자나무는 지역에 따라 호두나무를 의미하기도 가래나무를 의미하기도 한다. 호두나무가 유명한 전북 순창에서는 추자나무가 호두나무를 의미하고, 인터넷 검색창에 ‘추자나무’를 입력하면 가래나무에 대한 정보들이 나온다. 이러니 임업인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조차 헷갈리는 건 당연하다.
잘못 쓰이고 있는 나무 이름들은 임업 관련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혼란은 임업 발전에 분명 장애 요소일 것이다. 산림청에서는 산림행정용어 순화안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어려운 한자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 일반 국민도 임업을 이해하는 데 한층 나아졌다. 나무 이름도 순화용어처럼 행정에서부터 표준명을 사용하고 널리 홍보하여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같은 이름이 쓰여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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