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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 기재부 첫 경제수석 탄생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박원주...요소수 사태, 반도체 공급망 위기 살릴 구원자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신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비서관에 박원주 전 특허청장을 내정했다.
경제수석이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인사로 선임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나아가 기획재정부가 아닌 타 부처 출신이 선임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며,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최근 요소수 품귀 사태를 비롯해 수출 호조와 반도체 경쟁 심화 및 글로망 공급망 불안 등 산업의 대전환 시대에 맞춰 그동안 기재부 출신들이 차지했던 경제수석에 전혀 다른 산업부 출신을 경제수석으로 발탁하는 등의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이사를 두고 경제정책의 무게추가 전통적인 거시경제 대응에서 산업정책 등‘실물경제’중심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을 전격 교체했다. 지난 3월 30일 문재인 정부의 4번째 경제수석으로 임명 된지 7개월 반 만이다. 안 전 수석의 후임에는 박원주 전 특허청장이 내정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임기 6개월을 채 남겨놓지 않은 문 대통령이 경제수석을 교체한 것과 관련 청와대 내에선‘요소수 수급과 관련한 경질’이라는 말이 나온다. 안 전 수석은 지난 5일 출범한 청와대 요소수 태스크포스(TF)의 팀장을 맡아왔다. 요소수가 그만큼 우리 경제.산업 전반에 위기상황을 느낄 만큼 큰 영향을 끼치고 있어 요소수 수급 차질에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안 수석보다는 산업전문가가 나서서 풀어야한다는 청와대의 고심이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경제수석의 교체 배경과 관련“건강상의 이유로 추석 전에 사의를 표했지만, 국정감사를 마치고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요소수 수급 불안정 문제가 발생하는 바람에 그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위해 (사표 수리에) 시간이 걸렸고, TF 단장으로서 3개월 정도 분량의 요소수를 확보하면서 사표가 수리됐다”며“요소수 TF 단장으로서 일단 급한 불을 끄고서 역할을 마무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을 볼 때 경제수석 교체와 최근 중국발‘요소수 사태’가 무관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박원주 신임 경제수석은 산업부 주요 보직을 거치고 특허청장을 지낸 산업경제 전문가”라며“신임 박 수석의 뛰어난 경제정책기획 능력과 업무추진 능력으로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길 기대한다”며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박원주 신임 경제수석은 전남 영암 출신으로 광주 송원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산업정책실장, 에너지자원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내며‘산업 에너지통’으로 꼽혔다. 노무현 정부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산업자원부 장관 재직시 비서실장으로 보좌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대통령산업통상자원비서관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특허청장을 역임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신임 경제수석 인사를 발표하자, 브리핑 룸에 모인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난 4월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이 내정 된지 불과 7개월 만에 교체돼서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통령의‘경제 브레인’이다. 대한민국 경제 관련 모든 이슈를 직접 챙기며,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 자리다.
이런 중요한 자리의 인사가 7개월 만에 바뀌는 배경에 궁금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안 수석은 최근 청와대 요소수 태스크포스팀(TF) 팀장을 맡은 탓에 더욱 그랬다.
일각에선 이런 이유를 들어 최근 요소수 사태의 책임을 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선을 그었다. 청와대가 밝힌 인사 배경은‘건강 이상’이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안일환 경제수석은 건강상 이유로 이미 추석 전에 사의를 표한 바가 있다”면서도“그러나 청와대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국정감사를 마치고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아시다시피 요소수의 수급 불안정 문제가 발생하는 바람에 며칠 더 그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위해서 시간이 걸렸다”며“그리고 이제 요소수가 3개월 정도 분량의 확보를 TF 단장으로서 마무리했기 때문에 오늘 사표 수리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청와대와 기재부 안팎에선 안 수석의 건강이 안 좋아져 이미 사표를 냈다는 얘기가 많았다. 안 수석이 지난 9월에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만큼 몸이 안 좋았다는 것이다.
기재부 핵심 관계자는“안 수석의 건강이 안 좋다는 얘기가 많았다”며“이번 인사도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산업부 출신 인사가 경제수석에 발탁된 것은 처음이어서 놀라운 반응이다. 교수 출신인 홍장표 전 수석 이후에는 윤종원.이호승.안일환 전 수석 등 기획재정부 출신이 경제수석을 맡았점을 보면 기존의 관례를 깬 셈이어서 파격적인 인사로, 급변하는 시대를 적응하려는 데 목적을 두고 청와대 경제수석은 기재부나 교수가 독차지 했던 것을 이번에는 산업부에서 맡아 역할을 띨 수 있다는 상상밖의 변화를 선택했다. 박원주 신임 경제수석은 산업 에너지통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교수 출신인 홍장표, 은행장 출신인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 출신인 이호승, 기획경제부 차관 출신인 안일환 등 전 수석과는 다른 철학과 전문성을 갖췄다.
안일환 경제수석은 건강상 이유로 지난 9월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정감사 준비와 최근 요소수 대응 태스크포스(TF) 단장 활동 등으로 교체 시기가 다소 늦어졌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첫 경제수석 배출을 반기는 상황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최근 원전 등 여러 사태로 인해 산업부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박 전 특허청장의 경제수석 선임은 조직 사기를 끌어올려주는 소식”이라며 환영했다. 또“산업과 에너지 관련 정책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서 산업의 대전환 시대에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이번 발탁에 매우 높게 평가했다.
반면 기재부 내부에서는 경제수석 자리를 다른 부처에 처음으로 넘긴 상황에 다소 충격적인 모양새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기재부 관계자는“거시보다는 마이크로 정책이 부각되는 시대 흐름인 것은 이해하지만, 경제수석에 기재부 이외의 인물이 선임됐다는 것은 놀랍다”는 표정이다. 이런 일은“최근 부동산과 물가 등에 집중하면서 기재부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를 비롯해, 점차 줄고 있는 기재부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 아닐까 생각된다”고 했다. 특히 기재부 내부에서는 깐깐한 재정 원칙주의자였던 안 전 경제수석이 떠나면서 청와대와 여당발 지원금 공세 막아줄 방패막이 허물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산업부의 위상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이끈 것은 사실상 내수가 아닌‘수출’이다. 이미 올해 10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이 역대 최단 기에 5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작년 연간 기록을 넘어섰다. 이미 올해 무역 규모가 역대 최단 기에 1조 달러를 달성한 데 이어 수출 실적도 연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 유력시된다.
또 산업부가 지난 5월 발표한 K반도체 전략도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 받는다. 반도체 등 국가 핵심 산업을‘전략기술’로 지원해 더 많은 세제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담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미국 정부의 기업정보 공개 요구와 관련해서도 산업부의 대응이 빨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과 만나“(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보 제공 요청이 일회성으로 그쳐야 한다”고 말하는 등 우리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9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향해 반도체 재고 현황 등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이달 8일까지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부 민감 정보를 제외하고 관련 자료를 미국에 넘긴 가운데 문 장관이 더 이상의 정보 요구는 하지 말아줄 것을 미국에 요청한 것이다. 이에 대해 러몬도 장관은“한국 기업의 협조에 감사하다”며“이번 자료 제출 요청은 이례적인 상황에서 이뤄진 불가피한 조치”라고 답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그만큼 산업부 역할이 필요하고 위상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산업부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기재부는 낮아지는 기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경제수석을 산업부 출신으로 바꾼 배경은 문 정부 말‘요소수 품귀 대란’등 공급망 불안이 주요 이슈로 부상하면서, 통상·산업 분야에 잔뼈가 굵은 인사를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요소수 사태와 관련해,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것도 인사의 배경으로 보인다. 요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전문성과 통상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거시경제와 전략을 담당하는 기재부 보다는 산업 경험을 가진 인물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공급망 붕괴 문제가 화두가 되면서 문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의 경제수석으로는 산업부 출신으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내정된 박원주 전 특허청장, 구원자 역할 기대
현재 청와대는 요소수 수급 대란에 대한 늑장 대응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한국이 요소수 공급의 97%를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달 15일 요소수 수출 통제 의사를 밝혔지만, 외교부.산업통상부 등 유관부처는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에서는“요소수가 비료인 줄 알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안이한 상황 판단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정부가 미리 대처하지 못해 불편을 초래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중국의 요소수 수출 제한 여파로 요소수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8일 오후 울산시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에 화물차들이 요소수를 넣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을 정도로 진풍경을 낳은 요소수 사태가 청와대 경제수석 교체라는 일까지 생겼다.
유 실장은 특히“조금 더 일찍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준비해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관련 정보를 더 빨리 의미 있게 받아들여 예측하고 준비했어야 한다는 점은 뼈아프다”며 고개를 숙였다. 요소수 수급과 관련한 관계부처와 청와대 경제라인의‘오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실제 7개월 반에 그친 안 전 수석의 재임 기간은 전임 경제수석들보다 짧다.
초대 홍장표 전 수석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소득주도 성장론’을 주도했다는 논란 끝에 경질됐음에도 11개월(2017년 7월~2018년 6월)간 일했다. 2대 윤종원 전 수석은 1년(2018년 6월~2019년 6월)간 재임했고, 3대 이호승 전 수석은 1년 9개월(2019년 6월~2021년 3월)간의 경제수석을 거쳐 정책실장으로 승진했다.
빅원주 신임 경제수석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대통령비서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특허청장 등을 역임한 그의 화려한 경력에서 보듯이, 박 수석은 특히 에너지자원실장을 지낸 에너지 전문가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말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탄소중립과 관련한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에너지자원실장 시절 이뤄진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와 관련해 야당으로부터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당했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기재부 제치고 산업부 출신 첫 청와대 경제수석 박원주
"업종별 성과공유제 적용모델과 매뉴얼이 보급됨에 따라 기업 현장의 성과공유제 도입이 한층 수월해질 것입니다. 특히 그동안 제조업 중심으로 시행됐던 성과공유제가 유통과 건설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박원주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2012년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정책관 시절 동반성장 정책을 챙길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정책의 뼈대를 만들며 한 말이다. 이때 정책들은 지금도 포용적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문재인정부의 '상생정책' 과 궤를 같이 한다.
산업분야 전문가인 박 수석의 정책 능력은 그 이후 정권에서도 인정받았다. 박근혜정부에서도 산업경제실장과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 등 중요한 자리를 맡았다. 행시31회 출신인 박 수석은 이처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 라인에서 요직을 거쳐 문재인정부 특허청장을 지냈을 정도로 그의 자타가 공인하는 산업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눈에 띄는 점은 박 수석이 산업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에 올랐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청와대 경제수석은 기획재정부 출신 아니면 교수 출신들이 갔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초대 경제수석은 교수 출신인 홍장표 현 KDI원장이 맡았고 이후 윤종원 기업은행장, 이호승 정책실장, 안일환 전 경제수석 등 모두 기획재정부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 산업부 출신을 기용하는 등 발상전환을 가감하게 시도했다.
청와대가 박 수석의 발탁에 대해“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과제를 충실히 완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듯이 위기 때마다 나서며 문제를 해결했던 산업 에너지통인 박 수석의 역할이 크게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청와대 경제수석 인사로서 위기의 경제를 살린 구원투수로 내새운 박원주 경제수석의 직구가 어느 때보다 기대되며, 9회의 마지막 등판에 선 그의 던지는 볼에 의해 대한민국 승부가 달려져있다.
박원주 신임 경제수석은 전임 안일환 전 수석이 맡았던 청와대 요소수 TF단장도 함께 맡을 예정이다.
김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