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목원 숲길
서울 외곽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공사 중인 아파트가 빼곡하다. 국립수목원 가는 길을 내비게이션에 찍어놓고 달리다 깜짝 놀란 이유다. 아파트 숲을 먼저 만난 것이다. 서울에서 아파트 숲을 떠나 푸른 휴식을 찾아간다는 기대도 잠시였던 것일까? 수도권 개발의 여파는 국립수목원 언저리까지 미쳐 있었다. 오늘 답사의 주인공은 봉선사도, 국립수목원도, 광릉도 아니다. 왕복 2차로의 좁은 길이다. 지방도 383호. 남양주시 봉선사에서 포천시 국립수목원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남양주의 끝에 있는 이 길에는 소나무, 느티나무, 전나무가 섞여 있다. 북쪽으로 길을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국립수목원의 원시림이 펼쳐지고 오른쪽은 봉선천이 잔잔하게 흐른다.
500년 된 느티나무를 시작으로 평균 수령 150년의 고목들이 빼곡
길을 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음식점들이 나온다. 봉선사 입구에 온 것이다. 운악산 봉선사는 원래 ‘운악사’였지만 1469년 세조의 비 정희왕후가 낡은 절을 다시 지으며 ‘봉선사’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500년 된 느티나무가 입구를 지키고 있고 보물 제397호로 지정된 ‘봉선사대종’이 있다. 춘원 이광수도 이 절과 연이 깊어 입구에 그를 기리는 비석이 놓여 있다. 봉선사 입구는 등산객과 절을 찾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행정구역상 남양주시 진접읍 부평2리인 이곳에는 주변 관람객의 발길을 잡는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늘어서 있다. 다시 길을 나와 광릉으로 향했다. 계속되는 왕복 2차로의 좁은 길 가운데 높은 나무가 불쑥 나타난다. 족히 100년은 된 것 같은 나무들이 중앙분리대 대신 서 있다. 바닥에는 제한속도 30km라는 표시가 있고 나무 기둥에 ‘충돌주의’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울창한 나무 때문에 겨울철에는 길에 얼음이 그대로 얼어 사고가 잦아서라고 한다.
봄꽃이 핀 왕릉에서 편안한 휴식을
길을 따라 2분쯤 올라가면 조선 7대 왕 세조와 왕비 정희왕후 윤씨의 능인 광릉이 나온다. 입구에서 표를 받는 노인은 “3월 중순인데 작은 꽃들이 벌써 피어오르고 있다”며 광릉을 살펴보는 여유에 봄꽃을 보는 즐거움을 추가해줬다. 한적할 것이라 생각했던 능이 생기 넘친다. 겨울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가까운 나들이를 온 사람들이다. 한쪽 바위 위에는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고 반대쪽 잔디밭에는 아버지와 아이들이 꼬리잡기를 하며 뛰어논다. 세조의 뜻에 따라 다른 왕릉보다 검소하게 세워진 이곳이 후대인들에겐 좋은 휴식처로 제공되고 있다. 광릉을 지나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국립수목원이다. 1988년 광릉 숲 일부 지역에 수목원을 조성했다. 최근엔 이용객 수를 1일 5000명으로 제한하고 있어서 예약을 해야 방문할 수 있다. 수목원은 383번 지방도에서 만나는 볼거리 중 단연 최고다. 도로는 마치 수목원 가운데 길을 뚫은 듯 울창한 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수목원의 자연은 마치 원시림의 모습 같다.
사계절 색다른 원시림의 매력
수목원은 사계절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숲은 여름엔 푸르름으로 겨울엔 하얗게 눈 쌓인 포근함으로 찾아오는 이를 맞이한다. 식물원, 잣나무숲, 관상수원 등 다양하게 꾸며진 수목원은 언제 찾아가도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봄날 새벽 수목원의 안개 사이로 풍성하게 우거진 숲을 바라보면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수목원까지 지나면 길은 한가해진다. 띄엄띄엄 음식점들이 있고 주유소도 있다. 농가를 지나 번화한 길이 나오면 축석고개다. 의정부에서 포천을 잇는 43번 국도다. 봄날 이른 새벽에 남양주로 나가서 광릉을 지나 포천 축석고개를 거쳐 의정부로 돌아오는 코스를 달려보면 여느 삼림욕장 부럽지 않을 것이다.
출처:(길숲섬, 이다일, 경향신문)
2024-11-26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