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이는 찻물(茶水), 마시는 시냇물, 한국은 금수강산(金水江山)
중국에 가보면 길가는 중국 사람들이 찻물(茶水)을 병에 담아서 가지고 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길거리에서도 그들이 찻물을 담은 병이나 통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그들의 습관이기에 그런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숭늉이나 마실 물을 구태여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아무데서나 물이 있으면 퍼 마시거나 엎드려 마셔도 별 탈이 없었다.
중국 사람들이 차를 많이 마시는 이유는 단순히 수질이 안 좋기 때문도 아니고 차가운 것에 대한 두려움도 아니다. 오히려 위생, 건강 관련 음식 문화, 사회적 상징과 생산 환경에 모두 맞물려서 차를 안 마시면 허전한 문화가 되기 때문인 것이다. 차는 중국인에게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습관이자 문화적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지리적 차 문화의 특성을 보면 중국 북부와 동북부, 특히 만주 일대는 강의 경사가 비교적 급하고, 인구 밀도가 낮았으며, 물이 비교적 깨끗한 지역이 많았다. 반면 화북 평원 이남, 특히 장강 유역과 화남 지역은 기온이 높고 습도가 높으며, 인구가 조밀하고, 늪지와 정체 수역이 많아 물을 끓여 마시는 습관이 건강에 유리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물을 끓여 마시는 문화"가 남부에서 더욱 강하게 발전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남부의 좋지 않은 수질 때문에 중국인이 차를 많이 마시게 된 주원인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차나무의 원산지가 남부였고, 물을 끓여 마시는 생활 습관이 있었으며, 남부 경제와 문인 문화가 발달했고, 차 생산이 풍부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 중론이다.
원래 한족 문화에 점령당하기 이전의 만주 지역은 한반도와 같이, 아니 좀 더 생각의 폭을 넓히면 만리장성 이북은 중국의 남방과 같이 물을 반드시 끓여 마시지는 않아도 되었다. 한반도처럼 자연 수를 식음료로 사용했던 지역이다. 한국의 산하에서 자연 수를 그대로 마셔도 되니까 외국인들도 누구든지 마음 놓고 마셔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이 도랑물을 마셔도 별 탈 없어도 외국인이 마시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배탈이 날 수 있다. 그들이 물 마시는 것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석회 성분의 수질을 우려하여 광천수를 찾아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 얘기가 있다. 6.25 때 피난민들이 갈증을 느낄 때 길바닥에 고인 물로 목을 축이는 것을 보고 외국 군인들이 많이 놀랐다고 한다. 물론 행군이나 훈련 중에도 목이 탈 때에 한국 병사들이 개울물이나 논물, 길바닥 물로 목마름을 해결하였던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아무 물이나 다 마시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고인 물이나 흐르는 물에 침을 뱉어 보고 침이 수면으로 금방 활짝 퍼지면 먹어도 되는 깨끗한 물이고, 침이 뭉치거나 안 풀리면 먹어서는 안 되는 물이다. 우리가 가뭄철에 등산할 때도 너무 목마를 때에는 외어둘진 곳에 있는 약수터나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으면 역시 똑같은 방법으로 살펴보고 마시곤 하였다. 한국에는 약수터가 많은데 약수터라도 관리를 안 하면 마시기가 께름칙하다. 그럴 때도 자연수에 대한 침 뱉기 테스트하면 대체로 무난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은 수자원에서도 복 받은 나라이다. 금수강산(錦繡江山)이자 금수강산(金水江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6.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