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직장동료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다. 처음엔 이상한 광대가 나오는 영화 포스터를 보고 그냥 별로인 영화라고 치부하고 관심이 없었는데 신문에서 우연히 이 영화가 흥행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난 후 동료의 추천도 받게 되자 마음이 돌아섰다.
어렸을 때 자신을 입양한 엄마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당한 아서..
아서를 해피라고 부르며 늘 웃으라고 강요한 엄마 때문에 학대를 당하고 몸에 멍이 들 정도로 구타를 당해도 늘 울지 않고 보채지도 않은 아서..
영화에서 나오는 고담시(市)는 시민들이 살기에 점점 더 어려워지는 사회가 되었다. 이기적이고 짜증스러운 사람들, 서로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 약자는 밟고 강자는 점점 더 힘을 키워 힘의 불균형이 만연한 사회... 이런 사회에서 마음이 여리고 약한 사람이 잘 견디는 방법은 미쳐버리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다. 도시 생활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광대로 살아가면서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분노가 점점 더 그의 몸 안에 쌓여가다 마침내 서서히 우울해져가는 아서의 연기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불안하면 다리를 떨고 울어야 할 만큼 비참하고 힘든 상황에서는 오히려 신경세포의 이상으로 폭발적인 웃음이 터지는 이 남자에게 연민이 드는 건 왜일까?
어렸을 때 너무 어이가 없고, 당황스럽고, 힘든데 울 수도 없고,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내가 취하는 방법은 그냥 참고 버티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원인 모를 어깨 통증에 시달렸었다. 너무 몸이 아파서 병원 약봉지를 달고 살았었던 20대.. 지금 돌이켜보니 내 병명은 화병이었다.
심리치료를 시작하고 여러 사회 경험을 통해 나를 깊이 바라보기 시작했고 지금은 예전의 나보다 더 건강해졌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변화인데... 현재의 나는... 감당이 안 될 만큼 내 삶이 힘든 것이 싫어서 이제 상대가 무례하게 굴면 더 무례하게 반응하고, 상대가 욕을 하면 더 크게 욕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한마디로 완전 쎈 언니가 되었다...
예전에 난 내가 상대에 따라 왜 이렇게 변하게 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었다. 지금은 나 자신이 왜 이런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내 내면이 약하고, 받은 상처를 감당할 능력이 안되니까 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바로 맞대응을 하는 것이고, 그 분노를 숨길 수 있을 만큼 노련하지 못하기에 솔직하게 내 감정을 바로 드러내는 사람인 것을....
그래도.. 미치는 것 보단 이게 더 건강한 것 아니겠는가?
아서는 자신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을 결국 다 죽여버린다. 자신의 슬픔에 연민을 느끼지 못하는 상담사를 죽이는 마지막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수 없다면 함부로 그 사람 인생에 끼어들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는 메시지 아닐까?
또 하나 생각해 볼 포인트...
모든 사람에겐 그 사람만의 이야기가 있다. 개인의 역사라고나 할까?
이것을 들어 줄 한 사람이 없는 삶은 너무나 외롭고 힘든 것 같다. 지금까지 소수이지만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나를 보호하고 싶다 ..내가 더 나를 사랑하고 건강해지면 그 때 내 마음도 활짝 열리겠지...
첫댓글 맞아요. 섣부른 공감도, 간섭도 할 수 없어요.
마음 깊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 사람들 얼굴을 떠올려봅니다. 감사한 마음을 더 늦기 전에 표현해야겠어요.
님덕분에 조커영화의 숨겨진뜻을 알게되었네요 호불호가 갈리고 어린아이들의 악당을 동경하는 마블계열 이라 생각했는데..저도 한번 보고싶어집니다
제가 알기로 청불이었던 것 같습니다.
글 읽고 저도 이 영화 보고싶어졌어요.
마음이 힘든 요즘, 한 번 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