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피어난 전설 11-봄에 흩날리는 눈꽃, 신의 용서의 꽃 아몬드

[신혜령]

꽃과 함께 피어난 전설 11 - 봄을 알리는 눈꽃, 아몬드

학명: Prunus dulcis

성경 관련 책의 교정이 진행되고 있다. 유진 피터슨 《메시지 성경: 모세오경》인데, 점자책 기준으로 총 10권이 나온 책이다. 현재 10권을 반절 끝낸 상황이다.

나는 이 시리즈를 교정하다가 의아함에 인터넷 검색을 했더랬다. 식물명 ‘감복숭아’ 때문이었다. 참고로 나는 이 대목을 교정하다가 웬 복숭아가 이스라엘 땅에 있나 엄청 당혹스러웠더랬다.

특히나 성경 원문에는 살구로 나와 있어서 그 당혹감은 곱절로 부풀었더랬다.

- ㅇㅇ 교회 목사님께 문의해본 결과, 감복숭아가 맞는 원문이라고 한다. 이 성경이 이탈리아와 영어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원문 번역에 다소의 오차가 있을 거라고 한다. 그 결과, 감복숭아가 살구로 변경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는 거.

‘감복숭아’를 다른 말로 하면 ‘아몬드’가 되시겠다.

아몬드는 피자식물문 속씨식물 쌍떡잎식물강 장미과에 속하는 목본 식물이다. 건조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대충 8m 정도의 높이가 되는 낙엽 소목이라고 한다.

덧붙이자면, 원산지는 인도 서부 이란 및 터키 서아시아, 이스라엘 등지란다. 분포 지역은 지중해 연안이고 말이다. 마곡 서울식물원 지중해관에서의 온도를 떠올려볼 때, 아몬드는 기후 조건이 이상적인 환경에서 자라는군.

아몬드는 ‘편도’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직역하면 ‘평평한 복숭아’ 내지는 ‘넙적한 복숭아’ 정도 되겠다. 생김도 복숭아와 닮았다고 하는데, 사실 어디가 어떻게 닮았나 싶다.

놀랍게도 이 식물의 재배 역사는 4,0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아몬드는 특유의 독소를 가지고 있어 고대에서부터 볶아서 섭취했다고 한다. 물론 오늘날의 아몬드도 한 번 볶아서 먹는 게 좋다. 혹시 모를 세균이나 곰팡이균 같은 걸 없애는 의미로 말이다.

진녹색 잎의 길이는 7~13cm 정도의 긴 타원상 피침형이며, 꽃은 4~5월에 연분홍색 또는 흰색으로 달린다. 결정적으로 벚나무처럼 꽃이 잎보다 먼저 핀다.

꽃잎은 5장으로 직경 4cm쯤 된다고 한다. 사실 써놓고도 잘 감이 안 온다. 아몬드 꽃을 못 만져봤다. 벚꽃이랑 비슷한 크기와 모양이려나?

대부분 우리는 아몬드를 도토리와 같은 견과류로 생각한다. 마트 같은 데 가도 아몬드는 호두나 땅콩 등 견과류 코너에 진열되어 있다.

그러나 실은 복숭아나 자두 같은 핵과라고 한다. 이번에 아몬드 관련 자료 수집하면서 알게 됐다. 헐, 리얼리?

아몬드는 열매 자체에 과육이 적고, 얇아서 익으면 알아서 갈라진단다. 과실에 습기가 없어 건조하기 때문에 알아서 벌어지는 거다. 우리 건조해지면 손등 트고 각질 일어나는 것처럼.

열매 과육을 먹을 수는 없지만, 그 안에 씨앗은 식용할 수 있다. 즉, 우리가 먹는 아몬드는 씨앗 종자라는 거.

아몬드는 탄수화물이 거의 없어서 저탄수화물 식단을 위한 케이크나 과자를 만들기 위해 쓸 수 있으며, 당뇨 환자를 위한 식품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모양이다. 또한 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을 고려해 아몬드를 가루내어 밀가루 대신 사용하는 경우도 있단다.

아몬드에는 일반적으로 리놀렌산이나 올레인산 등의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그래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비타민 A, B, C, D, E 성분과 칼슘, 칼륨, 마그네슘, 철, 카테킨, 오메가3 성분이 풍부하다. 또 무기질, 식이섬유소가 많아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준다. 반면 열량이 조금 높아 과한 섭취로 인해 체중 증가로 비만이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에잇, 그냥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적당히 먹고 삽시다!

아몬드 기름은 땅콩과 유사한 맛이 나는데, 근육통을 풀기 위한 안마 및 마사지용으로 이용하기도 한단다.

한편 오보에나 클라리넷 같은 목관 악기에 발라 악기를 보호하는 용도로도 활용한다고 한다.

아몬드는 단맛이 나는 ‘감편도’와 쓴맛 나는 ‘고편도’로 나뉜다고 한다. 전자는 식용하고, 후자는 증류해서 약용한다. 개인적으로 쓴 아몬드가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럼 위에 나온 ‘감복숭아’는 달달한 아몬드인가? ‘감’이 달다는 의미의 ‘감’ 한자니까.

아몬드 꽃은 봄철에 피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 통한다고 한다. 대체로 하얀 꽃송이 덕분인지 ‘봄에 흩날리는 눈꽃’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벚꽃 개념인가?

아빠의 설명에 의하면, 꽃은 사과꽃이나 살구꽃을 닮았다고 한다. 문제는 그렇게 말해도, 내가 사과꽃이나 살구꽃을 만져본 적이 없어서 감이 안 온다는 거. 어쨌든 벚꽃이랑은 안 닮았다고 단언하시더라.

참고로 아몬드 꽃말은 ‘희망’, ‘기대’, ‘진실한 사랑’으로 통용된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지각 없는’, ‘무분별함’의 뜻도 내포하고 있어 지닌 화사가 상당히 복잡하다.

* 아몬드 전설 및 관련 작품

1. 아몬드, 성급한 사랑, 성급히 지는 꽃 - 그리스

어느 날, 그리스의 트라키아 해안에 난파선이 흘러들어 왔다. 타고 있던 사람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의 아들 데모포안이었다.

“아이고, 집에 가기 참 힘드네. 여긴 어디지?”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던 중 폭풍을 만나 배가 부서지게 되어 트라키아 해안까지 오게 되었다.

“트라키아인데. 그러는 잘생긴 너님은 누구?”

때마침 해안가 산책을 나온 공주와 데모포안이 마주쳤다.

“으와, 예쁘다!”

“우리나라 사람 아닌 사람은 처음이야!”

데모포안은 트라키아 왕의 딸 필리스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다. 필리스도 그가 싫지 않았다.

데모포안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했다. 공주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금방 갔다 올게!”

“거, 빨리 안 오면 죽는다!”

그러나 데모포안은 남은 일을 정리하기 위해 고향으로 가야 했다. 그는 공주 필리스에게 곧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항해에 올랐다.

“유후, 신토불이는 미인에게도 해당되는 법이죠.”

“와, 세상은 넓고 미인은 많다더니.”

그런데 고향에 돌아간 데모포안은 다른 아가씨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이 자식 왜 안 와? 이러다 진짜 죽는 수 있어!”

공주는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며 날마다 해안을 바라보다가 기다림에 지쳐 그만 죽고 말았다.

“아이고, 안됐네. 심심한 위로를 표해야겠어.”

신들은 공주를 가엽게 여겨 아름다운 아몬드 나무로 바꾸었다.

“여기도 다시 오니까 추억이 새록새록.”

그리고 어느 날, 데모포안이 트라키아에 여행차 들렀다. 그는 공주의 소식을 듣고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내가 나쁜 놈이야! 꺼이꺼이~!”

그가 잘못을 후회하며 아몬드 나무를 껴안았을 때 필리스는 그의 눈물을 아름다운 꽃으로 바꾸어 용서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감상: 어이, 전설이 왜 이 모양인데? 개연성 엿 바꿔먹었냐! 결혼 약속하고 떠난 건 그렇다 치자. 근데 결국 한마디 양해나 언질도 없이 다른 여자랑 결혼했잖아! 그래놓고 돌아와 눈물 찔끔거린다고 용서하다니, 그게 말이 되냐! 꽃 핀 건 단순한 우연이고, 데모포안이 너무 작위적으로 해석한 거 아닐까?

- 나 같으면 꽃 뿌린 건, ‘이거나 먹고 떨어져!’의 의미로 그랬을 것 같은데.

2. 신의 자비의 꽃 아몬드 -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독일 중부 튀링겐에 위치한 바르트부르크, 이곳에서는 정기적으로 최고의 연가 가수를 뽑는 대회가 열렸다. 헤르만 1세 영주는 예술가 문화에 관심이 지대했고, 특히 음악과 문학을 겸비하고 있는 연가 가수들에게 깊은 호의를 품고 있었다.

“자고로 사랑만큼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은 없지. 그 가치를 노래하는 가수들을 내 어찌 아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영주에게 예쁜 조카가 있었으니, 이름은 엘리자베스였다. 그녀는 사랑 노래를 겨루는 연가 경연대회 심사를 맡아왔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런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어느 날, 연가 경연대회에 새로운 신인이 등장했다. 바로 음유시인 청년 탄호이저였다.

“저토록 아름답고 진정성 있는 가사와 목소리라니!”

엘리자베스는 그의 노래에, 또 탄호이저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당시 중세의 사회에서는 그 마음을 함부로 드러낼 수 없었다. 그저 온전한 신뢰와 믿음으로만 나타내는 게 관습이었다.

“사랑하되 포옹할 수 없다니. 말도 안 되지 않습니까!”

탄호이저는 엘리자베스의 사랑에 확신을 품지 못하고, 그녀의 곁을 떠나 방랑하게 된다. 그런 그의 앞에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나타났다.

“사랑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이여, 내게로 오세요. 나는 그대에게 사랑의 확신을 보여줄 수 있답니다.”

탄호이저는 여신의 말에 그녀가 거하는 비너스 산으로 가 머물기로 했다. 그곳은 온갖 아름다운 환상이 가득하고, 각종 향락으로 넘쳐나는 곳이었다. 스스럼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고, 거리낌도 없이 서로에게 열중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매일이 똑같은 하루였고, 그것은 탄호이저에게 염증으로 다가왔다.

“내가 이곳에서 보낸 시간을 더 이상 해아릴 수 없구나. 낮과 달이 내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하늘의 예쁜 별들을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봄을 알리는 나이팅게일의 노래도 더는 듣지 못하고 있어.”

비너스 여신은 탄호이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프를 잡으세요. 당신이 그토록 멋지게 불렀던 사랑의 노래를 부르세요. 사랑의 여신, 나 비너스를 사로잡은 그 노래를.”

그러나 탄호이저는 여신의 곁을 떠날 마음을 먹는다.

“내 마음은 욕망만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오, 여왕이시여, 여신이시여! 저를 보내주십시오.”

결국 비너스 여신은 분노하며 돌아섰다.

“그래, 좋아요. 당신에게 자유를 드리죠. 가서 당신의 행복을 찾아보세요. 하지만 결코 찾을 수 없을 테죠.”

여신의 저주 같은 말과 함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탄호이저는 튀링겐 바르트부르크에 있는 숲 속에 서 있었다. 옛적 동료 연가 음유시인들이 그를 발견하고 반가워했다. 헤르만 1세 영주는 다시금 연가 경연대회를 열고, 사랑의 가치를 노래할 것을 주문했다.

“그것은 하룻밤 꿈, 햇볕 틈새의 아지랑이. 오~ 그곳에서는 오직 둘뿐이었지!”

탄호이저는 무대에서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 비너스 여신의 세상에 대해 노래한다. 그러나 동료와 청중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사랑을 너무 속되게 노래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에게서 물러들 나세요. 그대들은 그의 판결단이 아니에요. 심판은 저 하늘에 계신 그분의 영역, 한낯 인간의 그릇으로 섣불리 판단하지 마세요.”

그때 헤르만 1세 영주의 조카, 엘리자베스가 나서며 탄호이저를 변론한다. 그녀는 탄호이저에게 기회를 줄 것을 요청했고, 그에 따라 탄호이저는 자신의 과오를 용서받기 위해 순례자가 되어 교황을 찾아갔다.

“그릇된 쾌락을 누린 그대, 영원히 저주받으리라. 내 손에 들린 이 지팡이에 싹이 돋고 꽃이 피지 않는 것처럼 그대 또한 영원토록 지옥의 불길 속을 헤맬 것이다.”

하지만 교황과 사제들은 환락에 빠진 탄호이저를 용납하지 않앗다. 그는 바르트부르크로 돌아가지만, 대중은 탄호이저를 외면할 뿐이었다. 그는 좌절하며 다시 비너스 여신에게 돌아가고자 했다.

“당신에게로, 비너스 부인이여! 나 다시 돌아가겠어요.”

그때 친우가 그를 말린다. 그러면서 한탄하며 외쳤다.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엘리자베스 아가씨를 생각해! 아가씨가 자네를 위해 얼마나 기도하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

동시에 성에서 장례 행렬이 나온다. 관에는 탄호이저를 기다리다가 병사하게 된 엘리자베스가 누워 있었다.

“오, 엘리자베스!”

탄호이저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하다가 쓰러진다. 그리고 교황의 사절이 아몬드 잎이 돋고 아몬드 꽃이 피어난 지팡이를 들고 찾아온다. 신의 심판이 관대함에 있음을 깨닫고, 교황은 결국 탄호이저를 용서하게 된 것이었다.

감상: 구약성경 <민수기’에 모세의 형님 아론의 지팡이에 얽힌 일화가 나온다. 이스라엘 백성이 아론을 제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자 하나님이 그의 지팡이에 아몬드 잎과 꽃을 돋아나게 해 아론의 권위를 세워줬다는 이야기이다. 또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도 온갖 유혹에 빠져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손에 지옥에 떨어질 뻔한 박사를 구원한 건 천사가 된 그의 연인이었다.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는 이 두 이야기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 보편적인 문학적 해설에 의하면, 오페라 <탄호이저>는 정신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의 양립을 주장했다고 한다.

출처 1: pixabay(사진)

출처 2: blog.naver.com/kyz1027k

출처 3: 《바그너의 혁명과 사랑》 이동용 박사 저

자료 정리 및 편집: 작은 도서관 카페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