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만 빼도 섭섭한 동해코스요리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는 상위에 올린 음식 모두를 가족들에게 먹이고 싶어 한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이것도 저것도 먹여보고 싶은 마음. 바로 그 어머니의 마음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추천하는 메뉴가 동해코스요리다.
동해 코스 요리는 전복죽, 메밀전, 유황오리훈제, 메밀막국수(메밀싹비빔국수와 메밀국수 중 선택)순이다. 가장 먼저 자연산 전복죽이 선을 보인다. 혀끝에서 사르르 녹아드는 동해바다의 깊은 맛과 고소하고 쫄깃쫄깃 씹히는 자연산 전복의 감칠맛. 훗딱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 들어오는 메밀전. 메밀 반죽위에 살포시 얹은 북한산 표고와 청정바다에서만 자란다는 메생이의 은근한 합일은 또 한번 맛의 혁명을 일으킨다. 먹는 일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일단 전복죽과 메밀전으로 에너지를 보충했으니 본격적인 유황오리훈제를 맛볼 차례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도 먹기에 불편하면 선뜻 젓가락이 안 간다. 건강과 맛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젓가락 행진은 멈추지 않는 법이다.
유황오리와 함께 먹는 봄동 김치의 파릇파릇한 맛은 겨울동안 잠들어 있던 미각을 깨워낸다. 또 푹 삭인 젓갈과 시간 속에서 발효된 소금으로 담근 백김치의 환상적인 맛은 자연의 인삼 엑기스 그 자체다.
끝으로 코스 요리의 마지막 순번을 기다리며 단장을 마쳤을 메밀막국수 차례다. 막국수는 일단 메밀싹 비빔막국수와 메밀막국수 사이에서 선택이라는 권한을 먼저 부여한다. 메밀싹 비빔막국수는 황태와 마늘 다시마 양파 등의 10여 가지 양념에 며느리에게도 알려줄 수 없는 특별 비법이 가미된다. 메밀막국수는 천연조미료와 황태육수로 맛을 낸 국물 맛이 끝내준다. 더 이상 신선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