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113. 560~564 (최정주 펌글)
“이년이 빨래터에서 들은 소린디, 어떤 사내가 연장이 겁나게 작았다고 허등만요. 어찌어찌 장개넌 갔는디, 연장이 작아서 밭얼 제대로 갈 수가 없었다고 허등가요? 그렁깨 밤마동 계집의 애간장만 태왔을 것이 아니요.
사내가 불만 빌러놓고 꺼주지럴 안 헌깨, 한번언 계집이 바람얼 피웠다고 글든가요? 연장 작은 사내가 어이서 그 소문얼 듣고넌 제 계집의 밭얼 갈아 준 사내럴 쥑이겄다고 눈에 불얼 키고 찾는다고 허등가요?”
“거 어떤 놈인지 지 놈 얼굴에 똥칠허고 댕기는구만.”
정사령 놈이 그것이 제 얘긴 줄은 모르고 맞장구를 쳤다.
“긍깨 말이요. 제 연장 부실헐 것얼 탓해야제, 애먼 사내넌 찾아서 멋헌다요? 누워서 침뱉기지라.”
옹녀 년이 말끝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사령 놈이 웬 한숨?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연장이 작아도 좋고, 없어도 존깨 몸성헌 서방님 뫼시고 살았으면 좋겄구만요.”
“흐기사, 연장이 좋으면 멋헌당가? 병골이라 밭 한 뙈기도 못 갈면 그것이 어디 서방이단가? 송장이제.”
“이 년이 시방 안 그러요? 송장얼 델꼬 사능구만요.”
“자네 처지가 참으로 안 됐구만. 허나 걱정허덜 마소. 내가 풀어줄 것인깨, 다 풀어줄 것인깨, 당최 걱정허덜 마소.”
‘멀 풀어주는디요?“
옹녀 년이 눈을 새치롬히 뜨고 사내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것이 또 사내의 애간장을 다 녹이는 모양이었다.
계집을 와락 끌어안았다가 가슴의 앵두알을 쪽쪽 빨다가 손 하나를 치마 속으로 불쑥 집어 넣었다.
“허허, 논배미에 물이 가득 넘치는구만. 수퉁구녕에 물언 풍족하구만. 인자넌 쟁기날얼 들이대고 갈기만 허면 되겄구만.”
사내의 손길에 옹녀 년이 해주씨요, 해주씨요, 하는 소리가 저절로 입에서 나올 것 같아 얼른 사내의 손을 밀어냈다.
“어따, 손얼 넣고 그러시오? 거그럴 도려 파낼 수도 없는디, 데럽히고 그런다요? 인자본깨, 벙거지는 썼을 망정 성질언 개차반인갑소이. 이년이 주막에서 몸 팔아 묵는 작부도 아닌디, 함부로 손얼 넣고 그러시오?”
옹녀 년이 눈까지 매섭게 치켜 뜨며 소리를 질렀다.
계집의 느닷없는 앙칼진 태도에 사내가 머쓱하여 물러 앉았다.
“흐, 나넌 자네럴 위로헌다고 헌 짓인디, 위문이 페문이 됐는갑네이.”
“누가 나리헌테 위문받자고 했소? 하이고, 인자 남새시러버서 어찌 살꼬? 병 든 서방님 얼굴을 무신 낯짝으로 보꼬이.”
옹녀 년이 말끝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정사령 놈이 무참한 낯빛으로 올려다 보다가 계집의 농간에 당했다고 생각했는지, 눈 밑을 두어 번 씰룩이다가 입을 열었다.
“빌어 묵을, 내가 오널 똥얼 밟았는개비구만. 병 든 서방헌테 열부노릇험서 사는 것이 기특해서 씨다듬어 준 것이 멋이 그리 홰낼 일이라고. 구정물 바가지럴 뒤집어 썼구만이.”
정 사령 놈이 제 손으로 화주 한 잔을 따라 단숨에 비워냈다.
옹녀 년이 말했다.
“미안시럽소, 나리. 서방님 말고넌 따로 남정네의 손얼 탄 일이 없어서 이년이 도에 넘치게 홰럴 냈는갑소. 천천히 드시씨요. 이년언 나가볼랑구만요.”
“나갈라고?”
“쪼깨만 있으면 해가 질판인디, 얼렁 설거지 끝내놓고 서방님헌테 가봐야지라.”
옹녀 년이 방을 나와 부억으로 들어갔다.
방안에서 일어 난 일을 다 듣고 있던 주모가 물었다.
“참말로 갈 것이여?”
“가봐야겄구만요. 더 있다가넌 정사령헌테 먼 일얼 당헐지 모르겄구만요.”
“함양 이생원언 어떡허고?”
“아까막시 살풀이가 실퍽했응깨, 이 년이 없다고 아짐씨헌테 머라고넌 안 헐 것이구만요.”
“함양으로 따라갈 것 처럼 말허드니.”
“이년이 한 사내헌테만 목매달고넌 못 사는구만요. 허면 이생원헌테 받은 꽃값이나 주시씨요.”
“아, 줘야제. 헌디 언제 또 올 것이여?”
“모르제라, 언제올지.”
“내 생각에넌 어채피 지달리는 사람도 없는 것 같은디, 여그서 나랑 살았으면 좋겄구만.”
주모가 함양 이생원한테 받은 엽전 꾸러미에서 몇 닢을 빼내고 건네 주었다.
“‘더 있고 싶어도 방안의 쥐새끼 뵈기 싫어 못 있겄구만요. 내 그리 부실헌 연장언 또 첨이요. 그걸로 밭얼 갈겄다고 뎀빌판인디, 생각만해도 소름이 돋소.”
옹녀 년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다고 그냥 말 정사령이 아니구만. 꼴에 고집언 있어가지고 뒤가 끈질기당깨.“
“그냥 안 말면 어쩐다요?”
"나럴 귀찮게 헐 것이랑깨. 이녁이 어디사냐? 어디로 간다고 허드냐? 꼬치꼬치 캐물을 판인디, 사타구니에 밤송이를 넣고 전디제, 저 놈의 닥달에는 못 전딘당깨.“
“허면 적당히 둘러대씨요. 이년이 대강언 말해주었구만요. 저그 산내골에 산다고라. 내 집에서 쪼깨만 더 가면 은대암이라고 암자가 있소. 그것꺼정 말해줄 것은 없을 것이오만.”
"거그서 병든 서방님과 산다고 허까? 비록 병언 들었을망정 서방님이 있다고 허면 지놈이 어쩌겄어?“
“서너쪼금도 못 가서 들통이 날 것인디, 그짓꼴얼 헐 것이 멋이다요? 그냥 여그저그 주막에서 굴러 묵든 계집이 거그서 사는갑드라고만 말허씨요.”
그렇게 일러놓고 옹녀 년이 주막을 나왔다.
혹시 정사령 놈이 따라오지 않은가, 뒤를 돌아보았으나 벙거지는 보이지 않았다.
‘흐참, 보챌 때는 곧 바로 따라나설 것 같드만, 안 따라오네.’
옹녀 년이 중얼거리며 삼거리를 벗어나 작은 내를 건너 막 산내골로 들어섰을 때였다.
길가 잡목 사이에서 사내 하나가 불쑥 튀어 나왔다.
질겁을 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가 고개를 드니, 강쇠 서방님이었다.
“아니, 서방님. 여꺼정 어쩐 일이시래요?”
“임자가 걱정이 돼서 집안에 있을 수가 있어야제.”
강쇠 놈이 하얗게 웃었다.
“걱정도 팔자요이. 안 그래도 이년언 가심이 벌렁거리는디.”
"임자 가심이 왜?“
“잘 난 서방님얼 탐내는 계집덜이 많은깨 글제요. 인월 주막의 주모는 허리 낫기만을 학수고대허고 있고라, 정사령의 마누래도 눈에 불얼 켜고 찾고 있습디다.”
“그래? 괜찮헌 계집들이었는디.”
강쇠 놈이 눈을 번쩍이면서 인월 쪽을 흘끔 바라보았다.
천하의 잡놈겉으니라고, 나허고 살풀이 헌 것이 얼매나 됐다고 펄쌔부텀 껄떡거리는구만이, 하고 옹녀 년이 중얼거리는데, 강쇠 놈이 화들짝 잡목 사이로 몸을 숨겼다.
“왜라? 서방님.”
옹녀 년이 멀리 인월 쪽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 쪽에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벙거지가 따라오는구만.”
“벙거지가라?”
옹녀 년이 다시 인월 쪽을 돌아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벙거지 하나가 논두렁 담벼락길을 막 돌아나오고 있었다.
“저 놈이 저 죽을지 모르고 따라오고 있소이. 어뜨케 허끄라?”
“임자넌 그냥 모른체끼, 집으로 가소. 내가 뒤에서 바람만 바람만 따라갈 것인깨. 방안에 들이고 판만 벌여놓소. 나머지넌 내가 알아서 헐 것인깨.”
“호호, 속창아리 없는 놈겉으니라고. 이년언 먼첨 가요이.”
강쇠 놈이 잡목숲 속으로 몸을 깊숙이 숨겼고, 옹녀 년이 히죽거리며 가던 길을 갔다.
주모한테 주막에서 굴러먹던 계집이 산내골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지, 아니면 서둘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정사령 놈은 꼭 그만큼 거리를 두고 따라오고 있었다.
‘저 잡놈을 서방님의 손을 빌리지 말고 내가 어뜨케 해뿌리까?’
계집의 뇌리로 그런 생각이 스쳐갔다.
옹녀 년은 강쇠 서방님을 만나고 나서는 비록 사내와 아랫녁 송사를 벌여도 사내가 고태골로 가는 꼴은 면했지만, 그것은 제 년이 사내의 진기를 다 빨지 않아서 그렇지 제 년이 마음 먹고 사내를 다룬다면 계집에 허천들린 사내 하나 쯤 고태골로 보내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설령 고태골로는 가지 않드래도 다시는 아랫도리를 쓰지 못할 허리병신은 될 것이었다.
정사령놈을 고태골로 보내지 않드래도 허리만 못 쓰게 만들어 놓으면 서방님을 죽이겠다고 찾아다니지는 않을 것이었다.
가다가 성황당이나 상여막같은 곳에서 사내의 아랫도리만 벗기면 일은 다 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계집의 그런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사령 놈은 보일듯 말듯 따라오고 있었다.
옹녀 년이 꽃을 꺾는 체, 다리가 아파 무릎을 두드리는체, 슬쩍슬쩍 돌아다 보면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따라오고 있었다.
‘저 잡놈이 기언시 집꺼정 쫓아올랑갑구만이.’
옹녀 년이 투덜거렸다.
사내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원래 작정한대로 정사령 놈을 제 집에서 작살을 낼 수 밖에 없었다.
아침에 인월 주막으로 나갈 때만해도 며칠은 걸리려니, 생각했는데 일이 쉽게 풀린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함양의 조선비가 마천 주막에서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을 것인데, 강쇠 서방님은 또 주막의 투전판에라도 기웃거리고 싶어 좀이 쑤셔 안달인데, 정사령이 이삿짐 뒤의 강아지처럼 따라오는 것이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옹녀 년이 입에서 쉿소리가 나도록 서둘러 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서쪽 산날망으로 해가 꼴깍 넘어가고 난 다음이었다.
산골의 어둠은 골짜기를 뭉텅뭉텅 타고 내려와 이내 마당을 덮기 마련이었다.
옹녀 년이 우선 부억으로 들어 가 물부터 한 바가지 퍼 마시고 나와 마루에 걸터 앉아 회색으로 변하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반 쯤 닫은 사립 너머로 검은 벙거지 끝이 기웃이 넘겨다 보았다.
“아니, 저것이 누구래요?”
옹녀 년이 호들갑을 떨며 몸을 일으켰다.
“네 년이 나럴 우롱하였겄다?”
정사령이 성큼 사립을 들어서며 말했다.
“먼 말씸이다요? 이 년이 나리럴 우롱허다니요?”
“멋이 어쩌고 어째? 벙든 서방님얼 뫼시고 산다고? 인월 주모가 그러는디, 주막얼 굴러댕기던 계집이람서? 꽃도 팔고 웃음도 파는 계집이람서"
“하이고, 계집의 입언 믿을 것이 못 된다드니, 그 말이 꼭 맞소이. 채 한나절도 안 되었는디, 그걸 조삼조삼 까발기다니요.”
“주모탓언 헐 것이 없다. 설령 니 년 말대로 병 든 서방과 함께 산다고 해도 내가 따라왔을 것인깨.”
“머시라고라? 서방있는 년얼 따라온다고라? 눈이 뒤집혔는갑소이. 이 년이 잘 난 것이 하나도 없는디, 벙거지꺼정 쓴 나리가 서방있는 년얼 넘본다고라?”
“그만큼 니 년이 풍기는 음기가 지독했니라. 아까부터 고개럴 빳빳이 쳐들고 있던 이놈이 안즉도 그 모냥이다. 보그라, 이 놈얼 보그라.”
정사령 놈이 금방 바지춤을 까발길 듯이 설치는데, 옹녀 년의 눈에 사립 밖에서 얼핏 강쇠 서방님의 머리끝이 스쳐갔다.
서방이 가까이 있다면 이제 마음놓고 방으로 들어가도 될 것이었다.
“하이고, 남새시럽소. 오다가다 동네 사람이라도 보면 어쩔라고 그런다요?”
“동네 사람이 보면 대수더냐? 어차피 니 년언 주막계집이고, 니년의 그런 사정을 모르는 동네 사람이 있겄느냐? 씨잘데기 없는 걱정언 허덜 말고 얼릉 방으로 들어가자. 잘못허면 바지 앞춤이 터지겄구나.”
정사령 놈이 옹녀 년의 손을 잡고 방으로 끌어들일 듯이 서둘렀다.
‘흐, 연장도 연장겉지 않을 걸 가지고 머시 어쩌고 어쪄? 바지 앞춤이 터지겄다고? 별 동냥치겉은 소리럴 다 듣겄구만이.’
옹녀 년이 속은 놀놀하여 중얼거리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넌 낮에부텀 웬 한숨이 그리 잦냐? 먼 사정인지넌 몰라도 나헌테 다 말해보그라.”
정사령 놈이 인심이라도 쓰는듯 말했다.
“이년이 참말로 주막얼 굴러댕기던 계집이먼 얼매나 좋겄소.”
“허면 아니라는 말이더냐?”
“생떼겉은 서방님이 펄펄 살아계시능구만이라. 이 년언 주막얼 굴러댕기는 계집도 아니고, 병 든 서방을 뫼시고 사는 불쌍헌 계집도 아니구만요. 기운이 상머슴겉은 서방님이 계시는구만이라.”
“그 말이 참이더냐?”
“나리헌테 멀 얻어묵을 것이 있다고 거지꼴얼 허겄소? 인월주막에서 나리럴 보고 이년도 겁나게 맴이 땡겼소. 헌디, 황소겉은 서방님 땜이 차마 속곳얼 못 내렸구만요.”
“황소겉은 서방이 어찌 지 여편네럴 주막으로 내돌린다냐?”
“원래 지리산 포수인디, 산짐승 몇 마리 잡으면 주막에서 투전으로 다 날리고 돌아오지라. 한번 집얼 나가면 두 달이건 석달이건 나몰라허는디, 이 년이 비록 주막 계집언 아닐망정 주막계집보다 더 험허게 살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