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그 후 스페인 친구들의 동정
a, 돌아간 뒤의 산티아고
인야가 산티아고와 호텔에서 헤어진 뒤, 하루 정도 지난 뒤에... 마드릳에서 전화가 왔다.
산티아고의 잘 도착했다는 보고이기도 했는데, 한국에서의 여행이 너무 좋았고 감사한다면서도... 거기에서도 산티아고는, 인야의 친구 Ch와 '막걸리' 한 잔 하지 못한 채 돌아간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는 말도 했다.
그러니 인야는,
"그건, 지금 내가 생각해도 아쉬운 부분이었지......"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또 그 이틀 쯤 뒤에 산티아고로부터 메일이 왔는데, 매우 긴 것이었다.
그 상황을 인야는 자신의 홈페이지 회원들에게 보고하듯 밝혔는데(아래),
오늘 엊그저께 한국에 다녀간 산티아고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한테는 며칠 전, 잘 돌아갔다는 전화가 왔었고 또 내가 웹하드에 올려놓은 사진을 내려 받고는 자기가 찍었던 내 사진도 메일로 보내오는 등... 그가 한국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간 뒤의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좀 우스운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메일로는,
그는 아마 자신의 형(그도 형제중에는 막둥이라고 했었습니다.)과 이번에 했던 한국 여행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던가 본데, 스페인 사람들이 원래 그렇듯(?)... 그도 아마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런저런 설명을 했을 것이란 걸 나는 상상할 수는 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그에겐 여기 와서 다녔던 지명이 생각이 나지 않았던가 봅니다.
그러니 나에게 그런저런 우리가 다녔던 곳에 대한 설명을 한 뒤, 그 정확한 지명을 알려달라는 내용이었고, 또 전주에 가서 먹었던 '콩나물 국밥'과 '모주'의 이름도 물어왔더라구요.
그래서 나는 조금 웃으면서, 바로 그 답을 적어 보내주었답니다.
예를 들어, '충주' '괴산' '문경' '대전' '전주' 등... 그런데 그는 내 고향 '군산'은 기억하고 있드라구요. 참내!
근데요, 한 가지 정말 우스운 것은...
이런 말도 있더라구요.
물론 그는 여행에서 돌아가 누구보다도 빨리 그리고 자세하게, 그의 처에게 이번 여행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을 것 아니었겠습니까?
내가 보내준 사진과 본인이 찍어갔던 사진 그리고 이런저런 여기서 가져갔던 선물도 보여주면서요.
근데, 그는 '그 미사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는 내용도 적어보냈드라구요. 하 하 하......
우리가 이번 2박 3일간의 짧은 여행을 함께 다녔는데, 여행 중에 둘이 나눈 화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그 '미사'였거든요? (그 자세한 얘기는, 이미 나온 상태라... 다시 반복해서 옮기진 않겠습니다.)
그러니 내가 다시 웃을 수밖에요.
참내! 그 놈의(?) 미사......
4 . 2
그러면서 당연히 또 웃고 말았는데, 답장을 쓰면서도 인야는 자꾸만 그날의 장면들이 떠올라... 혼자 실없이 웃고 말았다.
그 뒤로도 산티아고는 잊을 만하면 소식을 전해왔고, 그러던 5월 중순 유독 긴 편지가 도착했는데,
산티아고는 그 뒤로도 인야가 보내준 '보현정사' 사진을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보았다는 것이었다.
그 사진 속 한국의 고요한 산사의 풍경이, 그에게는 낯설고도 오래 마음에 남았던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며칠 전에는, 인야도 알고 있는... 그러니까 은의 루트에서 산티아고와 함께 만났던 친구 B와 마주 앉아, 자신의 이번 한국 여행과 인야에 대한 이야기를 실컷 나누었다고도 적어왔던 것이다.
이제 인야는, 마드릳 어딘가의 친구들의 모임 자리에서까지 화제에 오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8월 초에는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인야가 선물했던 까미노 티셔츠를 입은 산티아고가, 얼마 전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는 '까디스(Cadis)' 해변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10월 말, 인야의 마음을 가장 크게 흔든 메일이 도착했다.
산티아고가 지난해 인야와 만났다가 헤어졌던 바로 그 지점에서 다시 '은의 루트'를 걷기 시작해,
마침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 도착했다는 소식이었다.
함께 보내온 두 장의 사진 —그 익숙한 대성당 광장 앞에 선 산티아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인야는 뭉클해졌다.
그가 다시 그 길을 걷고 있는 사이, 인야는 서울의 작은 방에 앉아 그 길에 대한 책 작업을 했던 것이고,
산티아고의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인야의 마음속에도 다시 스페인으로 가는 길이 하나둘 그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