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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택 시인 |
세상의 소외된 모든 것들에 주목한 시인
최근 국어영역 수능에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이 출제된 이후로 독자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학생들의 요구가 있어 시인의 감칠맛 나는 작품을 다시 읽어본다.
시 쓰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시인은 항상 어떻게 하면 시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비유니, 상징이니 이런 골치 아픈 것을 따지지 않고 시를 즐겁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시를 쓰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시인은 시 속에서 항상 즐거움을 찾는다. “시 속에는 자신이 받은 상처를 즐거움으로 바꾸는 에너지가 들어있으며, 시는 일과 밥에 붙들려 꽃 지는 줄 모르는 나에게 다른 세계로 향하는 출구를 열어주고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고 역설한다.
시인은 ‘소’에 관한 시를 네 편 정도 썼으며 ‘소’는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다. 누구나 시골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외양간에 앉아서 쇠죽과 여물을 되새김질하며 여유를 부리는 느릿느릿한 소를 보았을 것이다. 아니면 힘들게 쟁기를 끌며 하루 종일 논밭을 갈며 고통스러워하는 일소를 보았을 것이다. 또는 다큐영화 <워낭소리>의 팔순 노인과 평생을 동고동락해온 늙은 소 누렁이를 보았을 것이다. 그런 소가 지금 커다란 눈망울 속에 그렁그렁 눈물을 흘리며 무언가 말을 하는데 나는 알아 들을 수가 없다. <김동기 한서고 국어교사>
▲ 김기택 시인과 김동기 한서고 교사 |
<시작노트> 김기택 시인
▲ 김기택 시인 |
왜 시를 쓰는가
왜 시를 쓰는가. 대부분의 시인은 이렇게 물으면서 시를 쓰지 않는다. 시는 이렇게 묻기 전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유도 없이 먼저 심장이 뛰고 숨은 답답해진다. 목구멍이 근질근질해지고 손발이 뜨거워진다.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압박에 밀려서 시가 나온다. 처음에는 그 시가 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쓰고 나서 보면 온몸을 간질이면서 시작된 정체불명의 질환이 희미하게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시가 시인에게 묻고 있음을 알게 된다. 왜 당신은 이 시를 썼는가. 이 시를 쓴 당신은 누구인가.
왜 시를 쓰는가. 이 물음은 시를 쓴 후에 나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시를 쓰기 전에 나온다. 이 물음은 머리가 알아채기 전에 알 수 없는 형태로 몸에서 나온다. 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이 물음을 묻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좋은 시를 읽으면 왜 문학을 하는가를 묻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질문으로 멍하게 만든다. 이 질문으로 맨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던 알 수 없는 자리로 돌아오게 한다.
왜 시를 쓰는가. 시인은 시를 쓰면서 자기도 모르게 이 물음에 대답하게 된다. 이 대답을 하기 위하여 이 대답이 하고 싶어서 시를 쓰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시를 설레게 한다. 언어를 쓰는 인간의 근원을 설레게 한다. 언어 안에 있는 언어 너머의 무한한 잠재적인 세계를 설레게 한다. 맨 처음 온몸을 근질근질하게 했던 미지의 힘을 깨운다. 이 물음이 죽은 시는 계속 읽게 하는 힘이 없다. 아무리 열심히 아무리 많이 대답해도 다 대답할 수 없는 이 물음이 시를 긴장시키고 시를 새롭게 하고 계속 시를 쓰게 한다.
▶김기택 시인 약력
1957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꼽추」, 「가뭄」이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이후 직장 생활과 작품 활동을 병행해왔다. 2010년 문학집배원이 되어 좋은 시를 독자들에게 배달했고, 현재는 경향시선에 연재중이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지훈문학상, 상화시인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태아의 잠』, 『바늘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소』, 『껌』, 『갈라진다 갈라진다』 등을 펴냈다. 현재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강서뉴스 김동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