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현장 속으로
올림픽, 아시안게임과의 첫번째 인연은 좋게 맺지 못했지만 두번째 인연만큼은 잘 맺고 싶어하는 두 남자 배드민턴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세계 랭킹 2위에 올라 있는 배드민턴 남자 복식 이용대(삼성전기)-정재성(국군체육부대) 조가 그 주인공입니다. 지난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막을 내린 2010 시즌 첫 국제 대회, 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에서 이용대-정재성 조는 5년 가까이 맺어온 '찰떡 궁합'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5회 연속 국제 대회 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용대-정재성 조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자신들의 덜미를 잡았던 중국의 차이윈-후하이펑 조를 2-1로 물리쳤습니다. 준결승전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며 파죽지세를 달렸던 이-정 조는 2010 시즌 첫 대회에서 결국 좋은 성적을 거두며, 올해 있을 여러 국제 대회, 그리고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의 전망을 밝게 했습니다.
이용대-정재성 조의 화끈한 경기를 보기 위해 찾은 수천 여 명의 관중들은 우리 선수들이 시원하게 스매시를 날릴 때마다 '이얍!'하는 기합 소리를 불어 넣어주며, 선수와 관중이 하나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두 선수 역시 경기가 끝난 직후, 관중들의 힘찬 응원에 큰 힘을 받았다면서 자신들을 응원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기기도 했는데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경기였지만 두 선수는 그렇게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까다로운 상대를 압도하며, 기분 좋은 승리를 챙길 수 있었습니다.
경기장 한쪽을 가득 메운 풍경.
배드민턴이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사진-김지한)
무엇보다 이날 경기를 지켜보며 느꼈던 것은 팔꿈치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던 이용대가 대단히 투지넘치는 수비력을 보여줬다는 점과 정재성의 파워풀한 플레이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장점이 더해져 호흡이나 조직력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잇따른 우승으로 다소 부담스럽고,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낄 법도 했겠지만 지난해 코리아오픈 때 봤던 전력보다 훨씬 안정되고 깔끔한 모습으로 더 강해진 것을 지켜보며, 이 조가 앞으로 큰 일을 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용대는 이날 신들린 수비로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넘어지면서 빠르게 넘어오는 셔틀콕을 받아넘기는가 하면 누워서도 쳐내 공격포인트까지 따내며 '역시 이용대'라는 찬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또한 정재성은 팔꿈치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이용대를 완벽하게 커버하면서 현역 군인다운 패기넘치는 플레이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1시간 넘는 대접전에도 흔들림없는 플레이와 막판 집중력으로 짜릿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용대가 받아 넘기면 정재성이 기다리고,
정재성이 받아 넘기면 이용대가 기다리고... (사진-김지한)
시도 때도 없이 하이파이브를 했던 두 선수.
환상의 호흡을 위해서는 중요한 행동이다. (사진-김지한)
이용대가 누워서 셔틀콕을 받아내 점수로 연결되자
정재성이 재미있다는 듯 활짝 웃고 있다. (사진-김지한)
사실, 이 조는 지난 해 초, 정재성의 군입대로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대표팀 내부의 분위기에 맞게 이용대의 파트너를 다른 젊은 선수에게 주자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훈련소 생활을 마친 정재성이 절치부심의 노력을 거듭하고, 이용대 역시 지금까지 오랫동안 함께 한 '재성이형'과 새로운 꿈을 만들겠다고 다짐하면서 이 조는 지금까지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세련되고 원숙해진 경기력으로 다른 팀이 함부로 넘보지 못하는 팀으로 거듭나면서 국제 대회 연속 우승의 위업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관중들을 향해 하트 세레모니를 날리는 이용대 (사진 왼쪽)와 군인답게 절도있는
거수 경례로 박수를 받은 정재성 (사진 오른쪽) (사진-김지한)
서로에 대한 배려도 좋고, 인간미 넘치는 두 선수는 이날 우승을 차지한 뒤 관중들에게 하트와 거수 경례 세레모니를 펼치며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코리아오픈 우승에 대한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곧바로 말레이시아로 건너갔습니다. 이번 주 내내 있을 말레이시아 오픈에 출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연중 내내 이어지는 국제 대회 때문에 피로나 부상 위험이 있는 것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현재 배드민턴 대표 선수 가운데서도 가장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이 조가 앞으로도 계속 한국 배드민턴의 버팀목이 되어준다면 '최강'을 자랑한다는 중국을 제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고 그 자체였던 이용대-정재성 조의 밝은 미래를 앞으로도 더 기대해 보겠습니다.
꾸준하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용대-정재성 조의 꿈을 응원한다.
첫댓글 2010년도 우승에 이러 2연승을 이룬 이용대 정재성조에게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