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들어 수은주가 뚝 떨어지면서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기침만 하더라도 감기에 걸렸거니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에취! 날씨가 쌀쌀해지니까 바로 감기에 걸렸네.' 흔히들 이렇게 생각하지만 이건 잘못된 상식이다. 감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봉생병원 호흡기내과 김지홍 과장의 도움말로 잘못 알고 있는 감기 상식과 편견에 대해 알아봤다.
△감기는 추위 때문에 발생한다=감기는 추운 곳에 있거나,찬바람을 맞아서 걸리는 것이 아니라 공기 중에 떠다니거나 환자의 손 등에 묻어있는 바이러스에 의해서 감염되는 것이다. 하지만 감기 바이러스의 침입을 받는다고 모두 감기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저항력이나 급격한 체온 변동,체력소모 등의 여러 요인에 의하여 발병 혹은 병의 강약이 결정된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남극은 추워서 감기바이러스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감기는 가장 흔하게 걸리는 질병인데도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다만 환자의 증상에 따른 대증요법만이 최상의 치료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안정요법이 가장 주요한 치료법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안정하며,균형있는 영양식을 섭취하여 환자의 전신상태를 좋게 하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체외에서 상대습도가 낮은 경우 생존기간이 길기 때문에 적절한 실내 습도를 유지해야 하고 발열에 의한 탈수를 보충해야 한다. 약물요법으로는 증상에 따라 해열제,항히스타민제 등 적절한 약제들을 투여한다. 합병증이 없는 경우 항생제의 사용은 회복기간을 단축시키지도,세균감염을 예방하지도 못하므로 사용하지 않는다. 비타민 C를 오랫동안 복용하면 감기를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치료효과가 입증이 되지는 않았다.
감기 자체는 자연치유가 가능한 질환으로 결코 무서운 질환이 아니지만 옛날부터 감기는 만병의 근원으로 전해왔듯이 병을 대수롭지 않게 소홀히 하면 합병증을 일으키고 또는 생명에 위독한 질병도 발생할 수 있다.
△감기치료엔 주사가 최고다=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주사를 신뢰하는 민족도 드물다. 약보다 주사를 맞으면 병이 완전히 치료되는 줄로 알고 있다. 감기도 예외가 아니다. 감기가 걸려 병원에 가면 당연히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주사는 먹는 약이 여의치 않을 때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차선책일 뿐이지 결코 주사가 만능이 아니다. 주사는 투여와 동시에 바로 혈관을 타고 인체에 흡수되어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만 부담을 준다. 주사제의 성분이 대부분 복용약과 똑같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여 주사를 선호하는 경향을 지양해야 한다.
△열이 심한 아이는 보온을 잘 해줘야 한다=예전부터 감기는 땀을 많이 흘려야만 낫는다고 생각해왔다. 추위 때문에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하여 열이 심한데도 옷을 두껍게 입히고 이불을 덮어주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나 38도 내외의 정상체온에서 체온이 올라갈 경우엔 일단 체열을 식혀주어야 한다. 열이 심해 불덩이 같은 아이를 보온하게 되면 탈수 때문에 기진맥진해지고 증상이 더 악화되기만 한다. 이럴 땐 우선 아이의 옷을 벗겨야 한다. 필요한 경우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피부를 닦아 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얼음물이나 선풍기를 이용한 급격한 체온강하법은 피해야 한다. 너무 급격하게 체온을 떨어뜨리면 몸에 해롭다. 충분한 양의 물을 먹게 하는 것도 탈수예방과 체온저하에 도움이 된다.
△감기예방엔 찬 공기를 막을 수 있는 마스크 착용이 최선이다=감기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바이러스는 비점막을 통해 침투하는 라이노바이러스이다. 이 라이노바이러스는 감기환자의 기침 등을 통해 공기로 전염되는 것보다 감기환자의 손을 통해 전염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감기환자의 콧물 속에 존재하는 라이노바이러스가 환자의 손을 통해 주변을 감염시키고 이를 접촉한 사람이 감염물질을 만지게 돼 감기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감기예방을 위해선 외출 후 반드시 손을 비누로 씻는 것을 생활화 해야 한다.
감기바이러스가 미세하여 마스크로 차단할 수 없다. 다만 초기감기에는 차가운 외부공기를 다소 차단하고 보온효과를 주어 증상을 완화시키므로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