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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간신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한 소년이 있었다. 그는 고학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덴마크 국왕에게 무작정 논문과 편지를 보냈다. 그리하여 당당히 덴마크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된 그는 노르딕 농과대학 Nordic Agricultural College을 졸업하고,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대학원에서 농업경제를 전공했다. 그가 바로 우리나라에 새마을 운동을 도입했던 류태영 박사다. 그는 목표가 만들어지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자문하곤 했다. "총장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부총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교수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유학을 가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렇게 해서 그는 유학을 갔다 와 대학 교수와 부총장을 역임했고, 70세가 넘은 지금도 '농촌청소년 미래재단'을 설립해 청소년 지도자 양성에 열정을 쏟고 있다.
노후대비 역시 두 가지 스케줄링 중 한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30세인 두 사람이 65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하자. 한 사람은 노후를 위해 매월 소득에서 생활비를 쓰고 남는 돈을 최대한 저축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렇게 노후를 대비하면 큰 문제가 없겠지하고 막연히 낙관하고 있다.
다른 한 사람은 다르다. 그는 지금부터 35 년 후 미래로 미리 가서 은퇴 후 매월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할지를 따져본다. 그리고 그로부터 역산해 지금부터 얼마씩 저축을 해야 할지 계산을 뽑아낸다. 그는 은퇴 후 현재 가치로 최소 월 300만 원 정도가 필요할 거라고 판단한다. 재무설계사에 의뢰해 계산을 뽑아보니 은퇴 후 30년간(95세 사망으로 가정) 매달 그 정도의 생활비를 쓸 수 있으려면 23억 3천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그 정도의 자산을 마련하기 위해 지금부터 은퇴할 때까지 매월 75만 원씩세후 수익률을7퍼센트로 잡고 매년 5퍼센트씩 증액한다고 가정했을 때) 꼬박꼬박 저축하기로 결심한다.
순행 스케줄링으로 '그냥 열심히 살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살아가는 전자와 역산 스케줄링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후자 중 누가 더 안전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역산 스케줄링은 경력관리나 비즈니스뿐 아니라 건강관리나 인간관계 등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면,은퇴 후 하루 종일 아내와 함께 지낼 시간으로 미리 거슬러올라가지금 아내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노후에자녀들이 곁에서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란다면 힘없고 외로운 노년기를 떠올리며 오늘 힘들어하는 자녀를 따뜻하게 위로해줘야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난 다음에도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과 좋은 관계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면 명함에서 이름 석 자를제외하고 모든 것이 지워졌을 때를 떠올리며 부하직원에게 어떤 표정과 말투를 선택할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역산 스케줄링의지혜를 발휘하면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내 책상 앞에는 오래 전에 만들어 붙인 타임테이블 하나가 있다.2000년에 만든 것이라 좌측 끝이 2000년, 우측 끝은 정년 퇴직년도가 기재되어 있다. 퇴직년도 밑에 0을 쓰고 좌측을 향해 거꾸로 거슬러 오면서 D-day를 계산해놓은 것처럼 1,2,3,4,5……… 이런 식으로 1년 단위로 숫자를 기재해두었다. 퇴직년도 아래에는 그때의 아들과 딸의 나이인 35세, 28세가 기재되어 있다. 아이들의 나이 역시 우측에서부터 역순으로 1년 단위마다 기재되어 있다. 나는 아침에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간간이 그 타임테이블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맨 우측 끝을 먼저 보고 왼쪽으로 거슬러오면서 올해의 숫자에 눈을 멈추고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본다. 우측 끝에 적힌 퇴직년이 오기 전에 아마도 아이들은 각자의 가정을 꾸려 둥지를 떠날 것이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퇴직년이 되면 나도이 연구실을 비워주고 떠나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시간을 허투루 보내기가 어려워진다. 밖에서 하는 일이든 가족과의 관계든 그날그날을 조금이라도 더 알차게 보내려고 애쓰게 된다.
다음은 역산 스케줄링 효과를 배운 학생 한 명이 보내온 소감문이다.
“토익 점수가 780이 넘으면 카투사를 지원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역산 스케줄링을 공부하고 나니 이러다가 군대를 언제 갈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2학년을 마치기 전에 카투사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1학년을 마치기 전까지 토익 점수 800을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 안에 토익 800을 만들지 못하면 군대를 제때 못 가는 불상사가 생길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작은 생각의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10년 후 달성하고 싶은 그대의 목표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스케줄링을 준비해왔는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작은 일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