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 한편 가져왔다-공짜로
보성 득량의 보리밭

보리밭의 출항
안 도현-
올해 보리소출이 몇 가마나 될지
재보라고
나는 흰나비를 보리밭 부근으로
날려 보냈네
평당 보리이삭의 수를 헤아려
낱알의 수를 곱한 뒤에
쭉정이의 무게를 빼고 또 보리밭
육십만평을 곱하고... ...
수학공부를 해본 적 없는 나비는
계산기 없이
햇볕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힘들어 했네
이삭끝에 5월의 눈송이처럼 가만히 앉아있었네
뒷짐지고 가까이 가도 까딱까딱 졸기만 했네
이런 젠장, 나비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고
보리밭이 투덜거리며 엄살을 떨었네
그때 출렁, 하고 보리밭이 한쪽으로 기울었네
초록이 파랑을 밀어 파란을 일으키고 있었네
바람이 보리밭 뒤에서 보리밭을 힘껏 밀고 있었네
육십 만평의 유람선이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있었네
나비야, 제발 잠깨지 마라
나도 이참에 배타고 만경창파 나가 보련다.
시집 '북항'에서 -서울경제-
소문에 지난 4년 속이 너무 상해서 시를 통 못썼다고 하더라, 쩟쩟..맹박이가 여럿 죽였네..
'어두운 것들은 반성도 없이 어둡다' 면서..쩟쩟쩟..
어제 직원체육을 하면서
체육관에서 잘 하지 않던 배드민턴을 젊은 누군가가 쳐보자 해서 채를 집고 몇 번 휘둘렀더니 밤에는 죽은 듯이 잠을 자버렸다. 일어나 몸살 약을 먹고 다시 눈을 감았더니 또 죽은 듯이 잠이 들었더랬다. 이런 현상을 죽음 연습이라고 불러도 될라나 몰라. 먼일 좀 했다 하면 죽은 듯이 잠이 드니까 말이지..
또 잤다가는 오늘 망치겠다 싶어
세시 쯤애는 애써 일어나 이발소에 갔다. 어제 운동하면서 뭐가 걸치적거리던데 그게 머리칼인 듯 해서...이발을 하고, 인근 밥집에서 오랫만에 외식을 칼국수로 했다. 주인이 가져다 주는 신문을 반찬삼아 칼로 만든 국수를 한 가락씩 뽑아올려 먹었다. 세상 모든 현상을 경제적으로 볼라고 태어난 놈 답게 세상 모든 일에는 경제가 숨어있다고 말하고 있더라.
그기에 어울리지 않게
시 한편이 있길래 젓가락으로 슬쩍 주인 몰래 건져왔다. 식구들하고 같이 먹어 볼라고..밥값만 지불했는데도 눈치 못채더라. 그러니까 이 시는 공짜다.
그 신문에 어울리지 않다고 했는데,
읽어 보니 그 시에도 경제가 숨어 있더라. 무서븐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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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햇볕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힘들어 했네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보리밭을 날아 다닌다 하면 현상을 기술하는 걸테지? 그러니 이렇게 표현해야지. 주체는 나비니까 나비가 접었다 폈다 한 모양이라고 새겨 읽어야 하고..
이삭끝에 5월의 눈송이처럼 가만히 앉아있었네
5월에 먼 눈송이? 하모 곤란하니까.. 5월 보리밭 푸른 색에 선명한 흰나비 색을 그렇게 말해야 겠지.
보리밭이 투덜거리며 엄살을 떨었네
그때 출렁, 하고 보리밭이 한쪽으로 기울었네
처음부터 바람이 세게 불지는 않으니까 처음 가벼운 바람이 보리이삭 몇 개를 흔들다가 출렁 일렁 하면서 확 몰아쳐 바람이 보리이파리 배를 뒤집어 버리는 모습일테고..초록이 파랑을 이긴다고 했으니깐.
나비야, 제발 잠깨지 마라
나도 이참에 배타고 만경창파 나가 보련다.
계산하다 지친 나비야 잠깨지 마라. 말 난 김에 나도 이 배 함 타볼란다, 적자니 흑자니 하는 거 생각하지 않고..
참 편안한 토요일 오후다. 시도 그렇고..
속이 문드러지더라도 일단 편안한 기분을 주는 토요일 오후의 내 기분을 잘 대변해 주더라.
소화네 집

경제신문보다 더 무서븐 것은,
득량만 간척지에 서린 음의 기운이라더라...바다만 막으면 바로 농토가 된다네 그곳은...소설가 한 승원이 득량만 출신이라서 지가 제일 잘 안다면서 그러더라..본래 음의 기운이 제일 겁나는 거지.. 태백산맥. 보성. 꼬막. 소화...
일기
안 도현 -
오전에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가위로 잘랐다
오후에는 지난여름 마루 끝에 다녀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
고장 난 감나무를 고쳐주러 온 의원(醫員)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하였다
추녀 끝으로 줄지어 스며드는 기러기 일흔세 마리까지 세다가 그만두었다
저녁이 부엌으로 사무치게 왔으나 불빛 죽이고 두어 가지 찬에다 밥을 먹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이것도 '북항'에 있는 시인 모양이더라
소문에 이 시가 2011년도 문인들이 뽑은 최고의 시라고 하더라.
나이들면 웃자란 눈썹도 가끔씩 잘라줘야 하고
벌레에게 먹혀 슬은 마루 끝에 진한 색깔의 펜으로 색을 입히고
고장 난 감나무 가지를 이리 저리 잘라 그늘도 제대로 생기게 부탁하고
오후시간이야 항상 남아 돌지만 편안한 노후면 나이가 중요하지 않아 그정도로만 헤아려 보고
사무치게 따순 밥과 국이 먹고 싶었지만 그냥 방에 앉아 있는 놈으로 저녁을 때웠다.
이런 거 말고 뭐 또 기록해둘 만한 일 있것나?
-맞는 말이네. 누가 무어랬을까봐? 지발 저려 물어쌓고 있는거가?
이 시인이 4년 동안 어둠을 견디다가 낸 시집인 모양이더라.
너무 화가 나니까 시를 못쓰도 마음이 불편치 않더란다..
보성 장에 가는 길에 하나 사 갖고 오너라. 보성장은 2일, 7일이다.
날마다 풀만 먹을 수 있나? 경제가 어렵기사 하지만....어려울 때 일수록 한 번씩 별미도 챙겨 먹어야지, 사는 거이 원래 그런 거 아니가? 어려워도 먹을 건 먹어야 하고.. 뭐, 안글나?
아 참,
보성 하니까 기사 읽은 거 하나 더 생각나네.
보성 앞바다에서 고기잡던
어떤 7순 넘은 노인네가 젊은 간나 배에 태워 먼 바다 나가설랑 젓가슴이 어쩌고 하면서 물에 밀어 넣었다는 기사던데 아마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이야기 끝에 나온 글을 읽은 것 같다.
혼자 외롭게 살다가
여자 애들 가슴 내놓은 옷에 끌렸는지 옷 비집고 나온 가슴에 끌렸는지 실랑이를 하다가 물에 빠뜨린 이야기더라. 그리고 또 배태워 나가서 또 물에 빠뜨리고.. 몇 번 그랬다더라. 인면 수심이라고 하면서..
내가 아는 누군가도
술에 취해 여자 애 가슴 한 번 만지고는 직장 그만 두더라. 다 늙어서..
창조론에서야
유방도 설계에 의거해서 만들었겄지만,
진화론에서는
동물들의 몸의 일부가 예를 들어 각질화 된 것들도 그냥 태생적으로 생겨난 거는 아니라고 했거든. 단백질이 필요에 의해 손톱 발톱 부리 같은 것으로 변한 거라거든. 몸 속 단백질이 필요하기만 하면 오만가지 일을 다 한대요. 독도 만들고 말이지. 단백질 뿐만 아니라 한 번 만든 거 진화하면서 이리저리 돌려막기도 하고 해서 몸속 기관들이 여엉 엉망으로 엉겨있고 그렇대요, 수술하다보면 의사들이 짜증난대요. 그냥 간단히 이 기관은 바로 옆으로 짧게 효율적으로 발달했으면 되는 건데 그렇지가 않다고 함시로. 진자 장난 아니라고 하더라..좀 제대로 설계 못하고 말이지...
그래 이 참에,
유방은 도대체 무엇으로 된 물건인지 함 알아봤다. 이 놈이 세상의 모든 수컷들을 좌지 우지 하는 것 같애서, 잘 안다고 대충 때려잡아 생각하지 마라. 시험에 내면 모두 틀릴 놈들이..
유방에는
너무 많은 감각신경이 분포하기에 중요한 성감대의 역할을 하며 내분비계와 연결되어 옥시토신에 영향을 준다.
유방의 일차적 기능은 모유를 분비하여 아기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다. 유선에서 분비된 모유는 유방 소엽에 모여 있다가 아기가 젖을 빨면 유두 및 유륜의 자극에 의해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그에 따른 반사작용으로 모유가 분비된다. 또한 인간의 유방은 지방조직이 유방 조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유방은 생물학적으로 유선을 보호하는 역할도 있지만, 성 진화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역할도 하며 중요한 성감대이기도 하다.
네이버 백과사전
말이 길어 그렇지,
한 마디로, 지방질이 이런 저런 사연에 엮여 온갖 일을 다하게 되었다 뭐 그런 거잖아? ...
그래서 이리저리 알아 보니까
세상만사 다 그렇지만 이거 역시 한 방에 해결되는 그런 게 아니더라고.
1. 신선한 유방
여신, 여사제, 성경 속의 여성, 성녀 및 성모 마리아
2. 에로틱한 유방
쾌락과 즐거움의 원천, 달콤한 골짜기
3. 가정적인 유방
어머니의 젖으로만, 아내의 매력으로만
4. 정치적인 유방
국가를 위한 가슴
5. 심리학에서 본 유방
정신분석학자와 심리학자들의 전쟁터
6. 상업화된 유방
유방, 시장통에 내걸리다
7. 의학에서 본 유방
생명의 부여자이자 생명의 파괴자
8. 여덟 해방된 유방
남성의 것에서 이제 여성의 것으로
9. 새롭게 시작되는 유방의 역사
환상과 위기에서 유방을 구출하라
아에 책 제목이 유방의 역사 하는 것도 있고..만만치 않은거라.
오늘날의 이 세상은,
모두 돈과 성이 지배하는 구나, 어디에도 노인의 지성을 필요로 하는 곳은 없구나 싶더라.
오늘날 유방은,
지방질이 이런 저런 사연에 엮여 온갖 일을 다하게 되었다 뭐 그런 거잖아? ...아닌 거 맞지?
첫댓글 유방이 지방 덩어리인건 얼추 맞것지만, 그게 성감대 운운 하는 역할을 한 거는 얼마 안된 거 아니까? 우리 조상들이 뭐 부끄러워할 일이 없다보니 마구 벗고 다녀도 되었잖아?, 그 때는 전혀 성감대 그런 일 하지도 않았던 거 같거든..성감대가 뭐 필요했으까이? 그냥 몸이 시키는 대로 했을 건데..아, 아니네, 몸이 시킨다고 그냥 수컷 기분대로 할 수는 없는 거같네. 암컷이 고를 테니깐 경쟁이 있었것고 알력이 있었것네..암컷도 힘은 모잘라도 가끔씩은 지가 원할 수도 있을 거고..
아, 이거 만만찮은 거네.. 함부로 말할 거 아니네..
아, 그래서 정신분석학자와 심리학자의 전쟁터도 되것구나.. 아, 증말 만만찮은 거 맞는 모양이다..
지금 읽을 책도 있고, 또 예약된 책도 많아서 땡기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선듯 살 생각은 들지 않네..누가 산다면 마지막 9장은 세세하게 읽고 환상에서 깨어나고 싶은 마음은 생긴다...누가 읽고 9장 만 좀 정리해주모 고맙것는데..
태백산맥 읽을 때 소화 나오는 부분 읽을 때 기분, 기억 날라나? 지금 다 잊어먹어 뭐 전혀 생각하는 거이 없는데 하여튼 소화 나오는 그 언저리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리더라는 기억은 난다. 소화 직접 보고싶은 생각은 지금도 간절하고..위에 사진 있는 거 바로 그 소화네 살던 집이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