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족상락(知足常樂)
어느 가을날, 한 청년이 배가 너무 고파서
햄버거 하나를 사서 밖으로 나와 야외 벤치 그늘에 앉아
혼자 쓸쓸히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그때 고급 승용차 한 대가 햄버거 가게 앞에 멈추어 서더니
차에서는 비서인 듯한 여자가 내려 햄버거를 사서 차 안의
어떤 이에게 건네주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청년은 부러워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나도 누군가가 사다 주는 햄버거를 저런 멋진 차 안에서
편히 앉아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청승맞게 공원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는 내 신세
가 정말 처량하구나.”
그런데 같은 시간, 차 안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던 남자도
벤치에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는 청년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했다.
"나도 저 청년처럼, 다리가 건강해서 햄버거를 사먹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저렇게 벤치에 앉아 맑은 공기를 마시며 점심을 먹을 수 있
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미국 여론조사 기관 갤럽은 4년 전 세계 143개국의 행복 순위를 공개
했는데 한국인의 행복감은 118위였다.
작년 기준 한국은 GDP기준 세계 11위, 1인당 GDP기준으로는 세계
28위로 잘 사는 나라 상위 그룹인데도 자신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하위
수준이다.
그래서 행복은 경제력 순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지
않고 나보다 나은 타인과 비교해서 부러워하며 불만스러워 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사고로 온 몸이 마비되고 왼쪽 눈꺼풀만 움직이게 된 저널리스트였던
프랑스의 장 도미니크 보비란 여성이 한 말이 있다.
"고이다 못해 흘러내리는 침을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기묘사화 때 동부승지(同副承旨) 직에 있다가 관직을 박탈당하고 파주
에 낙향한 김정국(1485-1542)은 만족함을 모르는 것이 최고의 병이고
최대의 불행이라 했다.
만족할 줄을 알면 인생이 항상 즐겁다.
(知足常樂 -노자)라든가, 만족을 아는 사람이 제일 큰 부자다(知足第一富
-불경)라는 말이 있듯 욕심을 버리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이 행복의 제1의의
(意義) 요건임을 가슴에 다시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