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났지만 스카프를 얼굴에 감싸고 우는 딸들, 촉촉이 젖은 눈빛으로 무대를 멍하니 바라보는 엄마들.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 앙코르 공연을 보러 온 엄마와 딸들은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 때문에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휴지를 건네주며 공연을 지켜본다. 매일 공연을 접하는 스태프들마저 객석 뒤에서 눈물을 훔치며 무대 뒤를 체크하고 있으니, 이토록 강한 ‘친정엄마’의 힘은 무엇일까.
올해 1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5월까지 대구, 부산, 대전 등으로 이어진 8대 도시 전국 투어 공연은 연일 매진행렬을 이어가며 사랑을 받았다. 특히 배우 강부자씨가 무대에 오르는 날이면 유료 관객 객석 점유율 93.5%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앙코르 무대지만 평일 공연에 보조석마저 동날 정도로 이 연극에 대한 엄마와 딸들의 사랑은 여전히 뜨겁다. 몇몇 관객들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늘이 꼭 마지막 공연인 것처럼 객석이 가득 채워졌다”고 말할 정도였다.
‘친정엄마와 2박 3일’은 지난 2007년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한 연극 ‘친정엄마’(주연 고두심)의 고혜정 작가와 구태환 연출가가 또 한 번 만나 선보인 작품이다. ‘친정엄마’ ‘줌데렐라’ 등으로 특유의 감성과 따뜻함으로 여성의 속내를 잘 담아낸다고 평가받는 고혜정 작가와 ‘심판’ ‘클로저’ ‘벚꽃동산’ 등 섬세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작품의 무게와 예술성을 살려내는 연출가 구태환이 만나 펼치는 합작인 셈이다.
가슴 저미는 엄마와 딸의 대사는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 세상 엄마와 딸들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낸 대사들을 들으며 엄마 관객들은 ‘그래 그래, 맞다’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손뼉을 절로 치기도 한다.
“그려 그려 미안허다. 울지 마라 내 새끼. 애미가 못나서 니가 울 일이 많다.” “너가 두고 간 옷에서 너 냄새가 나는 게 너무 좋아서 작아도 이렇게 입고 있지.” “내가 너랑 같이 서울 가버리면 너 속상할 때 어떡하니. 내가 여기 있어야지 일상에 힘들거나 남편 땜에 속상할 때 찾을 곳이 있지. 그래서 나 여기 있을란다.”
힘들고 막막할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 아무리 먼 곳에 다녀와도 늘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반겨주는 사람, 이름만 들어도 눈물 나는 ‘친정엄마’에 대한 애틋함. 꼭 친정엄마가 아니더라도 그런 존재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때문에 혼자 세상 살기 버거운 딸들은 통곡하고, 그런 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엄마들은 함께 눈물 흘린다.
인터파크의 연극예매 랭킹 5주째 1위, 연극 점유율 31.6%. 이런 수치들이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을 다 보여줄 수는 없다. ‘희생’으로 대변되는 친정엄마의 이미지와 전혀 달리 커리어와 자기계발에 최선을 다했던 엄마를 둔 기자의 눈물을 쏙 빼놓는 이 연극의 힘을 꼭 직접 느껴보시길.
친정엄마 역에는 강부자씨와 함께 연극인 차유경씨가 열연하며 딸 역으로는 지난 공연과 마찬가지로 배우 전미선씨와 연극배우 이서림씨가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연기를 이어가고 있다. 8월 30일까지 동국대 이해랑 극장. 수요일 공연 없음. 문의 02-6005-6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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