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한 시민이 부산 연제구 연안교와 세병교 사이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자전거도로 옆 흙을 메운 곳은 물놀이장이 있던 곳이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주민 생활영향 조사 등 제대로 안해, 민원 생기면 뜯어내고 다시 만들고… - 공사용 포클레인·트럭 하천가 점령, 산책 · 운동나온 시민들 불편 호소 - 통합관리 기구도 슬그머니 폐지돼
과거 동천 삼락천 등과 함께 '죽음의 도심 하천'으로 불렸던 부산 온천천은 1998년 친환경적 생태하천 복원운동을 하면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2011년까지 온천천에 투입된 돈은 국비와 시비를 합쳐 총 522억 원이었다. 특히 2007~2011년 중·상류 지역인 금정구 두실교에서 동래구 인도교까지 7㎞에 대해 425억 원을 들여 종합정비사업을 실시해 온천천 되살리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듯했다.하지만 이 사업이 끝날 무렵이던 2010년에 다시 하류 지역인 사직천 합류부부터 안락교까지 3.2㎞ 구간에 대한 공사가 이뤄졌다. 예산은 33억 원이며, 여기에는 국비와 시비가 절반씩 투입됐다. 이 구간은 이미 1998~2004년 88억 원의 예산을 들여 사업을 시행했던 곳이다.
■중복공사 되풀이…혈세 낭비
19일 오후 온천천 세병교 부근 둔치의 호안정비 공사장에 커다란 돌덩이가 가득 쌓여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시민단체들은 이 사업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했다. 앞선 사업을 통해 온천천 생태계가 되살아나기 시작한 데다 시민들이 불편없이 운동과 휴식을 즐길 수 있게 돼 중복공사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생명그물 이준경 정책실장은 "지금과 같은 온천천의 대대적인 정비는 필요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리한 공사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국비로 예산을 받자 온천천에 미치는 영향과 시민 불편을 고려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고 전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래구 구간에 대한 사업이 진행된 데 이어 지난해부터 오는 9월까지 연제구 구간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주요 사업 내용은 준설과 함께 기존 호안을 허물고 거대한 돌덩이들로 석축을 쌓아 새로 호안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대거 동원돼 온천천 곳곳을 누비는 바람에 산책이나 운동나온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으면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납득하기 힘든 사업도 한두 건이 아니다. 연제구는 2006년 온천천 관할구역에 세 곳의 물놀이장을 만들었다. 이 중 한 곳은 건설사가 지어 기부채납했다. 현재 세 곳 중 두 곳을 부수고 있다. 이용객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부순 두 곳은 잔디밭을 조성할 예정이다. 수영장 두 곳을 짓는 데 든 3900만 원에 잔디밭 조성을 위해 부순 뒤 흙을 메우는 데 소요되는 2000만 원을 합치면 5900만 원의 혈세가 낭비된 셈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 사업은 호안 정비가 필요해서 시행하고 있다. 친수공간을 더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관리 부실…주민여론도 반영 안해
2005년에 금정구 도시철도 구서역에서 청룡교까지 온천천 상류 3.9㎞ 구간에 5억여 원을 들여 물고기가 다닐 수 있도록 어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어도 중 낙차가 큰 부분에서 발생하는 물소리가 너무 크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됐다며 현재 일부 구간에 대한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어도 정비에 5000만 원가량의 예산이 또 투입된다. 처음부터 소음을 고려한 어도를 만들지 못한 채 근시안적 공사를 진행한 결과다. 이준경 정책실장은 "첫 사업을 할 때 주민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세심하게 따져 설계 및 시공을 하지 않는 바람에 중복공사를 하게 돼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며 "이렇게 비계획적인 사업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온천천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동안 온천천은 연제구, 동래구, 금정구 등 3개 기초자치단체가 제각각 따로 관리하는 바람에 일관된 사업 진행과 전체 통합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래서 2008년 부산시가 통합관리조직인 '온천천·대천천 관리팀'을 만들었다. 하지만 인원과 예산 부족으로 제대로 활동을 못 하다 지난해 1월 슬그머니 기구가 폐지돼 버렸다.
또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 행정기관이 참여하는 '온천천 통합자문회의'가 2008년 구성됐지만 활동은 미미한 편이다. 2010년에는 회의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지난해에도 온천천의 문제와 개선방안에 대한 내실있는 논의를 하는 자리가 아닌 형식적인 만남만 몇 차례 가졌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