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입덧을 하는지 자주 게욱질을 하거나 밥을 먹다가 토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나에게도 그와 비슷한 증세가 온 것입니다.
갑작이 속이 메스껍고 토할것 같습니다.
아내가 순대가 먹고 싶다고 하더니 또 신것을 먹고 싶다고 합니다.
나는 순대의 냄새만 맡아도 질색을 하는데 웬일인지 순대가 먹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신것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인데 신것이 먹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갑작이 굶은 사람처럼 먹을 것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먹을 꺼라면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것입니다.
밤에 자다가도 일어나 부엌에 가서 찬 밥을 우적우적 먹고는
"아 이제 살것 같네"
라고 합니다.
"자기 뱃속에는 거지들이 들어 있나봐 !"
내가 그러자 아내는 넉살좋게
"맞아요. 아마 거지가 열두명이 넘을 꺼예요. 호호호"
아내의 얼굴은 만족감으로 환하게 꽃처럼 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집에 왔다가
"부부가 닮았네"
라고 합니다. 나는 거울을 아무리 들여다보고 살펴 봤지만 닮은 곳이라고는 한군데도 찾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또 한가지 이상한 버릇이 하나 생겼는데 그것은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웃음보 입니다.
우리가 매일 공소예절 하면서 성경을 읽을 때 , 혀가 잘 돌아가지 않는 말이 나올때면 그만 웃음보가 터져 데굴데굴 구르며 막 숨이 넘어갑니다.
"아이고, 하느님 죄송합니다. 기도 다시 할 께요."
그러다가 다시 또 웃음보가 터지면 결국 기도를 하지 못하고 맙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그렇게 박장대소할만큼 웃으운 일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 입니다.
우리는 밥을 먹다가도 서로 눈이라도 마주치기라도 하면 그만 또 포복절도할만큼 입에 밥을 가득 문 채 나 뒹글며 막 숨이 넘어갑니다.저러다가 숨이 막히면 어쩌나 하지만 그런일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