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충북알프스종주길 35.9km(1.2구간)
속리산 구간 20.7km
(10월1일)22:00.
전날 가을비 치고는 꽤 많은량의 비가 내려 산행을 하루 연기하고 대장정의 충북알프스를 향하여
출발점에 서 있는가 보다. 35.9km를 시간상으로는 약22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산길에서
무거운 배낭을 매고 반가운님들과 함께 자연과 벗하며 1무1박3일이라는 일정속으로 빠져들어 가 본다.
연수동을 출발하고 주안을 경유 부천송내역을 마지막으로 출발이다.
자작도님께서 가져오신 약초술을 몇잔하고 잠을 청해보지만 잠은 오질않고 머리속은 산길속을 걸어
가면서 충북알프스의 긴 구간이 동영상처럼 지나가고 있다.
망향휴게소에서 잠시 쉬고는 경북 상주쪽 시어동매표소에 도착한다(02:30)
주차장에는 텐트 2동이 쳐있고 3~4명이 불을 밝히며 무언가 정답게 이야기 꽃을 피운다.
우리 일행도 시간이 너무 일러서 버스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10월2일)03:30.
하늘은 흐리고 가랑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으며 주위는 칠흙같은 어둠속을 렌턴으로 길을 밝히며
문장대를 향하는 발걸음은 힘이 차 있었다.
어제 내린 비때문일까 보이지 않는 계곡의 물소리는 천둥소리처럼 우렁차고 걷는 발걸음도 빨라진다.
쉼바위에서 잠시쉬고는 계속해서 문장대로 향한다.
5:20.문장대 도착
해발 1054미터의 봉우리. 봉우리 위에는 50여명이 앉아 놀 수 있는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겹쳐져 있다.
정상이 언제나 구름과 안개에 가려 있어 운장대라 불렸으나 세조가 오른 후 문장대라 불리운다.
문장대에 도착하니 휴게소의 불빛만 졸고 있고 고요 그 자체이다.
우리들의 발자욱소리에 잠이 깨신 휴게소 주인장이 문을 열고 나온다.
"야간산행을 하시는군요?"
"어디에서 오시는 길이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시어동에서 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문장대로 향하는데 주위는 캄캄해서 주위를 구경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할까.
그래도 렌턴에 의지하고 문장대로 가서 영수증(?)을 받고 온단다.
문수봉을 지나고 청법대를 지나는데 동쪽하늘에 먼동이 트기 시작하지만 안개가 자욱하게 덮어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없어 무척 아쉽다.
옛날 어느 고승이 속리산 절경에 영혼을 잃고 방황하던 중 이 봉우리에서 불경 외우는 소리를 듣고
제 정신을 차렸다 하여 청법대라 부른다고 한다.
그러나 안개 때문에 자세히는 볼 수 없고 스님의 불경 외우는 소리만 들릴것 같다.
06:50.경 신선대 도착
산봉우리에 백학이 수없이 날아와 춤을 추고 그 가운데 백발이 성성한 신선들이 앉아 놀고 있는
모습이 선유세계라 하는 신선대!
신선대에 도착을 하니 이곳 휴계소도 이른시간이라 조용한데 갑작이 안에서 개 짖는소리가 난다.
문이 열리고 주인장이 나와 서로 인사를 나눈다.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
잘생긴 진돗개 누렁이도 꼬리를 흔들며 우리를 반기고 사람과 친근감을 느끼는 듯 주위를 맴돌고
있다.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한다. 박원사님께서 보내주신 맥주도 한잔하면서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사진도 찍고 입석대로 출발이다.
오늘의 분위기 메이커 민들레님 랑군님이시다.
"왜 나만 가지고 이러는 거야?" 어디에서 많이 들어 본 말이다. 성대 묘사는 정말로 똑 같았다.
그런데 성함도 최두환님 이시다. ㅎㅎㅎㅎ
7:30.경 입석대 도착
입석대의 전설 이야기
조선 인조때 (1623~1634)에 임경업장군이 이 곳에 이르러 6년 동안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장군의 기상을
닦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의 단련이 그의 체력한계가 되는지를 알길이 없었다.
그는 그것을 시험해 보고자 했으나 기준조차 알 길이 없어 매우 당혹하게 여겨오고 있었는데
하루는 석굴에 않아 정신을 통일하고 있는데 그 뇌리에 홀연히 형체는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임경업이 정신을 모아 그 말을 들으니「마주 바라다보이는 석벽에 올라가 그 옆에 누워있는 돌을 비석처럼
세워놓으면 그 힘을 측정할 수 있으리라」하는 내용이었다.
임경업은 곧 경업대에서 마주보이는 곳에 올라가 커다란 돌을 일으켜 세우는데 아직도 힘이 부족했다.
이에 임경업이 그 힘이 모자람을 깨닫고 다시 열심히 체력을 단련하기를 1년 마침내 7년째 되던 해
반석(盤石)위에 돌을 세우는 데 성공을 했다. 그 후부터「돌을 세웠다」고해서 입석대(立石臺)라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입석대를 가까이에서 보기 위하여 좁은 바위틈을 비집고 나가야 하는데 날씬함과 비대함을 비교하기
가장 좋은 바위틈으로 배낭을 벗어 놓고 빠져나가야 한다.
"어! 나는 가슴이 닿네"
"나는 아래 엉덩이가 닿네" 등등 한바탕 웃음으로 잠자는 산새들을 깨웠나 보다.
가까이에서 보는 입석대는 그 웅장함에 가위가 눌린다.
속리산능선길에는 유난히도 산죽이 많이있다. 어깨높이보다 크고 작은 산죽이 등산로 좌우로 빼곡히
도열해있으며 어디에선가 호랑이라도 나타날것 같은 분위기이다.
08:10.석문통과
자연의 힘.조화는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큰 바위가 마치 대문이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이곳을 통과하고 상환암.상고암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나고 고도를 높이면서 천황봉에 선다.
08:30.천황봉(1,058m)도착
속리산 최고봉으로 동쪽으로 흐르는 물은 낙동강의 근원이 되고, 남쪽으로 흐르는 물은 금강의 근원이
되며, 서쪽으로 흐르는 물은 한강의 근원이 된다고 하는데 이를 삼파수라 한다.
주위는 안개로 보였다 숨었다 하고 좁은 공간에 표지석과 삼각점을 표시하는 안판이 우리를 반겨준다.
정상의 영수증(사진)을 받고 과일과 정상주로 간단하게 행사(?)를 마치고 형제봉으로 발길을 옮긴다.
경사가 급한 산길을 얼마를 내려 갔을까 고도가 평탄할줄 알았는데 앞에는 봉우리가 길을 막고있고
힘겹게 올라 내려서면 또 만나는 봉우리 몇개를 넘고 넘어 초라한 이정표를 만나다.
우측은 만수동계곡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고 이정표에는 매직으로 누군가가 피앗재라 써 놓았을 뿐이다.
또다시 만나는 봉우리들... 있는 힘을 다 뽑을 참인가 보다.
부천 오정농협산악회 대장님(강대장님)께서 빈 물병을 모두 달랜다. 내려가서 물을 떠오신단다.
정말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이분을 복 하는 소리 같다.
70이 넘으신 분인데도 젊은이들이 따라갈 수도 없고 넘치는 체력은 이팔청춘이 부럽지 않다.
그러니 부초랑군님 따라나서고 정진복님도 같이 가신다.
능선밑 계곡까지 가서 빈 물병에 가득 채워오셨다. 물맛은 시원한 청정수..불로장생수이다.
찔레꽃님이 가져오신 부침게(빈데떡)을 맛있게 나누어 먹고 또 고행의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간다.
이번에도 넘고 다시 넘고 또 넘고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기 때문에 더 이상 못가신다는 두환님..
눈앞에 바위봉이 보이는데 이곳이 형제봉이다.
11:40.형제봉(832m) 도착
백두대간의 천황봉 동남쪽 5.8km 지점에 바위봉을 우뚝 세운 형제봉(828m)은 서쪽 골짜기속에 십승지 중의
하나인 만수동을 감싸고 좌측 동북쪽에는 금란정과 높이 약 6m의 장각폭포를 꼽을 수 있는데
천황봉에서 동쪽으로 흘러 폭포와 소를 이룬 모습이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져 선경을 연출한다.
십승지란 옛부터 전란과 재앙이 비켜간다는 곳으로 대부분 오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공주의 유구와 마곡,
부안의 변산, 안동의 춘양, 성주의 만수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형제봉을 알리는 표지판은 너무나 우리들은 실망시켰다. 각목에 "형제봉 832m"이라 쓰인 각목이
바위틈에 비스듬이 누워서 졸고있다. 일으켜 세우려해도 힘이 없는듯 자꾸만 고개를 숙이며
오랜세월 잠(?)에 취하였는지 기력이 다 되어 일어설 힘 마져도 없는 것인지 알 수 가 없다.
바위봉밑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는데
"누가 소주 없소?"
"여기 있지요! 중간페트병으로 한병 있습니다."
힘들어하든 눈빛이 소주가 있다는 말에 갑작이 빛이나고 목소리도 힘차고 표정들도 밝아 보였다.
[산행과 술] 이 관계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누가 말좀해주시구려.......
식사를 마치고 갈령 갈림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말로 산꾼들은 뻥이 심한가?
형제봉을 오는길에 산꾼들을 마주치곤했다.그 분들은 대개가 백두대간을 타시는 걸로 안다.
이곳의 백두대간은 비재에서 형제봉을 거쳐 천황봉-문장대를 지나 밤재-늘재까지 구간에 해당한다.
"갈령삼거리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한 1시간 30분정도요"
또 조금가다가 마주친 등산객에 물어본다.
"갈령삼거리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한 40분요"
사람의 체력과 산행속도에 따라 다르다지만 이렇게 차이가 많을까요? 뻥은 있기는 있나보다.
우리 일행중에서도 유머스럽게 "에~~이~ ~ 믿을X 한X 없네" 이런 말이 오가며 힘들고 지루한 산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한시간여 평탄한길과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갈령갈림길을 통과하고 헬기장에 도착을 한다.
헬기장주위에는 구절초가 곱게 잘 피어있어 우리 미인4인방님들 꽃속에 파뭍치니 구절초가 깜짝놀란다.
"세상에 이런 미인들도 있나? 산 잘타지요. 아름답지요. 체력좋지요." 꽃이 아무 이쁜들 이만하랴.....
헬기장과 못재에서 백두대간과 충북알프스가 갈라지는 곳인데 이정표도 없고 표시기 리본조차도 없다.
보은군청에서 떠들석하게 이야기하는 것과는 등로의 정비는 무방비상태이다.
할 수 없이 백두대간을 따라 비재로 하산하기로 한다.
분명 우측 높은봉을 올라서 서남쪽으로 가야 동관음을 지나 장고개로 하산을 하는데 우리는 남쪽방향으로
가고있다. 그러나 장고개와 비재간의 거리는 찻길로 이동하면 약 2~3분 거리에 있다.
이제부터 1시간 40분정도를 더 가야 하는데 내려가는 줄 알면 또 오르고 또 내려가고 또 오르고......
이제는 지겹다기 보다는 가기가 싫을 정도로 내리고 오르고 반복의 연속이다.
후미는 무척 힘이 드는가 보다.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철 사다리가 설치된 비재에 도착한다.입구에는 울굿불굿 산악회 표시리본으로 성황당고개같다.
버스기사님께 전화를 하니 장고개에 대기중이란다.
그 곳에서는 버스를 돌릴 수 없어 고개를 넘어 차를 돌릴 수 밖에 없다.
버스를 타고 20여분 가니 구병리 민박촌에 도착하고 짐을 챙겨 알프스민박집으로 간다.
산행중 긴 휴식시간 하산후 버스가 도착할때까지의 시간등 많은 시간의 로스가 발생하였다.
20:00경 민박집 도착
민박집 주인아주머니께 우리가 왔음을 알리고 저녁식사 취사할 장소를 물어보니 마당건너 야외식당에서
해도 된단다. 우리에게 어느산을 타고 왔느냐고 물어보길레
"시어동에서 문장대를 지나 천황봉을 오르고 형제봉을 경유해서 온다고 하니 눈이 동그래지면서
"시상에나! 왜 그렇게해요? 정신나간 사람들이나 그러는것 아닙니까" 아주머니가 놀래버린것이다.
저녁 메뉴는 엄나무님이 특별히 준비한 삼계탕이다.
삼계탕이 끓는 막간에 민들레님이 가져오신 도토리묵에 소주한잔 걸치니 피로가 확 풀린다.
진짜루 너무 맛있다.
부초님이 준비한 김치찌게에 청국장찌게 새로운 메뉴였는데 맛있었다.
삼계탕을 먹고나니 힘이 팍 솟는다. 언제 우리가 긴 시간을 통해서 20km이상을 걸었는가.
방을 배정받고 나니 하늘나리님이 술이 남아서 잠이 오질않는데나요.
엄나무님 그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남은 산계탕을 방으로 가져와서 기여코 술병 다 비우고.....
잠을 자는데 250CC급 오토바이 2대가 시동을 걸고 여치도 울고 생방송 원맨쇼도 공연을 했다고라 고라...
이 모두 다 살아가는 생리작용이고 또 너무 힘들어서 지친몸에서 자연 발생적인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이제 자장가삼아 내일의 코스를 그리며 꿈속을 헤메이려한다.
감사합니다.
태화관광 산우회
산바우(정상묵)드림
(3일째 제 1구간 구병산지역 산행기는(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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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새벽에 산행이 오후 10시라 대단들 하셨습니다. 태화 산우회에서 다져진 등산의 내공이 아닌가요. 축하 드립니다.
꼬리 글 나중에 달께요.
힘들었지만 산우님들 덕분에 무사히 산행을 마칠수 있었습니다. 산행중 녹초땜시 고생 억수로 했습니다. 동행하였던 산우님들께 감사드리고요, 불편을 헤아려 주신 민들레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다시 알프스종주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같이 함께한 산우님들 서로서로 독려해주시고 배려해 주신 마음 잊지않겠습니다. 산 속에서의 찔레꽃님 부침개와 민들레님이 손수 만드신 도토리묵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대장님 산행후기를 읽으니 힘든 산행이 느껴집니다...산우님들 수고 만이 만이 하셨습니다....
대장님! 그동안 봐왔던 산행후기 중 오늘의 마지막 구절이 압권입니다요. ^살아가는생리작용~ 자연 발생적인 우리들의모습^ 그렇다면 우리방은 죽음이었나...................
지금에서야 웃으며 이글을 읽는 여유를 가져봅니다. 아직까지도 울랑이 저를 구박합니다.
아니, 왜 구박을 해요. 그 길고 긴 산행을 무사히 마쳤는데..혹시 사랑스러운표현이 아닐런지요?
근데 오토바이는 알것 같은데 여치와 원맨쇼는????
생소한 충북알프스 그렇게 길고 힘이 드나보네요. 암튼 대단들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