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나타, 다시 외쳐라
최광희 목사
마라나타가 무슨 말인지 아십니까? 대부분의 성도는 마라나타의 의미를 잘 알고 있으나 성도 가운데는 이 단어에 대해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마라나타에 대해 언젠가 들어본 적은 있는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마라나타(מרן אתא)는 아람어로서 ‘마란’과 ‘아타’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아람어(Aram 語)란 고대 근동의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에서 사용된 언어인데 예수님도 아람어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람어에서 시작한 ‘마란 아타’는 헬라어에서는 발음대로 옮겨져서 마라나타(Μαραναθα)가 되었습니다. 마라나타는 신약성경에 딱 한 번 등장하는데 바울은 고린도전서 16:22에서 고조된 분위기에서 마라나타(Μαραναθα)라고 외쳤습니다.
초대교회 시절의 성만찬 기도문 가운데는 ’마라나타‘가 등장합니다(디다케 10:6). 그들이 성만찬을 하면서 ‘마라나타’를 외친 것은 주님 앞에서 행하는 성만찬에 불경건한 자가 참여하는 것에 대해 경고하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라나타는 무슨 뜻일까요? 마라나타란 “우리 주님이 오셨다”, “우리 주님이 오실 것이다”, “주여, 오시옵소서”의 세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성찬식 때 마라나타를 외친 것은 주님이 이 자리에 와 계시므로 불경건한 자가 함부로 참여하는 것을 조심하라는 뜻이 됩니다. 그런가 하면 환난을 당하는 성도들이 서로를 향해 마라나타를 외치는 것은 주님이 오실 테니 소망으로 인내하자고 격려하는 뜻입니다.
흔히 오해하는 것과는 달리 요한계시록에는 마라나타라는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요한계시록이 예수님의 재림을 예언하는 책이기에 이 말이 반드시 나올법하지만, 이 말은 고린도전서 16:22에만 나올 뿐입니다. 물론 요한계시록 22:20에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라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여 오시옵소서’라는 부분은 아람어를 음역(音譯)한 마라나타(Μαραναθα)를 쓰지 않고 직접 헬라어로 “에르쿠 규리에 예수(ἔρχου, κύριε Ἰησοῦ)”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이 오셨다’, ‘주님이 오신다’, ‘주여, 오시옵소서’ 등의 뜻으로 ‘마란 아타’ 혹은 ‘마라나타’라고 말하는 이 표현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요? 어떤 학자는 헬라어와 아람어를 병행해서 사용하던 안디옥교회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학자는 예루살렘 역시 아람어와 헬라어를 모두 사용했으니 예루살렘 교회를 유력한 출처로 주장합니다. 이쯤 되면 출처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으니 그것을 밝히는 것보다 초대교회에서 이 단어가 쓰인 긴박감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박해를 당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타락하고 부패한 사회의 상황에 환멸이 느껴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성적으로는 타락하다 못해 동성애와 성전환을 합법화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시대입니다. 인권은 외치지만, 자연과 동물은 보호하면서도 태아 살해는 합법화하자고 주장하는 시대입니다.
믿는 자들 역시 이런 세상의 풍조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경쟁적으로 세상의 죄악을 본받고 따라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초대교회처럼 마라나타를 외쳐야 합니다. 박해의 고통 속에서 위로하기 위해 마라나타(주여 오시옵소서)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타락에 물들지 않도록 서로 격려하기 위해 마라나타(주님이 오실 것입니다)를 외쳐야 합니다.
흔히 인사말은 결핍된 것을 걱정해주는 말로 이루어집니다. 식량이 절대로 부족한 시대의 인사말은 밥 먹었느냐고 안부를 물었습니다. 날씨가 늘 불안했던 영국 사람들은 만나면 좋은 아침, 좋은 오후, 좋은 저녁을 기원했습니다. 전쟁의 불안에 늘 시달리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 평안(샬롬)을 기원하며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초대교회 성도들은 주님이 오신다는 소망으로 인내하자고 서로 마라나타(우리 주님이 오신다)를 외쳤습니다.
이제 우리는 주님이 오실 테니 세상의 죄악과 타락에 물들지 말자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마라나타(우리 주님이 오신다)를 외쳐야 합니다. 만나면 안녕한지 묻기보다, 대박나기를 기원하기보다 주님이 속히 오시기를 기원하며 ‘마라나타’라고 인사말을 해야 합니다. 마라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