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월. 산왕거미와 곤충의 일기예보
지난밤 31도가 넘는 열대야 때문에 자주 깼다.
드디어 뒤 창문 밖 거미줄의 주인을 보았다. 3센티미터 크기의 큼지막한 산왕거미였다. 역시나 1미터가 넘은 큰 거미줄을 칠만한 덩치였다. 회갈색이 튼튼해 보이는 놈이었다. 낮에는 아무리 거미줄 근처를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더니 오늘 따라 무슨 일인지 거미줄 중앙으로 나와서 몇 분 있다가 다시 거미줄을 따라 처마 밑쪽으로 가 숨었다. 놈의 큰 덩치를 보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걸린 보라금풍뎅이를 놓아줬기 때문이다. 먹이가 잘 걸리는 거미줄이라고 금풍뎅이를 놓아줘도 별 지장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 덩치를 유지하려면 먹기도 많이 먹어야 하리라.
그런데 점심 무렵 뒤를 돌아보니 마침 산왕거미가 보라금풍뎅이 감싼 무명주머니를 처마로 나르고 있었다. 거미줄에는 고추좀잠자리 한 마리도 걸려 있었다. 처마 밑 산왕거미를 보니 누에 같은 무명주머니를 끌어안고 가만히 있다. 풍뎅이를 빨아먹고 있는 것일까?
잠시 후 비가 내린다.
오전에 유난히 후텁지근하더니 비가 오려고 그랬나보다. 산을 오르며 땀도 땀이지만 탈진하듯 힘들었다. 그런데 초소에서는 며칠 쉼 없이 달라붙어 귀찮게 했던 파리매와 개미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희한하다. 이네들은 비가 올 줄 미리 알고 오늘 하루 일체 나서지 않은 것이다.
멀리서 울리던 천둥이 가까워지고 어둑하니 비가 쏟아진다. 벼락이 도끼처럼 내려찍고 다이너마이트 터지는 굉음이 들렸다.
첫댓글 확대해서보니 굉장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