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라이더(Easy Rider)
최용현(수필가)
‘이지 라이더(Easy Rider, 1969년)’는 두 청년의 오토바이 미국횡단여행을 다룬 아메리칸 뉴웨이브 시네마의 대표작이면서 명우 데니스 호퍼의 감독 데뷔작이다. 이 영화는 히피로 대변되던 1960년대 말의 미국 청년문화를 잘 표현한 작품으로, 젊은 세대의 창의력으로 만든 뉴시네마라는 점에서 영화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영화는 제작비 36만 달러를 투입하여 5천만 달러가 넘는 엄청난 흥행수익을 올렸다. 제목 ‘이지 라이더’는 차나 오토바이 등을 쉽게 탈 수 있는 사람 혹은 기수(騎手)를 의미하는데, 미국 남부의 속어로는 매춘부의 기둥서방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마약으로 쉽게 돈을 번 두 주인공을 지칭하는 말이다.
1998년 미국 국립영화등기부에 영구보존영화로 등록되었고, 2007년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100대 영화에서 84위를 차지하였다. 우리나라 극장에서는 주인공들이 피워대는 마약 때문인지 개봉되지 않았다. 1981년에 주한미군방송인 AFKN에서 처음 방영되었고, 2002년에 KBS에서 방영된 바 있다.
청년 와이어트(피터 폰다 扮)와 빌리(데니스 호퍼 扮)는 멕시코에서 LA로 밀수한 마약을 팔아서 번 돈으로 오토바이를 사서 미국의 서쪽인 캘리포니아에서 동쪽인 뉴올리언스까지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떠난다. 두 청년은 도시의 문명에서 벗어나 광활한 서부를 지나면서 자유를 만끽한다.
두 사람은 길에서 한 남자를 태우는데, 그는 자유연애와 공동생활을 하는 히피족이었다. 그를 따라간 두 사람이 히피 캠프에 잠시 머무르다가 떠날 때 그는 와이어트에게 환각제 LSD를 준다. 두 사람은 어떤 도시에서 퍼레이드 행렬을 따라가다가 허가 없이 오토바이 행진을 했다는 이유로 유치장에 갇히는데, 거기서 변호사 조지(잭 니콜슨 扮)를 만나 그의 도움으로 석방된다.
기질이 비슷한 조지가 동행을 원하자, 와이어트가 그를 태우고 함께 떠난다. 이들은 야영지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함께 마리화나를 피우면서 많은 얘기를 나눈다. 이들은 어느 식당에서 남부 백인주민들의 경멸적인 눈총을 받는다. 와이어트와 빌리는 남부 사람들이 자신들을 싫어하는 이유가 긴 머리 때문일 것이라고 말하는데, 조지는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는 자유분방함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느 날 밤, 이들이 잠자는 야영지를 마을 청년들이 습격한다. 와이어트와 빌리는 가벼운 부상을 입지만, 조지는 칼에 찔려 목숨을 잃는다. 두 사람은 조지의 지갑에서 나온 돈으로 창녀 두 사람을 불러서 함께 뉴올리언스의 밤거리에서 마디 그라 축제를 구경한다. 그리고 공동묘지로 가서 LSD를 네 사람이 나누어 먹고 환각 속에서 함께 뒹군다.
다시 길을 가다가 야영지에서 빌리가 ‘우린 마약으로 돈도 많이 벌었고 자유도 누렸으니 이제 플로리다로 가자.’고 말한다. 그러나 와이어트는 ‘우린 실패했어.’라는 말을 반복한다. 마약으로 돈은 벌었지만 진정한 자유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 두 청년의 여행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아침에 다시 길을 떠나는데 화물차를 타고 뒤따라오던 두 중년남자가 ‘저놈들 봐. 머리가 너무 길어.’ 하면서 총을 꺼내서 쏘자, 빌리가 쓰러진다. 빌리의 죽음을 확인한 와이어트가 화물차를 추격하다가 총에 맞아 오토바이와 함께 튕겨져 나가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지 라이더’는 두 청년의 여정(旅程)에 마약과 폭력, 섹스, 록음악을 적절히 가미한 버디 무비이자 로드 무비이다. 와이어트 역을 맡은 피터 폰다는 제작을 맡았는데, 그는 왕년의 명우 헨리 폰다의 아들이면서 제인 폰다의 남동생이고 브리짓 폰다의 아버지이다. 또, 빌리 역을 맡은 데니스 호퍼는 각본과 감독을 맡았는데, 그는 이 영화를 기점으로 일약 청춘의 아이콘이 된다.
두 주인공의 이름은 미국 문화에 대한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와이어트는 서부개척시대의 전설적인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를, 빌리는 유명한 무법자 ‘빌리 더 키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 현대판 카우보이들은 말 대신 오토바이로 이동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맞춤 오토바이 초퍼(chopper)가 젊은 층의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커스텀 바이크의 제작 붐을 일으킨다.
두 청년이 서부를 지날 때 잔잔하게 깔리는 록음악 사운드트랙도 빼놓을 수 없다. 록음악은 신세대의 감수성을 대변하는 중요한 매체인데, 이 영화의 주제곡인 캐나다 락 밴드 스테펀울프의 ‘Born to be Wild’는 이 영화 이후 오토바이 라이더들의 애청곡이 되었고 폭주족을 상징하는 곡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모터의 시동을 걸어라. 고속도로를 달려가자. 모험을 찾아서···
진정한 자연의 아이처럼 우리는 자유롭게 살도록 태어났다네.
(Get your motor runnin’. Head out on the highway. Lookin’ for adventure···
Like a true nature’s child. we were born, born to be wild)”
두 주인공이 여행에서 찾은 것은 증오와 편견, 좌절로 가득 찬 미국의 모습이다. 이들은 동남부에서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들에게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새로 얻은 친구 조지를 그렇게 잃었고…. 그것은 마음속에 그렸던, 미국의 이상적 가치인 자유를 중시하는 모습이 결코 아니다.
‘이지 라이더’는 자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영화이다. 젊은이들이 자유를 찾아 나섰을 때 미국사회가 어떤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영화이다. 두 청년의 대륙횡단여행의 결과는 자신들의 충격적인 죽음이다. 결과적으로 지옥으로의 여행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