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분위기로 한껏 달아오른 퇴근길 시내의 야경. 웃는 얼굴의 젊은 남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종오(가명·22)씨는 왠지 자기가 낄 수 없는 세계인듯한 느낌에 가슴 한켠이 아려옵니다.
종오씨는 화려한 불빛들을 애써 외면한 채 할머니와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집에는 여든이 넘은 할머니와 정신장애인 아버지, 지적장애인 형이 있습니다.
지적장애 형 치료비 막막
할머니 병원비도 벌어야모두 종오씨가 책임지고 있는 가족들입니다. 어머니는 종오씨가 어릴 때 가출했으며, 이후 소식을 모릅니다. 종오씨와 형은 어머니의 얼굴도 모른 채 할머니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아버지는 어느 때부터인지 정신이 이상해져 지금은 정신3급의 장애인으로 생계활동이 불가능합니다. 설상가상으로 형도 지적장애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형은 집안 형편은 알지도 못한 채 아직도 할머니께 용돈을 달라고 떼를 쓰고, 어린애처럼 반찬 투정도 합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종오씨는 고교 졸업 뒤 대학 진학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곧바로 군에 입대했습니다. 군에 있는 동안 나머지 가족들은 정부 보조로 생활을 했습니다.
군 제대 이후 종오씨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찾아다녔지만 특별한 기술도, 학벌도 없는 상황에서 취업문은 높기만 했습니다. 입맛에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은 월 70만원 정도 되는 일자리를 찾아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보조금을 합쳐 100만원 정도의 돈은 할머니 병원비와 네 식구들의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도 벅찹니다.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꿔보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더 좋은 집에 할머니를 편히 모시고 가정을 꾸리는 날을 꿈꿔 봅니다. 좋은 병원에서 좋은 치료를 받으면 아버지와 형의 상태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해봅니다.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종오씨는 이런 현실을 벗어나기에는 세상의 벽이 너무 높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항상 밝은 웃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다만 고생만 해서 몸이 많이 안 좋은 할머니가 오래 기다려주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걱정입니다.
△고유정·부산 동구 초량6동주민센터 사회복지사 051-440-6167.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사랑의 열매 051-441-9423-4.
△지난 19일자 김정숙씨 이야기 76명의 후원자 434만1천원.
↓ 이렇게 됐습니다
지난 12월 5일자 김미혜씨
김미혜씨의 사연이 소개된 뒤 많은 분들의 성원과 관심으로 총 391만1천200원원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돈을 평생 만져본 적이 없었던 김씨는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따뜻한 정성에 얼떨떨해 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후원금으로 잘 들리지 않는 청력 보완용으로 보청기 구입을 위해 몇 군데 의료기기 가게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맘대로 하지 못했던 허리 치료를 위해서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또 이번에 전세 임대주택 대상자로 선정되어 의료비를 지출하고 남은 금액은 딸과 함께 지낼 따뜻한 집을 구하는데 쓸 예정입니다. 집을 구하게 되면 본인이 부담해야 할 보증금에 보탤 계획입니다. 김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