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일상으로 편입된, 일상이 무한대로 확장된 2061년의 삶
2061 스페이스 오디세이 03
-아서 C. 클라크/송경아 옮김 (황금가지 2017년 출판)
2061년에도 인류는 망하지 않고 그 전에 영위했던 일상적인 삶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인구는 계속 늘어났는지 모르겠지만 불어난 인류가 거처할 땅에 대한 걱정은 없는 듯.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식량, 의료, 인종 간 갈등, 영토 분쟁, 문명 간의 충돌, 어쩌다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전쟁 등에 대한 염려는 작품 속에서 한 줄도 내비치지 않는다. 인류가 우주로 그 영역을 확장하는데 성공하는 순간부터 이런 골치 아픈 문제들은 모두 전 우주로 티끌처럼 날아가 사라지고 만다는 것인지....
작품 후미에 이르면 목성의 위성인 에우로파에 목성이 폭발하면서 생긴 강력한 여파로 엄청난 양-우주로 향한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만큼-의 다이아몬드 산이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포착한 사람들이 벌이는 음모가 발각된다. 우주에 펼쳐지는 인류의 미래의 삶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던-모든 처녀지적 시간대가 그렇듯-순수했던 기대가 눈앞의 물질적 욕망에 시야가 가려져 전시대적 유물처럼 사라질 줄 알았던 먹이를 눈앞에 둔 짐승들의 이전투구적 갈등이 전개되는 것에 다소 실망이....(이건 절대적으로 소설을 쓴 작가의 잘못이 아니다!)
소설을 읽고 있는 줄 알면서도 인류적 염원의 자세에서 믿고자 했던 미래가 일상으로 편입되며 환상이 순식간에 사라진 탓이 아니었을까 싶다.
작중 인물들이 근 100세까지 살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모습들이 작품 이곳저곳에서 연출되고 있다(우주여행선 유니버스에 승선한 VIP고객층). 주인공 플로이드 조차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이어 여전히 살아남아 다음 세대의 우주인들과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며 활약을 펼치고 있다. 21세기 ‘코로나19’가 창궐한 지금 지구에 사는 인간들의 평균 수명은 흔히 ‘100세 시대’를 환호하며 건강과 장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데, 작가 아서 C. 클라크는 1968년 당시 이미 인간의 수명연장에 대해서조차 예견했던 것 같다.
# 읽다가 우연히 눈길이 간 문장들 :
-화성 재개발, 수성 기지 건립, 가니메데 녹화 등 온갖 신나는 프로젝트가 태양계에서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가 아직 상당히 남아 있는 에너지와 흥미를 정말로 집중할 수 있는 목표는 없었다.
-추구하고, 발견하고……. 자, 이제 플로이드는 자기가 무엇을 추구하고 발견하게 될 것인지 알았다. 그것이 정확히 어디 있을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재앙 규모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것을 놓칠 염려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