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72세의 할머니가 맏딸에 이끌려 내원하였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할머니는 연신 분을 참지 못해 하소연을 하였다.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정신병 취급해 부화가 났다는 것이다. 정리를 안하고 사는 며느리가 못마땅해 시어머니로서 잔소리를 한 걸 가지고 다투었고, 싸움은 딸의 귀에 들어가 시누올케 싸움으로 번지고 온 가족이 마음이 상해있는 상태였단다. 평소 엄마의 모습과 달라 근심이된 딸은 엄마가 화병이 아닌가 싶어 앞장서 병원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의 호소는 또 다른 문제가 있어보였다. 며느리가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훔쳐가고도 모른척 시치미를 뗀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두번이 아니고 심지어 통장까지 없어서 아들에게 얘기를 해보았지만 아들은 오히려 역정을 내어 하소연 할 때가 없어 속으로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는 것이 분통이 터진다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면서 아들 부부의 갈등도 심해지고 다툼의 원인이 되고 있었다.
이쯤 되면 할머니의 호소 증상은 일반 화병과 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평소와 다르게 이런 일로 가족 간의 갈등이 잦아들면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봐야 한다.
특히 가족 중 누가 무엇을 훔쳐갔다고 하거나, 음식물이나 물건을 장롱, 서랍, 이불 속에 감추거나 사실 아닌 것을 사실 인 것처럼 고집을 피우면 치매에서 나타나는 이상심리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할머니처럼 돈이 없어져서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안 나오면 가까운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세우는 행동이 전형적인 치매의 이상행동 중에 피해망상에 해당된다. 흔히 도둑망상이라고 하는 것이 이런 것을 말한다.
그래서, 치매환자를 면담할 때 빼놓지 않고 확인하는 게 망상, 환각, 초조 불안, 무감동, 쉽게 화냄, 공격성, 반복적인 행동, 수면, 식습관의 변화 등과 같은 이상행동이다.
이런 이상행동은 인지 기능 장애 보다 먼저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보호자의 고통 부담의 가장 큰 원인이 되며, 기관이나 시설 이용을 할 수밖에 없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이상행동은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하게 치료하면 기억력 저하의 치료보다 반응이 우수하기 때문에 치매환자 및 보호자의 삶의 질을 회복 시켜주는데도 효과가 크다. 그러므로 보호자의 자세한 관찰과 전문가의 진단평가가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할머니도 치매 신경심리평가 결과, 망상증뿐만 아니라 인지능력도 많이 저하되어있었다.
다행히 조기에 치매 진단 받은 후 가족들이 어머니의 상태를 이해하게 되고, 치료적 관심이 높아져감에 따라 가족관계도 회복되면서 지금은 안정을 찾은 상태이다.
이상행동이 이차적인 문제로 진행됨을 막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는 일반 약물치료외에 침, 한약등의 한방치료도 큰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가족들의 치매에 대한 바른 이해와 도움이 치료에 있어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무엇보다 치매치료는 조기 발견이 최선이다. 가까운 주변의 이상행동들이 치매증상의 신호임을 상기하고 주의깊게 관찰하는 것이 치매를 정복하는 지름길이다
청덕 강형원 교수
첫댓글 도척성당 교우분들의 연세가 점점 많아져 도움이 될까 해서 올렸어요. 저 또한 나이드신 엄마를 모시고 있어 그런지 관심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