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원의 개관 |
이 단원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 활동이 화자(작자)와 청자(독자)가 어떤 특정한 상황 속에서 상호 의사 소통을 하는 과정임을 이해하여, 학습자들로 하여금 일상 생활에서 상황에 적합한 내용을 생성하여 표현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상황에 따라 표현의 내용과 형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상황 파악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하여 상황과 배경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하나의 소설을 관련 제재로 하여, 대화의 상황 파악하기, 상황의 변화 파악하기, 화제의 추이에 따른 변화 파악하기, 상대의 처지와 여건을 고려하기, 화자와 청자의 관계에 따른 어휘 선택과 문장 구성 방식 살펴보기 등의 내용을 학습하게 해 본다.
그리고 선언문 형식의 제재를 통해 예상 독자(청자), 글의 주제와 목적에 따라 내용을 생성하는 방법을 달리해야 함을 학습하도록 한다. 내용을 생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준비 과정을 익히는 동시에, 조사나 관찰을 통한 내용 생성하기, 면담을 통한 내용 생성하기,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내용 생성하기, 다른 사람과 토론 및 대화를 통한 내용 생성하기 등 여러 방법들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단원의 내용 구성 |
전 학년과의 관련성 |
이 단원은 ‘[7-말-(4)]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어투로 말한다.’, ‘[7-쓰-(2)]다양한 매체에서 내용을 선정하여 글을 쓴다.’, ‘[8-말/쓰-(2)]토론을 통하여 내용을 생성해 말한다.’, ‘[9-말-(3)]전달 효과를 고려하여 내용의 전개 방식을 조절하여 말한다.’, [9-쓰-(3)]표현의 효과를 고려하여 내용의 조직 방식을 조절하며 글을 쓴다.‘ 등의 목표와 관련이 있다.
단원의 학습 목표 |
․말하거나 글을 쓸 때, 상황에 적절한 내용이 중요함을 안다. 표현과 이해의 상호 의사 소통 구조에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황 분석이 필요하다. 상황에 맞지 않는 표현과 내용은 의사 소통에 장애를 초래한다. 예컨대 화제가 엉뚱한 데로 흘러가 청자(독자)로 하여금 당혹하게 만들거나 분위기를 망치기도 한다. 또한 상대의 사회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표현은 불쾌감이나 분노를 유발할 수 있다.
표현을 위한 준비 단계에서는 목적과 주제가 상황에 적절한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예상되는 청자(독자)의 특성을 고려한 다음,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인지,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내용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울러 대상의 성향과 사회 문화적 배경은 어떠한지를 고려해야 한다.
표현 방식은 공식적 상황이냐 비공식적 상황이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자신이 말할 상황에 대해서도 분석해야 한다. 연설, 강의, 토론, 토의와 같은 공식 상황이라면 격식을 갖춘 책임감 있는 표현이 요구된다. 그런데 일상적 대화 등 비공식적 대화라면 다소 유연한 표현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말하기의 경우는 쓰기와는 달리 상황 변화가 많으므로, 대화가 이어지는 도중에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 유의하여, 말하기와 글쓰기에서는 상황에 적절한 내용이 중요함을 학습하게 된다.
․내용을 생성하는 다양한 방법을 안다. 대상과 목적에 대한 상황 분석 후에는 내용을 생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동원할 수 있다.
내용을 생성하는 방법에는 우선 조사나 관찰, 체험과 사색이 있다. 답사 및 현지 설문 조사를 포함한 현장 조사나 실험 관찰은 실물 자료(혹은 사진, 녹음 및 영상 자료)나 실례적인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체험과 사색은 표현할 내용을 풍부하게 할 뿐 아니라 청자(독자)로 하여금 신뢰감과 진실성을 줄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과의 면담, 토론 및 대화의 과정을 거쳐 내용을 생성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전문가와의 면담을 통해 내용을 만들어 내거나, 토론이나 대화의 과정에서 드러난 쟁점의 핵심을 잘 파악하여 내용 생성 과정에 활용하도록 한다.
이 밖에 전통적 내용 생성의 방법인 문헌 자료의 수집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자료는 인용 자료로 주로 활용한다. 그리고 신문, 방송, 인터넷 등 현대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내용 생성 방법도 많이 사용된다. 방대한 자료 중 비교, 대조, 분석의 방법으로 필요한 내용을 생성해 낸다.
학습자로 하여금 이와 같은 내용 생성의 다양한 방법을 인식시키고, 실제 내용 생성 과정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내용을 생성하여 말하거나 글을 쓸 수 있다. 말하기와 글쓰기의 내용 생성 방법은 원리면에서 비슷하다. 그런데 말하기는 면대면의 방식이므로 글쓰기보다 상황 파악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말하기나 글쓰기는 예상되는 청자(독자), 글의 주제와 목적에 따라 내용을 생성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자신의 배경 지식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주어진 과제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해 본다. 떠오르는 핵심 어휘나 내용을 메모한 다음에 이를 문장, 나아가 문단으로 구성해 본다. 이 과정에서 중심되는 내용을 상하의 관계에 따라 내용의 구조도를 그려보거나, 구체적인 예를 들어 주제를 구체화할 수 있다. 생성 과정에서 적합하고 참신한 예시는 글의 독창성을 나타내는 관건이 된다.
앞의 두 학습 목표를 바탕으로 말하기와 글쓰기의 능력을 배양시킬 수 있도록 지도한다.
Ⅱ. 교수-학습 계획
단원 교수․학습 계획(총 8차시) |
차시 |
학습할 부분 |
주요 내용 및 활동 | |
1 |
․단원의 길잡이 ․준비 학습 |
․학습 목표 및 주요 활동 개관 ․상황에 어긋난 말하기 경험 발표하기 ․상황에 맞게 소개하기 | |
2~3 |
(1) 장마 |
이해 |
․상황 파악의 중요성 ․상황을 파악할 때 고려할 사항 |
활동 |
․서사적 전개 상황을 등장 인물 입장에서 살펴보기 ․상황 판단 후 등장 인물과 대화 나누기 ․소재의 상징적 의미 파악하기 ․등장 인물의 대사의 의미와 역할 살펴보기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메모한 후 등장 인물에게 말하기 | ||
4~6 |
(2) 기미 독립선언서 |
이해 |
․내용 생성을 위한 준비 ․내용 생성의 여러 방법들 |
활동 |
․주장을 요약하여 말하기 ․선언문 생성을 위한 준비 과정 알아보기 ․선언문의 독자 파악하기 ․선언문의 주장과 근거 파악하기 ․집필 시점의 상황을 고려하여 읽기 ․설득하는 종류의 글 생성해 보기 | ||
6 |
․단원의 마무리 |
․학습 내용 정리하기 ․학습 활동 점검하기 | |
7 |
․보충 학습 |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과 통찰의 커뮤니케이션 비교하기 ․상황과 커뮤니케이션의 관계 파악하기와 연결짓기 | |
․심화 학습 |
․가정된 상황의 설정과 대화 내용 생성하기 ․상황을 보는 필자의 인식 차이 |
지도상의 유의점 |
․상황에 맞는 내용 생성의 중요성과 그 준비 과정, 그리고 내용 생성의 다양한 방법을 파악하는 교수 학습 활동이 되어야 한다. 이 단원은 말하기와 글쓰기의 과정에서 상황에 맞는 내용 생성의 중요성을 알고, 동시에 내용 생성의 다양한 방법들을 파악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교수-학습 활동을 설계해야 한다. 특히 소설 작품의 경우는 텍스트 분석 위주의 감상을 지양하고, 학습자로 하여금 서사적 전개 과정과 상황의 변화와 그 의미를 파악하게 해야 한다. 또한 선언문의 경우는 선언을 하게 된 시점의 상황을 이해하고, 선언의 대상인 청자 혹은 독자는 누구이며, 선언의 목적과 주제는 무엇인지 살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미독립선언서의 경우 국한문 혼용체로 되어 있어 학습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으나, 어구 풀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내용 생성의 준비 과정과 주장 및 근거 제시하기의 방법 파악에 초점을 두고 학습 활동이 진행되어야 한다.
․다양한 상황에 따른 내용 생성 능력의 향상을 위한 교수학습이 되도록 한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판단과 그에 따른 적절한 표현은 말하기와 글쓰기의 기본이다. 따라서 이 단원의 궁극적 목적은 상황 판단과 그에 알맞은 표현 능력의 향상에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장마’는 상황과 배경이 중요한 기능을 하는 작품이므로 우선 학습자로 하여금 작품의 상황 속으로 몰입하게 하여, 상황 전개 과정을 파악하도록 유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알맞은 내용을 생성하여 등장 인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또한 예상 독자(청자), 표현할 주제와 목적, 대상, 그리고 상황에 따라 내용을 생성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알고, 실제 표현하기 연습을 하도록 지도한다. 그런데 이 단원에서 교사는 내용 생성의 준비와 말하기와 글쓰기의 표현 과정에서 단계별로 구체적인 학습 안내나 활동 과제 부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어떤 방법’으로 내용을 생성해 보자라든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 것인지 내용을 생성해 보자라든지, 구체적인 학습 활동이 필요하다.
Ⅲ. 교수-학습의 실제
단원의 길잡이 |
이 단원에서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상황에 따라 그 내용과 내용을 생성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이 단원에서는 일상 생활에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상황에 맞는 내용은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내용을 생성하여 말을 하거나 글을 써 본다. ‘장마’에서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생각해 보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기미 독립 선언서(己未獨立宣言書)’에서는 상황과 목적에 따른 내용 생성 방법을 알아본다. |
이 단원에서는 학습자로 하여금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해 상황 파악이 중요함을 인식하도록 우선 도입 단계에서는 자신이 체험했던 대화 상황 중 특이했거나 당황했던 경험들을 발표하게 해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상황을 파악 못하고 엉뚱한 화제로 대화 분위기를 깨뜨렸거나 웃음을 유발했던 체험을 한가지씩 말하게 함으로써, 이것이 일상에서 흔히 겪는 일인 동시에 의사 소통 과정에서 상황 파악이 매우 중요한 것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그리고 말하기와 글쓰기의 다양한 상황에 따른 내용 생성의 방법도 알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론 중심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반드시 제재 단원과 연결지어 활동 중심으로 유도해야 한다.
그러므로 ‘장마’는 상황 파악의 중요성을 알게 하는 방향으로, ‘기미 독립 선언서’는 상황과 목적에 따른 내용 생성 방법을 익히는 방향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즉, 줄거리 파악에 머물거나 텍스트 어구 분석 위주의 학습을 하는 것은 단원 설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국어 사용 능력의 향상에 목표가 있으므로 학습자 스스로 상황에 맞게 말하거나 글을 써 볼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준비 학습 |
<구성취지>
상황 파악하기에는 대화의 목적 파악하기, 청자의 특성 이해하기, 청자의 사회․문화적 배경 파악하기, 대화의 시간적․공간적 조건 파악하기, 일의 전후 정황 파악하기, 진행되고 있는 대화의 주제 파악하기, 분위기 파악하기가 포함된다.
교사는 준비 학습에 들어가기 전에 대화가 이루어지는 여러 상황을 시각 보조 자료로 준비하여 학습자에게 보여주고 난 뒤, 어떤 대화 상황인지 물어보거나, 누가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발표하게 하는 방법도 학습 동기 유발에 효과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소설의 한 장면을 그린 삽화나, 영화나 연극 그리고 TV 드라마 화면을 갈무리한 장면, 일간지 신문의 사진이나 만평을 보여주며 학습 활동을 전개하는 방법이 있다.
1. 이 만화에서처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말을 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은 경우가 있는지 이야기해 보자. |
<교수-학습 방안> 준비 학습 1 단계에서는 자신의 경험이든 타인의 경험담이든 생활 속에서의 언어 체험을 유도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학습자의 언어 체험 중에는 상황 파악에 성공한 예보다 실패한 예가 더 많을 것이다. 실패한 경험을 말하기를 꺼려할 수도 있지만, 실패 경험이 가치 있는 것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만화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상황에 적절한 표현을 하지 못하여 당황하는 경험을 많이 한다. 상황 파악을 못함으로써 대화의 분위기를 망쳤거나 효과적으로 자신의 느낌과 의사를 전달하지 못했던 경험들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학습자 자신이나 타인이 겪은 언어 경험을 단시간에 발표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 미리 생각하여 정리해 오게 하는 방법도 유용할 것이다.
그런데 막연하게 ‘이야기해 보자’는 식의 진행 방법으로는 활발한 학습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참여가 부진할 때에는 구체적인 장면을 제시해 놓고 학습자의 참여를 유도해 내는 방법도 좋다. 예를 들어 ‘말타툼을 했던 친구가 학년초에 나의 짝이 되었을 경우라면 나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가?’, ‘친구 흉을 보고 있는데 그 친구가 대화의 장소에 있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친구를 위로해야 할 상황인데, 성급하게 축하의 말을 던졌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는가?’와 같이 구체적 장면을 제시하면서 발표를 유도한다. 또 만남, 이별, 격려, 초대, 감사, 칭찬, 충고, 부탁, 제안 등의 주제와 목적에 따른 대화 상황에서 경험했던 체험들을 이야기하게 해 보는 방법도 좋다.
2. 이 만화에 나오는 학생과 같은 경우라면 소개의 말을 어떻게 해야 올바른지 이야기해 보자. |
<교수-학습 방안>
소개하기는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아니하므로 평소 훈련이 필요하다. 초면에 인사 소개하기, 면접시 자기 소개하기, 모임에서 소개하기, 기관 단체 소개하기, 전화상으로 소개하기 등 여러 가지 경우에 각각 어떤 방식과 절차로 소개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체계적인 연습을 통해 표현 능력을 향상해야 할 것이다.
인사 소개하기에는 남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와 자신이 중간에서 남을 소개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낯선 상대를 만나 자신을 소개할 때에는 ‘처음 뵙겠습니다. ○○○입니다.’를 틀로 하여 소속 직장이나 직함을 넣어 간략하게 표현한다. 또한 덧붙여 아버지에 기대어 자신을 소개할 수도 있는데 이 때에는 ‘저의 아버지의 함자는 ○자 ○입니다.’라고 한다. 이는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중간에서 남을 소개할 경우는 조금 복잡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때 누구를 먼저 소개하느냐 하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데, 이를 잘못하면 실례를 하게 된다. 이 경우 소개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우선 친하고 먼 관계를 살펴 자기와 가까운 사람을 먼저 소개해야 한다. 그리고 손아래 사람을 손위 사람에게 먼저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남성을 여성에게 먼저 소개한다. 상황이 얽혀 있을 때에는 위의 순서를 따르는 것이 좋다. 다만 청중 앞에서 어떤 사람을 소개할 경우는 당사자만 소개하면 되는데, ‘○○○씨를 소개하겠습니다.’가 가장 무난한 방법이다. 다만, 청자를 고려하여 ‘○○○씨’ 대신에 ‘○○○군’을 사용해야 할 때도 있다.
<예시 답안>
제시된 만화 속의 상황은 중간에서 학생 입장인 자신이 연장자인 어머니와 젊은 남자 선생님을 서로 소개하는 경우이다.
앞서 언급한 원칙대로, 이 때에는 어머니를 선생님에게 먼저 소개하는 것이 옳다.
‘저의 어머니이십니다.’하고 어머니를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나서 ‘어머니, 이 분이 우리 선생님이십니다.’한다. 이에 먼저 소개받은 어머니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의 어머니입니다.(혹은 어미입니다.)’하면, 선생님은 ‘처음 뵙겠습니다. ○○○입니다.’라고 서로 인사한다.
(1) 장마
소단원 개관 |
이 단원에서는 상황 전개 과정에 대한 파악이 중요한 서사적 텍스트를 제재로 선택하였다. 현대 소설은 자연적 배경과 사회적 배경 외에 심리적 배경이나 상황적 배경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이 소설은 이와 같은 요건을 잘 충족시킨다고 하겠다. 특히 이 작품은 1인칭 시점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작중 서술자와 듣는 사람의 소통 구조에서 독자가 능동적으로 작품 속에 접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독자는 사건의 전개 과정과 정황을 자세하고도 정확히 살펴보면서 작중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듯 작품을 읽어보아야 한다.
또한 서사적 텍스트를 읽을 때에는 언어적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비언어적 메시지에도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상황과 장면에 따른 등장 인물들의 심리적 정황과 태도가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화의 전개 양상과 서술에 나타나 있는 정황과 태도를 함께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활동을 통해 학습자는 소설이 담화를 통한 의사 소통 과정임을 알게 된다. 즉, 독자는 소설이라는 서사적 텍스트의 구조 속에서 작자와 의사 소통하는 위치에 놓이게 됨을 깨닫게 된다.
제재 개관 |
1. 제재의 내용 구성
위기 |
-어느 점쟁이의 예언을 믿고 삼촌의 생환을 맞을 준비에 부산함 -정성이 없다며 할머니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야단침 -장마로 어지럽히진 집안을 모두 합세하여 분주히 청소를 함 -생환 예언 시간이 가까워지자 마을 사람들이 구경하러 집에 모임 |
절정 |
-큰 구렁이가 아이들의 돌팔매에 쫓겨 집안으로 들어옴으로써 집안은 엉망이 됨 -순간 할머니는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짐 -외할머니는 감나무에 올라 꼼짝하지 않고 있는 구렁이를 마치 사람 대하듯 달램 -극진히 음식을 준비한 다음 쓰러진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태워 냄새를 피우자 구렁이는 대밭으로 서서히 사라짐 |
결말 |
-졸도한 할머니가 의식을 회복한 뒤 고모로부터 졸도 후 일어난 일을 전해 들음 -할머니는 외할머니에게 고맙다고 하면서 화해를 청함 -몇 번의 까무러침 끝에 할머니는 약 일 주일 후에 눈을 감음 -지루한 장마가 걷힘. |
2. 제재의 활용 방안
이 작품은 6․25 전쟁 중에 일어난 한 가정의 비극적 상황과 그 극복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인해 발발한 동족상잔의 비극적 전쟁은 동질성을 가진 한 가정마저도 반목과 질시로 상호 갈등하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한 가정 내부의 비극적 상황을 토속적인 민간 신앙으로 그 아픔을 극복 치유하고 화해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독특한 인식이 돋보인다.
이 작품을 제제로 활용할 때에는 이중의 시점에 의해 서술되고 있는 작품임에 유의해야 한다. 즉 작중 서술자인 ‘나’는 현재 어른의 모습으로 나타나긴 하지만, 전쟁을 겪었던 과거 유년기 상황과 그 체험을 그려낼 때에는 초등학교 3학년 어린 나이로 등장한다. 과거 ‘나’의 시점은 ‘어린’ 시점인 동시에 ‘순진한’ 시점이며, 현재 ‘나’의 시점은 과거의 경험을 서술하면서 새롭게 재체험하는 시점이다. 그리하여 부분적으로 서술 자아의 판단이 개입되기도 하고, 때로는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기도 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완전한 어린 아이의 시점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의 시점도 아닌 중립적인 언어로 그려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소설의 시점은 화자가 사건의 전후 정황을 바라보는 것을 말하며, 서술은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해 주는 것을 말한다. 즉 소설은 화자가 이야기를 가지고 독자에게 들려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의사 소통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단원에서는 학습자로 하여금 화자가 문학적인 의사 소통 과정에 독자 혹은 화자로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알아두기 |
상황 파악의 중요성 ‘뒷북을 친다’거나 ‘동문서답(東問西答)’과 같은 표현은 상황 맥락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경우를 뜻하는 속담이다. 상황의 변화에 따라 말할 내용이 어떻게 달라져야 상황에 적절한지 판단하는 것은 말하기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다. 주제나 대상의 변화 등 말하는 상황에 따라 말하는 내용과 형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말하기라면 표준어를 적절하게 구사해야 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말하기라면 적절한 유머를 잘 사용해야 하고, 정보 전달을 위한 말하기라면 많은 내용을 체계적으로 조직해서 말해야 한다. |
<교수-학습 방안>
무엇인가 상황에 맞지 않을 경우에 쓰는 말에는 ‘뒷북을 친다’, ‘동문서답’ 외에 ‘뜬금없다’, ‘뜻밖이다’, ‘엉뚱하다’ 등이 있다. 상황에 따라 말을 조심하라는 뜻으로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남의 말하기는 식은 죽 먹기’,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뜻으로 ‘말이 도리에 맞지 않으면 아니함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우리의 언어 생활은 다양한 상황에 직면한다. 상황이 심각하지 않을 때는 다소 엉뚱한 언행을 해도 별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상황이 심각할 때에는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분노를 유발하며 오해를 살 수도 있으므로 말은 신중해야 한다.
‘알아두기’ 학습은 우선 서사 텍스트를 가지고 활용한다. 어린 서술자의 시점과 서술 방식에 주목하여 상황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주목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아무 날 아무 시에 삼촌이 돌아온다고 철썩같이 믿고 부산하게 준비하고 있는 ‘나’의 집안 분위기는 어떠하며, 이를 지켜보는 마을 사람들은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를 파악하게 한다.
‘알아두기’ 학습을 마치고 난 다음에 반드시 우리의 실제 언어 생활과 관련짓는 활동이 필요하다. 주로 서로의 관점과 입장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과 그 문제점이 생겨난 상황을 사례로 분석하는 활동 과정이 있어야 한다.
언어 교육의 관점으로 본다면 구조주의적 접근 방법은 언어 능력의 획득과 표현의 정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단원에서는 의사 소통 능력의 향상과 다양한 언어 경험을 통한 표현의 다양성 추구를 목표로 하는 의사 소통 접근 방법이 적절하다. 지식 중심보다는 활동 중심으로,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의 지도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민 공통 기본 교육 과정의 9학년 수준의 상황 분석에 따른 효과적인 표현 방법 익히기에서 더 나아가 10학년 수준에서는 상황 변화를 인식하고 그에 따라 내용을 생성하여 표현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
<관련 자료>
표현 능력의 구성 요소
표현 능력은 매우 복잡한 요소들이 다층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따라서 그 능력을 분석하여 제시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표현 능력도 하나의 정신 능력임으로 해서, 사고만큼이나 복잡한 양상을 지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표현 능력이 어떤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는가 하는 것은 그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먼저 표현의 과정을 중심으로, 계획하기 능력, 아이디어 생성 능력, 아이디어 조직 능력, 텍스트 구성 능력, 고쳐 쓰기 능력 등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표현 능력을 표현의 심리적인 과정만으로 한정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표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관련 요인들을 모두 고려하는 능력을 표현 능력으로 보아야 한다. 언어 요인, 사회․문화 요인, 개인적 심리 요인의 세 가지 관련 요인을 기준으로 표현 능력을 상세화하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언어요인
① 음성 언어나 문자 언어를 다룰 수 있는 능력
② 언어 규범이나 장르별 관습, 문체를 고려하는 능력
∙사회․문화적 요인
③ 청자나 독자를 고려하는 능력
④ 사회적 가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는 능력
∙개인적 심리 요인
⑤ 지식, 기억, 연상 등 기본적인 사고 능력
⑥ 분석, 조직, 통찰, 창조 등의 고등 사고 능력
이상의 표현 능력들은 어느 정도 발달적 위계를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 이삼형 외 7인(2000), 국어교육학, 소명출판
효과적으로 말하기와 다양하게 말하기
전달 효과를 위해서 내용 전개의 순서를 조절하며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말하기 과정에서 송환 작용은 상승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말하기는 상황 의존성이 강해 계획대로 이끌어 나가기가 쉽지 않은데, 이 때 듣는이의 반응에 따라 내용을 조절하여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내용을 다시 짜야 할 때에는 추가한다든지 생략하는 전략을 쓸 수 있어야 한다.
말하기는 목적, 듣는이, 상황에 따라 속도, 성량, 어조를 조절하며 적절한 몸짓이나 표정으로 말해야 한다. 말하기가 쓰기와 다른 점은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어조로 미묘한 의미를 풍긴다든지, 듣는이를 위해서 반복하거나 시범을 보일 수도 있고, 화제를 분위기에 맞춰 나갈 수도 있다. 따라서 의사 소통에서 이러한 언어 밖의 다양한 요소를 이해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말하기의 전달 효과를 위하여 여러 시청각 자료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서는 몸짓과 표정, 관용 표현, 도표, 괘도, 모형, 사진, 슬라이드 따위의 보조 자료를 써서 더욱 실감나게 표현할 수도 있다. 특히 텔레비전, 영화, 비디오 따위의 영상 매체를 활용하면 새로운 세대에 걸맞은 전략으로 말하기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말하기의 여러 상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즐겁게 말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화법을 익혀야 한다. 말하기는 상황에 따라 공식과 비공식으로, 형식에 따라 대화, 토론, 연설 따위로, 목적에 따라 정보 전달, 설득, 친교 따위로 나눌 수 있는데, 이러한 다양한 말하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려면 공식적인 말하기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하다. 공식적인 말하기는 일정한 형식, 마련된 공간, 관용적 표현이 있어서, 의도적으로 학습하지 않고서는 익히기 어렵다. 이 어려운 화법을 익히고 나서야 초월적인 언어, 묵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최현섭 외 6인(1997), 국어교육학개론, 삼지원
상황을 파악할 때 고려할 사항 말하기에서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적절한 내용을 마련하고 형식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청자가 어떤 사람인지, 주제 또는 화제가 무엇인지, 말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지, 언제 어디서 진행되는 말하기인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청자와 화자의 관계에 따라 호칭어나 높임법이 달라지고, 어휘의 선택이나 문장 구성 방식도 달라진다. 말하는 주제와 목적에 따라 말하기 상황은 위로, 격려, 축하, 감사, 인사, 소개, 초청, 비판, 항의, 부탁, 지시, 권유, 명령 등으로 다양하게 나누어진다. 이러한 상황에 맞게 적절한 말할 내용을 생성하고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
<교수-학습 방안>
말하기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주제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 ○○○ 시리즈가 있다. 이와 같은 언어 자료를 가지고 학습 동기를 유발하면서 알아두기 본론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효과적일 수 있다.
상황에 맞게 말을 하기 위해서는 담화 상황을 구성하는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담화 상황을 이루는 구성 요소에는 말을 하는 목적과 주제, 그리고 청자의 특성과 상태, 담화가 이루어지는 시간적․공간적 조건과 전후 정황의 흐름, 담화가 이루어지는 분위기 등이 있다. 이런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여 성공적인 표현이 되도록 담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담화가 이루어지는 사회․문화적 조건도 고려해야 한다. 해당 사회에서는 그 사회만의 독특한 언어 관습이 있다. 그러므로 언어 예절을 지켜야 하는 문제를 포함하여 청자와 화자의 관계에 따라 적절한 호칭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단원의 ‘알아두기’ 학습은 우선 주어진 서사 텍스트를 언어 자료로 삼아, 상황의 변화 과정과 그에 따라 오고 가는 담화를 살펴보도록 한다. 예를 들어 삼촌이 틀림없이 돌아올 것이라는 격려의 말을 건네는 마을 사람들의 말은 어떤 의도를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게 한다든지, 구렁이의 출몰에 따른 상황의 변화 과정과 할머니와 외할머니 사이의 대화의 변화 과정에는 어떤 상관성이 있는지를 학습자 스스로 발견하도록 한다. 그리고 할머니가 의식을 잃고 졸도한 위급한 상황 속에서 외할머니가 발벗고 나서 일을 수습해 준 데 대해 할머니는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 있는지, 그리고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고 누워있는 할머니에게 외할머니는 어떤 목적으로 발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이어 발전학습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는 교수-학습 방안으로는 상황에 따른 기본적인 인사말과 언어 예절 익히기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만나고 헤어질 때의 인사하기, 전화를 걸고 받을 때의 언어 예절,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신을 소개하기, 시간과 장소에 따라 인사하기 등을 연습해 본다. 또한 문안 인사, 생일과 결혼 축하, 문병, 문상 등의 여러 의식과 그에 따른 절차에서는 어떤 말로 표현해야할지 학습해 본다.
특히 가족 및 친인척 관계에 따른 호칭어와 지칭어의 사용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학습자들이 많음을 감안하여 이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을 하도록 한다. 다만, 교육과정상 일반 선택 과목인 ‘국어생활’에서는 이에 대해 자세히 학습할 수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상황 맥락을 파악할 때 고려할 점을 중심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
학습 활동 |
자기가 이야기 속의 동네 사람 중 하나라고 상상하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나’(동만)의 집에서 전개되고 있는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말해 보자. |
<교수-학습 방안>
작중 서술자 ‘나’(동만)는 초등학생인 어린 1인칭 관찰자이다. 어리다는 것은 ‘순수하다’는 의미와 함께 대상에 대해 보는 시각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무지하다’는 의미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전쟁과 피난 상황의 혼란스러운 시간 속에서 이데올로기와 전쟁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
그런데 시점의 문제와 관련하여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어린 ‘나’의 시점 외에 또 다른 시점이 있다는 점이다. 즉, 어린 시절에 경험한 과거의 사건을 어른이 되어 회상하면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술회하면서도 가능한 어린 ‘나’의 시점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사건과 대상에 대해 가능한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1인칭 시점의 특징인 서술자와 독자의 사이가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여 학습자들을 작중 상황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관점을 가지고 ‘나’의 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관찰하도록 한다.
주어진 학습 활동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텍스트 속의 어린 ‘나’의 시점보다도 ‘나’의 집안을 지켜보는 호기심 많은 동네 사람들의 시점에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어른인 ‘나’의 시점과 술회부분에서도 단서가 나타나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마을 사람들의 발화 의도와 심리를 추리해 보도록 한다. 예컨대, ‘우리 집은 완전히 잔칫집답게 동네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저마다 연줄을 찾아 말을 걸어보려는 사람들 때문에 식구들은 도무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는 어린 ‘나’의 서술이며, 뒤에 이어지는 ‘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우리 식구들이 어느 정도 미신을 믿고 있는가였다.’는 ‘나’의 서술이다. 그리고, ‘이야기 끝에 그들은, 가족들 정성에 끌려서라도 삼촌이 틀림없이 돌아올 거라는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저 웃고만 있었다’는 어린 ‘나’의 서술이며, ‘그런 말을 하는 몇 사람의 태도에서 아버지는 그들이 우리 일을 가지고 자기네 나름으로 한창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눈치챘을 것이다.’는 어른인 ‘나’의 술회부분이다. 요컨대 마을 사람들은 방관자 입장에서 호기심 많은 눈으로 구경거리를 보듯이 일을 지켜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시 답안>
삼촌이 돌아올 것이라는 점쟁이 말을 믿고 손님 맞듯이 준비에 여념이 없는 ‘동만’의 집은 참 우습게 보인다. 빨치산의 대부분이 소탕된 터이라, 동만의 아버지를 비롯하여 나머지 가족들도 전쟁에 나간 삼촌 역시 죽었을 것이라고 체념하고 있건만, 유독 할머니만은 점장이의 말을 맹신하고 있는 걸 보니, 한편으로 측은하고 한편으로는 우습다. 귀환할 것이라는 시각에 만약 삼촌이 오지 않았을 때는 동만이네 집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한번 두고 볼 일이다.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호기심으로 지켜보건만, 구장 어른과 진구네 식구들은 진심으로 격려하면서 말동무가 되어 주고 있다.
2. 자기가 내린 판단과 상황을 정리하여 ‘나’(동만)의 가족들에게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말을 정리해 보자. |
<교수-학습 방안>
학습자들로 하여금 소설의 담화 구조에 참여하여 상호 대화를 나누도록 한다. <알아두기>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학습자들로 하여금 상황의 변화 과정은 어떠한지를 판단하게 한 다음 말할 내용을 생성해 내도록 한다.
‘나’(동만)의 가족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오로지 삼촌의 생환을 철썩같이 믿고 있지만, 전후의 상황이나 외적 현실을 조금 넓은 시야로 바라보면 생환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동만네 가족들에게 다가가 따스하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방법을 생각해 보도록 한다.
<예시 답안>
상황 판단을 잘 내리는 나이 지긋한 마을 주민이라면 동만의 아버지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장마는 왜 이리 지루하게 그치지 않는지 모르겠구만!, 여보게 동만이 아범, 자네 모친이 둘째 아들의 생환을 저렇게 믿고 싶어하시니, 참으로 안쓰러워! 나도 슬프네.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은 자네 사돈 어른도 저렇게 슬픔을 참고 이겨내지 않나. 인민군 빨치산들이 대부분 소통되어 읍내에 주검들이 즐비하다는 소식도 들리는데, 아무래도 자네 동생은 돌아올 것 같지 않아. 이 때는 장남인 자네가 나서야 하네. 어지러운 집안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에 자네가 역할을 다해야 하네. 자네도 속으로 오죽 마음이 슬퍼겠는가마는 이미 체념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네. 지금 울며 겨자먹기로 할머니를 열심히 따르는 척 하기가 매우 괴롭겠네. 우선 할머니를 좀더 진정시키고 위로하게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조금씩 체념하시도록 하게. 할머니는 연세도 있으시고 건강도 안 좋으신 것 같은데……. 사람 운명이 그리 단순한 게 아니지 않은가. 어찌 운명을 점을 쳐서 다 맞힐 수 있을란가?”
1. 이 상황에서 ‘구렁이’의 상징적 의미를 찾고, 구렁이에게 건네는 외할머니의 말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무슨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보자. |
<교수-학습 방안>
학습자들에게는 구렁이의 상징적 의미를 처음부터 쉽게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서사 텍스트 가운데서 삼촌의 현신이며, 한편으로는 죽은 외삼촌의 모습을 표상한다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표면적인 상황을 관찰한 후에 내재해 있는 상징적 의미를 찾도록 해야한다.
점장이의 점을 믿고 삼촌을 맞기 위해 준비하는 것, 삼촌 대신에 등장한 구렁이의 출현과 그에 대한 믿음은 단순한 미신으로 생각할 수가 없다. 구렁이의 등장은 결말 처리에서 필연적 장치임을 주제와 관련지어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구렁이’란 소재의 상징적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 샤머니즘적 민간 신앙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므로 책과 인터넷을 통해 관련 자료를 찾아 보게하는 방법도 좋다. 뱀에 대해서는 다산과 풍요의 긍정적 관점으로 업 지키미 또는 업신으로 부르며 영물로 대접하기도 하지만, 속설에 ‘저주받은 사람이 죽으면 구렁이로 환신한다’고 믿는 말이 있다. 여기서 ‘구렁이’는 한국적인 한이 서린 실체로서 동족 상잔의 비극을 표상한다고 볼 수 있다. 같은 민족이면서 이데올로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총부리를 겨누어야 했던 우리 민족의 한을 잘 집약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이념적으로는 달라 서로 이질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하지만, 의식의 심층 구조에서는 모두 동일한 한 민족이며, 이것이 민족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길임을 작가는 보여 주고 있다.
결말 부분에서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태워 냄새를 피우자 꼼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던 구렁이가 그제서야 집을 가로질러 유유히 사라져 갔다는 것은 매우 함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지적 측면이 아니라 정서적, 심리적 측면에서 설명해야 한다. 결국 전쟁이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받은 상처는 그 누구도 치유해 줄 수 없는 상흔이다. 이는 오직 민족간, 가족간의 따스한 애정으로 포용해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구렁이의 등장은 이 작품의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데 필연적인 장치이다.
<예시 답안>
저는 구렁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작품 가운데에서 찾아 보았습니다. ‘나’(동만)의 삼촌이 오리라고 생각한 날 삼촌은 오지 않고 구렁이가 등장한 것을 보면, 삼촌의 현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외할머니도 구렁이를 마치 삼촌처럼 생각하고 말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런 판단을 하게 된 요인입니다. 그리고 이미 전사 통지서를 받은 외삼촌의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핏줄이면서도 남북의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서로의 총부리에 의해 모두 죽고 만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구렁이는 원한을 품고 죽어간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문학은 그 사회의 언어 관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샤머니즘에 대해 조사를 해 보았습니다. 민속대백과사전도 찾아보고, 인터넷에서 검색 엔진을 사용하여 구렁이에 대한 속설도 찾아 보았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우리 민족의 기층 의식을 잘 이해할 수 있었으며, 이 작품의 상징성도 잘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구렁이를 죽은 삼촌인 양 생각하고 따스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삼촌은 외할머니에게는 자기 아들을 죽인 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데, 외할머니는 오히려 감싸고 위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관용과 포용이겠지요. 작품의 결말에서 외할머니가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태워 냄새를 풍기자 구렁이가 대밭으로 사라집니다. 이는 원한 맺힌 구렁이가 할머니의 인간적인 냄새를 맡고서야, 그리고 숨결을 느끼고서야 죽어서도 편안하게 숨 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치유해 줄 수 없는 동족 상잔의 상처는 오직 민족간, 가족간의 따스한 애정이 있을 때만이 치유할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관련 자료>
◈ 뱀(구렁이)
인류역사에 일찍이 등장하는 뱀은 지역이나 종교, 시대에 따라 그 상징성이 매우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재생과 영생, 풍요와 다산(多産)의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음험한 어둠의 이미지나 사탄의 상징 등 부정적인 인상을 지니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동양권에서 뱀은 대체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다. 부정적인 상징을 갖더라도 그 현묘함에 대한 경외와 매혹이 깊숙히 내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림1] 사군도 천경자, 198*136.5cm, 종이에 채색, 1969
뱀띠 여성 자존심 강하며 매사에 진취적
우선 뱀은 예언자적인 상징을 갖고 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보면 서기 229년 뱀이 궁궐 남쪽에서 사흘을 운 뒤 그 해에 지진과 폭설이 잇따르더니 급기야는 왕이 돌아갔다고 적혀 있다. 또한 꿈에 보이는 뱀은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꿈에 뱀이 따라오면 행운을 상징하고 검은 뱀을 보면 딸을, 흰 뱀을 보면 아들을 낳는 태몽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또한 불사, 재생, 영생의 상징을 갖고 있는데 이는 뱀이 겨울잠을 자며 허물을 벗는 동물이라는 특성에서 기인한다. 많은 알과 새끼를 낳는 뱀은 풍요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민간 신앙에는 업이라는 것이 있다. 업은 흔히 집안 살림이 그 덕이나 복으로 늘어가는 것으로 믿고 소중히 여기는 동물이나 사람이다. 구렁이로 대표되는 업은 재물과 풍요, 다산의 상징으로 집안마다 소중히 모셔졌다.
고대 이집트에서 뱀은 왕관을 장식하고 왕권의 상징으로 떠받들어졌다. 클레오파트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몸에 뱀을 칭칭 감곤 했다. 마야와 잉카 문명, 에게 문명권의 크레타 등지에서도 뱀 숭배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뱀은 인류의 원형으로 지혜와 예언력을 가진 대상,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다.
뱀의 부정적 이미지 여성과 결합
그러나 서양의 경우 뱀에 대한 호오는 매우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기독교에서는 뱀을 아담과 이브를 타락시킨 간계와 교활의 상징이자 이브를 유혹하는 원죄와 죽음의 상징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녀 메두사는 머리카락이 모두 뱀으로 되어있고 자기를 보는 사람들을 돌로 화하게 하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것은 고스란히 언어로 전해져 현대 영어에서 뱀은 교활, 음흉, 불신과 공포, 죽음, 타락 등을 상징하게 되었다. 문제는 뱀의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성과 결합했다는 점이다. 뱀은 오랫동안 문화속에서 여성의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에 쓰여왔다. 우리 민간 신앙에서 업으로 숭배되던 뱀 이 부정적인 상징이 된 데는 기독교의 영향이 크다. 한편 신화학자들은 유목민인 히브리인들이 다신을 섬기는 농경문화를 배척하는 데 뱀의 상징을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 뱀은 물과 땅의 비옥함, 즉 농경문화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그림2] 현무도 북쪽을 지키는 방위신 현무, 달리는 거북의 몸뚱이를 뱀이 이끄러지듯 감고 있는 형상이다. (덕화리 제2호분, 현실북벽)
여성을 둘러싼 억압 사라졌으면
뱀을 저주의 대상으로, 인간을 타락시킨 사탄으로 지목한 것은 이러한 뱀의 상징을 이용해 그들 삶의 방식을 고수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결국 뱀과 여성에게 덧씌워진 사악한 이미지는 문화를 고수하기 위해 만들었던 상징이 억압의 담론으로 쓰인 데서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불평등 구조보다 더 불온한 것이다. 덜 직접적이고 더 내면화한 담론은 그것을 해체하는 데 훨씬 더 힘이 든다.
2. 외할머니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사건이 전개된 상황 맥락과 관련하여 말해보자. |
<교수-학습 방안>
문학은 심리적인 실재(實在)로 파악해야 한다.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 속으로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개연적인 믿음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소설의 진실성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된다. 예를 들어 ‘선학동 나그네’에서 비상학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 ‘흥부전’에서 박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재물 등은 우리의 마음 속에서 개연적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들이다. 사건의 전후 정황을 고려해 볼 때 할머니는 돌멩이에 쫓기며 다친 구렁이, 곧 쫓기며 상처받은 영혼이 편안하게 숨을 거둘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달래고 있다.
<예시 답안>
6․25는 우리의 현대사 중 씻을 수 없는 물질적․정신적 상처를 남겼습니다. 농촌의 지루하고도 음습한 분위기의 장마철 분위기 속, 아이들의 돌멩이에 쫓겨 상처를 입고 난데없이 할머니의 집안으로 들어온 구렁이는 토속적이고도 구체적인 우리 삶의 현장 속에서 민족의 아픔이 무엇인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할머니는 구렁이를 불쌍하게 죽은 저주받은 영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렁이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졸도해 버린 할머니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충격으로 의식을 잃은 것 같습니다. 외할머니는 행여나 구렁이의 몸덩이와 마음을 다치게 할까봐 조심조심하면서 지극 정성을 다해 위로하고 있습니다. 정성이 달아날까봐 주변에서 킥킥 거리며 웃고 있는 어린애들을 큰 소리로 야단치며 쫓아내고 있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쟁의 비극을 이데올로기적으로, 그리고 지적(知的)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층(基層)에 깔려 있는 민족의 정서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3. 주위 사람들의 입장에서 외할머니의 행동을 거드는 말을 돌아가며 해 보자. |
<교수-학습 방안>
‘거든다’는 것은 일을 함께 하면서 돕는다는 의미 외에 끼어 들어 참견한다는 뜻도 있다. 외할머니의 언행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사람들과 공감하지 않고 재미있는 구경거리로 보는 사람들로 나누어 생각해 보게 한다.
<예시 답안>
◎ 공감하고 있는 사람들
- 여수댁 : (독백으로) ‘참으로 안타깝네. 두 사돈 집안 모두 저렇게 아픈 상처를 받다니. 측은해서 못 봐 줄 정도야. 모두 남의 일 같지가 않어!’
- 정우 아범 : “동만이 외할머니! 마음이 얼마나 아프시겠는지요. 우리 모두 같은 마음입니다. 아마도 구렁이의 원한을 잘 달래어 풀어주어야 할 것 같아요.”
◎ 공감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
- 구례댁 : (독백으로) ‘저 미물에 무슨 영혼이 있다고, 나 원 참! 다 헛일이제, 부질없는 짓이여!’
내가 이 이야기 속의 ‘나’(동만)라고 상상하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임종의 자리에서 할머니는 내 손을 잡고 내 지난 날을 모두 용서해 주었다. 나도 마음 속으로 할머니의 모든 걸 용서했다.”라는 서술을 바탕으로 죽음을 앞둔 할머니에게 어떤 내용으로 말을 할 것인지 메모해 보자. |
<교수-학습 방안>
학습자들에게 작품의 전반부에서 벌어진 상황을 파악하게 한다. ‘내’가 낯선 사람의 유혹에 빠져 빨치산인 삼촌이 밤에 몰래 집에 왔었다고 실토한 일로 인해 아버지는 읍내에 끌려가 고초를 당하고, 집안은 감시의 대상이 된 일이 있다. 이 일로 인해 할머니는 ‘과자 한 조각에 삼촌을 팔아먹은 천하의 무지막지한 사람 백정’으로 여기며 노발대발한 적이 있었다.
임종 직전 할머니가 이런 과거를 용서한다며 손자의 손을 꼭 잡아주고 있다. 임종 가까이 되면 가족간의 갈등을 풀고 화해해야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다고 한다. 갈등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으면, 남은 가족들의 삶도 건강하지 못한다는 믿음이 우리에게 있다. 임종 직전 어떤 내용으로 할머니에게 말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예시 답안>
- 삼촌이 몰래 집에 왔다간 일을 실토해 버린 과거 사건에 대한 용서 빌기
- 삼촌은 죽어서 아마 좋은 데 갔을 것이라고 위로하기
- 남은 일은 아버지가 다 잘 처리할 것이라고 말하기
- 가족의 모든 갈등을 풀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라고 권하기
- 믿음직하게 손자도 성장할 것이라고 믿음주기
2. 메모한 내용을 바탕으로, 할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 보자. |
<예시 답안>
“할머니, 예전에 제가 삼촌이 우리집에 왔었다고 말한 것, 정말 용서해 주세요. 그때는 초콜릿이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삼촌의 신변은 생각하지 못하고 그것에 눈 멀어 삼촌을 팔아먹은 꼴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삼촌은 아마 우리 집의 업을 지키는 터주 노릇을 할 거에요. 그리고 걱정마세요. 이제까지 삼촌을 걱정 많이 하셨는데, 남은 일은 아버지가 다 잘 알아서 처리하실 거에요. 농사든 뭐든……. 그리고 이제 외할머니와도 화해하셨으니, 마음이 편안하시죠? 저도 아버지, 어머니 말씀 잘 듣고, 의젓하게 크도록 하겠습니다.”
보충 자료 |
◈ 6․25 소설의 새로운 형식, ‘장마’
6․25가 터졌다. 국민학교 다니는 소년 동만의 눈으로 전쟁의 모습이 가족을 통해 갖가지로 보여진다. 동만의 친삼촌은 빨갱이였다. 한편 피난은 외가집 식구들도 한집에 살았다. ed만의 외삼촌은 국군장교였다. 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죽었다. 문제늦,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친가와 외가의 불화였다. 이데올로기라는 이 근대적인 산물, 이른바 서구적 가치 형태를 동만이는 어떻게 바라본 것일까. 근대적 가치 형태를 두 노파는 어떻게 넘어서고자 하였을까. 다음 대목에서 그 해답을 본다.
외할머니의 고함은 서릿발 같았다. 팔매질이 뚝 멎었다. 그러자 외할머니는 천천히 감나무 아래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외할머니의 몸이 구렁이가 칭칭 감긴 늙은 감나무 바 로 밑에 똑바로 서 있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그때까지 숨을 죽여 가며 지켜오 던 많은 사람들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바로 머리 위에서 불티처럼 박힌 앙징스 런 눈깔을 요모조모로 빛내면서 자꾸 대가리를 숙여 퍼뜩퍼뜩 위협을 주는 커다란 구렁 이를 보고도 외할머니는 조금도 두려워 하지 않았다. 외할머니는 두 손을 천천히 가슴 앞으로 모아 합장했다.
“예구 이 사람아, 집안일이 못 잊어서 이렇게 먼 길을 찾어왔능가? (...) 자네 보다시 피 노친께서는 기력이 여전허시고 따른 식구덜도 모다덜 잘 지네고 있네. 그러니깨 집안 일일랑 아모 염려 말고 어서어서 자네 가야 헐디로 가소. (...) 가야 할 디가 보통 먼 기 이 아닌디 여그서 이러고 충그리고만 있어야 되겠능가. 자꼬 그러면 못 쓰네. 심정은 내 짐작을 허것네만 집안식구덜 생각도 허야지. 자네 노친양반께서 자네가 이러고 있는 꼴 을 보면 얼매나 가슴이 내려지것능가.”
외할머니는 꼭 산 사람을 대하듯 위를 올려다보면서 조용조용히 말을 건네고 있었다.
---삼성출판사판, p.376
동만의 친삼촌이 죽은 뒤, 장마진 어느날 집안에 찾아든 구렁이를 향해 외할머니가 구렁이를 달래어 쫓는 장면이 이것이다.
과학, 즉 근대적인 이른바 이데올로기의 처지에서 보면 이러한 장면은 한갓 웃음나오는 미신이다. 장마가 지면 강물이 불고, 구렁이가 감나무에 기어오르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너무도 명백한 이런 세계를 우리는 근대라 하고, 그러한 근대적 기준에 의해 행동하는 세계라서 이런 세계에서만 유용한 물건이다. 한편 이러한 근대적인 세계와 정반대의 처지에 서는 반근대적인 세계도 있다. 거기에는 구렁이도 말을하며, 구렁이도 개구리도 황소도 인간과 동일하다. 다른 말로 하면, 현상과 본질, 일상적 삶과 의미가 분화되지 않은 세계이다. 거기엔 서사시(서사적 상태)가 있을 수 있다. 근대적인 것, 합리적인 것, 진보를 전면적으로 승인하는 가치의 세계란 원근법을 필요로 한다. 가치의 낮음․높음의 서열이 있고, 따라서 문명과 미개, 개발도상국, 선진국의 차등이 엄존한다. 평등을 향해 싸우고 자유를 보다 많이 얻기 위해 노예가 필요한 것이다. 리얼리즘도 이런 곳에서 적용되는 명칭이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1997)는 이런 계보에 속한다. 한편 진보를 거부한, 이른바 民畵의 세계는 어떠한가. 거기엔 원근법이 없다. 처음부터 가치 체계가 제거되어 있다. 구구나 또 인간이나 짐승이나 동일한 평면상에 서 있는 것이다. 흡사 불교의 중생개념과 같다. 리얼리즘 따위가 끼어들 틈은 당초부터 없다. 생명 자체가 평등원칙에 놓인 곳은 이런 데뿐이다. ‘아홉 켤레...’계통의 작품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한갓 상대적인 가치에서 맴돌고 있음에 비해(그러기에 GI 문화의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도 있거니와) ‘장마’는 가치 개념이 제거된 생명의 평등원칙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세계이다. 그것은 반근대적이고 무방향성의 세계이기도 하다. 바로 ‘장마’ 속에 우리가 불가사의․불가항력적인 것이라고 말한 ‘6․25’의 참모습이 놓여 있다 . 6․25가 근대적인 물건이면서 반근대적인 물건임을 ‘장마’ 가 소설 형식을 통해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화해를 전제로 한 ‘장마’ 는 근대적 소설 형식의 미달현상이거나 아니면 ‘서사시’에로의 후퇴 현상이라 보아도 될 것이다.
김윤식(1986), 우리 소설과의 만남, 민음사
◈ 뱀(구렁이) 관련 설화․민속
뱀은 우리 설화 속에서 주로 인간을 해치려는 사악한 존재로 등장한다. 강원도 치악산에 있는 상원사(上院寺)의 연기설화(緣起說話)도 뱀이 인간을 해치려다 실패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나무꾼이 두 마리의 꿩이 뱀에게 잡혀 먹히려는 것을 보고 불쌍히 여겨 뱀을 죽여버리고 살려주었다. 그 날 밤 산 속의 어느 집에서 젊은 여인을 만나 대접을 받으며 자게 되었다. 한밤중에 눈을 떠보니 큰 뱀이 자기의 몸을 칭칭 감고 잡아먹으려 하고 있었다. 여인은 뱀의 화신으로 죽은 남편 뱀의 원수를 갚으려는 것이었다. ㄱ 때 어디선지 종소리가 울려왔고 뱀은 도망을 가버렸다. 이튿날 종소리가 난 곳을 찾아가 보니 퇴락한 종루에 꿩 두 마리가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있었다. 이 자리에 절을 세우니 그것이 오늘날의 상원사이다.” 또 탐욕하거나 호색한 인간이 죽어 뱀으로 환생한다는 설화도 전해지고 있다. 용재총화<<慵齎叢話>>에는 한 승려가 죽어 뱀이 된 설화가 수록되어 있다. 그 내용은 진광사(晉光寺)의 승려가 시골 여인을 아내로 삼고 몰래 밤마다 출입하다가 마침내 죽었다. 죽은 중은 아내를 못잊어 뱀으로 환생하여 낮에는 독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면 아내와 동침하였따. 이 사실을 안 마을의 사또가 뱀을 궤짝에 넣어 물에 띄워 보냈다는 내용이다. 이밖에도 절에서는 탐욕하거나 게으른 중이 뱀으로 환생하여 절 근처에 살면서 다른 중의 본보기가 된다는 전설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뱀은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제주도에는 뱀이 토속신앙의 대상으로 되어 있다. 김정의 <<제주풍토록>>에 보면 “뱀을 신으로 숭배하여 죽이지 않으며 뱀이 보이면 술을 뿌려 물러가게 하고 죽이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뱀이 보이기만 하면 죽였더니 지방 사람들은 크게 놀라서 저 사람은 다른 지방 사람이니 저럴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끝내 뱀을 죽여야 마땅함을 깨닫지 못하더라. 제주에는 본래부터 뱀이 많은 곳이라고 위하여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이건의 ‘제주풍토기’에는 “풀이 무성하고 습기가 많을 때는 뱀이 규방이나 처마, 마루밑, 자리아래 어디에나 기어 들어와 잠잘 때 피하기가 어렵다. 섬 사람들은 뱀을 보면 ‘부군신령’이라 하여 쌀과 정수와 술을 뿌리면서 빌고 죽이지를 않았으며, 만일 뱀을 죽이면 재앙이 내려 발굼치도 움직이지 못하고 죽는다고 알고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와같이 뱀을 신성시하여 조선시대에는 수경면 고산리의 차귀당, 대정읍의 광정당 등 많은 당이 사신을 숭배하고 있었다. 오늘날에도 사신에 대한 신앙이 일상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 뱀이 들어와도 그 뱀을 거칠게 함부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써 안주할 곳으로 들어가기를 권유한다. 또 어린이들이 뱀을 보았을 때 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손가락이 썩는다고 믿게 함으로써 손가락질을 못하도록 한다. 가정에서 기제사를 지낼 때도 제사에서 모시고 있는 신위와는 별도로 ‘안칠성’이라 해서 사신을 위한 제상을 설비하기도 한다. 특히 표선면 토산리 지역에서는 세습적으로 뱀신에 대한 신앙이 전해지고 있다. 이 신앙은 여계로 전해지는 것으로 이곳 여자가 다른 마을로 시집을 가도 반드시 뱀신을 모시고 가야 한다. 따라서 이 지방 여성들은 결혼에도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뱀신은 보통 여신, 특히 ‘할망’으로 모셔 받들어지고 있다. 뱀신의 신체는 수목, 암석, 신의, 신기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개 ‘여드렛당’이라 불리어지는 암석이나 수목의 형태로 나타나는 속칭 괴라는 구멍이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1997),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9, 삼화인쇄주식회사
(2) 기미 독립 선언서
소단원 개관 |
이 단원은 상황과 목적에 따른 내용 생성을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6차 교육과정에 따른 국어 교과서에서는 ‘독서와 인생’ 대단원 속에 들어 있어, 개인의 삶이 아닌 민족 전체의 삶을 다룬 글을 읽는 것으로 활용되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내용 생성의 준비 과정과 생성의 방법을 파악하는 제재로 활용한다.
우선 이 단원이 선언문으로서, 선언 당시의 시대 상황은 어떠했는지 파악하는 활동, 놓여진 상황을 필자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알아보는 활동,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 어떤 방법으로 내용을 생성했는지 살펴보는 활동으로 학습이 진행되어야 한다.
제재 개관 |
1. 제재의 내용 구성
선언의 내용과 취지 |
- 선언 내용 ① 조선이 독립국임 ② 조선인이 자주민임 - 선언 취지 ① 인류 평등의 대의를 극명함(대외적) ② 민족 자존의 정권을 영유케 함(대내적) |
독립 선언의 배경, 정당성, 신념 |
- 독립 선언의 배경 ① 반만년 역사의 권위를 의지함 ② 이천만 민중의 성충을 합함 ③ 민족의 항구 여일한 자유 발전을 위함 ④ 세계 개조의 대기운에 순응병진함 - 독립 선언의 정당성 ① 천의 명명 ② 시대의 대세 ③ 전인류 공존동생권의 정당한 발동 |
이민족 겸제의 통고의 원인과 피해 내용 |
- 원인 : 침략주의와 강권주의에 희생됨 - 피해 내용 ① 생존권의 박상 ② 심령상 발전의 장애 ③ 민족적 존영의 훼손 ④ 세계 문화에 기여보비할 기연을 유실 |
독립의 필요성과 결의 |
- 필요성 ① 억울을 선창함 ② 고통을 파탈함 ③ 협위를 삼제함 ④ 양심과 염의의 흥분 신장 ⑤ 인격의 정당한 발달 ⑥ 고치적 재산을 유여치 않음 ⑦ 자자손손 경복을 도영함 - 결의 : 어떤 강자라도 꺾을 수 있으며, 무슨 뜻이라도 펼 수 있음 |
우리의 자세와 입장 |
- 자세 ① 금석 맹약을 어긴 일본의 무신을 죄하려 아니함 ② 식민지시하고 토매인우하는 일본의 소의함을 책하려 아니함 - 입장 ① 자신을 책려하기에 급하므로 타의 원우를 가치 못함 ② 현재를 주무하기에 급하므로 숙석의 징변을 가치 못함 |
우리의 소임 |
- 자기의 건설과 자가의 신운명 개척 - 착오상태를 정경대원으로 귀환케 함 |
일본의 각성 촉구 |
- 문제점 : 양국 병합의 결과가 원구를 거익심조함 - 해결책 ① 구오를 확정함 ② 우호적인 신국면을 개척함 |
독립의 이유와 의의 |
- 이유 : 이천만 민족에 대한 구속은 동양 전체가 공도동망하게 함 - 의의 ① 조선 : 정당한 생영을 이룸 ② 일본 : 동양 지지자의 중책을 다하게 함 ③ 중국 : 일본 침략의 불안, 공포에서 벗어남 ④ 세계 : 평화, 행복에의 계단 |
2. 제재의 활용 방안
시운의 도래와 우리의 태세 |
- 시운의 도래 :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찾아옴 - 우리의 태세 : 천지의 복운에 제하고, 세계의 변조를 승하여 민족적 정화를 결뉴하고자 함 |
우리 민족의 결의 |
- 오등의 분기 - 착수가 성공이라는 믿음으로 맥진함 |
공약삼장 |
- 배타적 감정을 억제하고 자유적 정신을 발휘 - 최후까지 정당한 의사를 발표 - 광명정대한 태도로 행동 |
이 단원의 제재인 ‘기미독립선언서’는 국한문 혼용체로 되어 있어서 학습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원문 옆에 제시되어 있는 현대어 풀이를 적극 활용하여, 우선 선언문 낭독 형태로 많이 읽어보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뜻풀이가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까지의 ‘기미독립선언서’ 학습은 자구 해석에 치우쳤던 경향이 많았다. 여기서는 단원 구성의 취지에 맞게 학습자로 하여금 글쓴이는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목적으로 이 글을 썼는지를 알아보는 제재로써 활용한다. 특히, 이 글은 선언문 형태이므로 화자(필자)와 청자(독자) 사이의 공식적 말하기(글쓰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누구를 대상으로 말하고 있으며, 말하기 방식은 무엇이며, 어떤 점을 근거로 들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마치 화자와 대화를 나누듯이 내용을 살펴보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상황 파악은 성공적인 표현과 이해를 위한 관건이므로, 이 글이 씌어진 당대 시점의 특수한 상황적 배경을 직접 조사하게 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 생성의 준비 및 내용 생성의 방법을 터득하고 난 뒤에는 반드시 상황에 따라 내용을 생성할 수 있게 학습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습자들은 청자(독자)를 고려한 내용 생성의 방법에 대해 학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표현하는 활동을 통해 내용 생성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알아두기 |
내용 생성을 위한 준비
․ 조사나 관찰 및 사색을 통한 내용 생성 실험이나 조사의 결과나 이를 통해 얻은 통계 자료를 분석하거나 이에 대하여 사색이나 성찰을 통해서 내용을 구체화하는 방법이다. 실험이나 조사, 통계 자료 등은 이해하기 쉬운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자료를 공정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자료를 적절하게 분석하여 해석하고 있는지 등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
․ 다른 사람과의 면담 토론 및 대화를 통한 내용 생성 다른 사람과의 면담, 토론이나 대화의 과정에서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구체화하는 방법이다. 면담의 과정에서 생성한 내용을 적절하게 해석하고 있는지 면담의 결과를 잘 보여 주고 있는지 고려하여 내용을 생성해야 한다. 그리고 대화나 토론 과정에서 드러난 쟁점을 잘 파악하고 대화나 토론의 쟁점을 중심 내용으로 발전시켜 독자나 청중들을 이해시키도록 한다. 이 밖에 인용이나 매체를 활용하는 구체적인 내용 생성 방법이 있다. 현대 사회의 산물인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방법은 자료 활용 방법의 하나이지만, 전통적인 내용 생성 방법과는 달리 대조, 성찰이나 사색의 자료, 인용 등의 방식으로 활용한다. |
<교수-학습 방안>
범교과적으로 볼 때 학습자의 내용 생성 능력의 향상은 중요한 학습 목표이다. 내용을 생성해 내는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내용을 생성하고 조직하고 표현하며, 생성한 글을 어떻게 고치는지, 어떻게 하여 내용 생성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에 와서는 내용 생성 과정상에서 다양한 상황적인 맥락을 중요시하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내용 생성의 준비란 표현할 주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 수집 단계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이해는 내용 생성을 활발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기미독립선언서‘에서 우리 민족의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제시한 부분은 어떤 준비를 거쳐 내용을 생성했는지를 묻는 방식으로 교수-학습을 진행한다. 또한 주장을 내세운 부분에서는 어떤 준비를 거쳐 논거를 마련했는지를 학습자에게 물어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런 학습 과정을 통해, 내용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자료․현상․사건 등을 조사․관찰․답사를 하기도 하고, 사색과 궁리를 통해 내용을 생성해 내기도 하는 등 많은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함을 이해하도록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면담 토론 및 대화를 통해 폭넓고 타당한 내용을 생성해 내는 과정도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정보 통신 매체를 활용한 자료 수집이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모색해 본다.
<관련 자료>
사회구성주의 작문 이론
최근 전통적인 인식론의 두 가지 경향이었던 객관적 실재주의와 주관적 구성주의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비판하면서 사회구성주의가 대두하였다. 사회구성주의는 지식이나 사고, 언어의 문제를 사회적 상호 작용에 의한 변증법적인 과정으로 파악한다. 지식이나 사고, 언어는 주체와 독립된 객관적인 실체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역으로 순수하게 주체가 주관적으로 구성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사회구성주의는 지식의 사회적 기원을 강조하는데, 지식은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서 구성되는 것으로서 사회적으로 정당화된 신념이라고 가정한다. 이러한 철학적 가정을 바탕으로 하여 사회구성주의 작문 이론이 등장하였다. 곧 글쓰기란 객관화된 지식을 실현하는 과정도 아니고, 또한 순수하게 개인적인 의미 구성도 아닌, 사회 공동체 혹은 독자와의 상호 작용을 통한 의미 구성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사회구성주의도 구성주의의 하나이다. 따라서 작문 과정에서 필자의 의미 구성 과정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필자 혼자만의 의미 구성이 아닌, 공동체나 독자와의 대화나 의미 협상 과정을 통한 의미 구성을 강조한다. 예컨대 내가 이 글을 왜 쓰는가, 누가 이글을 읽을 것인가, 그들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내가 이런 내용의 글을 쓰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내가 쓴 글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무수한 질문과 대답의 대화 속에서 한 편의 글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곧 혼자만의 의미 구성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의미 협상을 통한 의미 구성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구성주의도 구성주의의 하나인 만큼, 의미 구성의 과정을 강조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의미 구성의 과정과 절차는 인지주의의 견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의미 구성의 결정권자는 필자 혼자가 아니라고 본다는 점이다.
- 이삼형 외 7인(2000), 국어교육학, 소명출판
인터넷 매체 언어의 교재 작용
인터넷 매체언어의 교수학습 대상으로서의 교재 작용은 인쇄 매체언어와는 차이가 있기에 상호 변별적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전제 아래 교수학습의 상황에서 활용되어야 한다.
(1) 기능과 특성적 측면
인터넷 매체언어는 언어 생산자가 자신의 관점, 판단, 감정을 시청각적 언어로 표현한 의사소통의 부산물이라는 점에서 인쇄 매체언어와 기본적인 맥락을 같이 한다. 다만, 인터넷 매체언어에서는 매체 형상성과 소통 채널의 특성으로 인해 수용자가 생산자의 숨겨진 의도나 울림에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많은 소음적 요소에 의해서 다른 생산자의 목소리에 유혹될 수 있어 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글쓴이의 인생관과 같은 철학적 담론을 유추하기에는 부적절하며, 동일한 주제를 다룬 다양한 생산자의 목소리를 섞어 비교해 보거나 사실적 정보의 취득에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2) 원리적 측면
다양한 언어현상에 대한 지각과 이해를 통해 추론력, 비판력, 감상력을 증대시킨다. 혼성‧융합 매체언어의 형상성과 전언성 이해하기, 상위 텍스트와 하위 텍스트간의 연계성 추론하여 의미파악 하기, 하이퍼텍스트 함정에 빠지지 않고 초점화해서 의미 파악하기, 비양식적 언어 비판하며 이해하기, 정보 제공자의 의도 파악하며 오독과정 반성하기 등의 교재작용을 이끌어 낼 수 있다.
(3) 방법과 실제의 측면
선형적, 비선형적 읽기가 둘 다 가능하고 언어가 매우 유동적 틀 속에 놓여져 있음으로 정형화된 모형을 제안하기 쉽지 않다. 독자의 선택적 읽기에 대한 인지과정이 철저히 개별적 판단에 놓여 있음으로 해서 인쇄 매체언어와 같이 내용과 형식의 구조나, 글의 전개방식에 따른 연관성을 헤아리기 어렵다. 따라서 하나의 작품(문서)을 대상으로 한 진지한 읽기보다는 발췌하며 읽기, 찾아가며 읽기, 문자언어와 비문자언어간 비교하며 이해하기, 언어 변용 이해하기, 규범언어와 일상언어의 간극 메우기, 비맥락적 문맥 뛰어넘기, 상황-관계적 글 읽기 등에 적용한다.
(4) 심리적 과정과 태도의 측면
‘접속 - 접촉 - 보기 - 선택’의 과정을 통해 이해의 단계에 도달하고 혼성‧융합적 매체 언어성으로 인해 인지적이기보다는 정의적인 심리과정에 의한 언어수행과정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언어의 내용을 기억, 재인, 회상하기보다는 파편화된 언어정보를 수집, 분석, 조직 및 생성하는 교재작용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거짓정보나 불건전한 정보에 현혹되지 않기 위한 자기 소양개발과 오락적 몰입을 자제해야 하는 정보윤리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 이채연(2001), 인터넷의 매체 언어성과 국어 교재화 탐색, 국어교육 104호
내용 생성 방법
말하기와 글쓰기의 내용 생성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에는 예상 독자(청자), 글의 주제, 목적에 따라 내용을 생성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1. 배경 지식의 활용 : 먼저 글 쓸 내용을 마련하기 위해 배경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꺼내기 위해서는 주어진 과제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하거나 관련되는 어휘나 표현할 내용을 일단 문장으로 구성해 보는 방법도 있다. 2. 내용의 구체화 : 중심되는 생각에 관련되는 내용을 계속적으로 이어나감으로써 내용 구조도를 그려 볼 수도 있다. 3. 주제의 구체화 : 이렇게 구체화된 내용 중에서 관련되는 것끼리 유형별로 묶어서 주제를 구체화할 수도 있다. 4. 독창성의 확보 : 흔히 다루어지는 것이나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만한 것을 지워서 독창적이고 참신한 생각을 골라 낼 수 있다. |
<교수-학습 방안>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에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상황이란 내적으로 혹은 외적으로 표현에 영향을 주는 일체를 말한다.
내적 조건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나 표현 유형, 그리고 목적을 말한다. 표현의 내용이 정보 전달 혹은 설명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주장하는 것인지, 설득하는 것인지에 따라 표현의 유형과 서술 방법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설득하고자 하는 내용이라면, 이를 대화의 방식으로 할 것인지, 연설문의 방식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편지글 형식으로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표현을 하되 어떤 서술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표현의 내적 조건이다. 이에 비해 외적 조건은 예상 독자(청자)의 특성과 요구 사항, 놓여진 처지 등을 말한다.
따라서 ’기미독립선언서‘ 학습에서는 학습자로 하여금 이 글의 예상 독자는 누구이며, 어떤 시대적․문화적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살펴보게 한다. 그리고 글의 성격이 무엇이며, 중심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했는지를 정리해 보게 하는 학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각 형식 문단의 중심 내용과 뒷받침되는 구체적 내용을 도식(圖式)하는 학습 활동이 유용할 것이다.
<관련 자료>
내용 생성하기와 조직하기에서 문제 해결 전략
문제 해결 과정으로서의 글쓰기에 있어서 내용 생성하기 단계와 내용 조직하기 단계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별도의 단계라기보다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동일한 단계의 서로 다른 측면에 해당하는 단계로서 동시적이고도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는 단계들이다. 이들 두 단계에서 필자가 선택해야 할 중요한 두 가지 전략은, 글의 중심 내용에 대하여 창의적이고 체계적으로 사고하기와 생성한 내용을 글의 조직 원리에 맞추어 전개하기이다.
내용 생성하기 단계에서는 창의적 사고 활동이 필수적이다. 창의적 사고 활동을 함으로써 필자는 주어진 문제에 대하여 자신의 기억 속에 저장하고 있는 생각의 판형을 깨뜨릴 수 있으며, 평소에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참신한 생각이나 기발한 착상을 포착할 수 있다. 또한 창조적 사고 활동을 함으로써 필자는 추론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아이디어들 사이의 연관성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내용 생성하기 단계에서의 창조적이고도 체계적인 사고 작용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먼저 글 전체의 개략적인 구도에서 설정한 주요 내용 또는 문제에 대하여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브레인스토밍을 할 경우에는 세 가지 규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주어진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을 전개해 나가되 완벽한 생각을 이끌어 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어진 문제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 대로 그냥 적어 내려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둘째,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과정에서는 자신이 적어 놓은 생각을 정교하게 다듬거나 순서에 맞게 조정하는 데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셋째, 브레인스토밍은 자유 연상과는 달리 목표 지향적인 사고 활동이므로 브레인스토밍의 과정에서 필자는 자신의 생각이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는지를 계속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레인스토밍의 과정이 끝난 다음에는 이 과정에서 필자가 적어 놓은 생각의 덩이들을 바탕으로 하여 예상 독자를 앞에 두고 직접 말을 하듯이 자연스럽게 구두 작문을 해 보는 것도 효과적인 글쓰기 방법이다. 구두 작문을 함으로써 필자는 자신을 보다 실제적이고 생생한 상황에 위치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말하기의 과정에서보다 글쓰기의 과정에서 더욱 심하게 가해지는 여러 가지 제약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내용 생성하기 단계에서의 창의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전개해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계획하기 단계에서 설정한 여러 가지 주요 문제 또는 중심 내용에 관한 세부 사항을 체계적으로 탐색해 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원리, 문제 분석의 원리, 유추의 원리 등을 적용할 수 있다. 주어진 문제에 대하여 조직의 원리를 적용하여 세부 내용을 생성할 경우에는 정의를 내리거나 비교하거나 원인 혹은 결과를 따져보거나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문제 분석의 원리를 적용하여 세부 내용을 생성할 경우에는 주어진 문제 자체의 특성,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 주변 상황과의 관계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유추의 원리를 적용하여 세부 내용을 생성할 경우에는 개인적 유추, 직접적 유추, 상징적 유추, 상상적 유추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내용 조직하기 단계는 내용 생성하기 단계에서 만들어 낸 중심 내용과 세부 내용을 글의 조직 원리에 맞추어 배열하는 단계이다. 글의 조직 원리는 글의 구성과 관련되는 원리와 내용의 전개와 관련되는 원리로 나눌 수 있다. 글의 구성과 관련되는 조직의 원리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모든 글은 처음․중간․끝 또는 서론․본론․결론의 구조를 가져야 한다. 하나의 문단에는 반드시 하나의 중심 문장이 있어야 하며, 문단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들여쓰기를 해야 한다. 모든 글은 글의 주제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 내용적으로 일치해야 한다는 통일성의 원리는 지켜야 한다. 모든 글은 그 글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모든 재료들을 적절하게 배열해야 한다는 연결성의 원리를 지켜야 한다. 글의 구성과 관련되는 이러한 원리들을 지키는 것은 좋은 글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문제 해결 과정으로서의 내용 조직하기 단계에서 보다 긴요한 원리는 중심 내용 및 세부 내용의 전개에 관한 원리들이다. 내용을 전개하는 원리는 시간성을 별도로 중시하지 않는 정태적 범주에 속하는 원리로 나눌 수 있다. 정태적 범주에 속하는 원리에는 분석, 묘사, 분류, 예시, 정의, 비교와 대조, 유추, 삼단 논법 등이 있다. 동태적 범주에 속하는 원리에는 서사, 과정, 인과 등이 있다.
- 박영목․한철우․윤희원(1996), <국어과 교수학습방법탐구>, 교학사
학습활동 |
1. 이 부분까지의 주장을 간략하게 한 문장으로 말해 보자. |
<교수-학습 방안>
학습활동 1은 요약하기 방법으로서 독자의 이해와 정보의 수용 정도를 확인하도록 구성되었다. 요약하기 전략은 읽기 과정에서 내용을 파악하고 중심 내용과 뒷받침 내용을 분리해 내는 인지 능력을 요한다. 그런데 중심 문장을 그대로 반복하여 옮겨 적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학습자로 하여금 내용을 재조직하여 요점을 간추려 낼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 문제에서 요약해야 할 주어진 텍스트는 ‘독립 선언의 내용과 취지, 선언의 배경과 정당성 및 신념, 이민족 겸제의 통고’를 말한 부분이다. 주어진 세 문단의 내용을 읽고 각 문단의 핵심 내용을 항목화 하여 간추린 다음에, 이를 재조직하여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도출해 내도록 한다. 내용을 재조직 해보면, ‘우리는 현재 <어떤> 상태이므로 <무엇>에 기대어 <무엇>을 선언하므로 우리의 주장은 정당하다.’의 구문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예시 답안>
유구한 역사의 우리 민족은 현재 일본의 강점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상태이므로, 민족의 자유 발전을 도모하고 세계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한다.
2.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을지 이야기해 보자. |
<교수-학습 방안>
내용 생성을 위해서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는지를 텍스트 자료를 예시로 삼아 확인하는 활동 문제이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이며, 목적과 의도는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근거로 하여 말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곧 필자가 내용 생성을 위해 거친 준비 과정이기 때문이다.
<예시 답안>
이 글의 필자는 ‘오등’이란 말에 비추어 볼 때 개인이 아니라 다수의 필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곧 민족을 대표한 33인들입니다. 그리고 필자는 글을 준비하면서 예상 독자층을 조선 민족뿐 아니라 일본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세계를 향한 선언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도 독자일 수 있습니다.
또한 10년 동안 억눌려 지내며 받은 유형적․무형적 피해를 객관적으로 조리있게 제시하고자 했으며, 선언의 이유에 대해 근거대기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를 종합해 보면, 필자는 내용 생성을 위해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봅니다. 일제 강점의 민감한 통제 상황 속에서 비밀리에 모여서 여러 사람들과 대화나 토론 과정을 거치면서 좀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여러 의견들을 모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1. 대중 문화에 빠져 있는 청소년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글쓰기를 위해 다음의 활동을 해 보자.
(1) 대중 문화에 빠져 있는 청소년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그 근거를 조사해 보자. (2) 이 같은 주장의 핵심 내용을 항목화하여 분류하여 정리해 보자. (3) 평소의 세대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중심으로 부모님 세대와 청소년 세대의 입장과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자신의 독립 선언서를 써 보자. |
<교수-학습 방안>
이 활동은 선행 학습 활동을 통해 터득한 내용 생성을 위한 준비 과정과 내용 생성 방법의 이해를 통해 자신이 직접 내용을 생성해 보는 활동이다.
학습 활동 1 (1)에서는 하나의 대상을 바라보는 데에는 서로 다른 관점이 있음을 알고, 상대의 주장의 핵심은 무엇이고 그 근거는 무엇을 들고 있는지를 조사해 본다. 이는 면담 토론 및 대화를 통해 조사할 수도 있고, 책이나 인터넷 매체를 활용하여 주장과 근거를 파악할 수도 있다.
학습 활동 1 (2)에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항목화하는 단계이다. 수집한 자료 중에서 상대의 주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하는 활동을 거친 다음에 학습 활동 1 (3)에서는 자신의 입장을 선언서 형식을 빌어서 좀더 논리적이고 타당하며, 공정한 견해를 표현해 볼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설득의 3요소 중 감성적(파토스)․인격적(에토스)인 요소가 없이 지나치게 이성적(로고스)으로 표현되지 않도록 주의해서 지도한다.
<예시 답안>
(1) 대중 문화에 빠져 있는 청소년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근거를 찾아보기 위해 인쇄 매체 및 인터넷 매체를 활용하기도 하고, 직접 설문 조사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해 보았습니다.
(2) 이들의 주장과 근거를 항목별로 분류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주장 : 대중 문화는 주로 매스미디어에 의해 파급되는 저급한 상업주의 속성을 가진 문화로서 가치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청소년들에게는 유익한 점보다는 폐해가 많으므로 무분별하게 몰입하거나 탐닉해서는 안 된다.
○ 근거
1) 대중 문화의 속성
- 만화의 경우 교양보다는 선정적이며, 폭력적이고, 비윤리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 게임의 경우도 파괴적이고 폭력을 미화하는 내용이 많다 - 인터넷 정보의 이용뿐 아니라 채팅의 경우 신속한 정보의 검색 및 공유, 건전한 커뮤니티 형성보다는 음란 퇴폐적인 탈선의 장이 되고 있다. - 대중 가요의 경우도 음반 시장의 약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주요 소비 대상이 되고 있는데, 스타에 대해 열광한 나머지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우상화하고 있다. - 대중 가요의 가사도 선정적이고 직설적이며, 자극적이고 염세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
↓
- 상당수 퇴폐적이거나 폭력적이며, 또한 음란한 내용의 저급한 문화이다. - 예술성보다는 철저히 상업주의의 원리에 따라 생산되고 소비되는 오락 상품이다. |
2) 대중 문화를 즐기는 청소년의 특징
- 대중 문화를 오락의 대상의 즐길 뿐 대중 문화의 속성에 대한 비판적 안목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 자제력이 적어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선을 구별하지 못하고, 시간과 돈을 많이 허비하고 있다. |
(3) 대중 문화를 고급의 엘리트 문화에 상대한 저급의 문화로 보고 있는 시각과 부모님 세대와의 갈등을 두고 다음과 같이 대중 문화 향유에 관한 독립 선언서를 써 보았습니다.
우리들은 이에 우리 청소년들이 대중 문화 향유의 주체임을 선언합니다. 이로써 사회에 알리어 대중 문화는 문화의 민주주의에 입각하여 고급 문화 못지 않게 가치 있는 문화임을 밝히며, 이로써 부모님과 학교에 설득하여 우리도 대중 문화를 즐길 정당한 권리를 누려 가지게 하는 바입니다.
몇 백만 청소년의 마음을 합하여 이를 널리 펴서 밝힘이며, 우리의 개성을 펼 수 있는 문화 공간이 필요함을 주장함이며, 세계 문화 개조의 흐름에 맞추어 함께 나아가기 위하여 이 문제를 내세움이니, 이는 시대의 큰 추세이며, 천하의 어떤 힘이라도 억누르지 못할 것입니다. 낡은 시대의 유물인 고급 엘리트 문화주의에 희생이 되어, 역사 이래로 가치 인정을 받지 못한 지 오래되었으니, 그 동안 우리 청소년층의 자유가 억눌린 것이 그 얼마이며, 우리의 개성의 신장에 장애를 받은 것이 그 얼마이며, 대중 문화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며, 쉽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뺏은 것이 그 얼마인가 묻고 싶습니다.
슬픕니다. 오래 전부터 입시 위주의 학교 문화로 인해, 유익하게 보고 즐길 만화도 보지 못하고, 우리의 감정을 잘 대변하는 대중 가요도 마음껏 부르지 못하며, 우리 정서와 취향에 꼭 맞게 만든 시뮬레이션 게임도 즐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새로운 공동체로 자리잡고 있는 인터넷 매체를 가까이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대중 문화가 활성화 되고 고급 문화에 비견할 문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향유의 주체가 대중이 되어야 하는 것이니, 우리 청소년도 그 대열에 당당히 한 몫을 다할 것입니다.
때때로 만화, 게임에 몰두하지 않겠다는 부모님,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참으로 죄송합니다. 그러나 대중 문화는 모두 유해하다는 어른들의 편견에 사로잡힌 시선보다는 대중 문화 공간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풍토를 조성해 주는 시선이 더 필요한 시점입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격려하기에 바쁜 우리들은 부모님을 원망할 겨를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대중 문화만이 아닌, 고급과 대중 문화를 골고루 향유하여 우리를 발전시킬 앞날을 개척함에 있습니다.
당초에 부모님 세대와 우리들 세대 사이에는 갈등이 있지 않았습니다. 갈등은 어느 한 쪽만 생각하는 데서 나온 것임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참된 이해와 동정에 기초를 둔 우호적인 새로운 판국을 여는 것이 바람직한 길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아! 우리는 새로운 전환의 시점에 서 있습니다. 더 이상 대중 문화의 소비 주체로만 이용당하는 입장이 아니고, 대중 문화를 생산하는 위치까지 가야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우리 청소년들의 문화도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가정 그리고 학교나 사회에서도 더 이상 대중 문화에 대해 금기시하거나 편견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기능보다 순기능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거름주고 물을 주어 길러 나가야 할 것으로 봅니다. 우리도 거기에 동참할 것입니다. 모든 문화는 현실을 떠날 때 실효성이 없는 법입니다. 현실을 무시한 문화는 근거를 상실하게 되고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우리는 이에 떨쳐 일어납니다. 개성과 자유의 신장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기성 세대, 청소년 구별없이 활발히 일어나 손을 잡고 대중 문화의 건강한 성장에 온 힘을 다할 뿐입니다.
1. 이 글의 독자를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글을 읽을 독자는 누구인가? (2) 그렇게 생각한 근거는 무엇인가? |
<교수-학습 방안>
이 활동은 내용을 생성할 때 예상 독자에 대한 고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활동이다. 이미 생성되어 있는 글을 읽을 경우, 처해져 있는 구체적 상황이 제시되어 있는 부분을 보면 어떤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는지를 알 수 있다. 구체적 상황이란 정치적․사회적․문화적․경제적 배경 등을 말한다. 또한 글의 주제와 독자와의 관계를 살펴 본다. 학습자로 하여금 이 글이 어떤 주제이며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그 근거를 찾도록 유도한다.
<예시 답안>
1 (1) 일본, 조선인, 전 세계인
1 (2) 거사를 세계 만방에 알린다는 말로 미루어 전 세계인이 독자가 될 수 있으며, 자손 만대에 깨우친다는 내용과 독립에의 신념과 결의, 그리고 공약 삼장의 강령으로 보아 조선 민족이 독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정치적․사회적․문화적․경제적으로 조선 민족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을 제시하면서 갈수록 원한의 구렁을 깊게 파여지고 있는 점을 직시하라고 명령하는 것을 보면 그 대상이 일본임을 알 수 있다.
2. 이 글에서 조선이 독립하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는지 그 근거를 다음 각각의 관계에 따라 정리해 보자. |
(1) 조선과 일본 |
|
(2) 동양 |
|
(3) 세계 |
|
<교수-학습 방안>
이 글은 주장과 설득이 함께 들어 있는 글이다. 학습자로 하여금 조선 독립의 이점을 말한 설득적 양식의 텍스트를 찾도록 한다. 그리고 어떤 점을 근거로 들어 설득하고 있는지를 찾아 도표로 정리하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설득적 양식의 내용을 생성할 때 근거 마련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시 답안>
(1) 조선과 일본 |
조선인으로 하여금 정당한 생존과 번영을 이루게 함 일본으로 하여금 동양 지지자의 중대한 책임을 맡기는 일이 됨 |
(2) 동양 |
괴로운 일본 침략의 공포심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임 |
(3) 세계 |
동양 평화의 보장으로 인하여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의 단계가 됨 |
3. 일제 강점기의 우리 나라의 상황을 떠올려 보면서 다음 물음에 답해 보자. (1) 이 글에서 조선 독립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를 어떤 방법으로 생성해 내었는지 말해 보자. (2) 이 글에서 조선 독립을 주장하기 위해 사용한 설득 방법을 설명해 보자. (3) (2)에서 설명하고 있는 방식이 일본의 잘못을 비난하면서 조선의 독립을 주장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해 보자. |
<교수-학습 방안>
글을 생성하면서 독자 요구 분석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필자 자신의 입장을 분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좀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자기 중심적 사고를 가지고서는 아무리 근거가 충분하다고 해도 설득과 주장에는 한계가 나타나게 되어 있다.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면서 공감을 유도해 내는 설득일 때 성공적인 표현을 할 수 있다.
학습활동 3 (1)에서는 우리 민족과 일본이 처한 상황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제시하고자 했음을 파악하게 하는 활동이다. 3 (2)(3) 에서는 자기 중심적 사고가 아니라 공정한 관점, 소아(小我)의 관점이 아닌 대아(大我)의 관점에서 설득하고 있음을 알도록 학습 활동이 구성되었다.
<예시 답안>
(1) 양국 병합의 결과가 낳은 불합리하고 부자연스러운 상태를 가능한 객관적 입장에서 제시하고 있다. 위압으로 유지하려는 임시 방편과 민족 차별의 불평등의 상황, 그리고 거짓 통계로 둘러대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제시함으로써 상대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2) 독립을 해야 함을 주장하는 것은 묵은 원한과 일시적 감정상의 문제로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엄숙한 양심의 명령임을 강조하고 있다. 독립을 했을 경우 여러 이점들을 고루 제시하면서 독립이 피차간 복을 불러오는 바람직한 일임을 강조하고 있다. 요컨대 자기 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남을 배타적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관점에서 피차간의 좋은 점을 함께 지적하는 방법으로 내용을 생성했다.
(3) 원한과 배타적 감정으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면 결과는 좋지 않을 때가 많다. 감정의 대립밖에 초래할 것이 없다. 따라서 일본의 무신함과 소의함에 대해 포용과 관용의 자세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고 독립을 주장하면 전달의 효과가 더 클 것이다.
보충 자료 |
3․1운동의 추진 계획
1910년의 한일 병합으로 나라가 망한 뒤 항일 구국 운동에 있어서 적극적인 인사들은 대개 중국․만주․노령․미국 등의 국외로 망명하여 독립 운동을 전개하여 왔으며, 국내에 남아 있던 비교적 소극적인 인사들도 눈에 띄지 않게 독립 사상을 고취하면서 독립 운동을 일으킬 기회를 찾고 있었다.
이런 중에 미국의 윌슨 대통령의 민족 자결주의가 발표되고, 이것이 곧 3․1 독립 운동에 도화선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 위에 고종 황제의 갑작스런 붕서(崩逝)로 민심이 크게 술렁거리게 되니 독립 지사들은 이때를 가장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여 일을 서두르게 되었으며, 또 일본 유학생과 국외 독립 운동자의 활동이 그 촉진제가 되었다.
이때 덕수궁에서 기거하던 고종 황제는 68세로 아직 건강한 편이었는데, 1919년 1월 21일 갑자기 병이 나서 다음날 붕서하였으므로, 우리 민족은 그 붕서에 대하여 의문을 품게 되었는데, 때마침 일제가 독살했다는 말이 퍼졌다.
당시의 고종 황제 독살설은 ‘조선독립신문’과 격문(檄文)에 의해서 민중에게 널리 알려졌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종 황제 1919년 1월 21일 덕수궁에서 승하(昇遐). 일제가 파리 강화 회의에 보낼 신 빙서(조선이 병합을 자원했다는 내용)에 이완용 등 7적(七敵)이 조인코, 황제께 조인을 강박하였으나 불허하므로, 그 밤에 약시(藥弑)하였다는 것.
조선독립신문 제2호 3.3
일제가 파리 회의에 “한족(韓族)은 일본의 정치에 열복(悅服)하여 분립을 불원한다”는 증빙서를 만들어 이완용 등이 각계 대표라고 가칭, 서명 날인하고 고종 황제께 비준 압 보(押寶)를 박청(迫請)하였으나 실패하였다.
이에 윤덕영․한상학으로 하여금 선(膳)에 시(侍)케 하고 두 궁녀로서 밤에 드시는 식 혜에 독약을 화진(和進)케 하였다. 직후 두 궁녀까지 잔약을 먹여 참살함으로써 비밀이 새지 않게 하였다.
- 격문 중
이 독살설의 전파는 전 민족에게 큰 충격을 주었으며, 망국의 설움과 일제에 대한 적개심으로 민심이 크게 동요하였던 것이다.
한편 재일 한국 유학생들의 2․8 독립 선언은, 중국에 있다가 서울을 들러 도쿄로 건너간 이광수의 국내 인사들의 동정 전달과, 서울에 와서 중요 인사들과 협의하고 돌아간 송계백에 의하여 사전에 국내 애국 지사들과 연결되어 일어난 것이었다.
그리하여 2․8 독립 선언은 국내 운동의 촉진제가 되었으며, 3․1운동이 터지자 일본 유학생들 대부분은 즉시 귀국하여 이에 가담했던 것이다.
그리고 국외 각지 독립 운동자들의 활발한 활동 상황이 국내에 알려졌으며, 특히 중국으로부터 파견된 선우 혁은 평안도 지방에서 비밀히 기독교들에게 독립 운동을 권유하고, 미국에서 돌아온 여운형이 그 곳 운동의 진행 상황을 소상히 전했는데, 이것이 또한 국내 독립 운동의 촉진제가 되었다.
이렇게 하여 거국적인 3․1운동이 태동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종교 단체와 학생들이 각각 거사 계획을 세웠던 거이다. 그 까닭은 일제가 무단정치를 실시한 이후 국내의 사회 단체 대부분이 해체되었지만, 종교 단체와 교육 기관은 약간의 자유 활동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뜻있는 애국지사들은 종교에 의지하거나 교육에 힘쓰면서 국권 회복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들 단체 중에서 천도교․기독교․학생 조직이 개별적으로 독립운동의 추진 계획을 세워 왔는데 뒤에 이르러 서로 다른 계통의 활동을 알게 되자 이를 종합한 추진 계획이 세워지게 되었다.
김진봉(2000), 3․1운동,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10년대 일제 침탈에 일어서는 농민과 노동자들
밭은 털려서 신작로 되고 집은 털려서 정거장 되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주소
- 아리랑 중 하나
동무들아 나아가자 용감하게 적수공권일지라도 두려울쏘냐.
정의와 인도의 광명 비치는 곳에 원수들의 천군만마도 쳐부수리라.
동무들아 나아가자 용감하게 이제야 십 년의 원한을 풀 날이다.
불타는 가슴 끓는 피 흐를 때 2천만이 이 한가슴으로 죽고 또 산다.
- 독립운동가 중 하나
1910년 이전부터 계속되던 일제 식민지 수탈과 경제 약탈 정책으로 농민들의 생활 기반이 뿌리째 흔들렸기 때문에, 곳곳에서 생존권 투쟁이 일어났다.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으로 왕실 소유인 궁장토와 지방관청이 관리한 역둔토 등이 국유지로 편입되자, 그 땅의 경작권과 소유권을 빼앗긴 농민들과 소작제도로 더 비참해진 소작 농민들이 합세해 투쟁을 펼쳤다. 토지조사사업에 대해 농민들은 실시 과정에서부터 조사원 습격, 측량 방해 등으로 저항했다. 조사 당시 소유권 분쟁수가 34,000여 건에 이르고 있다. 이는 일제의 불법 토지 약탈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생존권 투쟁 역시 광범위하게 전개되었음을 반증한다. 또한 일제는 임야 조사사업으로 삼림법을 만들고 국유립 구분 조사를 하여 광대한 임야를 국유림으로 편입했으며, 농민의 임야 이용을 금지해, 농민들 생활에 큰 타격을 주었다. 농민들은 1910년대에 빈발한 임야 소유권 분쟁이나 마을마다 일어난 목초지 분쟁, 임야 조사 방해 등으로 저항을 표시했다. (중략)
이러한 저항 운동은 191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빈번해 주재소, 세무서, 면사무소, 우편국과 같은 일제의 통치기관에 대한 습격으로 발전하였다. 심지어 사전에 계획해 무리를 지어 일본 헌병, 조선 순사, 친일 관리를 습격하는 일도 있었다. 1915년 안희범이 인솔하는 13인이 조선인 피의자를 호송하고 돌아오는 조선인 순사보를 습격한 사례 등에서 과감한 저항을 읽을 수 있다.
1910년대 파업 투쟁이 성장하는 가운데 노동단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유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이들은 상당수의 노동조합을 만들어, 임금 인상과 근로 조건 개선 등을 내걸고 파업 투쟁을 벌여 나갔다. 1917년까지는 연간 파업 투쟁이 10건을 넘지 않았고, 참가 인원도 100명을 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다가 1918년에는 연간 50회, 참가 인원도 4,400여 명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가운데 20여 개 노동 단체가 생겨나와 친목계나 공제회 형태로 지속했다.
이러한 작은 물줄기는 1920년대 들어서며 점차 커다란 강을 이루어 노동자들의 대중 단체 출현에 매우 중요한 공헌을 했다. 1910년대 말 농민과 노동자들의 투쟁이 자연발생적으로 시작해 점차 조직화한 정치 투쟁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드디어 1919년 3․1운동에서는 거대한 시위의 들불로 번져 나갔다.
김송달(1998), 한국 근현대사 100년사 (1), 거름
◆ 단원의 마무리
정리하기 |
정리하기 부분에서는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첫째, 글쓰기와 말하기에서 상황의 중요성, 둘째, 내용 생성을 위한 준비 과정, 셋째, 내용 생성의 구체적 방법 알기가 그것이다. 이 내용은 이미 알아두기 학습을 통해 확인되었겠지만, 다시 한 번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세 가지 내용은 글쓰기와 말하기의 일련의 과정이자 순서이다. 그 중 상황 파악은 표현의 기본이자 매우 중요한 사항임을 재확인한다. 본문 학습 과정에서 서사 텍스트를 제재로 하여 이야기의 전개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인물들은 상황 파악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들의 대화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실제 찾아보았던 구체적인 예들을 상기하면서, 상황 파악의 중요성과 상황 파악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을 다시 한번 점검하도록 한다.
그리고 내용 생성을 위한 준비 과정과 내용 생성의 구체적인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 선언서 제재를 활용하였는데, 이 역시 이론적, 추상적으로만 확인하지 말고 텍스트 속에서 예를 통해 파악했는지를 점검한다. 주장(선언)과 설득하는 내용이 섞여 있는 글에서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 글을 생성했으며, 어떤 방법으로 내용을 생성해 내었는지 재정리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점검하기 |
․이 단원에서도 점검하기의 주체는 학생 자신이다. 학습자가 자신의 인지적 상태에 따른 과제 이해 및 수행 정도를 점점, 통제, 조절함으로써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키우도록 구성되었다. 이 때 교사는 점검 내용 항목을 세분화하여 제시함으로써 학습자의 자기 평가를 돕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는 학습자 스스로 현 단계의 능력과 태도를 솔직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자기 점검을 통해 학습자는 자기의 학습 과정에 부족한 점과 나은 점을 발견하여 다음 학습 활동에 참고 자료로 삼아야 한다.
․점검하기 성격은 본문 알아두기 내용에 대한 이해나, 학습 활동에 대한 활동 능력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므로, 학습자의 총체적 능력 평가나 지속적인 평가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대단원 점검 단계에서 적절한 수행 평가 과제를 제시하여 학습자의 창의적 언어 능력의 향상을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개념적 지식보다는 선언적, 절차적 지식에 대한 학습자들의 직접적인 수행 활동은 양적 평가보다는 질적 평가의 개념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생각하는 힘’ 단원의 성격에 맞게 이 단원에서는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여러 자료를 준비하게 하여 내용 생성이라는 최종 과제를 해결하는 성격의 수행 평가 과제 부여가 적합할 것이다.
내용 |
세부내용(예시) |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상황에 적절하게 내용을 생성해야 함을 안다. |
- 말하기에서 상황에 적절한 내용을 생성해야 함을 이해한다. - 글쓰기에서 상황에 적절한 내용을 생성해야 함을 이해한다. |
․다양한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형식을 선택할 수 있다. |
- 상황의 변화에 따라 내용과 형식이 달라짐을 이해한다. - 청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주제나 어휘 및 문장 구성 방식을 달리 선택할 수 있다. - 청자와의 관계에 따라 호칭어나 높임법을 달리 선택할 수 있다. - 위로, 축하, 감사, 부탁 등 말하기의 상황에 맞게 적절한 내용을 생성할 수 있다. |
․내용을 생성하기에 앞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
- 조사나 관찰 및 사색을 통해 내용을 생성할 수 있다. - 면담 토론 및 대화를 통해 내용을 생성할 수 있다. - 책을 이용하여 인용하거나, 매체를 활용하여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
․주제와 목적에 맞게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여 내용을 생성할 수 있다. |
- 배경 지식을 활용하여 내용을 조직할 수 있다. - 수집한 자료를 항목별, 체계별로 구조화할 수 있다. - 중심되는 생각에 관련되는 내용을 구체화할 수 있다. - 개성이나 독특한 관점이 보이는 내용을 생성할 수 있다. |
◆ 보충․심화 학습
구성 취지 |
이 단원의 보충․심화 학습은 학습목표의 난이도에 따라 구성되었다. 보충 학습은 대단원의 학습 목표 세 가지 가운데 첫째, 둘째 목표인 ‘상황에 적절한 내용을 생성하는 것의 중요성과 내용을 생성하는 다양한 방법을 안다’를 확인하는 활동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주어진 특정 상황에 맞게 내용을 생성한 뒤 직접 표현해 보는 활동으로써 심화 학습을 구성했다.
보충 학습 |
보충 학습은 대단원의 학습 목표 중 ‘상황에 적절한 내용을 생성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내용을 생성하는 다양한 방법을 안다’를 확인하고 이를 보충하는 활동이다. 일상 생활에서 수없이 많은 말하기․듣기 상황을 만나게 되는데, 말과 말로써 의사 소통하는 경우가 기본이다. 그러나 때로는 말을 하지 않고 의사 소통이 될 수 있음을 제시문을 통해 알 수 있다. 따라서 주어진 제시문에서 전개되는 대화의 상황을 대화에 임하는 사람이 각각 어떻게 대처하고 있으며, 어떤 방법으로 상대에게 의사를 전달하는지를 파악하게 해야 한다.
[학습활동 풀이]
1. 필자가 말하는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과 ‘통찰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알아보자. (1) 이 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2) 이것은 상황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3) ‘통찰의 커뮤니케이션’에 해당하는 상황을 찾아보자. |
(1) 교수 학습 방안
이 활동은 본시 학습에서 서사 텍스트를 제재로 하여 확인한 의사 소통 과정에서의 상황 파악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하는 것으로서 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들이 주 대상이 된다.
1 (1)에서는 말로 표현하는 의사 소통과 상황 및 분위기에 대한 통찰력으로 말없이 상대와 의사 소통이 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확인하게 한다. 제시문에서 한국인의 가정이나 직장이나 사회에서는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보다 말없이 의사를 주고받는 통찰의 커뮤니케이션이 많다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속담과 관련 이야기를 예화로 들고 있다.
1 (2)에서는 말없는 통찰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상황 파악이 관건임을 확인하는 절차이다. 그리고 1 (3)에서는 통찰의 커뮤니케이션에 해당하는 구체적 상황으로 무엇이 제시되어 있는지를 텍스트 속에서 확인해 보게 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오고가는 말없는 의사 소통 행위와 같은 커뮤니케이션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관찰할 수 있다. 주어진 보충 학습 활동을 수행하고 난 뒤에 학습자로 하여금 이와 비슷한 사례를 주변의 언어 생활에서 직접 찾아 발표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언어 표현 능력의 신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2) 예시 답안
(1)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상대에게 분명하게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고, 솔직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말로 표현함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가 딱딱해지고, 밋밋하고 정감 없이 느껴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말없이 상대의 속마음을 읽고 난 뒤, 알아서 대처하는 지혜와 요령이 상대와의 친분 관계를 더 돈독히 하여 마찰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에 제시되어 있는 것처럼 눈이나 귀가 입보다 말을 많이 하고, 그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이 곧 ‘통찰의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입니다.
(2) 말없는 가운데 마음과 마음으로 뜻이 통하고 의사 소통이 될 때 이를 가리켜‘이심전심(以心傳心), 심심상인(心心相印), 불립문자(不立文字)’라 합니다. 눈빛, 표정, 몸짓, 발짓, 손짓만 보거나, 헛기침 몇 마디로도 상대의 의중을 알아보는 놀라운 통찰력을 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말없이 의사 소통하는 것이 비합리적이고 불분명할 것이라는 생각은 ‘통찰의 커뮤니케이션’의 장점을 잘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이는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는다고 봅니다. 오랫 동안 동일한 문화적인 관습 아래 같은 상황을 함께 공유해 온 사이일 경우에 가능합니다. 상황이 전제되지 않는 통찰의 커뮤니케이션은 있을 수 없습니다.
(3) 제시문에서 ‘아침 굶은 시어머니 모습’은 말없는 가운데 며느리에 대한 분노와 항의 표시임을 며느리는 이제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알아차립니다. 그동안 며느리에 대해 쌓인 불만이나 분노 표시로 시어머니는 아침을 안 먹고 밥상을 미루어 놓고 돌아 누워 있는 모습으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고, 이런 상황을 누누이 겪어온 며느리는 알아서 대처해야만 두 사람 사이가 다시 원만해질 것입니다. 분노를 사게 했다면,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고, 괜히 심사가 뒤틀린 것이라면 애교를 부려서 마음을 풀어드려야 할 것입니다. 이 경우 며느리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밤새 굶어 배고픈 시어머니의 인상은 더 어두워질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일을 많이 경험합니다. 예를 들어 술을 드시지 못하는 아버지께서 술을 한 잔 드시고 말없이 웃으며 들어오시는 날이면, 우리는 아버지 다리를 주물러 드리며 위로합니다. 왜냐하면, 으레 그런 날은 아버지께서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교에서도 담임 선생님께서 아침 조례 때 학급 칭찬을 많이 하시는 날은 저희들은 조심합니다. 야단치실 일은 항상 훈계로 하시지 않고 늘 칭찬과 격려로 다독거려 주시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
[제재 개관 및 관련 자료]
(1) 제재 개관
이 글은 통찰(通察)이 필요한 한국인의 독특한 언어 관습을 서양과 대비해 쓴 글이다. 놓여진 전후 상황을 파악하고 상대의 속마음을 읽어냄으로써 말없는 가운데 상호간 우호적이며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하거나 발전시키는 지혜가 우리에게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말로 표현할 때도 상황의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지만, 말없이 의사를 주고 받는 소통 구조에서는 상황의 요소가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2) 관련 자료
한국인의 행동을 규정지었던 ‘소학’이나 ‘내훈’에 ‘비록 비어 있되 찬 것처럼 하며, 사람이 없되 있는 것처럼 하라’고 가르쳤다. 방에 들기 전에 반드시 건기침을 하라 했고, 문밖에 신 두 켤레가 있는데 말소리가 없으면 결코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말의 미국인 선교사 게일이 지적했듯이 한국인은 기침으로 백 마디 말을 할 줄 안다.
좁은 한국의 가옥 공간이지만 통찰로 감지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너무 많이 복합돼 있음에 서양 사람은 놀랄 것이다. 무당은 앞문을 통해 앞마당으로 못 드나들고, 뒷문이나 뒷문이 없으면 개구멍으로 드나들어야 한다. 월경 중의 여인이 갓 담은 장독대 앞을 지나가서는 안 되고, 비린 것 먹고 사당 앞을 지날 때는 허리를 굽혀야 한다. 통찰로만 감지되는 무수한 장벽이 가로 막혀 있는 공간인 것이다.
이 한국인의 ‘통찰’의 원인으로 한국인이 정착 농경민이었음을 들 수가 있겠다. 농경은 파란이 없는 규칙적인 작업을 요구하기에 사람끼리 서로 말이 없어도 영위할 수가 있다. 곧 대지와 무언의 대화로 안정하게 생활할 수가 있다. 곧 어느 위태로운 임장(臨場)에서 정확한 의사의 사인 교환이 요구된다. 죽이느냐 죽느냐의 위기에서 통찰 같은 태평스런 여유란 있을 수 없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유럽의 언어는 정확한 의지 전달에 적합하다.
한국말이 유럽계 언어보다 나 너 등 인칭 대명사를 거의 생략하고 쓰는 습성이라든지, 단수 복수의 형․성별의 품사․시제의 구분이 지극히 빈약한 것도 바로 이 정확성의 불필요에서 기인된 것이다.
통찰은 그것이 커뮤니케이션 잘 되고 배려가 잘 될 때 가장 아름답고 정든 인간 관계가 형성이 되고, 조화나 안정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은 미디어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현대인의 생활권이 넓어지면서부터 서구식의 정확한 의사 소통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통찰의 습성은 이에 영합하지 못하고 많은 실수와 손해와 오해를 빚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현대 한국인의 비극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규태(1994), 한국인의 의식구조 1, 신원문화사
심화 학습 |
심화 학습에서는 대단원의 기본 학습 목표를 학습하고 난 뒤, 능동적인 의사 소통 활동을 통해 창의적 언어 사용 능력의 신장을 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
선택된 두 편의 제시문은 ‘상황’을 인식하는 필자의 상이한 관점을 대비해 볼 수 있는 글이다. 한 편의 글은 삶의 과정에서 기다림과 여유가 중요함을 말하고 있고, 또 한편의 글은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상황 변화를 빠르게 파악해야 하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한 글이다. 학습자로 하여금 두 편의 글에서 관점의 차이를 발견해 내고, 상황에 따라 알맞은 내용을 조직하여 대화를 생성해 내는 활동이 요구된다. 나아가 학생들로 하여금 일상 생활에서 겪었던 이와 비슷한 경험들을 발표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호 발표를 통한 공유 과정은 학습의 내면화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학습활동 풀이]
1. (가)의 할아버지와 여행을 한다고 가정할 때 대화할 수 있는 내용을 생성해 보자. |
(1) 교수 학습 방안
학습자로 하여금 제시문 (가)에서 상황과 관련된 정보를 찾게 한다. 즉, ‘시간, 장소, 화자와 청자, 맥락’을 살펴 보게 한다. (가)는 역 대합실에서 시골의 한 할아버지와 필자가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주고 받는 대화 상황이 나와 있다.
1. (가)의 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할아버지의 성격을 알아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자와 여행을 함께 하면서 대화를 나눈다고 했을 때 할아버지는 청자의 위치가 된다. 따라서 할아버지의 성격을 알아보는 일은 대화 생성에서 청자 분석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할아버지는 자식을 보러 가는 멀고도 고달픈 일을 즐겁게 생각하며, 대화를 주고 받는 내내 ‘화롯불 같이 따스한 미소를 입가에 묻히고’ 계신 분으로 보건대, 매우 인정많고, 온후하며,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전형적인 부모님의 성격으로 보인다. 이런 분과 여행을 함께 한다는 시․공간적 상황을 가정한 뒤, 주고 받을 수 있는 대화 내용을 생성해 보도록 한다. 세대 간 관심과 시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옆 자리에 앉아 함께 여행을 하게 된 점을 감안하여 공감 형성을 위한 대화, 친교적인 대화 쪽으로 내용을 생성하도록 이끄는 것이 좋을 것이다.
(2) 예시 답안
할아버지 :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오늘 같이 기차를 타게 되었구나. 꼭 내 손자 같구먼. 지금 몇 학년이니?” 나 : (머리를 꾸벅하고는)“예, 저도 할아버지 인자하신 모습을 뵈니, 꼭 돌아가신 제 할아버지 같아요.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이에요.”
할아버지 : “할아버지를 기억하는 걸 보니, 꽤 커서까지 생존하셨는가 봐?”
나 : “중학교 1학년 때 돌아가셨어요. 할아버지께서는 도시보다 시골이 좋다시며 할머니와 시골에서 사셨거든요. 제가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 주말에 시골로 가서 인사드린다고 미리 전화를 하면, ‘오냐! 고 녀석..얼른 와. 나도 보고 싶어.’하며 반겨 주셨고, 주말 뵈로 가는 날이면 한 두 시간 전부터 마을 어귀에 나와 계시곤 했었어요.”
할아버지 : (눈물이 약간 맺히는 것을 보고)“그래.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정이 많이 들었는가 보네. 돌아가시고 나면, 평소에 부족했거나 잘못했던 것들이 자꾸만 떠오르지?”
나 : “이젠 홀로 계신 할머니께 자주 연락드리고 찾아 뵙도록 할 거에요. 아님, 올라오셔서 같이 살지도 모르겠어요. 아버지께서 어머니와 의논하시는 걸 들었거든요.”
할아버지 : (어깨를 두드리며)“참 기특하기도 하다. 오늘 지루할 법한 여행길에 좋은 친구 만났는 걸? 우리 사람들이 모두 따스한 마음으로 만났으면 좋겠어.”
나 : “네”
2. (나)의 필자는 어떤 상황을 문제 삼고 있는지 말해 보자. |
(1) 교수 학습 방안
학습자로 하여금 필자가 내용을 생성해 낼 때의 내적․외적 조건이 무엇인지를 고려할 때 필자의 관점을 보다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내적 조건은 글의 성격과 관련된 것으로서, 이는 필자의 의도와 밀접하다. 따라서 의도가 설명인지 설득인지, 논증인지, 친교 표현인지, 정서 표현인지를 파악해 본다. 외적 조건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독자 요구 등의 조건으로서 어떤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를 잘 살펴본다.
(2) 예시 답안
(나)글의 앞부분에 이 글의 핵심이 들어 있다. 정보화 시대에 신속하게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좋은 점보다는 오히려 나쁜 소식이나 문제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나쁜 상황이나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과 속도는 곧 디지털 기술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요컨대 아날로그 방식에서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정보)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뒤지고 헤매야 했었기에, 상황 파악이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비되었지만, 디지털 방식에서는 어떤 긴급한 상황이라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3.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가)의 할아버지가 (나)의 필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인가? (2) (나)의 필자가 (가)의 할아버지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인가? (3) 내가 (가)의 할아버지와 (나)의 필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인가? |
(1) 교수 학습 방안
(가)의 할아버지와 (나)의 필자의 관점을 대비해 보게 한다.
(가)의 할아버지는 차를 몇 번씩이나 번갈아 타며 자식을 만나보러 가고 있는 중이다. 교통편의 연계가 원활하지 못해서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시골의 옹색한 교통편을 이용하고 있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긴 하지만 자식을 만나보러 가는 따스한 어버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마음은 시간적․경제적으로 환산하기 힘든 소중한 가치라고 보고 있다.
(나)의 필자는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경우 해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방식의 사고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가능한 짧은 시간에 위기 상황을 발견하고 이에 대처해야 만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나)의 필자가 보면 (가)의 할아버지의 사고는 아날로그 방식이며, 시간적․경제적으로 비용이 많이 허비되고 있다고 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가)의 할아버지는 또 다른 관점으로 (나)의 필자에게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관점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주고 받을 수 있는 대화 내용을 생성해보자.
(2) 예시 답안
(1) “마냥 빠른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 시대가 너무 빠름을 추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고속도로 위에서 속도를 즐기는 스피드광처럼 말입니다. 난 자식을 만나러 집을 나서기 전 며칠 전부터 자식들에게 들고가서 건네줄 먹을거리를 준비했답니다. 그래도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자식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역에서 시간이 맞지 않아 다음 차를 몇 시간이나 기다리면서도 시간을 허비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차가 오기 전 대합실에 앉아서 자식 생각도 하고, 지난 날 있었던 일들을 추억하기도 하고, 또 사람들 살아가는 이런 저런 모습과 표정을 살피는 재미가 있답니다. 빠른 것도 좋을 때가 있겠지요. 그렇지만, 난 지금 이 방식이 행복하답니다.”
(2) “할아버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무거운 짐은 속달이나 택배로 보내면 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좀더 빠른 연계 교통편을 사전에 알아보시고, 그걸 이용해 가실 수도 있는 것을 몇 시간식 이렇게 기다리십니까? 자식 생각이 나시면 전화로 하시면 되고요... 이 사회는 빠르지 않고는 생존하기 힘든 시스템 구조입니다. 빠름이 가져다 주는 편리함을 충분히 누려보세요. 그리고 이왕이면 같은 일을 하더라도 능률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그 방법은 바로 디지털 사고 방식에서 나옵니다.”
[제재 개관 및 관련 자료]
(1) 제재 개관
두 편의 글은 속도와 삶의 관계를 보여주는 제재로서 (가)글의 필자는 느림의 미학을, (나)글의 필자는 빠름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 산업화, 정보화 사회로의 이행에 따라 삶의 양식이 달라지고, 사고와 행동의 속도가 빨라지며, 거기에 가속도가 붙어 정신없이 질주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느림을 추구하는 것과 빠름을 추구하는 것 중에서 어느 입장이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각각의 글에 나타나 있는 필자의 생각과 그 근거를 찾아 정리해 보고, 학습자 자신의 관점을 정립해 보는 활동이 있어야 할 것이다.
(2) 관련 자료
“화해로운 세상을 꿈꾸며”, 작가 공선옥 그녀가 바라보는 세계
1991년에 등단할 적부터 작가가 꾸준히 관심을 품어 온 인물은 소외된 사람들, 사회의 피라미드 구조 상에서 제일 밑바탕을 이루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다수임에도 각광을 받지 못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기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살지만 그녀는 적어도 작가라면 소외된 곳을 바라봐야 하지 않나 하며 자신의 작가관을 내비친다.
그녀가 바라보는 것은 소외된 사람이다. 바로 이것을 이유로 작가는 『수수밭으로 오세요』가 여성의 강한 모성과 끈질긴 생명력을 주제로 한 이른바 페미니즘 소설로 읽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힘든가, 왜 이렇게 불화가 이루어지는가, 무엇이 어긋나 있는가에 대한 보고서이다. 불화의 내역을 잡아내려고 그녀는 사회를 반영하는 표본이라 할 수 있는 가정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불화의 이면에는 자신이 맡아야 할 사회적 역할을 자각하지 않는 이중적인 지식인이 있다.
필순의 남편 이섭은 `가난을 선택한 사람들의 모임'까지 하면서 대안적 삶을 추구하며 환경을 걱정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인물이지만 정작 자신의 일상과 부닥치는 `못 배우고 가난한' 아내는 따뜻하게 어루만지지 못하고 결국 인도로 떠난다. 힘 있는 사람은 힘 없는 사람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힘 있는 지식인들은 이 곳의 상처는 놔두고 끊임없이 다른 곳에서 새로운 모델,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 한다.
1980년대에 민중운동 하던 사람들이 1990년대에 들어서는 생태주의 운동에 돌아섰죠. 생태주의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요. 빼도 박도 못하게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것은 또 다른 착취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요. 또 다른 불화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구요. 한쪽은 응어리가 풀리지 않고 있는데, 또 한쪽은 기존에 있는 것 말고, 새로운 것을 들고 나온단 말이야. 그 응어리를 푸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에 부심하고 있는 현실이죠. 그런 지식인들의 모습이 어떻게 보면 가정에서의 아버지 같아요. 어머니는 일단 지금의 틀에서 잘해보려고 하는데 아버지들은 계속 새로운 일을 만들어 보려 하잖아요. 그런 상하 관계에 있어서 힘있는 사람은 아버지에요. 아버지가 어머니를 돌보지 않으면 그 집안은 안 돼요. 아버지는 어머니를 보살피고 어머니는 자식을 돌보고 자식들은 어머니를 사랑하고 공경해야 하는데, 그 고리들이 끊어지면서 어머니는 가정을 뛰쳐나가죠. 그 가정의 모습이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고 봐요.
강자와 약자가 서로 화합하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랴만 작가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려면 일단 힘 없는 사람들의 응어리가 풀려야 하는데, 응어리가 풀릴 수 있게 하는 도덕률, 그러한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지식인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은 배웠다는 사람이 사회의 갭을 더욱 크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하략)
.
생각의 속도와 느림의 미학
속도가 문제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속도가 최고의 관건임을, 그것이 국운과 사운과 개인의 명운까지 좌우할 지고의 가치임을 강변하는 표어들로 가득차 있다. 펜티엄 칩의 처리속도, 인터넷망이나 화상 디지털 전화의 전송 속도에 대한 각 업체의 광고는 실로 오늘날의 가치가 속도 그 자체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 뿐인가. 지난 근대화 시대 내내 우리를 지배한 것은 ‘남보다 더 빨리’였다. 아이 교육에서부터 대형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남보다 더 빨리 앞서가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오지 않았던가.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질주하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매우 빠른 속도는 우리의 익숙한 시공간을 해체시키면서 동시에 오로지 저 소실점에 꽂혀있는 목표물만 보도록 만든다. 밀란 쿤데라는 그게 바로 우리 시대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질주하는 역동성보다는 느림의 성찰성을 강조한다. 그는 소설 <느림>에서 이렇게 말한다. “속도는 기술 혁명이 인간에게 선사한 엑스터시의 형태이다. 오토바이 운전자와는 달리, 뛰어가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육체속에 있으며, 뛰면서 생기는 미묘한 신체적 변화와 가쁜 호흡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우리는 뛰고 있을 때 우리 자신의 체중이나 나이를 느끼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우리의 인생을 사고한다. 그러나 기계에 속도의 능력을 의탁하는 순간 우리는 곧장 우리의 현실로부터 이탈되어 비신체적인 속도의 드라이브에 몰입한다. 쿤데라는 이를 “테크닉의 싸늘한 몰개인성과 엑스터시의 기묘한 결합”이라고 불렀다.
뭐라구? 시대의 역동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인문적 지식인의 나약한 푸념에 불과하다구. 글쎄, 어떤 점에서는 그렇게들 해석할 수도 있겠다. 인류가 그렇게 허약한 동물이 아님을 과신하는 사람들은 밀란 쿤데라 같은 지식인들의 우려가 푸념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이룩한 쾌거를 과감히 승인하고자 하는 신지식인/테크노크라트들에게 있어 밀란 쿤데라같은 ‘먹물’의 ‘진단’은 한마디로 시대에 뒤떨어진 책상물림의 푸념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속도를 늦추어’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빛의 속도를 따라잡는 무한 질주의 에너지가 아니라 현재의 속도가 어디로 향할 지를 근원적으로 되돌아볼 줄 아는 성찰의 힘이라는 게 분명해진다. (중략)
뉴밀레니엄의 막이 오른지도 한달이 넘어간다. 새천년의 첫해에도 어김없이 이 사회의 모든 화두는 인터넷과 정보 사회로 모아졌다.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정책,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하는 테헤란밸리, 한순간에 코스닥의 황제로 등극한 벤처사업가들, 과열 조짐까지 일고 있는 초등학생들의 컴퓨터 교육 등을 살필 때 우리는 한편으로 도전과 창의의 긴장된 자세를 바짝 조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지금 이대로 무한 질주를 해도 되는가’하는 우려를 버리지 못한다. 이를 첨단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얼치기 지식인들의 현실착오적 우려라고 한다면, 바로 그럴수록 이러한 우려는 깊어져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물론 인류는 그렇게 허약한 동물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 그 어느 시기도 위기가 아니었던 때가 없었으며 동서양의 선각자들은 언제나 자기 시대를 위험하고 불안한 시대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구조적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러한 성찰의 시선이다.
다시 밀란 쿤데라의 고언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는 ‘인간적 시간’을 호소한다. 그에 따르면 만약 우리가 삶의 진정한 방향을 찾고자 한다면, 오늘날 시간이 어떻게 경험되는지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생겨나면서 즉시 소멸되는 정보의 범람, 속도와 가속도에 대한 현대사회의 맹목적 신앙, 우리의 일상 생활을 지배하는 텔레비전 영상들은 어쩌면 시간을 빠르게 하거나 초월하게 하기보다는 시간을 잊게 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쿤데라는 묻는다. 바로 이 질문 속에서 철학의 가치가 떠오른다. 학과목으로서 철학이 아니라 삶을 성찰한다는 측면에서의 철학적 태도말이다.
무한 속도의 시간에 오르는 순간 인간은 생각의 기능을 잊게 된다. 급격하게 변하는 추세를 맹목적으로 따를 뿐이다.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추월선에서 빠져나와 갓길에 멈추어 서서 우리 자신을 천천히 성찰하는 느림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내 나름대로 사는 지혜
한 나그네가 등짐을 지고 길을 가고 있었다. 도중에 빈 길마를 멘 소 한 마리를 만나 같이 가게 된다. 나그네는 이렇게 생각한다. 기왕 빈 길마로 갈 양이면 등에 멘 짐을 싣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나그네는 등짐을 벗어 옮겨 소 길마에 싣고 한결 편하게 걸어간다. 다시, 기왕 가는 길이면 소를 타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그네는 소를 타고 보다 안락하게 간다. 소를 타고 가다보니 기왕이면 보다 빨리 가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소 엉덩이를 친다. 소가 걸음을 빨리하자 이제 보다 빨리 달리고 싶어졌다.
마냥 채찍을 휘둘러 달려간다. 점점 채찍이 강해지자 이에 격앙된 소가 마냥 미친 듯 날뛰는 바람에 나그네는 소 등에서 사정없이 나가 떨어져 팔다리가 부러지고 길마에 실었던 짐도 어디로 날아가 버렸는지 찾을 길이 없었다.
나는 이 전승된 우리 우화(寓話)를 현대를 사는 소중한 지혜로 항상 되뇌이면서 생활을 안락하게 해주는 근대화의 흐름을 적당히 저항하면서 살아왔다. 도시화, 기계화, 전화 등으로 산업화 사회는 숨가쁘게 생활을 안락하고 또 편리하게 해 왔다. 그것은 마치 나그네가 소를 두고 차츰차츰 자신을 안락하고 편리하게 하려 했던 과정과 똑같은 것이다. 사람은 소 길마에 짐만 싣고 가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반드시 타려고 든다. 타면 빨리 가고 싶고, 빨리 가면 달리고 싶다. 달리던 소가 천천히 가면 나그네는 불만이요, 또 불행하게 여기며 타고 가던 소에서 내려 걷지 않으면 안 되었을 때 나그네는 불만을 느낀다.
산업화 사회는 안락과 편리를 위한 상향(上向)을 지향하지만, 그 상향은 불안정한 주변 여건 때문에 하향(下向)할 가능성을 항상 동반한 그런 성향이다. 곧 상향과 하향의 복합 구조를 하고 있다. 그러기에 상향만 타다 보면 소 길마로부터 내동댕이쳐져 팔다리를 부러뜨리고마는 하향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자동차도 없었고 냉장고도 없었고 나일론 스타킹도 없었던 옛날 사람들이 오늘날의 현대인보다 모두 불행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그런 이기(利器)가 없었던 옛 사람보다 한결 행복하게 여기는 현대인도 아마 없을 것이다.
곧 행복은 편리나 안락과는 별개의 차원인 것이다. 상향만 타면 오히려 불행해질 확률이 크고 상향과 하향을 적절히 절충, 조절하여 분(分)을 찾아 누리면 불행을 극소화시킬 수가 있는 법이다. (하략)
- 이규태(1991), 한국인의 버릇(1), 신원문화사
출처: http://www.dged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