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인구 50만 정도의 중급 도시다. 포르투갈어로는 리스보아Lisboa, 리스본은 영어식인 듯. 포르투에서는 (기차나 버스를 타고) 3시간 정도 걸린다.
# 2023년 1월 4일
기차든 버스든 멀리서 오는 교통편은 오리엔트 역을 거쳐야 하는 모양이다. 중심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곳이고, 우리 숙소가 있는 안조스Anjos역까지 가려면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야 한다. 오리엔트 역(복합터미널)이 너무 넓어서 지하철 타는 곳을 못 찾아 조금 헤맸다.
지하철 역에서 나와 1-2분 걸으니 예약한 숙소 Lisbon Style 간판이 보인다. 그런데 간판 아래 작은 문이 잠겨 있다. 웬일이지? 당황해 하는 중에 옆 건물에서 사람이 나와 자기네 문으로 안내한다. 이 집은 New Style, 간판이 다른데? 첨엔 다른 숙소인 줄 알았는데 체크인을 하면서 같은 호텔의 신관이라는 걸 눈치챘다. 그러고보니 후기 중에 새 건물로 예약하라던 얘기가 생각났다. 그런 옵션이 없길래 그냥 예약하고 잊고 있었던 것. 아무 말 안 했어도 새 건물에 방을 얻었으니 운이 좋은 건가?
어제부터 몸살 기운이 있어 불안한 가운데, 조심조심 호시우Rossio 광장 근처까지 걸어가 보았다. 그런데 이 동네는 (호시우 광장에서 걸어갈 만한 가까운 동네인데) 이상하게도 외국인이 많이 보인다. 관광객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나 불법 체류자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거리에는 중국어 간판도 많이 보이고, 네팔 식당에 터키 식당 태국 상점도 눈에 띈다. 저녁 때는 근처 무료 급식소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았는데 대체로 중동계 이주민이 많은 듯했다. 출입국 관리소가 근처에 있는 영향일까? 하여튼 동네 분위기가 밝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범 지역이라든가 하는 정도는 아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유명한 엘리베이터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 2023년 1월 5일
몸살 기운이 가라앉이 않아서 하루 종일 숙소에서 빈둥거렸다. 20일 여행에 벌써 지쳤나?
저녁 무렵에 우연히 틀어 놓은 텔레비전에 가장 행렬 축제가 나온다. 생중계를 하는 아나운서가 엄청 신나 보인다. 저거 뭐지? 내일이 스페인 최대 명절이라는 주현절이라고 듣기는 했는데 저렇게 대단하게 축제를 벌이는 줄은 몰랐다. 스페인의 주요 도시마다 저렇게 축제를 한다던데 일정이 안 맞아서 좋은 구경 놓쳤네. 혹시 여기 리스본에서도 하는 건가? 그렇다면 몸살이고 뭐고 뛰어나가 봐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데 자세히 보니 축제가 벌어지는 곳은 마드리드다. 방송국은 스페인 채널 RTVE.
리스본에서도 비슷한 축제를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른 채 (안 나가 봤으니) TV로 마드리드 축제를 본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 2023년 1월 6일
어제 하루를 공쳤으니 근교 당일치기 계획(신트라 + 호카 곶)은 없었던 걸로 하고, 오늘은 일단 벨렝 지구부터 구경하고 나서 구시가지 쪽으로 돌아와 몇 군데 둘러보기로 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지하철을 잘못 내려서 우왕좌왕 헤매고 다녔다. (덕분에 예정에 없던 코메르시우 광장을 봤지만). 코메르시우 광장에서 벨렝으로 가는 트램이 있다 하여(메트로 직원이 알려줌) 정류장에서 한참을 기다렸으나 트램이 올 기미가 없다. 정류장에 있는 안내문을 자세히 읽어 보니 당분간 트램이 여기까지 안 오고 벨렝에서 카이스 소드레까지만 운행한다고 적혀있다.
벨렝까지 걸어가 볼까? 했지만 걷기에는 너무 먼 길, 카이스 소드레 역까지 걸어가서 기차를 탔다.
바닷가를 따라 걷다가 푸드 트럭 앞에 앉아 간식도 먹고,
발견의 탑과 벨렝 탑에서 사진도 찍고,
제로니무스 수도원에도 들어가 보고(건물은 엄청 크고 멋진데 그에 비해 소장품은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는 느낌)
(4월 25일 다리와 구세주 그리스도 동상은 멀리서 보는 걸로 만족하고)
수도원 근처에 있는 200년이 되어간다는 원조(?) 에그타르트 맛집에도 들렀다. 길게 줄이 보여 얼른 뒤에 섰는데, 옆에는 짧은 줄도 있다. 저긴 안에 들어가서 먹는 줄인가 봐. 옮길까 말까 하다가 빨리 줄어드는 긴 줄을 따라가서 6개짜리 한 박스를 받았다. 맛이 있어서 가게 앞에 선 채로 다 먹기는 했지만, 그러다고 이거 먹으려고 비행기 타고 올 정도는 아니지 않나?
MAAT라는 표지판을 따라 간 곳에는 (가오리를 닮은) 특이한 외관의 큰 건물이 있었다. 발전소 박물관이라던가... 얼른 구시가지 쪽으로 가자고 지붕만 올라가 보고 말았는데,
한참을 기다려서 탄 버스가 (구글이 알려준 코스대로 안 가고) 소드레 역에서 멈추고는 다 내리란다. 벨렝 지역의 트램과 버스가 모두 단축 운행을 하는 모양이다.
리스본 대성당과 상 조르주 성만이라도 구경하고 싶었으나, 이래저래 시간은 늦어지고 몸과 마음이 지쳐서 그냥 호텔로 돌아왔다. 내일은 파루로 가는 버스와 호텔이 예약되어 있으니 리스본은 이대로 마감해야 한다.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