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 때 고향 교회에서(녹동제일교회-전남 고흥) 학습문답을 했다.
내게는 아버지 같은 장로님이 물었다.
“영준이 너, 공산당이 총을 겨누고 죽어도 예수 믿겠느냐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하셨다.
뜬금없는 질문에 멈칫했다. 잠시 침묵하다가 정중하게 “예!” 라 대답했다.
그 때는 어르신들이 6 25을 겪으면서 신앙생활을 했기에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
일제 때는 고흥지방이 속했던 순천노회 여러 교회들도
천황숭배와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조국광복의 소망을 설교했다.
이 일로 박용희(순천중앙), 선재련(광양읍교회), 나덕환(승주교회) 오석주(관리교회) 목사와
교역자들이 투옥되었다.
1948년 여순사건과 1950년 6·25 전쟁을 겪으면서도
공산군이나 좌익세력에 의해 교회가 핍박을 받고 순교의 피를 흘렸다.
여순사건 때 손양원 목사의 두 아들(동신 동인)이 좌익 청년에게 살해당했고,
손 목사도 6‧25 때 공산군 총에 맞아 순교했다.
그 때 교인들은
나도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면서 일사각오(一死覺悟)의 신앙생활을 했던 것이다.
그 시기는 한국 교회의 시련기였다.
조선예수교장로회 제27회 총회가(1938년) 신사참배를 결의할 때
회장에게 ‘불법’을 외치며 항의했던 한부선 선교사(Bruce F. Hunt) 이야기다.
그는 조선예수교장로회 만주노회에 속하여 북만주에서 활동했다.
그가 쓴 글이다.
“1938년 이후 일본 정부가 교회를 간섭하려고 교인들에게 천황숭배를 강요하는 처사에 대하여
공공연하게 반대하여 왔던 것이다. 두 번이나 주재소에 불려가서 오래도록 심문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당국은 나를 검거하겠다고 위협한 일도 있었고, 알게 모르게 나의 뒤를 밟았으며,
내가 하는 일을 비난하는 기사가 어용 신문에 기재된 때도 있었다.”
결국은 1941년 10월 22일, 하얼빈에서 체포되었다.
심문내용이다.
“일본 천황도 예수를 믿어야하는가?”
그의 대답이다. “사도행전 4장 12절 말씀, 다른 이름으로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나니
천하 인간에 구원을 얻을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니라 하였습니다.”
“당신이 인용한 성구에 따르면 일본 천황도 예수 믿지 않으면 망한다고 믿느냐?”
“예, 천황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므로 만약 그 분이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를 믿지 않으면
영원한 형벌을 받을 것이라 믿습니다.”
성경 말씀 그대로 확실하게 대답했다.
마지막 심문이었다.
“당신은 뱀이 에덴동산에서 하와를 유혹했다는 것을 사실로 믿는가?”
“예, 믿습니다.”
“많은 신자들이 신사에 절을 하는데도…”
“우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매우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기독교의 표준은 어떤 종파를 물론하고 성경입니다.
죄송하지만 그들이 그 표준에 진실 한가 우리가 진실 한가 판단해 보십시오.”
“우리 일본인들은 천황이 신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가 왜 당신의 서양 신을 믿어야 한단 말인가?”
“하나님은 서양의 하나님만이 아니고 전 세계의 하나님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일본 천황도 역시 예수를 믿어야한다고 생각 하는가?”
“예, 일본 천황도 구원 얻으려면 예수를 믿어야 합니다.
그도 한 사람의 인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간으로서 그는 성경대로 우리와 같은 죄인이요
구원을 받아야 할 사람이란 말입니다.
만약 그 분이 예수를 믿지 않는다면 영원한 형벌을 받아야 합니다.”
참으로 담대하게 진리를 선포했다.
한부선은 자신의 전도로 신자가 된 조선인들이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투옥되었지만,
그런 고난 가운데서도 믿음의 정절을 지켜가는 것을 보고 크게 감격했다 한다.
그는 평양과 재령에서 선교사역을 했던
하위렴(William B. Hunt) 선교사의 아들로 평양에서 출생하여 조선에서 성장했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한국 선교사로 파송 받았다.
대물림 선교사인 그를 두고
‘가장 한국적인 미국 선교사,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선교사’라 말하기도 한다.
그는 조선민족과 교회의 시련기에 진리의 말씀과 믿음의 소망을 선포했다.
진리는 타협할 수 없다. 너도 믿고 나도 믿어 소망을 삼아야 하리라.
황영준의 청년 시절,
학습문답을 하셨던 故 강채영 장로(녹동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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