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진단 전문기업인 ㈜큐브바이오가 러시아 스탠다트-바이오테스트(Standart-Biotest)사로부터 암 진단기 제품을 발주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큐브바이오는 지난해 9월 러시아CIS권 독점 수입및 유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스탠다트-바이오테스트로부터 첫번째 수출 물량으로 약 180억원 규모의 진단기 제품을 수주했다고 한다. 양사의 향후 5년간 총 수출계약은 3조6천억원 규모에 달한다고도 했다. ** 바이러시아 2019년 10월 1일자 '큐브바이오, 러시아CIS에 암 자가 진단기 수출 본계약 체결' 기사 참조.
국내 암 진단기 제품을 무려 3조원 어치가 넘는 물량을 수입할 러시아 스탠다트-바이오테스트사는 어떤 회사일까? 그 정도 물량을 러시아CIS권에 유통하려면 대단히 큰 회사로 추정된다. 큐브바이오가 스탠다트-바이오테스트사가 입주한 건물이라며 언론에 뿌린 사진(아래)도 근사해보였다.
러시아 포탈사이트 얀덱스(yandex.ru)에 스탄다트-바이오테스트를 영어와 러시아어로 검색해봤다. 손쉽게 홈페이지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의외로 빗나갔다. 홈페이지도, 관련기사도 찾을 수 없었다.
입주 건물이라는 사진을 검색했더니, 모스크바에서 유명한 '바쉬냐 2000 모스크바 시티' (비즈니스 센터내) 오피스 빌딩이었다.
스탄다트-바이오테스트사의 실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온라인 검색으로 찾을 수 없으니, 큐브바이오 홈피 살피기에 들어갔다. 국내 언론의 관련 기사들이 홍보용으로 올라가 있을 뿐, 수입 업체에 관한 정보는 그 어느 곳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e메일 주소로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멜을 보냈다. 사흘 뒤 홈페이지에 나온 070- 전화번호로 다이얼을 돌렸다. "담당자가 아니라"며 "메모를 남겨주겠다"고 했다. 이후 전화를 받지 않았고, 이 기사를 작성하는 순간까지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국내 기업이 러시아 등 해외 파트너와 비교적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 국내에 생소한 파트너사를 제대로 소개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국내 언론에 기사화된 스탠다트-바이오테스트사 소개 대목은 대충 이렇다. "스텐다트-바이오테스트사는 러시아 연방 보건부 및 연방 주 예산기관인 국립방사선의료연구센터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암 진단 및 치료에 대한 국가적 보건 전략 실행에 발 맞춰 러시아 시장에서 암 진단 분야의 선진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기업이다."
이 내용만 보면, 스탠다트-바이오테스트사가 바이오 분야 혁신기업인지, 의료제품 유통회사인지, 암진단 전문 생명과학업체인지 파악하기 곤란하다. 기사를 쓴 언론사 역시 자료가 부족하니, 보도자료 그대로 베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보니, 암 진단기의 대규모 수출 계약 기사가 "러시아는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매해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 보건복지부는 2017년 러시아 국민들이 3년에 1번씩 정기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제정해..." "러시아의 의료체계는 러시아 연방 보건부 산하 기관이 국공립병원 전체를 관할하는 형태" "러시아 의료시장은 2018년 기준 약 140조 원 규모인 것으로 평가되었으며.." 등 러시아 정황을 주로 나열하고 있다.
국내 언론 기사들은 또 큰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경우, 주로 싣는 계약 체결 관련 사진 대신에 모스크바의 유명 오피스 건물 사진을 쓴 뒤 "러시아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의 기존 방한 일정이 COVID-19 사태로 지연됨에 따라 우선적으로 구매발주서를 수령했다"고 했다. 그리고 "8월 예정인 러시아 관계자들의 방한 시 생산설비 및 물량 공급 프로세스의 재점검이 면밀히 진행된 후 세부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의료기기의 대러 수출에 가장 중요한, 현지에서 '의료기기 허가'를 승인받았는지 여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일부러 빠뜨리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천문학적 암진단기의 러시아 수출이 앞으로 과연 이뤄질 것인가? 아니면, 신종 코로나 시대에 러시아 시장 개척 성과가 기업의 브랜드 가치 향상및 주가 띄우기에 크게 도움이 되니, 일단 질러본 것일가? 큐브바이오는 코스닥 기업이자 원료의약품 전문기업인 큐브앤컴퍼니의 자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