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타오르고 있다.
벚꽃이 활짝 핀 중앙공원을 지나 가천대로 향하는 마음은 꽃마음이다.
가천대에 도착하니 캠퍼스는 온통 꽃들의 잔치로 분주하다.
오늘따라 시를 배우러 오신 우리 가천 시창작반 학생들의 표정이 더 밝아 보인다.
교수님도 밝은 색 봄빛 옷을 입고 오셨다.
오늘 수업은 학생 작품부터 시작했다. 매번 끝에 하다보니 다 하지 못하고 서둘러 끝내서 오늘은 먼저 하신단다.
우리 시합평회 선생님이신 박경자샘의 작품을 보았다. 수정된 작품을 올리면
호곡(號哭)
동짓달에 시집온 새댁 시절 큰 눈이 내린 정월쯤에
큰댁 시어머님 부고 받고 경운기를 타고 가서 상복을 입었네
부모뻘 되는 맏형님이 아이고 아이고 곡을 하다 그치시고
“이제 자네들이 곡 좀 하게나“ 하고 바통을 넘겨주시네
연습도 못해 본 아이고를 연출해보니 짚단에 물 추기는 소리만 날 뿐
눈물도 안 나오지만 곡도 안 되더군
고인과 추억이라도 있던가 매운 시집살이라도 했더라면
유통기한 다 되어가니 이별의 곡이 절로 나오네
담 너머 아짐 죽음도 내가 죽은 것
영상 속 젊은이가 떠나도 내 자식을 보내는 것
눈물 모르는 눈망울 까만 남의 자식도 내 손자
수목장은 좀 곤란해 납골당은 갑갑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아니야 아니야
각본도 없는데 현연(泫然)으로 눈이 짓무른다
구천길 가는 주인공은 울지도 못 하더라며
아직은 살아 있다는 이기(利己)로 후루룩 국에 밥을 말아 넘긴다(국물을 넘긴다)
다음은 이정원 샘의 시를 살펴보았다. 가사 문학의 원조인 4.4조로 리듬감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목련이 필 때
그 해 가을 거리에서
너와 함께 걸었었지
다방에서 차 마시며
내 마음을 고백했지
횡단보도 건너던 너
돌아보고 활짝 웃고
연락하라 말했었지
그 해 겨울 찬바람에
내 모가지 날아가고
정처 없이 걸어가다
취한 마음 주체 못해
네가 전화 걸었었지
목련이 필 때 마다
목련이라 했던 너를
그리면서 살았었지
이제( ) 머리 위에
하얀 목련 피고 있네(지)
이어 문복희 교수님의 '백목련'시를 공부했다.
백목련(白木蓮)
그대는 40대 여인의 잔잔한 눈 웃음
차마 말하지 못한 시린 바람 모아서
쳐절한
가슴 속에서
차갑게 핀 지등(紙燈)이다
그대는 물에도 젖지 않는 얼음꽃
뜨락에 내리는 빗방울 마다하고
하이얀
그리움으로
출렁이는 찾잔이다.
겨우내 몸서리 친 그 바람을 못 있어
차라리 4월 하늘 꽃이 진 그 자리에
부활은
푸른 아픔으로
돋아나는 침묵이다.
문교수님의 시조생활 등단작품으로 완숙한 여인의 미(美)를 잘 표현했다.
봉우리에서 만개한 꽃을 지나 낙화 후의 푸른 잎이 돋아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전개했다.
시의 핵심어로 1연은 지등, 2연은 찻잔, 3연은 부활이다.
이어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자세에 대해 헤밍웨이의 글을 통해 살펴보았다.
*연필 열 자루가 닳도록
소설가 헤밍웨이는
날마다 연필 열 자루가 닳도록 글을 썼다.
그는 <오후의 죽음>이란 소설에서 이렇게 썼다.
"서둔다고 빨리 배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우리에게 있는 것은 시간뿐이지만 그것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듬뿍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이 조그마한 지혜는 매우 귀중하여 인간이
남기고 가야 하는 유일한 유산이 된다."
-원영의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 중에서
*그냥 되는 일은 없습니다.
날마다 연필 열 자루를 닳게 써야
헤밍웨이가 될 수 있습니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라 손끝으로 쓰는 것입니다.
손끝으로 생각하고 손끝에 영감이 달라붙어야
사람의 영혼을 움직이는 좋은 글이 써집니다.
교수님께서 강조하시는 필사의 중요성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이어 간식시간, 늘 준비해 오시는 샘들게 감사하다.
이봄표 감자떡, 박경자표 사과, 김옥희표 떡, 김영주표 과일(참외 등), 류숙자표 구운 달걀을 먹으며 귀와 눈의 즐거움에 입의 즐거움까지 더하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공부보다 노는 것이 더 즐거운 듯,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지나가지만 다시 2교시 수업을 해야 한다.
이번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미수 허목(許穆 : 1595-1682)의 불여묵전사(不如默田社)를 통해 알아보았다.
노인이 입으로 짓기 쉬운 16가지 잘못을 경계한 내용으로 노인만이 아니라 누구가 경계해야 할 내용으로 보인다. 풀어쓴 것만 옳기면
첫째는 실없이 시시덕거리는 우스갯말
둘째는 입만 열면 가무나 여색에 대한 말
셋째는 재물의 이익에 관한 얘기
넷째는 걸핏하면 버럭 화를 내는 언사
다섯째는 남의 말은 안 듣고 과격한 말을 쏟아냄
여섯째는 체모 없이 아첨하는 말
일곱째는 사사로운 속샘을 두어 구차스럽게 굼
여덟째는 내가 왕년에 운운하며 남을 꺽으려 드는 태도
아홉째는 저보다 나은 이를 꺼리는 마음
열째는 남의 내 잘못을 지적하는 것을 수치로 알아 듣고 못 견딤
열한째는 잘못을 인정치 않고 아닌 척 꾸미기
열두째는 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비방하며 헐뜯는 일
열셋째는 저 혼자 곧은 체하며 남의 허물 들추기
열넷째는 남의 좋은 점을 칭찬하지 않고 애써 탈 잡기
열더섯째는 남의 사소한 잘못도 꼭 떠벌려 드러내기
열여섯째는 시세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음
나이들어 입으로 짓기 쉬운 허물 16가지를 나열한 뒤 허목은 이렇게 글을 맺었다.
'삼가지 않는 사람은 작게는 욕을 먹고, 크게는 재앙이 그 몸에 미친다.
마땅히 경계할 진저'
16가지 구과(口過)를 범하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할까?
입을 꾹 닫고 침묵하면 된다. 어떤 말도 침묵만은 못하다는 뜻으로
자신의 거처 이름을 불여묵전사(不如默田社)로 붙이 이유다.
[정민 한양대 교수 고전 문학]
오늘 마지막 수업은 김경주 시인의 시를 공부했다.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고향을 내려와
빨래를 널어 보고서야 알았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를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 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네, 그 속에서 하늘하늘
한 팬티 한 장
볼에 문질러 보네, 안감이 붉어 지도록
손끝으로 비벼 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어지껏 여자로 살게 하는 무늬였음을
오늘은 그 적멸이 내 볼에 어리네
어머니 몸소 세월에도 증명했듯
삶은, 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순간이었네
사람들이 아무리 만지작 거려도
팬티들은 싱싱했네
웬만해선 핀티 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네
빨랫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
뜬 눈송이 몇 점 다가와 물드네
쪼글쪼글한 꽃 속에서 꽃물이 똑똑 떨어지네
눈덩이만한 나프탈렌과 함께
서랍 속에서 일생을 수줍어 하고 했을
어머니 오래된 팬티 한 장
푸르스름한 살냄새 속으로
그 드물고 정하다는 햇볕이 포근히 엉겨 붙나니
이어 몇가지 행사에 대해 말씀하셨다.
첫째는 4월 14일 오후 6시 이봄, 류숙자 신인상 수상 축하식이 용산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있으니 참석 바라고,
둘째는 4월 11일 오후 6시 초우아카데미 용해원시인의 강의가 있으니 참석 바란다고 하셨다.
오늘 점심은 류숙자샘이 내셨다. 우리 얼름꽃 동인지 '인생의 함지박' 시집 제목에 당첨되시어 3월부터 점심을 사신다고 하셨는데, 이레저레 사시는 분들이 많아서 밀리다가 드디어 사시게 되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점식 식사후 합평회는 10명이 참석하여 박경자 샘의 시에 대한 좋은 글을 살펴보고, 최영희샘의 '난쟁이들의 도시', 김유미샘의 '고로쇠 물', 홍긍표샘의 '돼지머리', 채기병의 '싹', 류숙자샘의 '인생은 과도기'를 차례로 살펴보았다.
박경자 샘이 가져오신 글을 제목만 정리하면
1. 기록하기를 주저하지 마라
2. 여행을 즐겨라
3. 많은 경험을 하고 낯선 체험을 두려워히자 말자
4. 글은 건축이다
5. 시는 관찰이다
6. 시를 즐기면서 인간적인 성숙을 도모하라
7.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8. 시작 감정은 어두울수록 좋다
9. 쉬운 것부터 써라
10. 첫 행에 정성을 다하라
11. 주제어를 숨기는 일이 중요하다
12. 하나의 명사와 네 개의 동사로 이루어진다.
오늘은 가청시창작반 소년소녀들이 벚꽃을 보며 마냥 즐거워하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첫댓글 가천시창작반 학생들은 눈부신 벚꽃을 닮았습니다.
도여 채기병 선생님, 홍긍표 선생님 감사합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벚꽃을 닮아서 밝고 화사하지요.
@道如 채기병 시간을 늘 되돌려주시는 회장님의 복습엔
배가되는 삶을 느끼게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도여님의 대량의 워드 치기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요래 조래 다독다독 포토맨 홍샘 수고 치하드립니다.
무관의 제군들은 덕분에 복습도 하고 지난 시간 돌아 보는
즐거움에 스마일입니다.
쓰다 보면 항상 이쁜 우리 교수님 인사가
늦습니다. 양해해 주셔요~~~~~
감사합니다. 복습하는 마음으로 합니다.
꽃구름 타고 모여든 선생님들!
가천대 캠퍼스에 머물고 계시는 순간들이 찬란하십니다~~
하얀 우유빛 백목련 찻잔 들고
입으로 짓기 쉬운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날이 얼마나 될까 자숙하여 봅니다~
글씨가 굵고 커서 읽기가 편합니다.
감사합니다.
채기병선생님과 홍긍표선생님~♡
감사합니다.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는 분위기입니다.
여인의 향기가 흠뻑 젖어있는 듯합니다
정숙 여인고 함께 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