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의 장엄한 자연을 배경으로 로버트 레드포드와 메릴 스트립이 열연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
▲ 체제에서의 예술가의 고뇌와 갈등을 영상화한 「백야
월남전을 소재로 한 전쟁영화 ‘플래툰’은 이 영화의 전편에 흐르는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로 인하여 포연이 자욱한 잔혹한 전쟁터를 출렁이는 현악기의 물결로 중화시키면서 이 영화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현대 작곡가 「바버」의 이 음악은 원래 그의 현악4중주 1번의 2악장인데 현악 합주로
편곡한 그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지만 작년에
「바이올린 협주곡」이 레코드로 발매된 적이 있다.
같은 전쟁영화로서, 특히 전쟁의 공포를 잘 표현하고 마론 브란도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지옥의 묵시록"에서는 미군의 헬리콥터가 월맹군 마을을 공격할 때 나오는 「바그너」의 악극
「발퀴레」중 제3막 말타기(騎行)의 음악은 바그너 음악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그 이상한 힘과
함께 전쟁의 광기를 피부로 느끼고 전율하게 한다.
시드니 폴락 감독의 아카데미상 7개 부분 수상작인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는 구식 축음기를
가지고 아프리카에 온 모짜르트를 유난히 좋아한 남자 주인공의 비극적인 종말을 예견이라도 하듯
이 모짜르트가 사망하기 불과 몇달 전에 사용한 그의 백조의 노래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의
우수 어린 멜로디가 작업하는 아프리카의 초원으로 퍼져갔다.
소련의 망명 무용가 ‘바리시니코프’가 실제 열연하고, 체제 속에서의 예술가의 고뇌와 갈등을
영상화한 "백야(白夜)"에서는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바하」의 오르간곡 「파사칼리아와 푸가」
중에서 그 단순하고 장중한 파사칼리아의 저음 주제가 종횡으로 무대를 흐르는 가운데 주인공의
무용은 현대와 고전의 묘한 조화를 이루기도 했다.
모짜르트의 적수였던 ‘살리에르’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아마데우스’에서는 영화의 첫머리에
절규하듯이 나오는 「교향곡 25번」의 1악장이 모짜르트의 일생이 결코 평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감을 던져준다. 왜냐하면 모짜르트가 작곡한 약 50여곡의 교향곡 중 유일하게 단조로 작곡된
곡은 이 25번과 40번 2곡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주로 장식하는
「레퀴엠」은 마치 모짜르트가 이 영화를 위하여 작곡이나 한듯이 영화와 절묘한 일체감을 보이고
있지만 이 영화의 압권은 아마도 오페라 「돈 죠반니」중 제2막의 기사장의 등장과 돈 죠반니의
죽음 장면일 것이다.
오래전 영국 영화 ‘엑스칼리버’에서는 독일의 현대 작곡가 「칼 오르프」의 대표적인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가 이 영화의 중세 영국의 신비감과 박진감을 더해 주었는데, 몇 년 전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TV에서 미녀들이 등장할 때마다 이 음악이 나오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
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음악은 아니지만, 며칠 전 TV에서 무슨 커피 선전할 때인가 그 배경음악이 모짜르트의
종교음악중에서도 가장 종교적인 영감이 가득 찬 곡 중의 하나인 「아베 베름 코르푸스(K618)」
인 것을 듣고 금년이 마침 모짜르트 사후 200주년이 되는 해인데 모짜르트가 하늘나라에서
그 TV장면을 보았으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하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
- ‘서상중’의 ‘음악이 있는 공간'에서
https://youtu.be/ZgG41WcDDic?si=Pjw25AIdRBBP5B0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