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로 들여다 본 사찰 33. 정병(淨甁)
부처님께 올릴 감로수 담는 병
◇국보 제66호 청자상감유죽연로원앙문정병.
정병이란 부처님께 올릴 깨끗한 물이나 감로수(甘露水)를 담는 병이다. 《법화경》에 따르면 원래 스님이 반드시 지녀야 할 18물 중의 하나였던 것이 점차 불전(佛前)에 바치는 깨끗한 물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하게 됐다.
범어 군디카에서 유래한 것으로, 음역해 군지ㆍ군치가ㆍ수병이라고도 한다. 정병에 넣는 정수(淨水) 또한 중생들의 고통과 목마름을 해소해주는 감로수와도 서로 통해 감로병ㆍ보병이라고도 일컫는다.
정병은 불기(佛器)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ㆍ보살이 가지는 것으로, 구제자를 나타내는 하나의 방편이자 자비심을 표현하는 지물(持物) 구실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정병과 불ㆍ보살과의 관계는 왕자요 구제자요, 길상(吉祥)과 풍요를 부여하는 자로서의 이미지가 서로 복합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관세음보살이 들고 있는 정병이다. 관세음보살은 감로수로써 모든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갈증을 해소해준다. 정병은 관세음보살 이외에 미륵보살이나 제석천ㆍ범천도 들고 있다.
정병 재료는 토기나 금ㆍ은 등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주로 청동과 도자기가 애용돼 왔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정병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하나는 긴 목에 나팔 모양의 주둥이가 달리고 타원형의 동체에 굽이 달린 모양이다. 다른 하나는 긴 목에 테두리가 둘러져 있고 불룩 나온 배 위에 기다랗고 뾰족한 끝이 나와 있으며 동체는 어깨가 넓은 편인데 어깨에는 주둥이가 나와 있고 여기에 뚜껑까지 있는 모양이다.
전자로서는 경주 불국사 부근에서 출토된 청동병이, 후자로서는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이 유명하다. 특히 은입사정병은 날씬한 모양과 치밀한 무늬로 당대의 걸작에 속한다.
출처 : 금강신문(https://www.ggbn.co.kr)
[출처] 돋보기로 들여다 본 사찰 33. 정병(淨甁)|작성자 안동처사 택전 윤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