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초 회의실
2009년도의 일이다. 대학생 네댓명이 아파트 한 채를 기숙사로 사용했다. 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1층 인도로 내려와 떠들어 대며 담배를 피웠다. 다 골초들이었다. 그들이 기숙사로 올라가면 그 자리는 담배꽁초가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그 꽁초를 줍는 것은 당연히 경비들의 몫이었다. 나는 담배꽁초를 보면서 속으로 욕을 했다.
- 덜 된 자식들, 꽁초 하나도 단속 못하는 것들이 대학생아라구. 유치원생도 너들보다 낫다구.
나는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쟤들이 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않게 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고심했다. 고심 끝에 내놓은 아이디어가 재떨이를 비치하는 것이었다.
나는 재떨이 표면에 유성펜으로 꽁초회의실이라고 써놨다. 생각 밖에 이 꽁초 회의실이 기대이상의 효과를 냈다. 이 꽁초회의실이 생긴 후 대학생들은 꽁초를 꼭 꽁초회의실에 투척했다. 이제 꽁초를 바닥에 버리는 대학생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내가 머리는 쓰지 않고 섣불리 대학생들을 욕했던
일이 후회 됐다. 나는 대학생들이 자랑스럽고 그들로부터 조국의 밝은 장래를 보는 것 같아 흐믓 했다.
나는 딴 곳에도 꽁초까페, 꽁초클럽 등의 꽁초 재떨이를 비치했는데 효과만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