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8/26)
초등학교 동기 모임이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삼십여 명 가까이 모이다가는 지난 모임에는 열명이 모였습니다.
지지난 달,
한 친구의 장례식에 조문하면서 만난 친구들이 여름 끝자락에 몸보신 한번 하자고 해서 광덕산 계곡, 맑은 개천물이 흐르는 가까이에 있는 식당을 잡아 모임을 한 것입니다.
초등학교 동기들이 모이면 참 많은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학창 시절의 추억들이 모인 친구들의 입을 바쁘게 귀를 즐겁게 합니다. 오래된 얘기이고 모일 때마다 소환되는 추억들이지만 반복해 들어도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죽은 친구들이 빠질 수 없습니다.
벌써 유명을 달리한 친구들이 여남은 명이 됩니다.
누구는 술을 과하게 먹어 죽었다는 둥, 누구는 멀쩡했는데 갑자기 병치레를 하다가 죽었다는 둥.... 별얘기들이 다 나옵니다.
결론은 건강관리 잘해서 건강한 몸으로 오래 만나자는 것으로 결론이 납니다.
한 이십여 일 내 몸을 괴롭히는 것이 이명이고 난청입니다.
오른쪽 귀가 멍하고 가만히 있어도 아기 숨 쉬는 소리가 납니다. 내 목소리나 남의 말소리가 공명되어 울리는 것이 가장 신경 쓰이는 일입니다.
모인 친구 중에 보청기 가계를 하는 이가 있습니다.
여러 재주가 있어 포크레인을 가지고 사업을 하기도 하고, 한때는 열쇠가계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친구는는 포크레인을 가지고 공사현장을 다니며 일을 하고, 배우자가 대신 보청기 업소를 운영합니다.
남들보다 이명과 관련 전문가라 생각해서 말을 꺼냅니다.
나를 따라오세요. 친구를 따라 나가니 귀 한쪽을 기둥에 대고 이명이 있는 귀를 한 손으로 막게 한 다음 친구의 손으로 내 귀를 힘껏 여러 번 때립니다. 신기하게도 몇 차례 맞은 후에는 소리가 잘 들립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웬걸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소리가 울립니다. 모임이 끝나기 전에 한번 더 친구에게 맞은 후 이명이 호전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얼마 못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이명을 고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소리를 이용해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이명전문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을 친구는 권합니다.
보청기라니... 보청기를 사용하면 아주 바싹 늙은 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 왠지 망설여진다는 말을 합니다.
친구 왈, 젊은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이어폰을 끼고 다니며 통화하고 이어폰을 끼고 다니며 살고 있는데 뭔 소리하냐고 흰소리를 합니다. 그래도 보청기는 왠지 거부감이 듭니다. 자신감의 상실이고 마음의 부담이지요.
아무리 부정을 해도 나는 가만히 있는데 세월이 마음대로 곁을 지나치며 몸과 마음을 많이 늙게 했습니다.
몸과 마음을 잘 건사해서 남신세 안 지며 오래 머물다 갑자기 가야 될 텐데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것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면 뭔 걱정이래요.
지금도 귀에서는 쌔근쌔근 아기 숨소리가 납니다.
어지러움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