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회] 남해관음의 자비(1)
파리로 둔갑을 해서 팔계가 들어있는 가죽주머니에 앉아
팔계가 아직도 입심사납게 욕을 퍼부어대며
떠들어대는 말을 다듣고 있던 오공은
무슨수를 써서라도 스승님과 팔계를 구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있는데 별안간 요괴의 소리가 들렸다.
"육건장은 다 있느냐?"
요괴 홍애아에게는 육건장으로 불리우는 여섯명의 심복이 있는데
곧 운리무와 운리운 급여화와 쾌여풍, 홍홍헌과 헌홍홍이 그들이다.
여섯건장은 소리가 떨어지자마자 일제히 나와 무릎을 끓었다.
"너희들은 노대왕이 계시는 곳을 알고 있느냐?"
"알고 있습니다."
"속히 노대왕님을 모셔오너라.
내가 당나라 중을 잡았으니 천만년을 장수하시도록
그것을 쪄서 올리겠다고 여쭈어라!"
여섯 요괴가 명령을 받들고 나가자, 오공도 팔계가 매달린 가죽 주머니에서
날아나래서 요정의 등에 착 붙어 동굴밖으로 나갔다.
그 육건장아 문을 나서자 서남방을 향해 길을 다그쳤다.
오공은 속으로 생각했다.
"놈은 노대왕에게 우리 스승님을 대접할 모양이다.
노대왕이라면 우마왕이 틀림없다.
옛날에는 이 손공도 놈과 뱃장이 잘 맞았지.
난 바른길로 귀의했지만,
놈은 아직도 마물이다. 오래도록 놈을 만나지 못했지만
아직도 기억은 생생해, 우마왕으로 변해
놈들이 어쩌는가 보자."
오공은 날개를 펼쳐서 건장들보다 십여리나 앞서 날아가
몸을 한번 번뜩여 우마왕으로 둔갑했다.
다시 몇개의 털을 뽑아 졸개로 둔갑시켜 산의 후미진 곳에서
개를 풀어놓고 사냥을 하는 시늉을 하면서
건장들을 기다렸다.
육건장은 오공이 있는 곳까지 와서 우마왕이 졸개들에게
둘러쌓여 앉아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런곳에서 우마왕을 만나다니, 뜻밖이었다.
먼저 홍홍헌과 헌홍홍이 허겁지겁 땅에 엎드렸다.
"노대왕인, 이곳에 계셨습니까?"
운리무와 무리운 급여와와 쾌여풍도 평범한 눈을 가진 자들이라
진짜와 가짜를 분별하지 못했다. 그들도 일제히
땅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노대왕님, 저희들은 화운동 성영대왕의 사자입니다.
당나라중의 고기를 잡수시라고 모시러 왔습니다."
"얘들아! 그만 일어나거라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고 와야겠으니 너희들도 함께 가자."
"노대왕님! 그러실 것 없이 그냥 저희들의 동굴로 가시지요.
그렇게 먼길을 가셨다가 오시려면
꽤 시간이 걸리고 수고로우실 테니까요"
"그래! 착한 아이들이로구나,
그럼 너희들 말대로 하자 앞장을 서라."
여섯요괴는 큰 소리를 지르며 앞장을 섰다. 순식간에 동굴에 도착해
쾌여풍과 급여화가 동굴안으로 가 홍애아에게 알렸다.
"노대왕님이 오셨습니다."
"그래? 빨리도 다녀왔구나"
"각로의 두령들은 대오를 정돈해서 기를 세우고
북을 쳐서 노대왕님을 성대하게 영접하거라."
모든 요괴들은 대오를 정돈해 노대왕을 맞으러 나갔다.
우마왕으로 둔갑한 오공은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펴고
몸을 떨어 개와 매로 둔갑시킨 털을 회수하고
동굴안으로 들어가 남쪽을 바라보고 가운데 좌석에 앉았다.
홍애아는 앞으로 나와서 무릎을 끓고 머리를 조아렸다.
"아버님, 그새 안녕하셨습니까?"
"오냐, 인사는 그만둬라, 아들아."
홍애아는 사배의 예를 마치고 아래에 가서 섰다.
"얘야! 별안간 왜 나를 오라고 하였느냐?"
"소자가 어제 동녘땅 당나라중을 손에 넣었습니다.
들으니 그 화상은 십세동안 수양을 쌓아서
그 자의 고기를 한점만 먹어도 봉래산 불로선처럼
장수할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자는 차마 혼자
먹지 못하고 아버님께 드리려고 모신 것입니다."
오공은 그 소리를 듣고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얘야! 그 당나라 중은 손행자의 스승이라는 사람 아니냐?"
"바로 그렇습니다."
"아서라, 손을 떼! 그 손행자를 너는 아직 만나지 못했을것이다만
놈은 신통력이 굉장하고 자유자제로 둔갑술을 부리는 놈이다.
놈은 그 옛날 천궁에서 소란을 일으켰을 때 옥제가 십만천병을
동원하고 천라지망을 펼치고도 잡지를 못한 녀석이란다.
그런놈의 스승을 잡아먹다니 큰일 날 일이지.
저 원숭이 녀석이 성질을 부리기전에 돌려보내는 것이 좋겠다.
저놈이 만약 제 스승을 잡아 먹었다는 말을 들으면
여의봉을 산밑에다 막아 아예 박살을 내려 들께야!
그렇게 되면 너흳르은 몸 붙일 곳이 있겠느냐?
그리고 난들 늙은 몸을 누구에게 의지하겠느냐?"
"아버님, 당치않은 말씀이십니다.
어찌하여 저 원숭이만 추켜올리시고 아들을 무시하십니까?
손행자와 사제둘이 당나라중을 보호하고 있는 것을 제가 채왔습니다.
손행자라는 놈과 두어번 싸워봤는데, 그리 신통치 않은 자였습니다.
맞대결은 제가 좀 힘들지만, 지난번 팔계란놈이 싸움을 돕기에
삼매진화로 불벼락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러자 놈이 사해용왕을 데려다가 물을 퍼 부었습니다.
그러나 진화를 끌수는 없지요. 오히려 제 놈이 혼나서
관음보살을 데려오려고 팔계를 보내는 것을 제가
관음보살로 속여 잡아 놓았답니다. 또 와서 소란을
부리기에 졸개들을 시켜 잡아 오랬더니 보따리를 내 던지고
달아났습니다. 그래서 아버님을 모셔다 아버님께 드리려고 한 것입니다.
아버님도 당나라 중을 보시면 구미가 당기실 것입니다."
"얘야! 넌 삼매진화로 이긴것을 생각하고 놈이 칠십이변의
둔갑술을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로구나.
"놈이 어떤 모습으로 둔갑을 하든 소자는 그 놈을
단박에 알아 볼 수 있습니다.
놈은 두번다시 이 동굴에 오지 못할 것입니다."
"허나 놈의 둔갑술과 신통력은 무궁무진해, 놈이 눈에 띄는 것으로
변하면 네가 알아보겠지만 파리나 모기같은 아주 작은 것으로 변하면
눈에 띄지도 않을텐데 어떻게 알아보겠느냐?"
"염려마세요, 놈이 소로된 심장이나 그리된 간을 지녔더라도
소자에게 만만하게 접근을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넌 놈에게 지지않을 자신이 있어 내게 당나라 중의 고기를
대접하겠다는 것인데 난 오늘은 먹지 않으련다."
"어째서입니까?"
"나도 지금 늙었다, 네 어미는 다음생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라고 귀가 따갑게 충고하고 있어,
하지만 난 특별히 좋은 일을 할 기회가 없어서
당분간 육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버님께서는 평생 육식을 하지 않으실 작정이십니까?
아니면 한달정도 육식을 금한다는 말씀이십니까""
"평생도 아니고 한달도 아니다.
뇌정진이라는 것으로 한달에 나흘만 육식을 금하는 것이다.
"어느날과 어느날입니까?"
"세개의 신자가 육일에 마주치는 날이다.
오늘은 마침 신유일로서, 첫째 육식을 금하는 날에 해당하고
둘째로는 손님들과 한자리에 앉지 않는 날이다.
내가 내일 손수 씻어서 찜을 해 너와 함께 먹기로 하겠다."
이 말을 듣고 홍애아는 혼자 생각을 했다.
"아버님은 평생 사람을 잡아먹고 사셨다.
지금 나이가 천살도 더 되는데 어째서 새삼드레 정진식사를 했을까?
그 옛날 범한 죄는 이루말할 수가 없다.
그걸 불과 삼사일의 재계로 씻을 수가 있단 말인가? 무언가 수상해?
흥미진진한 다음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