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기념첩은 60년대 초부터 만들어져 70년대에 전성기를 이루고 80년대까지 이어졌습니다.
영세기업에서 만든 이 책자의 표지에 등장하는 관광에 해당하는 영어의 변화상을 보면서
그 속에,
식민지 시기의 일제 관광문화 잔재가 얼만큼 남아있는지,
해방 후 우리는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얼마나 주체적으로 관광을 접근하려 했으며,
한반도에 밀어닥친 미국의 영향은 어떠했는지를 짐작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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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은 '남아있는 나날'이다.
원 제목이 'The Remains of the day'인 걸 알고서 불현듯 떠올린 것은...
*이하 사진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1960년대 설악산과 관동을 담은 명승고적앨범의 영어 표제가 바로 'Album of Remains'라는 것.
직역하자면 '고적앨범'이 되시겠다.
'Remains'의 사전적 의미가 유적이라는 건 물론 알지만, 좀 콩글리쉬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이 책을 펴낸 당시 출판사가 관광에 대한 깊은 이해는 없었고,
따라서 사전에서 '고적'에 해당하는 영어를 찾으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
사전에서는 1. relics 2. a historic place 3. historic remains 4. ruins 등이 있는데,
Relics는 글자가 좀 어렵고 Ruins는 폐허의 느낌이 강해서.. Remains을 선택한 건 아닐까.~
그렇다면 60년대 일반적인 표현은 무엇이었을까?
대부분의 관광사진 기념첩 표지는 이렇다.
아예 영어 표기가 없거나 있더라도 해당 산의 이름만 들어가는 방식이다.
Sightseeing Che Ju 나 Memory of Touring Che Ju Do 이라는 표현도 하나 발견했다..
관광의 메모리라는 표현 역시 콩글리쉬같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
Souvanir of Mt, Sokri라는 표현도 있다.
물론 여기서 Souvanir는 기념품 선물 추억에 해당하는 Souvenir 의 오기^^이다.
그리고 Scenery라는 용어도 등장한다.
이 뜻은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관광이 아니라 풍경, 경치에 해당한다.
직감으로는 이 단어들의 출처가 대체로 '영한사전'이 아니었을까 싶다.
관광과 관광기념첩이 전국에 널리 퍼진 건 70년대 이후였다.
그때는 상황이 바뀐다.
그때는 진시황의 도량형 통일처럼, 영어 표기가 대체로 통일되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기념첩을 발행을 서울의 우진문화사가 거의 독점했기 때문이다.
60년대식 표현은 사라지고 Tour, Touring, Tourist 가 압도적이고 어쩌다 (SIghtseeing) 있다
이 표현들이 바로 관광에 해당하는 근대 용어들이다.
그러니까 10년 사이에 콩글리쉬가 세계 보편의 잉글리쉬로 자리바꿈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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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좀더 소상히 정리하겠지만,
이참에,일제 시대때에는 금강산을 놓고 어떤 표기가 유행했는지 보면 간단히 살펴보자.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흉내냈고, 얼마나 다른지 좀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일제 관광첩은 지금과 거의 같은 사이즈에 다만 책의 제본이 우리랑 정 반대이다.
일본어와 영어가 병기되어 있는 책도 있다.
여기서는 Album of Mt. Kongo 라고 Album이라고 하고 있다.
금강산에 관한 영어 표현은 Mt, Diamond도 있지만, 대체로 일본식 표현인 Mt. Kongo 를 쓴다.
영어는 좌에서 우로.. 한
일본어는 우에서 좌로.또는 위에서 아래로..참 눈동자 피곤했던 시절이었다.
Scenery of the Mount Kongo Chosen (조센의 콩고산의 경치)에서처럼,
Scenery 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Diamond Mountain of Korea라는 우리가 원하는 영어식 표현도 있으나, 비율이 떨어진다.
당시 조선의 엘리트들은 한글은 물론이거니와,
조선식 한문(조선식 단어와 한자어 발음)와 일본어(일본식 한자어 발음)도 정확히 알아야 했고,
영어도 아메리칸식 영어와 일본식 영어까지도 구별해야 했구나...
지식인이기 얼마나 괴로웠을까...
이렇게 단순히 산 이름만 나오는 것들도 많았다.
"The Views of Mount Kongo Inside',,,
Views 라는 영어 표기도 있다.
해방 이후 우리내 책에서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아마 산을 바라보는 그들과 우리네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그들은 제일 처음에 원거리에서 찍어 대상의 전체를 인식하고자 하는데 우리네 책은 그렇지 않다.
Grand Views 라는 표현도 있다.
'aspect'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만물상의 일본식 영어 표현은 Bambutsu-so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영어식 표현으로 '미리어드 씽즈 myriad things'라고 하고 있다. 찾아보니 Myriad는 영어로 '1만'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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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금강산에 관한 2,30여권의 관광기념첩과 그림엽서집을 보면,
그들은 Scenery나 View, Aspect 등은 사용했지만.
우리처럼 Tour, Touring, Tourist 또는 SIghtseeing 이라는 근대적 관광 용어는 없다.
Tour를 관광으로 번역한 건 일본이었다.
그러나 관광첩에서는 관광이라는 의미를 담지 않고,
다만 풍경에 해당하는 Scenery, Aspect 그리고 조망에 해당하는 View를 넣었다.
해방 후 60년대 열악한 환경속에서 관광을 선도하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엿볼 수 있다.
이어 70년대 들어서면서는 상황이 급변하여...
관광사업이 전국적으로 황금알을 놓는 닭이 되어버렸고,
국제화되면서 미국으로부터 배운 단어가 아닐까라는 가설을 한번 세워본다.
이상 소소한 우리네 그때 그 시절 등산, 광광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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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이 무슨 뜻인가 궁금했는데....
근대 일본의 법관념을 보여주는 단어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함 야마토의 침몰에도 이 깃발이 나부꼈다는 데,,,, 그 뜻을 보시려면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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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나날'은 며칠 전 오역논란이 벌어졌다.
기사1. 기사2. 기사3. 기사4
Remains가 과거의 추억을 말하는 건지 남아있는 미래를 말하는 건지 말이다.
오역논란의 요지를 꼼꼼히 보면서 Remains의 뜻에 대해 더 살펴보게 되었다.
우리네 등산에서 남아있는 Remains가 그 지역의 관광 미래를 결정했다는 걸 염두에 두면,
결국 Remains는 메두사(?)처럼 얼굴을 두개 갖고 있는 셈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