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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을 이용해 '후리절 마을 매표소 → 소동계곡 → 지능선 → 동릉 → 정상 → 서릉 → 능선 → 임도 → 한아름유치원 자연학습원 → 소용소교 → 마을 매표소'의 11km, 5시간 코스 계곡 산행을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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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白雲山]
높이: 1,022m
위치: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백운산은 강원도 원주시와 충북 제천시 경계에 있다. 원주~제천의 중앙고속도로로 치악산을 넘는 고개(가리파재)가 치악산과 백운산이 연결되는 고리이다.
백운산 계곡은 치악산의 명성에 가려 원주 일대의 아는 사람만 찾을 뿐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그 비경을 감추고 있다. 사실 이곳에서 가까운 치악산의 영원골 계곡만 하더라도 치악산에서는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계곡이지만 아름다운 계곡이다.
구룡사계곡, 상원사계곡, 입석대계곡 등 무수한 계곡이 있어서 주변의 군소계곡은 여간 아름답지 않고서는 시선을 끌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올라가니 소용소골과 대용소골이 나뉜다.
산행 길잡이
널리 알려진 산행코스는 원주 용수동 계곡에서 시작되나 반대편 충북 제천 쪽에서 올라가는 코스가 최근에 개발됐다. 덕분에 백운면 차도리에서 산행을 시작한 직후부터 더덕, 취나물, 고사리 등 자연 그대로의 산나물이 눈에 많이 띈다. 1시간 30분 정도 정상으로 걸으면 물줄기 소리가 들려 시원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바로 백운산의 최고 자랑거리인 백운 폭포. 물 떨어지는 소리가 얼마나 힘찬지 ‘철철 폭포’다.
백운산 북쪽의 주 계곡인 백운천은 버스 종점인 후리사 마을 위에서 대용소골과 소용소골로 갈라진다. 계곡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계류를 건너 대용소골 서쪽변을 따라 들어가면 밭 옆에 빈집이 한 채 있다. 남쪽 길을 따라가면 다시 계류를 건너게 되는데, 이곳에서 식수를 준비하고 지능선으로 오른다.
후리사 마을에서 용수 계곡을 끼고 30여 분을 올라가면 비단 폭처럼 물거품을 일으키고 용수연으로 떨어지는 용수폭포에는 전설이 얽혀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은하수를 타고 내려와 용수연에서 목욕을 하는 옥황상제의 외동딸을 짝사랑하던 용이 함께 승천하려다 벌을 받아 뜻을 이루지 못한 때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이다.
이러한 전설 관계인지 모르지만 용수폭 위에는 용이 웅크린 형상의 바위가 있다. 숲이 우거지고 경사가 급한 지능선을 통해 오른 주능선에는 방화선이 설치되어 있고, 넓은 방화선 초지에는 백화가 만발하여 능선을 동서로 갈라놓고 있다. 주능선 주변에는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정상은 초지이며 밑에는 넓은 광장이 조성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잡목이 우거져 있다. 정상에서 방화선 길을 따라 동쪽으로 내려가면 고개에 닿게 되고, 서곡리에서 이 고개까지는 포장도로가 개설되어 있으나 버스가 다닐 수 없는 길이다. 고개에서 서곡리까지는 포장된 산간 도로를 따라 내려가게 되므로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백운산은 정상에서 이 고개로 내려가지 말고 북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소용소골의 사재울 쪽으로 내려가는 코스가 더 좋을 듯하다. 사재울을 지나 내려가면 계류를 건너는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의 왼쪽 계곡은 반석 지대로 협곡이며 폭포와 담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 물은 차기로 유명하다. 용소에서 약 5분을 내려가면 갈림 계곡이 나타나고 다시 4분을 내려가면 버스 종점에 닿게 된다. - 한국의 산하
2021년도 시간이 흘러 여름에 접어들며 코로나 19 확산세가 통제를 벗어날 기미가 보여,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어진 휴가를 집에서 빈둥거리며 보내는 건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7월 22일 목요일 단양 황정산[산행기]을 시작으로 평일 하루 날을 잡아 산에 다닐 계획이다. 그래 봐야 지난주에 처음 간 거지만. 어쨌든 이번 주는 수요일 해발 1,000m가 넘는 산 중 안내 산악회가 3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할 거 같은 노목지맥이란 이름을 준 강원 정선의 노목산을 갈 생각이었다. 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성비가 좋은 노목산 등산 코스를 검토하다가, 이 산행은 안내 산악회가 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해서 대안을 찾던 중 몇 주 전 갈까 하다가 미뤘던 가까운 천마산이 눈에 띄었다. 월요일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당분간 격렬한 신체활동을 자제하라는 당부도 있고 해서 산행은 수가 아니 목에, 산행지는 가까운 천마산을 다녀올 생각이었다. 물론 천마산은 처음이다!
그런데 이 산행에 관해 봉 감독과 텔로 대화를 나누다가 푹푹 찌는 한여름에는 계곡 산행이 좋지 않겠냐는 봉의 의견이 있었고, - 애초 봉과 둘이 설악산 관터골 계곡 산행을 할 예정이었으나, 봉이 시간을 낼 수 없어 단독 산행이 된 거였다. - 막상 백신 접종 후 찌라시만도 못한 기사에서 떠들던 후유증이 전혀 없어 이 좋은 기회에 천마산은 아니라는 판단에 산행 하루 전인 수요일 그동안 세워뒀던 산행 계획 중 대중교통으로 당일 산행이 가능한 해발 1,000m가 넘고 계곡이 좋은 산을 찾았다. 그래서 선택한 게 원주 아니, 그리고 제천의 백운산이다. 대한민국에 백운(白雲)이란 이름을 가진 산이 70여 개 있다는데 그중 하나다. 하긴 구름이 걸리는 산이라는 의미니, 웬만한 동네에는 다 하나씩 있을 거다. 그리고 대충 계산해도 백운이란 이름이 붙은 산도 10개 넘게 오른 거 같다.
일단 산행지가 결정되고 나서 최고의 코스를 찾던 중 발견한 게 제천 쪽으로 올라, 원주 쪽으로 하산하는 거다. 그런데 대중교통으로는 12시 이전에 원주 쪽 백운산 들머리라고 할 수 있는 '차도리'에 갈 방법이 없어, 별수 없이 원주 쪽에서 환종주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원주로 결론이 난 만큼 기차를 예매하기 위해 '코레일톡'으로 열차를 확인해 보니 'KTX-이음'은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어 무궁화호를 선택해야 했는데, 6시 50분 차는 원주까지 1시간 8분이 걸리나, 7시 35분 차는 1시간 31분이 걸렸다. 상식적으로 소요 시간이 적게 걸리는 6시 50분 차를 타야 하나, 그 열차를 타게 되면 원주에 너무 일찍 도착해, 소요 시간은 많이 걸리나 다소 여유가 있는 7시 35분 차를 예매했다. 기상이 30여 분 늦어도 되고, 차 내에서 책을 볼 거니 소요 시간이 길다고 해도 문제될 게 없다. 그리고 배낭은 최대한 가볍게 하기 위해 간편하고 가벼운 카메라를 들고 가고, 점심은 이 더위에 라면 끓이는 것도 불편해 간편식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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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35분 무궁화호라 6시 30분경 집에서 나가면 되, 다른 산행에 비하면 여유가 있었다. 그럼에도 습관적으로 5시에 일어나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빈둥거리다가 6시 30분경 혹시나 하고 버스 앱으로 마을버스 현황을 보니 3분 후에 동명탕 정류장에 도착한다는 정보다. 그럼 굳이 불광역까지 걸어갈 이유가 없어 서둘러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그런데 정류장 옆에 못 보던 게 생겼다. 전동킥보드다. 앞으로 저걸 이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킥보드가 어느 회사 소속인지 확인하려는 순간 마을버스가 도착해 바로 타고 불광역으로 향해야 했다. 킥보드 회사에 따라 별도의 앱을 내려받아야 하는 거 같던데.
6시 43분에 불광역 마을버스 정류장에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 시간이 일러서인지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나와 같이 마을버스에 내린 승객만 바쁘게 역으로 가고 있었다. 불광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종로 3가에서 미적거리는 바람에 청량리행 전철을 한 대 놓치는 해프닝을 겪기도 하며 청량리까지 책을 보며 갔다. 물론 내리는 역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목적지에 도착하면 알려주도록 지하철 앱을 설정했다. 그런데 마을버스를 탄 덕분에 계획보다 일찍 불광역에 도착해 전체적으로 시간이 당겨져 청량리 중앙선 승차장에 7시 25분에 도착했다. 물론 기차는 승차장에 대기하고 있었는데, 최종 목적지가 동해였다. 그래서인지 거의 전역에 정차하는 바람에 이전 부전행 기차보다 30분 가까이 원주역 도착 시각이 더 걸리는 거 같았다.
대기하고 있는 기차에 타 내 자리를 찾아 뒤로 가는데, 중년의 여성이 내 자리에 백팩을 두고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분명 집에서 출발하기 전 확인했을 때 옆자리가 비어 있었는데, 두 자리 빈 곳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 황정산 산행 때도 같은 일이 있었는데. 그런데 원주에서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코레일톡'으로 예매하려고 했으나 기차 출발 시각이 가까워 표를 살 수 없었다. 경험상 출발 10분 전부터 살 수 없었던 거 같은데, 정확한 건 알 수 없고 - 구글링해본 결과 20분 전까지 예약 가능. 해서 역에 있는 무인 발권기로 표를 사는 순간 왜 두 자리가 비어 있는 곳도 많은데 굳이 이미 한 명의 승객이 탄 옆자리 표를 샀는지 알 수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무인 발권기에서는 자리를 선택할 수 없었다. 그냥 기계가 앉으라는 자리에 앉아야 했다. 물론 인원수, 목적지에 따른 발권 논리가 있을 거다. 내가 프로그래밍 한다고 해도 동행 승객을 위해 최대한 두 자리는 비워두고 1인 승객 옆자리에 또 다른 1인 승객을 앉힐 거다. 뭐 그렇다는 얘기고 무궁화에는 짐을 두는 곳이 따로 없어 좌석 위 선반에 배낭을 두고, 다른 기차에 비해 30분이나 많은 시간을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원주역이다.
산행 계획을 세울 때 원주역에서 들머리인 후절리마을 매표소 부근까지 운행하는 시내버스 시간을 확인하는 중 역에서 들머리까지 5km가 조금 넘는다는 걸 알았다. 택시를 타고 6,000원이 넘지 않는 거리다. 해서 처음에는 역에서 들머리까지 걸어갈 생각도 했으나, 푹푹 찌는 날씨에 아스팔트 5km를 걷는 건 자살행위라는 생각에 택시를 타기로 했다. 역에서 나와 택시 승차장으로 가며 앞을 보니 저 멀리 구름에 정상을 감춘 백운산이 보인다. 역시 구름이 걸리는 백운산이다! 택시 승차장에서 줄 서서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고 백운산으로 가자고 했다. 정확히 들머리의 지명을 몰랐다. 그런데 기사 양반은 잘 아는 듯 거침없이 달렸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용소골에 간다고 부연 설명했다. KTX 개통과 함께 원주역이 이전하더니 원주 기준으로는 완전 오지였는지, 택시는 외곽으로만 달리더니 차단기가 내려진 매표소 앞에서 차를 세웠다. 들머리에 도착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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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매표소를 지나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매표소에 있던 공익으로 보이는 친구가 부른다.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거다. 해서 난 휴양림에는 관심 없고 산행이 목적이라고 했음에도 입장료 1,000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환경부 소속의 국립공원은 입장료를 폐지했는데, 산림청 소속의 휴양림은 입장료를 받다니, 돈은 산림청이 더 많지 않나? 내라면 내야지, 그런데 만원 지폐 한 장을 주고, 천원 지폐 아홉 장을 돌려받는 게 부담스러워 카드도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단말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별수 없이 한 장을 주고 아홉 장을 돌려받은 후 차단기를 지나자 길 한쪽에 백운산 등산 지도가 서 있었다. 그 지도를 보며 이번 산행에 관해 리뷰하다가 인터넷의 다른 지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코스를 발견했다. 야외공연장에서 출발하는 능선 코스다. 다른 지도에는 없는 코스라 산행 계획을 세울 때 선택의 여지 없이 소용소골로 등산해 대용소골로 하산하는 환종주를 계획했었다.
능선 코스를 발견하기는 했으나, 애초 계곡 산행을 목적으로 백운산을 찾은 만큼 계획대로 소용소골로 오르기 위해 그 방향의 길 상태를 보자, 가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계곡을 따라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었다. 푹푹 찌는 한여름에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등산하는 건 자살행위라 바로 계획을 변경해 능선 코스의 들머리인 '야외공연장'으로 갔다. 소용소골과 대용소골의 합수부를 지나 다리를 건너며 계곡 상태를 보니, 물이 부족해 보였다. 여기뿐만 아니라 각 산의 가뭄이 심각하다. 백운산 계곡은 휴양림이 차지하고 있어 거의 모든 도로가 아스팔트 포장 도로라 밑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대단했다. 상황이 그러니 가능한 한 빨리 숲으로 들어가고 싶은 열망을 품고 도로를 따라 200여 미터 올라가자 도로 한 쪽에 야외공연장 이정표가 나왔다. 그 이정표의 지시대로 대용소골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를 지나자 야외공연장이 나타났다.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은 야외공연장 객석 끝으로 나 있었다. 과거 임도였으나 현재는 사용하지 않아 풀이 우거진 도로를 건너 3분가량 올라가자 능선에 도착했다. 그리고 능선 길을 따라 위로 12분가량 올라가자 작은 봉우리에 도착했고, 그 봉우리 나무에는 "덕치산"이라고 써서 비닐에 넣은 종이 이정표를 산꾼이 매달아 놓았다. 덕치산 처음 듣는 산이다. 그리고 내가 사용하는 등산 앱인 "트랭글", "e-산경표' 어디에도 없는 산이다. 하긴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이 등산로도 두 등산 앱에는 없는 길이다. 덕치산 정상을 떠나 10분가량 가자 공식 소용소골 갈림길임을 표시하는 공식 이정표가 나타났다. 그리고 직진하면 백운정이라는 쉼터가 있다고 했다. 당시에는 '백운(白雲)'이라는 이름의 정자(亭)가 가까운 곳에 있을 거로 생각하고 거기서 쉬면서 시원한 얼음물로 갈증을 해소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없었다. 바로 위 작은 봉우리 평지에 있을 거로 생각했던 정자가 없었다. 벌써 땀으로 속옷까지 젖어 끈적거리고 목은 바싹바싹 타고 있는데 쉼터인 정자가 없었다. 백운정을 찾아 갈림길에서 15분가량 올라가자 마치 힘들어하는 등산객에게 쉬어 가라는 듯 자신의 몸을 의자처럼 만든 소나무가 있었다. 더 갈 상태가 아니라 그 소나무에 앉아 배낭을 벗어 모자와 걸리적거리는 모든 걸 배낭에 넣고 물통을 꺼내 시원하게 마셨다. 소나무 의자에서 쉬면서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원주 시내와 주변 산을 구경 후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 정상을 향해 갔다. 소나무 쉼터에서 17분가량 가자, 갑자기 앞에 철탑이 나타났다. 뭐지 하고 봉우리에서 내려가 보니 임도 가에 설치된 기상관측장비다.
이정표에는 정상까지 2.3km가 남았고 이정표 옆 지도에 의하면 백운정은 임도를 따라 반대쪽으로 200m 정도 가야 한다고 했다. 그때 시각이 10시 49분이다. 야외공연장에서 임도까지 해발 고도 460m를 오르기 위해 2.3km를 오느라 1시간 16분이 걸렸다. 기상관측장비가 있는 임도에서 정상까지 거리도 2.3km로 같으나, 고도가 364m로 지금까지 올라온 고도에 비하면 100m가량 낮아 시간은 더 적게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일단 목표는 12시까지 도착하는 거로 잡았다. 임도를 따라 고개를 돌자 정상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보였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의 등산로는 'e-산경표'에는 나타나는데, '트랭글'에는 없었다. 트랭글이 네이버 지도를 사용하는데, 네이버 지도의 문제로 보인다.
임도를 벗어나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로 접어들어 4분가량 가자 오른쪽 숲에 이상한 열매가 달린 나무가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처음 보는 열매다. 해서 그 열매 사진을 몇 장 찍고 계속 올라갔다. 그런데 이 등산로는 야외공연장에서 임도에 있는 능선 길과 달리 비록 밧줄이나 곳곳에 안전시설과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었다. 당연히 바위가 가로막고 있으면 우회로가 있었으나, 물론 우회로가 아니라 바위를 넘었다. 그렇게 위로 올라가고 있는데 사람 목소리가 들리더니 부부로 보이는 한 쌍이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평일 백운산에서 만난 첫 번째 등산객 한 쌍이다. 복장으로 봐서는 등산객이라기보다는 휴양림으로 피서온 피서객이 아침 이른 시각에 정상을 다녀오는 거 같았다. 그들을 지나쳐 위로 가는 데 또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으나, 보이지 않았고, 생각지도 못한 의자가 있어 배낭을 벗어 두고 의자에 앉아 시원하게 물 한 모금했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길은 돌이 많은 험로로 바뀌었고, 능선이 아니라 계곡 옆을 따라 위로 오르고 있었다. 나무 사이를 밧줄로 연결한 등산로를 따라 위로 오르자 생각지도 못한 쉼터이자 갈림길이 나타났다. 애초 산행 계획을 세울 때는 소용소골에서 백운산 정상에 올라 이 갈림길에서 오두봉 쪽으로 가다가 대용소골로 하산하는 거였다. 그런데 야외공연장에서부터 능선길을 따라 올라오며 이 산행에 관해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용소골로 내려가기보다는 반대쪽 즉 제천 차도리 방향으로 하산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제천에서 차도리까지 다니는 버스가 많지 않았고, 오후에는 버스 시각이 어떻게 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가물가물한 가운데 3시인지 13시인지 차도리에서 제천으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었던 걸 본 거 같았다. 해서 일단 의자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시간을 확인하기로 했다.
의자에 걸터앉아 영양밥과 김치로 점심을 먹었다. 밥을 먹는 중간에 폰으로 제천시청으로 들어가 버스 시간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통신 불량이다. 일단 시간 확인은 포기하고 점심 먹는 것에 집중했다. 10분가량을 걸려 점심을 먹고 내가 있었다는 모든 흔적을 인멸하고 12시 4분경 쉼터를 떠나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과거에 등산객이 많이 다녔는지, 혼란스러울 정도 갈림길이 많았다. 물론 전부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다. 그리고 등산 앱 지도에 표시된 길은 현재는 생태복원 중으로 막혀 있고 그 옆으로 다른 길이 나 있었다. 결국, 네이버 지도가 갱신이 안 된 거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중 등산 앱이 도착했다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경험상 목적지 50m 근방에서 알려주니, 정상이 50m 내에 있다는 얘기다. 그때 정상 쪽에서 이번 산행 두 번째로 만나는 부부로 보이는 한 쌍이 내려오더니, 힘들지 않으면 정상까지 같이 가 인증을 찍어줄 수 있는지 묻는다. 정상을 향해 가고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어 앞장서라고 손짓을 했다. 사실 갈림길 쉼터에 막 도착했을 때 이 부부는 쉼터를 떠나 정상으로 향하고 있어 안면이 있는 사이이기도 했다.
12시 18분에 정상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니 정상석이 두 개다. 확인할 것도 없이 하나는 원주에서, 다른 하나는 제천에서 세운 걸 거다. 먼저 그 부부가 하산할 수 있도록 각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어주고, 그 부부가 떠나고 나서 각 정상석을 배경으로 나도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제천에서 세운 정상석 기단에 앉아 폰으로 제천시에 들어가 버스 시간표를 내려받았다. 다 내려받고 일어나 앉았던 자리를 보니 엉덩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비가 아니라 땀이다. 13시인지 3시인지 가물가물하나 3시가 맞는 거 같아 배낭을 둘러메고 차도리로 가기 위해 오두봉 삼거리가 아닌 중계소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정확한 버스 시각은 내려가는 중에 확인하기로 하고. 그런데 내려받은 문서가 아래아한글로 작성된 거라 폰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해서 구글플레이로 들어가 뷰어 앱을 설치하려고 보니 통신 불량이다. 와중에 원주와 제천을 선택해야 하는 막다른 길목에 도착했다. 용소골로 가기 위해서는 왼쪽으로, 제천 차도리로 가려면 차단 시설을 넘어가야 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계속 통신상태를 확인하며 13시가 아닌 3시가 맞기를 빌며 금줄을 넘어 중계소 쪽으로 갔다.
그런데 통신 상태가 오락가락해 뷰어를 설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거의 중계소에 도착할 즈음에 설치할 수 있었다. 급경사를 내려가니 널따란 평지가 나오고 한쪽 구석에는 군사시설이 있었다. 그런데 주변 상태를 보니 관리가 안 되는 거 같았다.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넓은 평지를 지나자 이중철책과 윤형 철조망으로 벽을 만든 통신 시설이 보였다. 군 통신대로 보였다. 어쨌든 차도리로 가기 위해서는 통신대 앞에서 오른쪽으로 하산해야 해서 통신대 정문으로 보이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정문에 도착해서 살펴보니 철책 문 뒤의 위병소는 폐허 수준이고 철책 문은 번호키로 잠겨 있었다. 도저히 지금 사용하고 있는 군사시설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왼쪽에서 올라오는 도로는 관리 상태가 아주 좋았다. 뭐가 뭔지 모르겠을 상황에서 정문에서 떠나, 가야 할 차도리로 향하는 길을 찾았다. 오른쪽에서 관리하지 않아 읽을 수 없는 이정표를 찾았다. 읽으나 마나 차도리를 가리키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 방향을 보니, 거의 인간이 다니지 않아 풀만 무성했다. 일단 차도리 쪽으로 가기 전에 뷰어를 기동해 버스 시간표 문서를 열어 시각을 확인했다. 3시가 아니라 13시다. 정확히는 13시 20분에 백운면에서 차도리로 향하고 차도리에서는 14시 10분에 떠난다. 이 차를 탈 방법은 없다. 해서 다음 차를 확인하니 막차가 있는데 차도리에서 18시 45분에 떠난다. 너무 늦다!
제천의 차도리는 틀렸고, 다시 원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다고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기도 싫어 등산 앱 두 개를 기동해 지도를 확인했다. 두 등산 앱의 지도가 약간 차이는 있으나, 공통으로 과거에는 군사 도로 지금은 임도? 를 따라 내려가면 산행 중 기상관측장비가 있었던 임도와 만난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고로 그 임도를 따라 백운정 쪽으로 가서 대용소골로 내려가면 되는 거다. 해서 급경사의 아스팔트 포장도로 중 열기를 피하고자 그늘진 곳을 골라 내려가며 차라리 돌아서 올라갈 걸 그랬나 후회하기도 했다. 계속 흐르는 땀에 흠뻑 젖어 끈적거리는 가운데 10여 분 도로를 따라 내려가자 앞에 갈림길이 나타났다. 임도를 만나는 순간이다. 네이버 지도에는 왼쪽의 임도가 정규등산로로 표기되어 있다.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100여 미터를 가자 백운산 정상에서 중계소 쪽으로 내려가다 만난 막다른 길에서 내려오는 등산로를 만날 수 있었다. 잘 만들어진 임도라 산행하는 맛은 없었으나 그나마 다행인 게 포장도로가 아니었다는 거다. 풀이 우거진 임도를 따라 약간의 경사를 올라 1시 35분에 다시 기상관측장비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기상관측장비를 지나 200여 미터를 가자 앞에 정자가 보였다. 백운정(白雲亭)이다. 그리고 백운정 뒤로 대용소골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었다. 임도와 다르게 아니 당연하게 급경사의 등산로는 약간 위험하기까지 했다. 그 동산로를 따라 20분가량 내려가자 요란한 물소리와 함께 계곡이 보였다. 일단 계곡 길로 내려서서 먼저 물을 담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가져간 물은 다 마셔 마실 물이 필요했다. 마실 물은 주계곡보다는 인간이 잘 가지 않는 지계곡에 받는 게 좋아 오른쪽 작은 계곡으로 올라가 물통의 반을 채웠다. 그 물의 절반 정도를 그 자리에서 마시고 다시 길로 가 계곡을 보니 길을 따라 더 내려가기보다는 여기서 알탕을 하고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길을 만들며 계곡으로 가자 알탕하기 최적의 소를 발견했다. 그런데 계곡 아래로 텐트와 서너 명의 사람이 보였다.
아래에 보이는 등산객? 피서객이 걸려 처음 욕탕에서 알탕을 하는 게 꺼려져 바로 그 위에 이는 2번 욕탕에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사람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알탕 후 땀에 젖은 속옷 그대로 입어봐야 나아질 게 없을 거 같아 빨아 입기로 했다. 말인즉 속옷을 입고 물에 들어가기로 했다. 시원한 계곡물에서 목욕과 빨래 후 꽉 짠 속옷을 다시 입고 그 위에 겉옷을 입었다. 그리고 앉아서 사진 정리를 하는 등 대략 30분간 계곡에서 시간을 보냈다. 가물어서 그런지 수량보다 물이 차지는 않아 오랫동안 물속에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계곡을 따라 내려갈까, 왔던 길로 돌아 올라갈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아래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놀랄 거 같아 다시 돌아갔다. 그런데 놀라운 게 속옷을 빨아서 입었는데 생각 외로 개운하다는 거였다. 전혀 젖은 옷이 주는 불쾌함을 느낄 수 없었다. 아니 젖었다는 걸 못 느꼈다.
목욕 후 빨아 입은 옷 덕분인지 날아갈 거 같은 개운한 기분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계곡 위로 난 길을 따라 계곡을 구경하며 내려가다, 욕탕 아래에서 봤던 피서객의 텐트를 보자 매표소는 아직 멀어 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며 갔다. 국립휴양림 계곡에서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한다는 건 감시의 눈초리를 벗어났다는 거고, 고로 남들이 볼 수 없는 지역이거나 최상류라는 거다.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며 내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계곡 양쪽에 편안한 자세로 물에 앉아 있는 또는 물놀이하는 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상상도 못 한 상황이다. 국립휴양림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다니! 그런데 일단 관리사무소에 세운 경고문에는 취사와 야영에 관한 거만 있지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내용이 없었고, 계곡 곳곳에 물놀이나 휴식을 위한 시설을 만들어 두었다는 거다. 이 휴양림은 합법적으로 계곡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문제는 원주역에서 5km에 불과해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거!
용소골이라는 이름이 있게 한 용소폭포를 동영상과 사진으로 남기며 그 좁은 협곡에서 떨어지는 폭포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용소폭포를 지나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피해 매표소 방향으로 내려가다 3시 12분에 야외공연장으로 계곡을 건너는 다리에 도착했다. 고로 원했든 아니든 원주 백운산행이 여덟 팔자를 완성하는 순간이다. 9시 33분에 다리를 건넜고, 15시 즉 오후 3시 12분에 그 다리에 도착했으니, 백운산 8자 산행에 5시간 39분이 걸렸다. 다리를 지나 3분 정도 내려가자 아침에도 지났던 관리사무소가 나타나고 그 옆에 수도가 보인다. 아쉽지 않을 때는 보이지 않던! 혹시나 하고 수도꼭지를 돌려보니 나온다. 해서 물통을 꺼내 있던 물을 다 버리고 그 물로 다시 물통을 채웠다. 물론 채우기 전에 200㎖ 정도는 마셨고.
관리사무소를 지나 매표소에 도착한 시각이 3시 17분이다. 그걸 지나 원주역을 향할 걸었다. 애초 원주역까지 5km가 조금 넘는다는 정보를 얻은 순간 걸어가 길을 익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역으로 걸어가는 중에 보이는 모습은 휴양림 못지않게 계곡이 피서객으로 가득했다는 것과 계곡 건너는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식당이 붐비고 있었다는 거다. 그런데 그 모습이 내게는 매표소 차단기를 기준으로 천국과 지옥으로 보였다. 차단기 위는 유유자적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라면 차단기 아래는 정신없이 바쁜 인생이 시간을 아껴 땀을 씻는 모습이랄까! 왜 그런 차이가 생길까 나름 고민하며 가다가 휴양림은 숙박, 차단기 아래의 식당은 시간제라는 게 떠올랐다. 상황을 알수록 더 우울 해졌지만. 그렇게 내려가다 도로 한쪽에 서 있는 이정표를 보고 백운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있던 군사 시설에 관한 궁금증이 해소됐다. KT 중계소란다. 등산 지도에 중계소라고 쓴 근거를 알았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군 시설을 폐쇄하고 KT 중계소로 바뀐 거다.
그 이정표를 지나 계속 내려가니 계곡을 중심으로 양옆 식당가 길 한쪽에 서 있는 버스가 보였다. 저걸 타면 원주역 부근으로 갈 수 있다. 하산주가 중요한 게 아니고, 굳이 날 뜨거운데 걸어갈 이유도 없어 버스로 가까이 다가가니 운전석에 기사가 폰으로 뭘 보고 있었다. 해서 창문을 두들겨 그에게 언제 출발하냐고 물었다. 40분 차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때 시각이 3시 20분이 갓 지났을 때다. 고로 이 차를 타면 출발까지 많이 기다려야 했다. 당연히 다음 차는 몇 시냐고 물었더니, 6시라고. 그럼 고민할 필요 없이 식당 중 하나에 들어가 하산주를 마시고 애초 계획대로 역까지 걸어가면 된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식당으로 향하는 순간 사실상의 원주 백운산행은 끝났다.
3
계곡을 건너 처음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분위기로 봐서는 알바. 알아서 앉으라는 말에 계곡 쪽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보니 송어회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가격은 얼마 안 하는데, 1kg이 기준이다. 난 도저히 못 먹는다. 300g이면 몰라도. 평소 雲峰이 주인장을 상대로 했다면 송어회 반만 달라고 흥정을 했겠으나, 허둥대는 알바를 상대로 흥정했다가는 아주 번거로워질 거 같아 염소탕을 주문했다. 그 과정에서 알바의 무지로 조그마한 해프닝이 있었다. 아니, 알바를 쓰면서 메뉴판을 펼쳐 놓고 최소한의 교육도 안 하나? 물론 술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현지 소주라 알려진 하이트로 - 아주 당연히 빨갱이 유무를 확인 후. 그런데 이 알바가 음료 냉장고로 가더니 하이트가 없다고 해, 이슬이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 친구들 이슬이와 잔은 가져다 놓고 안주거리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심지어 염소탕이 나왔음에도 달랑 탕만이다.
해서 처음으로 알바에게 반찬은? 이라고 큰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갑자기 바쁘게 움직이더니 이것저것 잔뜩 가져왔다. 다들 그렇듯이 밑반찬을 미리 깔아놓았다면 벌써 이슬이 한 병을 비웠을 안주였다. 일단 탕에 들어 있는 고기를 꺼내 안주 삼아 이슬이 한 병을 비우고 탕에 밥을 말아 이슬이 한 병과 탕을 비롯한 모든 먹거리를 깨끗이 비우고, 4시 35분경 식당을 나와 역을 향해 걸었다. 그런데 그 길은 복숭아 과수원 단지를 통과하고 있었는데, 길 양옆의 과수원에는 땡볕에 복숭아를 따 포장하거나 길거리에 내놓고 팔고 있는 모습이 처량해 보이기까지 했다. 해사 한 상자라고 해봐야 만원 지폐 한 장이라 들고 갈까? 도 고민했으나, 이슬이 두 병에 취해서 뜨거운 땡볕 아래 열기를 뿜어내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원주역까지 걸어가는 마당에 짐을 늘린다는 건 기름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을 머금고 무시하고 앞만 보고 갔다.
원주역을 향해 가며 수시로 위치를 확인했고 원주역발 청량리행 기차의 시간을 확인했다. 그런데 아직 원주역까지는 10여 분의 시간이 남았는데, 5시 44분 청량리행 KTX-이음이 있었다. 걸어가면 못 타나, 택시를 이용한다면 탈 수 있는 시간이다. 마침 그때 차량이 많은 교통의 중심지에 있어 주변을 둘러보니 빈 택시가 지나고 있었다. 볼 것도 없이 그 택시를 잡아타고 원주역을 외쳤다. 그리고 미리 예매해뒀던 18시 41분 무궁화호를 반환하고 17시 44분 차를 예매하려고 했으나 ‘코레일톡’에서는 안 된다. 출발 시각이 가까워졌다는 거다. 다행인 것은 마침 택시를 잡은 곳이 역과 가까워 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 하자마다 역으로 달려가 무인 발권기에서 17시 44분 차표를 사다가 좌석을 선택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 속으로 욕했던 내 옆자리에 앉았던 모든 분께 심심한 사과를! 미숙한 자의 무지를 용서해 주십시오!
시간에 맞춰 승차장으로 달려가 마침 들어오는 KTX를 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열차는 빈자리가 많았는지, 아니 어차피 원주역이 승객이 타는 마지막 역이라서 그런지, 좌석을 선택할 수 없었음에도 두 자리를 내줘 아주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그리고 6시 35분경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물론 경의선 구간으로 넘어가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 거로 이번 대중교통을 이용한 평일 원주 백운산행을 마쳤다.
계획대로 '후리절 마을 휴양림 매표소 → 야외공연장 → 능선 → 덕치산 → 소용소골 갈림길 → 소나무 쉼터 → 기상관측장비 → 임도 → 등산로 → 쉼터 → 오두봉 갈림길 쉼터 → 정상 → 임도 갈림길 → 중계소 → 임도 갈림길 → 정상 갈림길 → 기상관측장비 → 백운정 → 계곡 갈림길 → 야외공연장 다리 → 관리사무소 → 매표소 → 계곡 갈림길 → 버스 정류장'의 14.22km(트랭글 기준), 6시간 7분의 원주 백운산 8자 코스 산행이었다. 이동 5시간 26분, 휴식 41분!
그동안 숙제처럼 가슴을 누르고 있던 원주 백운산 등반이라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시원한 산행이었다.
계속된 가뭄에 다른 산의 계곡이 말라가고 있음에도 백운산 용소골 수량의 풍부함은 한국의 산하 백운산 소개에서 언급했듯이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계곡 산행 아니 피서 산행의 명산이다.
모든 여건이 등산방 야유회 또는 피서 산행지로 좋은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