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살을 외는 아픔도 감수해야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 ‘전화위복’이란 단어가 있다. 좋을 일 보다는 궂은일을 당했을때 위로의 말로 많이 쓴다.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 는 뜻이다. 올림픽 야구 결승전을 보며서, 왜 그 말이 생각난 것일까.
한국야구가 드디어 세계를 제패하였다. 미국, 일본, 쿠바등 내노라하는 강팀들을 차례로 연파하고 ‘금메달’을 딴것이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쉽게 끝이 날것같던 게임이 투수교체의 잘못으로 국민의 속을 태우기도 했다. 약체로 생각했던 팀에게 연장전 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한 점으로 승리 할때는 ‘프로선수’의 오만이라며 욕까지 했었다. 믿었던 강타자는 연일 헛스윙으로 국민의 애간장을 끊게 했다. 예선에서 전승을 했어도 우승을 장담하는 국민은 많지 않았다. 더욱이 준결승 상대가 일본으로 결정되면서 과거의 악몽을 떠올려야 했다.
그러나 ‘K감독’은 대 반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크라이막스’에 ‘스팩타클’한 장면을 연출하여 대미를 우승으로 장식하자. 짜릿함을 극대화 시키자. 주인공으로 거포 L과 투수 L선수를 지목했다. 빈타에 허덕이던 L선수는 감독의 믿음대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흥분했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은 명 드라마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결승전 상대가 쿠바로 정해졌다. 감독은 1번부터 4번까지 왼손타자를 배치하고 선봉장으로 L투수를 내 세우는 배수진을 친다. 상황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로 전개되어 나갔다. 국민들은 은메달에 만족한다면서도, 속으로는 대반전을 원하고 있었다. 감독의 노림수도 이것이었다. 게임은 감독의 의도대로 진행되는 것 같았다. 바가지 안타 뒤에 L선수는 낮은 변화구를 거둬 올려 홈런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쿠바는 그렇게 녹녹한 팀이 아니었다. 1회 말 홈런으로 한 점을 따라 붙는다. 운명의 7회 2루타가 작렬하고, 두 점을 보태려는 찬스에 K선수는 3루에서 멈춰 선다. 이해할 수 없는 주루 프레이 였다. 이 한 점으로 게임이 꼬이는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쿠바의 홈런 응수로 3:2, 박빙의 승부처에서 운명의 9회말이 됐다. 감독은 계속해서 투수를 L로 밀고 나간다. 이미 한계 투구수를 넘기고 있는데, 마무리를 짓게 하고 싶은 것인가, 감독만이 알 일이었다. 그런데 난데없는 훼방꾼이 등장한다. 우리도 중남미 푸에리토리코의 주심을 내심 못마땅하게 생각했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이 생각나서다. 안타 뒤의 연속 볼, 만루가 되었다. 안타 하나면 게임은 쿠바의 승리로 끝이 난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포수가 주심에게 항변하다 퇴장까지 당한다.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었다. 갑자기 그라운드가 조용하고, 국민은 자과감에 빠진다. 쿠바 선수들은 운동장 쪽으로 물을 뿌려대며, 주문 같은 외워댄다. 그 순간 숨을 죽이고 있던 국민들은 동시에 응원의 ‘텔레파시’를 보낸다. 감독의 귀전을 스치는 소리, ‘대한민국’ 응원의 함성소리였다. 감독은 과감하게 부상중인 주전 포수 와 투수 J를 소방수로 긴급 투입한다. ‘모’ 아님 ‘도’라는 심정이었을 게다. ‘전화위복’, 감독도 국민도 외쳤다. ‘내야땅볼’ ‘내야땅볼’. J는 특유의 언더스로 투구폼으로 마지막 승부구를 손에서 떠나보냈다. ‘딱’ 소리와 함께 내야를 구르는 타구는 P의 글러브에 딱 걸려들었다. P가 누군 인가. 수비만큼은 그라운드의 여우, 아시아의 여우가 아닌가. ‘병살타’. 드라마는 끝을 맺는다. 9회말 포수의 퇴장과 투수 교체는 분명 대표팀에게 전화위복의 기회였다.
내게도 전화위복의 기회가 있었다. 70년대 후반,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집안의 부채는 ‘고리대금’으로, 이자 갚기에도 버거웠다. 부채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유일한 재산, 오막살이를 팔아 빚을 갚는 방법이었다.
위기의 반전은 그냥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냉철한 판단과 뼈를 까는 아픔을 감내해야 이뤄지는 것이다. 요즘 나라 경제가 몹시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다. 기름 값은 폭등하고, 환율은 하락하고, 소비는 위축될 때로 줄어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TV를 켜기가 두렵고, 신문을 펼칠 용기가 나질 않는다. 차라리 긴긴 밤이 계속되어 잠이나 자고픈 심정이다. 그나마 올림픽이 있어 시름을 잠시 잃어버리고 웃을수 있었다. 특히 9전 전승의 야구는 한편의 드라마 같다. 어느 천재 작가가 있어 그런 작품을 쓰겠는가. 나라경제도 야구의 승리처럼 반전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국민이 하나 되어 ‘대한민국’을 외쳤듯이, 어려운 시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2만불, 3만불의 선진국으로 도약하면 좋겠다. 끝. (슬기롭게 어려운 경제를 극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첫댓글 선생님 한국야구할때 ~~ 가슴 졸이면서 tv 보았던 생각이 나네요.... 그래요 세상일 ....때론 살을 외는 아픔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야구, 그 땐 가슴이 조여와서 안 보고 끝난 뒤의 승리 소식만 듣고 좋아했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글로 써 주어서 잘 읽었습니다. 이 어려운 경제난 극복을 위해서 모두들 힘을 합쳐야죠.
감자는 영양덩어리라는데 감자님 영양을 덩어리 째 털썩 떨어뜨려 주시지 않겠습니까. 전화위복의 기회를 고 싶어요.
덥고 짜증나는 밤 그나마 올림픽 메달 소식이 있어 견딜 수 있었지요.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살만한 세상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