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13-1-E.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원작을 농담조로 과장하여 작품을 변경하는 경우로서, 이른바 패러디(parody)에 관련된 것이다. 예컨대 문학적으로 좋은 작품의 스토리성(性)을 이용하여 주인공을 동일하게 하면서 과장된 표현을 하거나 혹은 종말을 바꾸는 등 개변된 것이 각종 잡지나 신문 등에 자주 나오지만, 이러한 패러디 형식, 혹은 흉내 형식에 대하여는 기존의 원작을 패러디화(化)하거나 흉내 낸 것으로 쉽게 알 수 있고 또한 누구에게나 과장 흉내 낸 것으로 취급되어 저작자의 의사를 해하지 않는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내용⋅형식의 변경이 있어도 동일성유지권의 문제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패러디화 된 2차적저작물을 통하여 원작품이 이런 것이었던가 하는 오해를 가질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물론 저작인격권으로서 동일성유지권이 작용할 수 있다. 번역, 편곡, 개작 등이나 혹은 패러디의 문제는 예시적인 규정도 없으나, 우리나라의 판례는 패러디로서 저작물의 변형적 이용이 허용되는 경우인지 여부는 저작권법 제25조(현행법 제28조) 및 제13조 제2항의 규정취지에 비추어 원저작물에 대한 비평⋅풍자 여부, 원저작물의 이용목적과 성격, 이용된 부분의 분량과 질, 이용된 방법과 형태,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시장수요 내지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중략) 패러디로서 보호되는 것은 당해 저작물에 대한 비평이나 풍자인 경우라 할 것이고 당해 저작물이 아닌 사회현실에 대한 것까지 패러디로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13-1-F. 이러한 패러디에 대하여 판례가 많은 국가는 미국이며, 프랑스는 저작권법상 저작재산권 제한의 한 형태로 패러디를 명시하고(프저 §122의5. 4항) 있기도 한다. 미국에서 판례가 많은 이유는 패러디를 공정사용(fair use)으로 보기 때문이며, 미국저작권법은 공정사용을 판정하기 위한 네 가지 고려할 요소를 규정하고 있는데(미저 §107), 그 첫째는 사용목적과 성격이며 여기서 사용목적이란 영리성의 유무를 말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용된 저작물의 성질이며, 세 번째는 이용된 저작물의 전체와 관련하여 사용된 부분의 양과 실질성이고, 네 번째는 이용된 저작물의 잠재적 시장 또는 가격에 대한 영향이다.
이러한 고려요소 중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요소는 패러디에 있어서는 적합한 요소가 아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패러디가 상업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최고재판소의 판례는 상업적인 패러디도 공정사용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세 번째의 요소도 패러디에 있어서는 별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용하는 저작물(원저작물)의 최소한의 사용으로 원저작물을 연상(conjure up)만 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므로 사용량의 다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원저작물의 잠재적 시장과 가격에 대한 것인데, 이에 대하여는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판례가 많은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서, 작사자 베어린(Berlin)의 25곡의 가사를 예컨대 ‘내가 마지막으로 파리를 보았을 때’를 ‘ 내가 마지막으로 마리를 만났을 때’로, ‘아름다운 여성은 메로디와 같다’를 ‘루에라 슈와즈 병(病)을 말하다’ 등으로 변경하여 잡지에 게재한 것에 대하여 당초의 작사자가 저작권 침해로 제소하였으나,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일반적 명제로서, 패러디와 세타이어(satire)는 오락의 형식으로서, 또한 사회적 및 문학적 비평의 형식으로서 실질상의 자유에 가치가 있는 것이며, 패러디 작품은 원고의 작품으로 오인시키는 것과 같은 의도가 없고, 공중은 이 작품들의 구별에 어려움이 없다. 패러디 작품은 원가사(原歌詞)에 대한 수요를 빼앗지 않는다.”고 하였으며, 또한 월드 디즈니 사건에서 만화 캐릭터도 저작권의 대상이 되며, 패러디화에 있어서의 목적에 필요한 이상으로, 그리고 보다 정밀하게 복사한 경우에는 공정사용이 아니라고 하였다.
13-1-G. 독일에서는 ‘나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사랑의 꿈속에서 나의 전 세계는 단지 그것 뿐’이라는 원시를 일간신문에 게재하였는데, 이를 풍자하여 ‘우리들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살인의 꿈속에서 단지 그것 뿐’이라고 개변한 글을 신문에 게재한 사건에서 법원은 ‘패러디는 어떤 작품의 특징과 스타일을 본받아 그 작품의 특징을 풍자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게재된 문언은 원저작물을 풍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단체를 풍자한 것이고, 그 단체의 풍자에 후렴까지 사용할 필연성이 없으며, 인용(引用)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프랑스에서는 유명한 시인이며 가수가 부른 노래를 연상시키는 노래 몇 곡을 작성하여 음반으로 출반한 것에 대하여 파리 대법원은 ‘ 패러디는 저작자가 원저작물에 대하여 풍자적인 것인가, 적어도 관련이 없는 것으로서 효과를 달성한 경우가 아니면 안 되고, 또한 두 작품이 혼동의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여 저작권의 침해라고 하였다.
일본에서는 패러디에 관한 판례가 별로 없으나, 한 예를 들어보면, 원고는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산에서 스키어들이 눈 산을 활강하는 것을 칼라 사진으로 촬영하여 사진집에 게재하였는데, 피고가 이를 흑백사진으로 개변하면서 좌측에 스노(snow) 다이아의 사진을 합성시킨 이른바 몽타주 사진을 만들어 사진집에 게재하였으므로 원고가 저작권 침해로 제소한 것이나 피고는 자동차 공해를 풍자하기 위한 것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일본 최고재판소은 ‘패러디가 패러디로 되기 위해서는 원작품의 통렬한 비평 또는 비판에 있는 것이며, 패러디로서 효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원저작물과 같은 정도의 부분을 사용하고, 원저작물을 연상시키면서 풍자적 효과를 올려야 한다.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원저작물의 저작권자 및 저작자의 허락을 받을 수 없는 것이며, 어떤 범위에서는 무단사용이 허용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부득이한 것으로 허용되는 것이라’(패러디부분만 인용)고 하였다.
이러한 외국판례에서 볼 때, 패러디가 패러디로서 요건을 갖추는 이상 저작권법상 저작자의 권리(성명표시권 및 동일성유지권)나 저작재산권(복제권, 배포권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13-1-H. 다만 주의를 요하는 것은 이용하는 원저작물의 저작자나 저작물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라야 하며, 이용하는 저작물과 관계가 없는 다른 사람이나 다른 사항을 풍자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끝으로 오늘날 문제가 되는 것은 언어나 음악 또는 영상 등 모든 정보나 저작물이 같은 “0”과 “1”로 디지털화 되여 자료의 축적과 가공이 용이하고 신속한 것은 좋으나, 이에 따라 패러디의 표현물이 만들어질 물리적인 환경도 함께 발전된 것이다. 그리고 패러디는 처음부터 저작자의 동의를 받아 개변하거나 또는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저작권법에서는 앞으로 이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과제가 주어지고 있다.
또한 동일성유지권과 관련하여 논의가 된 것은 저작물의 원작품 파기 등이다. 예컨대 명작의 그림을 소각하였다면 생각에 따라서는 일부의 개변보다 더 심한 행위이지만 저작권법상으로는 그림의 소각이 동일성유지권의 문제가 아니다. 이 항에서 예상하고 있는 개변 행위는 오히려 타다 남은 형태 혹은 수정⋅가필된 형태로 사회에 유출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저작물의 원작품이 세간에서 소멸한 것에 대하여는 규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동일성유지권의 문제는 아니나, 이에 준하는 행위로 저작인격권의 침해행위가 있다. 다시 말하면 저작물을 이용함에 있어서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법으로 이용한다면 저작인격권의 침해로 보는 것이다. 이는 침해행위로 보는 제124조 제4항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 곳에서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