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가 맺어준 불연佛緣
-윤동재
여름날 부산 금정산 범어사를 찾아가
대웅전 부처님께 맘먹고 공양도 하고 기도도 하려고
범어사 가는 길을 오르다가
나무숲에서 쉬고 있는 난닝구만 입은 노인을 만나
범어사는 올라가지 않은 채 그냥 돌아왔지요
노인이 내게 말하기를 절에 가 봐야
나무나 청동으로 불상이랍시고 만들어놓고
절하게 하고 기도하게 하지만 다 소용없다고 했지요
요즘 하안거라 스님들이 선방에서 안거 중이니
스님 만나기도 쉽지 않다며 법어 듣고 싶다면
그깟 법어 자기가 해주겠다고 했지요
그러면서 선방에 가부좌하고 앉아 있다고 깨달으면
앉은뱅이가 가장 먼저 깨달을 거고
선방에 앉아 눈 감고 있다고 깨달으면
심 봉사가 가장 먼저 깨달을 거고
선방에 앉아 면벽 수행한답시고 벽만 쳐다보고 있으면
벽이 먼저 깨달을 거라고 했지요
누구든지 번뇌가 있어야 깨달음이 있고
절집에서 부처 나지 않고 장터거리에서 부처 난다고 했지요
이것도 범어사가 맺어준 불연佛緣이라 생각하고
나는 난닝구만 입은 노인의 손을 잡고 절 아래로 내려와
범어사 대웅전 부처님께 공양하려던 돈으로
땡초부추전과 막걸리를 마음껏 사 드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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