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 아침에 수술 받고 오늘(목요일) 퇴원했습니다. 입원한 병동에 컴퓨터가 가까이 없어서 카페에 올라온 소식이 궁금했습니다. 이제 그간의 수술경험을 두서없이 나누어 볼까합니다.
진작 검사할걸...
처음 암 진단은 부산의 어느 종합병원에서 받았습니다. 작년부터 직장관계로 잠시 부산에 내려와 살고 있는데, 정기 신체검사 때 마다 갑상선결절이 나오니 세포검사를 해보라고 하더군요. 무슨 일 있겠냐는 생각에 무시하고 살았는데, 올 겨울 유난히 피곤하고 목감기도 자주 걸리고 잘 낫지도 않기에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보다 이제는 건강 걱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쁘다고 미루어왔던 세포검사를 받았는데 유두상암이고 크기가 1.3cm로 자랐다고 하더군요. 초음파 하시는 의사가 모양이 영 안 좋다면서 암일 가능성이 높다고 임파선 부분까지 채취를 해 예상은 했지만 좀 충격이었습니다. 또 아내의 눈에 눈물을 흐르게 했습니다.
있는 빽. 없는 빽
때 마침 부산 병원 의사선생님이 그 병원을 그만 두는 관계로 수술을 해줄 수 없어서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분 말로는 갑상선 분야는 연대 출신들이 잘한다고 하더군요. 단, 서울의 큰 병원들은 적어도 6개월을 기다려야 수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하면서 혹시 아는 사람 있으면 있는 빽 없는 빽 다 동원해서 당겨보라고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갑상선암이 빠르게 자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몸에 암덩어리가 있는 것을 알고 반년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면서요. 다행히 S병원에 아시는 분이 있어서 알아보았지만 수술대기 환자가 너무 많아 도저히 당길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집 가까운 영동 세브란스에 알아보았는데 운 좋게 한 달 뒤 바로 수술 날짜를 잡았습니다.
아시아권 최고...
원래 영동세브란스에 계시던 갑상선 담당 의사가 미국 연수중이고, 그 대신 신촌에서 한분이 최근 오셨는데 아직 예약이 많이 차지 않았다는 겁니다. 알고 봤더니 신촌에서 오신 분이 최고 권위자 중에 한분인 정웅윤 선생님이었습니다. 신촌에서 최근에 오신지라 예약을 받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 한 달 만에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행운이 있었던거죠. 이분은 원래 겨드랑이로 시술해서 흉터 없이 암을 제거하는 기술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밑에서 일하는 스텝의사들도 '아시아권 최고 권위자'이니 안심하라고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돈 벌어 뭐해.. 이럴 때 쓰지...
월요일 수술날짜 잡아놓고 일요일 3시경에 입원했습니다. 경건하게 예배드리고 친구들의 기도도 받고 마음 단단히 먹고 들어왔습니다. 회사가 들어준 보험에서 2인실까지는 지불해준다기에 2인실 예약했는데 무쟈게 좁아서 1인실로 질러버렸습니다. 아내가 이럴 때 쓸라고 돈 번거라며 한턱 쏜다는 듯이 1인실로 옮기더군요.
너 편도선 수술했냐???
월요일 아침이 집도의들의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라고 하던데 월요일 첫 번째 수술로 '당첨'되었습니다. 같은 날 수술 받은 나머지 다섯 분들은 모두 여자 분들이어서 저를 처음에 한 것 같았습니다. 예상 수술 시간은 4~5시간 정도라고 7시에 들어가면 12시 다 되서 끝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마취에서 깨어보니 9시 40분경이었습니다. 순간 그냥 덮어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원래 그 정도 시간이 걸리고 수술이 어려우면 4~5시간 정도 걸린답니다. 병실로 돌아와 말똥말똥 정신 차린 모습을 본 누나의 말.. "너 편도선 수술했냐?" 허걱... 사실 1.6cm까지 자란 상태로 암이 큰 편이었습니다. 워낙 의사선생님의 기술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1cm이 넘으면 큰 편이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마이 아파...
첫날은 목소리도 잘 안 나오고 무슨 목감기 심하게 걸린 것처럼 침도 못삼키겠더군요. 목을 못 움직이니깐 목도 뻣뻣하고 어깨도 많이 아펐습니다. 암환자 치고 상태가 좋은 편이라지만 그래도 첫날은 "마이 아파"....... 또 한 가지 특징은 부갑상선 기능이 제대로 작동이 안되 체내의 칼슘 조절이 안되는 관계로 손발이 저려왔습니다. 손이 계속 저리니 잠도 잘 안오고 소변을 볼 때 다리 전체가 저려 와서 힘듭니다. 링거를 맞는 관계로 오줌이 자주 마려운데 말입니다. 새벽에는 손이 오무라들 정도로 저려왔습니다. 간호사가 치즈를 먹어보라고 하던데 그 새벽에 어디서 치즈를 구합니까.. 쩝.. 얼마 지나 칼슘약 먹고 다음날 칼슘 주사를 한 병 맞고 난 후 부터는 괜찮아졌습니다. (혹시 모르니깐 치즈 챙기세요.) 이런 증상은 하루나 이틀 후 대부분 호전된다고 합니다. 수술 3일째 되는 날부터 많이 편해지고 목소리도 제대로 나왔지만,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해서 그냥 소곤소곤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큰소리로 싸우지 마세요.
수술하기 전날 주의사항을 알려준 의사가 당부하더군요. 수술 후 3개월 동안 큰 소리를 내면 목이 상할 위험이 있으니 도 닦는 맘으로 절대로 싸우지도 말라고... 원래 한 성격하는데 앞으로 걱정입니다. 잘 됐네요. 이 기회에 성격 개조해야죠.
병원 드라마가 주는 오해
요즘 병원드라마들이 인기 있습니다. 저도 병원에 있는 동안 "버럭 중근"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수술하러 가면서 다들 침대에 실려 가더군요. 마치 저승사자에게 끌려가는 것처럼... 저도 다들 그런 줄 알았는데 이 병원은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환자는 모두 걸어서 가더군요. 외과 병동에서 수술 받을 환자 모두 부르더니 줄서서 수술실로 갔습니다. 제 생각에 이런 방식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뭐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두 다리 멀쩡한데 침대에 누워서 가는 것 보다는 보호자 손잡고 천천히 걸어가는게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수술 전날 이비인후과에 가서 성대검사를 받을 때도 다음날 갑상선 수술 받을 6명의 환자가 줄서서 함께 갔습니다. 수술 설명도 병실로 의사가 오는 게 아니고 줄서서 차례대로 가서 듣습니다. 뭐.. 이런 식이다 보니 암 수술이라는 생각 전혀 안 듭니다. 그냥 편도선 수술 받는다 생각하게 됩니다.
병원의 인적실수
수술 전날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어떤 아저씨가 들어오더니 겨드랑이 털 깍는다고 벗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 수술 케이스는 겨드랑이 시술을 안하는 것으로 아는데 왜 털을 미냐니깐 그렇게 오더가 내렸답니다. 할 수 없이 난생 처음 털 밀었습니다. 그리고 수술 설명 들으러 가보니 의사선생님 크게 웃으시면서 그 아저씨가 착각을 했다는군요. 의사선생님 그냥 웃었지만, 수술 받는 환자는 웃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사소한 실수가 많아지면 큰 실수가 생기는 것이고 그것이 의료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제가 "인적실수" 분야에 대해 일을 하고 있는지라 이 분야는 의사선생님보다는 전문가입니다. 이런 사소한 실수를 관리하지 않으면 의료사고를 줄일 수 없습니다. 사소한 실수가 쌓이면 오른 다리 수술할 것을 왼쪽 다리 수술하는 어처구니없는 의료사고가 나는 것입니다.
죽만 먹어요....
목 부위를 수술한 지라 수술 후 지금까지 죽을 먹고 있습니다. 원래 죽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일주일 가까이 계속 죽을 먹으니 좀 지겹습니다. 그래도 잘 먹어야 수술부위가 회복이 빠를 것이라 생각에 열심히 먹어야죠.
피주머니..
수술 부위에 관을 꼽아서 주먹만한 피주머니를 달아 줍니다. 수술 부위에서 나오는 안 좋은 피를 빼는 것 같은데 그 양이 줄어들어 거의 안 나오면 빼게 됩니다. 피주머니를 빼야 퇴원이 가능합니다. 옛날에는 수술부위를 매일 드레싱 해주었는데 요즘은 피주머니 달고 퇴원할 때까지 손도 안대더만요.
일반적인 암보험료 지급절차보다 쉽습니다.
직장에서 단체보장보험에 가입된 상태라 암진단 보험료를 청구하려고 최초 진단 받은 병원에 갔습니다. 세포검사 결과지와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하니 암보험의 경우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가 나와야 보험회사에서 보험료를 지급한다며 안 해 줄라고 했습니다. 다시 한 번 보험약관을 보니 갑상생암의 경우 침샘세포검사 결과만으로도 진단보험료가 지불된다고 분명히 돼있었습니다. 보험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보험에서 갑생선 세포흡입 침샘검사 결과만으로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으니, 일반적인 암보험사례와 착각하는 간호사들의 주장에 넘어가지 마세요. 제 경우는 세포검사결과지와 간단한 진단서(확진이 아니어도 OK)를 제출하니 이틀 후 바로 제 통장에 입금되었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와야 해요.
수술 부위에 수술실 대신에 호치키스 같은 것으로 꾀맸는데 퇴원하는 날 반 정도만 빼고 다음 주에 다시 와서 나머지를 뺀답니다.(호치키스나 피주머니 뺄 때 하나도 안 아파요. 겁먹지 마세요) 그리고 조직검사 결과도 받은 후에 향후 방사선 치료 방향과 일정을 잡는답니다. 그때 다시 정보 올릴게요.
첫댓글 저는 수술후 한끼만 죽나오고 바로 밥나오더군요 그래서 잡을라고 밥주냐고 당분간 죽달라 해서 먹는데 그것도 맛이 없어 그냥 밥으로 바꿨었는데 지금껏 죽을 드신다니... 그래도 수술하셨으니 건강챙기시고 앞으로도 좋은 결과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 글 쓰고 얼마 후 밥먹기 시작해서 기분 좋게 먹고 있었는데.. 이제는 방사선 치료해야 한다고 저요오드식 하랍니다.. 아 먹고 사는게 힘듭니다..
자세한 수술 일기에 대하여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관리하여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기 바랍니다.
이 홈피에서 많은 도움받아서 좋았습니다. 운영자로서 큰 일하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자세한글 잘읽었습니다..건강하세요~~
정말 많은 도움되었습니다.
맞아요~ 피주머니 뺄때 "벌써 뺏어?"할 정도로 하나도 안아파요~^^
저는 좀 예민한지 피주머니 호스 뺄때 정신을 잃어 병실에 실려 왔답니다. 어찌 됐던 수술은 잘 끝났고 시간이 지나니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과 위안이 됩니다.
3월26일 수술 받을건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치즈 꼭 준비해서 가야 겠습니다 그리고 보험 세침검사 진단서 삼성생명에 제출 했는데 전화가 와서는 수술 조직결과지가 있어야 지급한다고 합니다 어느 보험이시길레 세침결과로 진단비 받으셨는지요
대한생명이었습니다. 보험사마다 다를수 있으니 크게 맘쓰지 마시고 수술후 천천히 하세요. 수술 잘받으시고요. 화이팅.
수술 경험담을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유익하게 잘 읽었습니다 빠른 회복 건강 하십시요 , 헤숙씨는 수술 차분히 잘 받으시고 수술후 2년안에 보험금 지급 받으면 된답니다~~~
수술날이 다가오니 마음이 많이 불안하네요 수술 잘 받으라는 격려글 마음에 담을께요 감사하구요 건겅하세요
저도 수술한지 1년반이 넘어가는데 공감가는 글이네요 ㅋㅋ 모두들 화이팅
저도 수술한지 1년반이 넘어가는데 공감가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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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화이팅
수술 당일 손발얼굴까지 저린데 약을 주사제가 아니라 알약3개를 주어서 먹다 죽는 줄 알앗어요ㅠㅠ물도 잘 못마시는데 알약이라뇨ㅠㅠ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