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듯 칠월도 막바지에서 헤매고
들길에는 코스모스가 가냘프게 피어
길손들에게 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신장로 벼랑 밑 논에 벼들이
녹색에 짙다 못해 청록색으로 치맛자락이 불룩하다.
가지마다 부풀어 오르는 임산부 배 같은
물레 가락같이 베어 오르는 벼가 초가을을 잉태하고 있다.
바람구름 자연이 임신시킨 벼들의 서방 이었을까!
칠팔월 땡볕에 더위도 잊은 채
벼멸구, 진딧물, 도열병, 뜸 서리가 들까 봐
털털 거리는 경운기에 분무기 달고
보릿짚 모자 눌러쓰고 남정네는 끝자락꼭지를 들고
아낙네는 긴 호스를 잡고 이골저골 타고 다니면서 방제를 한다.
등에 걸친 옷가지에 흠뻑 젖은 땀방울이 줄줄 흐르고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은 눈으로 흘러들어 앞을 가린다.
얼렸다가 가지고간 보리오차물
어느 듯 녹아내려 찬물이 되어있다.
한 모금 마시며 보릿대 모자 밑으로 빙긋 웃는 남정네에게
까르르 눈웃음 보이는 아낙네 그들은 농부의 부부였다.
땡볕에서 작업을 끝내고 돌아가다
느티나무 그늘 밑에 긴 의자에서 쉬고 있는
동네사람들 사이에서 풍년농사 지어지기를 입맞춤한다.
장마철이라고는 하지만 오랜 세월 비다운 비 한 방울 아니 내리니
말라가는 논바닥을 바라보는 농부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낙동강 물을 퍼 나르는 한국농촌공사 양수장 기사들
밤낮으로 수고하지만 말라가는 논바닥을 바라보며
가뭄 극복을 위하여 정성을 다하지만
하늘에서는 땡볕만 내리 쬐일 뿐 비 내릴 기세는 더더욱 아니네.
확성기 달고 찾아드는 자동차
작은 만물상 상점에는 푸성귀와 수박 참외 과일들이 실려 있다.
“달고 맛있는 수박 참외가 왔습니다.”
“찬거리가 없는 것 빼고 다 있습니다.”
확성기에서는 태진아 노래 〔아줌마〕가 구성지게 흘러나온다.
확성기소리에 동네아낙네 하나, 둘 모여들고
이것저것 만져 보고 하나, 둘 푸성귀와
수박 참외 과일들을 구입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객지 나가 있는 아들 딸이 올해 휴가철에 오면
무엇을 해줄 것 인가고 묻기도 하고
각종 소식을 전하기도하고 이런저런 이야기장이 펼쳐진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칠월이 저물어가는 이때
미물잠자리 하늘 높이 날아 맴을 돌며 가을을 재촉하는 이즈음
다가오는 팔월에는 휴가철이다.
농부들이야 매양 휴가철이 따로 없지만
회색빛 도심 속에서 매양 시달리는 그들에게는 모처럼 맞이하는
하계휴가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도심 속에서 찌든 일상을
자연의 섭리가 이글거리는 농촌의 산과들에서
충전하는 계기를 만들어보는 것 또한 좋지 않을까 싶다.
빌딩숲속을 떠나는 한양 사람들 인정이 넘치는 내고향 구미에서
재충전을 하소서.
첫댓글 가기야 맨날 가고싶지만 하는일도 없이 못가네 ...더 가고싶네 이글 보니 떠거날
ㅇㅏ름다운 내 유년의 아릿한 기억이여, 되돌리고 싶은 시간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