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429〉
■ 안개가 짙은 들 (나태주, 1945~)
안개가 짙은들 산까지 지울 수야
어둠이 깊은들 오는 아침까지 막을 수야
안개와 어둠 속을 꿰뚫는 물소리, 새소리,
비바람 설친들 피는 꽃까지 막을 수야.
- 1991년 시집 <추억의 묶음> (미래사)
*가을 장맛비가 전국을 뿌리면서, 더위도 누그러지며 아침저녁으로는 공기가 맑고 서늘해졌습니다. 아직은 한낮의 무더위가 여전하고 밤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설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만 이제 비가 그치면 끝물로 접어든 올여름도 즐겁게 인내할 수 있는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해가 떨어지면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가을을 재촉하는 풀벌레의 힘찬 울음소리가 정겨우면서 반가운 요즘입니다.
이 간결한 詩는 자연의 법칙을 빌어 우리 삶에 어떤 힘들고 어려운 난관이 가로막는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고 노래하는 작품입니다. 시인은 아무리 안개가 짙고 어둠이 깊으며 비바람이 설쳐도, 산을 지울 수는 없으며 아침은 오고 꽃은 피고 있다는 것을 유연한 자세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詩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낮의 땡볕이 여전히 강하게 내리쬐어도 곧 9월이 오고 이어서 선선한 가을바람이 산들산들 얼굴을 스치게 될 것입니다.
이 詩를 다시 읽으면서, 마지막 구절 다음에 “무더위 아무리 설친들 오는 가을을 막을 수야”라는 말을 첨언한다면, 요즘 같은 계절에 더 잘 어울릴 것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Choi.
첫댓글 詩를 보면서 時事를 떠올리는 제 자신이 쑥스러우면서도,
詩를 읽고 보니 時局을 바라보는 제게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