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태어나 2019년 신라문학상 대상, 202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중봉조헌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책소개
불온한 골계의 시학
2019년 신라문학상 대상, 202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정두섭 시인의 첫 시집 『마릴린 목련』이 시인동네 시인선 233으로 출간되었다. 정두섭의 시조는 자유분방하며 호기롭기까지 하다. 시조라는 정형시에서 자유분방함은 어쩌면 어폐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만큼 정두섭의 시조는 정형이라는 정해진 틀 안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롭게 놀고 자유롭게 비상한다. 도무지 억지스러움이라곤 찾을 수 없는 정두섭의 시적 호흡은 정형시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정형시가 넘어서야 할 한계의 극한까지 밀고 나간다. 현대시조의 현주소가 정두섭이라면 시조의 미래 또한 분명 밝을 것이다.
작가의 말
갈갈갈 환한 북 소리 끼얹대끼 또, 그로코롬
놓아줄 손이 없어 시나브로 여위더니
보소라 알 까고 죽는 목이 쉰 눈보라
2024년 6월 정두섭
목차
제1부 우로보로스ㆍ13/모란인력 식구 되기ㆍ14/타관바치ㆍ16/블랙아웃ㆍ17/휘파람새ㆍ18/간판 아래 문 위에 간판ㆍ20/고창 지나 영광ㆍ21/내일의 날씨ㆍ22/아마도ㆍ24/정류장ㆍ25/매화탕 레시피ㆍ26/철옹성ㆍ28/슈퍼맨의 바깥 빤쓰ㆍ29/2월 30일ㆍ30/종점 저수지ㆍ32/민들레 식당ㆍ34
제4부 거울은 언제 눈감아 주나ㆍ83/전문가ㆍ84/군밤ㆍ85/왕십리ㆍ86/환지통ㆍ88/빈집ㆍ89/함소입지(含笑入地)ㆍ90/관계자 외ㆍ92/당분간ㆍ93/아홉수ㆍ94/느티나무 정류장ㆍ96/자유로ㆍ97/카운트다운ㆍ98/러닝머신ㆍ100/달비계의 노래ㆍ101/거울의 문법ㆍ102
해설 이병국(시인, 문학평론가)ㆍ103
책 속으로
찢어진 우산 하나 새벽 강 건너다가
젖을 데 더는 없어 우산 접고 비를 꺼낸다
신발은 왜 저기까지만 바래다주는 걸까 - 「마포대교」 전문
내 일은 기다리면 마침내 오는 일 기다림에 지치는 게 내 일의 노하우
갓길의 붉은 눈깔들 공회전하는 심장들
며칠째 화창해서 눈앞이 깜깜해도 내일이 오는 것처럼 내 일이 오긴 와서
내일로 견인하는 오늘 숨 참고 견디다가
미끄덩 오늘이 드디어 내 일로 오면 핏대와 삿대질을 간신히 떼어놓고
내일도 비바람 눈보라 바라건대 최악이기를 - 「내일의 날씨」 전문
애지중지 호롱불은 멋 부리다 얼어 죽고 제멋대로 화톳불은 까무룩 새까매져서 할마시 쪼그려 앉아 사람 볕에 손 녹일 때
힐끗힐끗 살바람이 못 참아 더는 못 참아 백목련 치맛자락 들춰보고 저리 내빼네 그늘도 화색이 돌아 잇몸 만개 이빨 두 개
굳이 또 찾아와서 겸상하는 다시 봄에 여벌의 수저 한 짝 내어주고 오물오물 낡삭은 개다리소반 무게를 덜고 있네 - 「마릴린 목련」 전문
출판사 서평
정두섭 시인의 첫 시집 『마릴린 목련』은 유쾌한 재담 이면에 현실적 고통을 배치하여 그 실감을 우리 삶의 공통감각으로 확장하여 펼쳐 놓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시인의 시적 언어가 품고 있는 말맛의 유쾌는 어딘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이를 불쾌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기형적인 삶의 실재를 마주한 것만 같아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불편의 감각은 김수영 시인이 시 「거대한 뿌리」(1964)에서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라고 한 것처럼 삶의 진창과 마주하고 그것을 직시함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긍정하는 한편 삶에 내재한 인간의 존엄과 고투를 신뢰하고자 하는 정두섭 시인의 시적 수행으로 말미암는다. 바로 그 지점에서 정두섭 시인의 시는 기형적인 삶을 강제하는 세계의 부조리함을 향한 비판과 죽음을 전유한 생의 욕망을 현시함으로써 인간을 긍정하고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기형적 구조를 전복하려는 불온함으로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