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 2024. 07. 28. (일) ♣ 날 씨 : 흐림, 최저 26℃ / 최고 33℃, 바람 3km/h
♣ 장 소 : 서울 종로구 구기동, 경기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비봉능선, 승가능선, 삼천사계곡 일원
♣ 공지대장/참석회원(존칭 생략, 가나다순) : 녹슨칼 / 강선형, 강선형1, 꽃비, 녹슨칼1, 박영덕, 박영덕3, 수피아 【10명】
♣ 일정 & 코스 : 전철3호선 경복궁역→7212번버스 환승→이북오도청→비봉사거리→비봉→사모바위→승가봉→(통천문)→승가능선→달빛풀→
삼천폭포→삼천사계곡→삼천탕→삼천사→하나고→701,7211번버스→연신내역 【약 10km 정도 / 약 7시간 소요 / 1.8만보】
내가 경험해 본 계곡트레킹 중 우리나라 최고의 3대 트레킹은 삼척 덕풍계곡트레킹, 울진 왕피천계곡 트레킹 그리고 인제 아침가리골(조경동)
트레킹이다. 내가 전국의 계곡을 모두 트레킹해본 것은 아니고, 사람마다 느낌이 같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6~7년 전까지만 해도 땀으로
옷을 흠뻑 적실 망정 계곡물 속에 들어가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저 손발 씻고 세수하는 정도에 그쳤었다. 대피소에서 숙박해 가며 지리산, 설악산
종주를 할 때 외에는 나름 계곡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산악인의 본분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이를 먹은 탓일까? 집 나이 70살이 다 되어갈 무렵 모 산악회에 따라 갔다가 너무 더워서 남들 따라 폭포 밑의 물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그만
한 순간에 마음이 확 바뀌게 되었다. 한국 최초, 아니 비영어권국가 최초로 2020년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영화제에서 우리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등 4개 부문을 석권하고 시상식장에서 봉준호 감독이 한 ‘일인치 정도 되는 장벽(자막)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후략-’는 말처럼 나는 장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산행 세계로 접어들었다. 이후 계곡트레킹을 낀 산행을 여름 최고의
산행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힘든 산행 후 잠간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물놀이와 계곡트레킹은 많은 차이가 있다. 첫째는 신발로, 물놀이는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놓고 물놀이
후 다시 신으면 된다. 그러나 계곡트레킹은 신발을 신은 채 걸어야 한다. 슬리퍼, 아콰 슈즈나 얇은 계곡용 샌들로는 부상의 위험이 매우 크다. 제일
좋은 것은 헌등산화로 미끄러운 바위에 접지력도 좋고 발목이나 복숭아뼈를 보호해 줄 수도 있다. 수량이 많고 큰 하천을 장시간 트레킹하게 될
경우는 구명조끼도 필요하고 방수배낭이나 큰 방수 주머니에 소지품을 모두 넣은 후 배낭에 넣어야 한다. 깊은 물을 가로질러 갈때 배낭을 벗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입는 옷도 물이 잘 빠지는 합섬계통의 옷이 좋다. 문제가 되는 것은 팬티인데, 기능성이 아닌 면제품이면 안 입는 편이 낫다. 습관의 문제이다.
이번에도 등산복 속에 상하 내의를 입고 오신 회원님이 있었다. 젖은 옷이 몸에 계속 감기고 친친했을 것이다. 한두 번 내의를 벗고 다니면 그 편함에
금방 적응이 된다. 단, 전철을 타기 전 갈아입을 옷은 팬티와 상하의가 필요하다, 상의는 얇은 긴팔이 좋다. 한번 물놀이를 하면 금방 체온이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장시간 물속 트레킹을 하고 전철을 타게 되면 추위가 쉽게 안 풀려 매우 추울 수 있다. 이번에도 모 회원님은 물놀이 중 하도
추워 덜덜 떨면서 말하다가 혀를 깨물었다고 한다. 뭐 요즘 단백질 공급이 부족하여 몸에서 그렇게 반응을 한 것일 수도 있기는 하지만! ^^;
장거리 계곡트레킹이 아닌 다음에야 수영복도 좋을 수 있다. 수영복이 좋다는 얘기는 물론 비키니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의를 말하는
것이며 실내수영장용 삼각도 안 되고 트렁크형 검은색 계통의 수영복이 좋다. 나는 반바지 등산복과 수영복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다.
오늘 산행은 적도와 극지방을 왕복을 한 느낌이었다. 어제의 많은 비로 공기중에 습도가 매우 높아 비봉능선까지 도달할 때는 땀을 무척 쏟았다.
금년들어 제일 많은 땀을 흘린 것 같다. 요즘은 날마다 그날이 올 여름 들어 가장 더운 날이 계속 되는 것 같다. 어제보단 오늘이, 오늘보단 내일이 더
더울 것 같다. 한껏 달구어진 몸으로 땡볕길이 많은 비봉능선, 승가능선을 거쳐 삼천사계곡 자칭 달빛풀에 도착하여 입수를 하는 순간에는 그야말로
천국을 맛 봤다. 끈끈한 땀을 씻어내고 헤엄도 치고 잠수도 하며 물싸움도 할 때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불과 십여분이 지나자 입술이 새파래지고 오들오들 떨리는 것이 이번에는 금년 여름 들어 가장 추운 시간을 맞게 되었다. 물속에 있어도 밖으로
나와도 몸이 흔들릴 정도로 떨렸다. 잠깐씩 나타나는 햇빛이 고마울 정도였다. 이어서 삼천폭포에 가서 사진찍고 몇 회원님은 물썰매도 탔다.
그리고는 계곡을 따라 내려가며 트레킹을 했는데 몸을 움직이니 물놀이 할 때보다는 덜했지만 전혀 더워지지는 않았다. 삼천사계곡에서 가장 깊고
넓어 유일하게 다이빙이 가능한 삼천탕에 이르러서는 다시 헤엄도 치고 물놀이를 하게 되었는데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탓인지 입수를 하지 않는
회원님들이 더 많았다.
무더운 날 피서 한번 제대로 했다. 좀 아쉬운 점은 첫째, 강수량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고로 물이 많이 괸 곳 바닥의 썩은 나뭇잎 부스러기가 완전히
씻겨 내려가지 않아 물이 완전히 깨끗하지 안았다. 그래서 나는 수중 풍경을 보고 사진도 찍으려고 수경과 수중 촬영이 가능한 핸드폰을 가져갔지만
촬영을 하지는 못했다는 것!
둘째는 회원님들의 안전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는지 계곡트레킹에 적합하지 못한 신발을 착용한 분이 있어 내심 불안했다. 또 계곡이 좁은 편이고
바닥의 상황을 알 수가 없어서 함부로 다이빙을 하거나 과격한 놀이를 하면 머리나 정강이를 다칠 수가 있는데 주의를 덜 하는 것 같아 약간 정도
염려가 되었다.
오늘로 올 여름 들어 4번째 입수, 장마가 막바지에 접어든 것 같다. 아직도 갈곳은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