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53) - 평화와 우정을 새긴 발걸음
그제(6월 21일)는 일 년 중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이자 어제는 일 년 중에서 양기가 가장 왕성하다는 단오절, 바야흐로 한여름이 시작된다. 주말부터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보, 여름을 힘들게 하는 무더위와 장마에 슬기롭게 대처하자.
50일 넘게 힘들게 걸었던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서올~도쿄 한일우정걷기를 마친지 오늘(6월 23일)로 한 달, 지친 심신을 추스르며 걷기 중 힘들여 쓴 기행록을 정리하여 책자(평화와 우정을 새긴 발걸음)로 펴내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막바지에 들어온 주문, 걷기행사를 함께 한 일본 측에서 기행록의 축약 본을 정리하여 보내달라는 전언이다. 오랜 기간 공들여 완성한 논문의 요약문을 작성하는 심정으로 정리한 내용을 공유한다.
‘평화와 우정을 새긴 발걸음
2023년 4월 1일부터 5월 23일까지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서울~도쿄 한일우정걷기에 한국 측 정사로 참가하여 53일간 1200여km의 전 일정을 양국의 관계자 및 시민들의 성원과 격려 속에 무사히 마쳐 기쁘다. 출발에 앞서 가진 발대식에서 한일 양측의 대표로 나선 나와 오오시마 토시하루 씨는 이렇게 선서하였다. ‘21세기 조선통신사한일우정걷기 회원일동은 400년 전 조선통신사의 옛길을 따라 걸으며 성신우호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조선통신사 옛길을 평화의 길로 만들어 21세기에 한일 간의 우정과 평화를 위해 민간차원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자 한다.’
1. 경복궁에서 동래동헌으로 가는 길(4월 1일 ~ 22일, 한국구간)
4월 1일 오전 9시 반, 경복궁 흥례문 앞 광장에서 출발행사를 가졌다. 특별 초청한 취타대와 악단, 호위무사들이 도열한 가운데 80여 명의 첫날 걷기참가자들에게 전한 한일의원연맹회장의 축하메시지가 행사의 의미를 잘 간추린다. 그 요지, ‘15~19세기에 조선과 일본의 선조들이 추구했던 목표를 오늘에 재현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한일우정걷기가 벌써 아홉 번째, 여러분의 의지와 호소에 힘입어 양국시민들이 마음을 열고 협력과 존중, 이해와 공존에 기반 한 양국의 새 시대를 열어 가면 좋겠다.’
이를 바탕으로 한일양국 참가자들은 서울 경복궁에서 부산 동래동헌으로 가는 한국구간 520여km를 사이좋게 걸으며 곳곳에서 열띤 환영과 격려를 받았다. 특히 5~6일째 충주구간에서는 조선통신사로 참가한 선대의 후손들이 우리 일행을 따뜻이 맞으며 각별한 관심과 열정을 보여주었고 문경, 예천, 안동, 영천, 경주, 울산, 부산에서는 지방행정기관과 사회단체들의 축하행사 및 전별공연이 일행들의 사기를 크게 진작하였다. 걷는 도중 여러 곳에서 물심양면으로 성원하는 동호인들의 참여와 격려가 큰 힘이 되었고.
동래 동헌에 도착하여 가진 환영행사에서 정사의 자격으로 내가 전한 메시지, ‘4월 1일에 서울 경복궁을 출발하여 21일 만에 525km를 걸어 동래 동헌에 이르렀다. 걷는 동안 여러 어려움과 복잡 미묘한 국내외 상황에서도 세계에 평화를, 한일에 우정의 기치를 내걸고 한국구간 무사히 마친 것을 자축하며 한 달 여 일본 여정도 성공적으로 완보하기를 다짐한다. 대원 여러분, 수고하였습니다. 장하십니다.’
기록으로 정리한 한국구간의 여정은 다음과 같다.
제 1 부 경복궁에서 동래부로 가는 길
1. 평화와 우의를 다진 한일우정걷기 발대식 3
2. 경복궁을 출발하여 청계산 옛 고을로 7
3. 탄천 따라 첨단도시 성남 거쳐 웅비하는 용인에 이르다 12
4. 반도체도시로 발돋움하는 용인의 양지, 백암 거쳐 죽주산성으로 16
5. 죽산성지와 부래미마을 지나 생극면에 이르다 22
6. 약비가 내리는 가운데 중부 산업도시 충주에 들어서다 28
7. 문화탐방, 충주에 서린 조선통신사의 자취 32
8. 달천 지나 왕의 온천 수안보에 이르다 37
9. 꽃피는 마을 지나 문경 새재 명승 길을 걸어서 41
10. 고모산성과 유곡역 거쳐 문경 산업단지 지나다 47
11. 용궁면과 유천면 거쳐 예천군청으로 51
12. 백아현과 풍산 거쳐 안동 옛 동헌에 이르다 56
13. 안동문화탐방, 하회마을을 찾아서 61
14. 선비의 고장 안동에서 바른 고을 의성으로 66
15. 조문국(召文國)의 자취 살피고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로 71
16. 찰방 길 살피고 전별공연 곁들인 영천걷기 78
17. 통신사의 얼이 담긴 영천에서 천년고도 경주로 83
18.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경주의 이모저모를 살피며 89
19. 한국경제의 견인차 울산에 들어서다 93
20. 태화강 국가정원과 울주군 거쳐 양산으로 99
21. 기장, 금정 거쳐 동래동헌에서 한국구간 대장정을 마무리하다 103
22. 부산에서 가진 한국구간의 피날레 110
2. 쓰시마에서 도쿄에 이르는 길(4월 23일 ~ 5월 23일, 일본구간)
4월 23일, 오전 8시 반에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을 출발한 쾌속선이 두 시간여 거센 파도를 뚫고 쓰시마의 히타카스항에 무사히 도착하여 한 달간의 일본여정에 돌입하였다. 입국절차를 마치고 대합실에서 출영 나온 쓰시마 시청간부들과 간단한 환영행사, 코로나 19로 중단된 일본여정에 들어서는 감회가 별다르다. 쓰시마를 시작으로 이키, 아이노시마, 가미노세키를 거쳐 히로시마에 이르는 여정이 가슴 벅차고 오사카부, 교토부, 시가현, 기후현, 아이치현, 시즈오카현, 가네가와현 거쳐 도쿄에 이르는 코스의 다채로운 환영행사와 흥미로운 이벤트가 우리가 내건 세계의 평화와 한일의 우정을 더욱 강렬하게 부각시킨다. 곳곳에서 따뜻하게 맞아주는 민단과 여러 행정기관 및 사회단체의 각별한 호의와 배려가 고맙고.
한 달여 일본구간의 걷기를 무사히 마치고 5월 23일 저녁 6시에 일본워킹협회가 주관하는 축하파티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일우정워크 참가자에게 준 표창장의 문안은 다음과 같다. '귀하는 제9차 21세기의 조선통신사 서울~도쿄 한일우정워크(2023년 4월 1일~5월 23일)에 본 대원으로서 참가하였습니다. 2000km, 53일간에 걸친 여행기간에 양국의 우호와 시민교류에 공헌하며 한발 한발 내딛은 그 걸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귀하의 건각과 한일우호의 성취를 예찬하며 완보를 표창합니다. 2023년 5월 23일 일본워킹협회 회장’
축하파티에서 내가 전한 메시지, ‘4월 1일 서울 출발행사에 막내손자와 함께하였다. 미래의 주역이 이웃나라와의 친선우애를 체득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도쿄 입성 이틀 전 도쿄도 걸스카우트 단원 14명이 우리 일행과 합류하여 세계평화와 한일우정을 강조하는 행사를 제대로 익혔다. 이는 우리의 사명이자 염원인 과제를 미래세대가 온몸으로 체험하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앞선 세대가 본을 보인 과업을 후세대가 잘 이어갔으면.’
최근 들어 한일 양국의 정상외교가 활발하고 시민사회의 분위기도 우호적으로 변하여 내빈으로 참석한 이들의 표정이 밝다. 좋아진 한일관계를 바탕으로 세계평화와 동북아안보를 슬기롭게 풀어가는 단초가 되어라.
기행록으로 정리한 일본구간의 여정은 다음과 같다.
제 2 부 쓰시마에서 도쿄에 이르는 길
23. 격랑에 흔들리며 대마도에 이르다 115
24. 현해탄의 보물 상자 이키를 찾아서 119
25. 조선통신사들이 머물던 아이노시마를 찾아서 124
26. 첫걸음의 가미노세키(上關) 거쳐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이르다 130
27. 조선통신사가 경탄한 시모가마가리와 도모노우라 136
28. 조선통신사 사료가 많은 우시마도 거쳐 오사카에 이르다 142
29. 평화로운 분위기의 오사카 강변 길 걷기 147
30. 요도가와 지나 역사문화도시 교토에 이르다 151
31. 고려미술관과 윤동주 시비를 살핀 교토 문화탐방 156
32. 일본 제일의 호수 비와코를 돌아 쿠사츠에 161
33. 조선인 가도를 걸어 오미하치만에 이르다 167
34. 아즈치성적(安土城跡) 거쳐 히코네(彦根)성으로 171
35. 시가현 지나서 기후현에 들어서다 176
36. 호낸 오도리(豊年踊)와 인형극 감상하고 큰 강을 건너서 182
37. 줄기찬 빗길의 나고야에서 새긴 이벤트 186
38. 나고야 문화탐방, 사찰 순방과 교류회 190
39. 자원봉사자들의 환대가 고맙고 도쿠가와의 기상이 우뚝하다 195
40. 도쿠가와의 경륜과 풍요로운 물산의 고장을 살피는 소회 199
41. 여러 날 걸어온 아이치 현 지나 시즈오카 204
42. 아름다운 솔밭 지나 친절한 시민의 대접 받은 하마마쓰로 209
43. 폭우를 견디며 다진 친선의 발걸음 213
44. 명품 차밭 지나 목조다리가 아름다운 시마다에 들러서 218
45. 친근한 후지에다에서 청명한 시즈오카로 224
46. 의미 있게 보낸 시즈오카 문화탐방 230
47. 후지산이 선명하고 태평양이 아름다워라 237
48. 후지산과 태평양을 바라보며 걸은 소나무 숲길 242
49. 비 맞으며 넘은 명승, 하코네 고개 247
50. 걸 스카우트 대원과 함께 걸은 쇼난 길 256
51. 요코하마의 이모저모 살피고 가와사키에 이르다 261
52. 두 나라 걸으며 다진 평화와 우정의 대단원 266
53.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를 마치며 271
3. 맺음말
글을 마무리하려니 어려운 행사를 차질 없이 이끈 한일 양국 집행부의 노고에 머리가 숙여진다. 특히 엔도 일본 대표와 선상규 한국체육진흥회장의 헌신적인 열정과 어려운 과정을 슬기롭게 해쳐낸 지도력에 박수를 보낸다. 고령과 체력적 한계를 이겨내고 끝까지 임무를 완수한 두 분께 경의를 표하며 함께 한 모든 대원들의 진심어린 협조와 원활한 임무수행에 찬사를 보낸다. 더불어 성원과 격려를 보낸 동호인과 지인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일행과 관계자 여러분 만세!
제9차 조선통신사 한일우정걷기 서울 출발 전의 발대식에서 시작하여 도쿄 도착 후 축하파티에 이르기까지 조선통신사와 연고가 있는 지자체장이나 관계자가 조선통신사의 성신교린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에 평화를! 한‧일에 우정을!’ 염원한 우리들의 소박한 꿈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휘호(서명)를 남겼다.(위 사진 참조) 한데 모은 그 뜻, 온 누리에 퍼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