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대명절 추석이 지났습니다. 울님들 고향잘들 다녀오셨는지요... 추석연휴전날 재외동포대회가 있었는데 세계곳곳에 흩어져 있어도 추석만큼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큰 명절임은 분명하다는걸 다시 느꼈습니다. 이렇듯 추석이 가장 큰 명절이자 큰 기쁨임은 분명했지만 그만큼 애환도 많이 겹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지난날에도 추석때만 되면 도시로 나간 자식들은 가족들의 옷이나 새로 나온 캐시미어 담요, 전기밥통 등을 들고 부모님을 찾아 마을로 들어서곤 했습니다. 특히 게중에 자가용이라도 타고 마을에 들어서면 누구네집 아들네, 딸네가 크게 성공했다는 입소문이 온동네에 퍼지고....
그런가하면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해 빈손으로 고향을 찾는 이들은 그 빈손이 부끄러워 누가 볼세라 어두워져야 마을로 들어서곤했죠. 그렇지만 이보다 더 안타까운 경우도 많았습니다. 형편이 어려워 객지에서 쓸쓸하게 추석명절을 보내며 자신의 처지보다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눈물짓던 사람들... 그래도 부모님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낮부터 몇번이나 동구밖까지 나왔다 들어갔다하거나 버스소리만 나면 밖을 내다보고... 그리고는 결국 모두 잠든 깊은 밤... 그 집 어머니는 누가 깰세라 조용히 마당으로 나와 달님을 보고 기도를 드립니다. 객지에 나가있는 자식들이 밥이나 제대로 먹는지 객지에서 아프지는 않은지... 자리잘잡아 내년 추석에는 다른집 자식처럼 올수 있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죠.
그 시절로부터 벌써 한 세대가 지났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당신들이 성묘를 다니시던 선산에 누우셨고, 우리들의 손을 잡고 시골 부모님을 찾던 아버지 어머니는 이제 댁에서 당신의 자식인 나와 손주를 기다리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갈 때마다 이제는 좀 더 자주 와야지 하면서도 고향 집 마당이나 부모님댁에 들어섰을 때뿐입니다.
이제 어느정도의 나이가 되고 머리허연 부모님들을 뵈니 지난날 어두워져서야 고향을 찾거나 고향조차 못찾아야했던 그 분들의 슬픈 마음이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이제 두발로 건강하게 마음대로 다니실 세월이 얼마나 남았을까... 언젠가 어느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두발로 걸어다닐 수 있을때 자식들이 보내주는 해외여행도 즐겁지 그냥 집에서 편히 쉬는게 더 좋을때는 늦었다... 성공했다싶으면 평생 자식걱정만 하셨던 부모님들은 안계시는 그런 경우를 나도 겪어야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조바심과 죄송함이 여느때보다 다가오는군요...
하지만 송편에서 저는 또다른 용기를 가져볼랍니다. 추석이 보름달임에도 우리의 송편은 반달모양입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꽉 찬 둥근달은 하루면 소멸하지만 반달은 계속 채워지고 커져 온달이 된다는 희망과 기대때문에 일부러 송편을 반달모양으로 만들었다는군요. 의자왕 궁궐에서 발견된 거북이 등에서 백제는 둥근달이, 신라는 반달모양으로 새겨진 걸 보고 점술사가 백제는 망하고 신라는 흥한다고 했다는 기록도 있다는군요.
추석전날 가을비가 촉촉히 내렸습니다. 지금은 비록 만족스럽지도않고 풍족하지도 않지만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고 정성을 다해 부족한 부분을 차곡차곡 채워나가며 꾸준히 노력해나간다면 비온뒤의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결실이 울님들 앞에 찬란하게 펼쳐지리라 믿습니다. 추석!...가을(秋) 저녁(夕)... 모처럼 고국을 찾은 재외동포들도 아름다운 가을저녁을 보내셨으리라 믿고 울님들도 반가운님들과 오랜만에 오손도손 정겹고 아름다운 가을저녁 보내시고 활짝 웃는 얼굴로 새롭게 만나요
첫댓글 감동이네요!555555~외지에서 취업하는 저희의 마음을 잘 그려냈어요!
넘 많은걸 알구 계시는거 아니예요? 그런 거였네요~ 여태몰랐어요. 그냥 보름날인줄만 알았는데... 고마워요.
아 ~~ 그렇구나 이적지 몰랐네요~~ 울님들 모두 모두 사랑해요~~~^^ 힘냅시다
잘 알았어요.즐거운 하루 되세요.
그런가요...잘알겠습니다...^^
ㅎㅎ 오늘도 많은걸 배우고 가네요...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