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3 지리산 만복대

[스노우맨]

억새의 노래 / 김순이


억새꽃 다발은
사랑하는 이에게는
보내지 마셔요

다만 그대를
가을 들녘에 두고 떠난 이의
뒷 모습에 보내셔요

마디마디 피가 맺힌
하얀 억새꽃

불 같은 미움도 삭혔습니다
잠 못드는 그리움도 삭혔습니다
솟구치는 눈물도 삭혔습니다

삭히고 삭혀서
하얗게 바래어 피었습니다

떠난 이의 그 호젓한 뒷모습에
아직도 가을이 남아 있거든

억새꽃 다발을 보내셔요
한아름 가득 보내셔요

.......

누가 이 가을날 내 마음에 단풍을 물들일까나?

밤새 설레임에 잠 못들고 뒤척이다 설핏 든 잠에 화들짝 놀라 깨어 눈화장도 제대로 못하고 허둥지둥 내쳐 달려 온 사람도 있을것이었다..

그래도 예의상 수습을 한다고..
이른 시각이라 사람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지하철 의자에 앉아 눈을 치켜 뜨고 아이라인을 그리고 눈썹을 그렸을지도 모를 일이지..

그렇게 잔뜩 기대를 안고..
지리산 만복대 ..억새가 유명 하다고 해서 찾아 왔는데..

안개비가 흩뿌리고..
운무는 가득차고..
몇발치 눈앞에 길만 보이는데..

억새가 있었는지..
단풍이 물들었는지..
날 좋아 하기는 했던건지..

옛날 옛날에 가타부타 말도 없이 떠나 버린 그때 그자식 떠났던 날처럼 바람은 매섭게 불고 추워서 이는 딱딱 부딪치고 몸은 부들부들 떨리는데..

그 넘 생각 때문에 그때 그 분이 덜 풀려서 아직도 분해서 몸이 떨리는 건지..
찬바람 때문에 몸살 날려고 떨리는건지..
그래도 먹고 살겠다고 그 모진 상황에 밥이라도 한 숟갈 먹겠다고 다닥다닥 붙어 대충 점심도 먹고..

그러고도 정상석 만들어 놓은 곳에선 독사진 한번 찍어 보겠다고 줄서서 기다려도 보고..
최대한 이쁘게 보일려고 비오고 운무 잔뜩 꼈는데 선글라스도 찾아 쓰고 열심히 V자를 만들어 댔던 것이었다..

긴 것 같지 않았는데 길게만 느껴졌던 하산길이 어느덧 주차장 버스있는 곳까지 내려 와서야 긴 한 숨 한번 내쉬는 걸로 마감을 하는데..

살아 내려 온게 다행이어서 내 쉬는 한숨인지 ..
억새도 단풍도 못보고 내려온 때문으로 아쉬워 내쉬는 한 숨인지..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긴 한 것이었다..

뒷풀이도 하고 적당히 술도 한 잔 하고..
술 떨어진 식당도 있구나..새삼 놀라기도 하고..
오늘 오긴 왔던거야? 그제서야 얼굴 본 사람이 있는 것도 놀랍고..^^

그리고나서 버스에 올라 탔더니 노곤노곤 몸이 풀리는것이..
밤새 잠 못자고 뒤척이다 온 뒤끝인지..
새근새근 잠이든 것까진 좋은데..
그래도 편한 잠자리가 아니여서 일까..잠에서 깨도 잠자고 있고 또 자다가 깨도 잠자고 있는 꿈속에서 헤매고 다니는 개꿈만 꾸고 있었다는...^^

그래도 꿈 속이었는지..희미한 버스 불빛에 ..
두런두런 낯익은 사람들의 웃는 얼굴도 보이고..
집에 가까워져 가며 보이는 낯익은 풍경에 마음이 포근해 지는것이..

억새 그까짓거 좀 못 보면 어떻고..
단풍 그딴거 한 번쯤 못보면 어떻누?

내 마음에 단풍 물들일 사람 누군지..설레여 보는 것도 좋고..산 길 혼자 달려 보는 것도 좋고..
반가운 사람 얼굴 보고..술도 한 잔 하는 것도 좋고..
이런 모진 경험 한번쯤 해보는 것도 좋고..
...
..
.
그러고 보면 ..지리산 만복대 산행..
괜찮았네..

그치?

[스노우맨]

덩치가 작아서 못 본 모양인듯..얘길 허지~~~^^

[쩡수]

할튼 써놓은 글 드릅게 길어ㅜ
머리도 큰 것 같고ㅎ
비록 억새의 낯짝은 못봤어도 다른 곳에서나마 위로를 받아 다행스럽네요 저역시 그랬으니.. 술맛도 조아꼬^^

[스노우맨]

나두 같이 있어서 좋았어~~~

[스노우맨]

그러게 제시.이랑 1일 파트너 나타샤랑 길도 좁고 날도 궂어서 많이 못놀았다는..^^

[러브마운틴]

푸근한 외모와는 다르게 참으로 섬세하면서도 멋스러움이 가득하신 스맨옵!!!
국문과 출신이신가??? 오해아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필력에 늘 감탄합니다...^^
오랜만의 함산을 질투라도 하듯 멋진 능선을 쉽게 드러내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다음을 다시 기약하라는 묵언의 표시라 생각하고 담 산행을
그려봅니다...
소중한 추억 담아주셔서 답글로나마 감사드려요~^^

[송알송알]

스맨옵 글을 보면 인생사 둥글둥글 걱정이 없다는....ㅎㅎㅎ
항상 필력에 감탄하고 가며....(이거 모아서 산행 수필집 하나 내도 되겠다는 ^^)
사진 찍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해요~~ ^^

[하츠]

카페에서 이렇게 몰입도 좋은 글은 올만에 읽는 것 같네요^^
긴 장문의 글이지만 잼있어서 다 읽었습니다.
이러다 스맨옵 팬 되는?? ㅋㅋㅋ
어려운 단어 써가며 멋있는 척 하는거 보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스맨옵 필력이 더 멋집니다^^

사진 감사히 잘 담아가구요~ 담에도 좋은 글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