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참 자상한 아버지였다.
작년 5우러 미국 출장을 갔을 때 공교롭게도 유학 간 아들의 졸업식과 겹쳤다.
그래서 졸업식에 참석하고 아들 친구를 불러 모아 한 끼에 1000달러 넘는 돈을 법인카드로 긁었다.
9월 뉴욕 출장은 공교롭게도 가족여행이랑 겹쳤다.
그대로 묻힐 뻔한 가족사는 마침 이 집 딸이 인스타그램에 '*아빠출장따라오는 *껌딱지 *민폐딸'이란
글과 인증샷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때도 아버지는 법인카드로 케비아를 곁들인 100만 원대 식사를 누군가와 즐겼다.
한데 출장비 정산에서 식사 파트너로 적어낸 외교관이 금시초문이라 말하는 바람에 아버지의 거짓말은 들통났다.
'호화출장' 논란으로 어제 문화 체육관광부가 사표를 수리한 아리랑 TV의 방석호 전 사장의 얘기다.
다정도 병이라더니 자상해도 너~무 자상했던 아버지는 불치의 도덕불감증 때문에 물러났다.
작년에 썼던 국내 업무추진비와 영업활동비 중 상당 금액을 자택이 있는 청담동에서 긁은 점도 수상쩍다.
아리랑TV는 해마다 몇 십억 원 적자를 내는 바람에 설립기금이 바닥날 위기에 처해 있다.
재작년 홍익대 출신에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장을 지낸 김종덕 문체부 장관의 취임 이후 괄목상대(괄목상대)를 빗댄
말이 나돌았다.
영화진흥위원장 등 산하 기관장 자리를 홍대와 인연 있는 인사들이 줄줄이 차지한 탓이다.
방전 사장도 홍대 법대 교수 시절 사장으로 발탁된 괄목홍대 중 한 명이다.
작년 초 본보기 이런 사실을 지적하자 문체부는 '장관 취임 후 임명한 공공기관장 중 홍익대 출신(학부 기준)은 1명뿐'이라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렸다.
방 전 사장을 홍대 출신으로 치지 않은 건 물론이다.
문체부가 방 전 사장의 사표와 상관없이 부적절한 출장경비 사용과 지출결의서 위조 의혹에 대해
특별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임명권자와 같은 괄목홍대 아닌가.
이 정부가 공공 부문 개혁을 외치려면 낙하산 사장부터 걸러내는 것이 급선무다.
아니면 낙하산을 보내는 장관을 날리든지 고미석 논설위원